<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98화>
카캬카카카카캌-
천문석은 뚝 웃음을 그쳤다.
재회의 감흥에 젖는 건 여기까지!
이제 이세기를 빼내야 한다.
“알바! 이런 게 어디 있어?”
“원래 내가 특급 절친이잖아?!”
“특급 절친을 이렇게 막 바꾸면 안 된다니까!”
……
“어, 그래그래! 잠시만…….”
다리에 찰싹 붙어 거세게 항의하는 특급 헌터의 말을 술술 흘리며 최 순경을 봤다.
“최 순경님. 제 친구 데려가도 될까요?”
“친구분 신분이랑 관계만 확인해 주시면 바로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서두르셔야 해요.”
슬쩍 창문 밖을 눈짓하는 최 순경.
이유는 물을 필요도 없다.
중랑천에서 달려오고 있을 국가 헌병대 때문!
그러나 지름길로 달려오며 이미 대응 방법을 생각해뒀다.
국가 헌병대가 지금 당장 들이닥쳐도 아무 문제도 없다.
이세기는 자신을 만나러 몰래 온 상황.
신분을 증명할 물건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렇다고 천검 이세기라는 진짜 정체를 밝힐 수도 없다.
게다가 롱소드의 가치가 밝혀지며 국가 헌병대까지 얽혔다!
상황이 복잡하게 꼬였다.
하지만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했다.
눈앞의 이세기가 정신을 차리면 모든게 해결된다!
정신을 차린 헌터 본인, 피해자가 집에 가겠다는데 막을 방법은 없었으니까.
국가 헌병대가 아니라 전설적인 서울 헌터 부대 특임대라 해도 저지할 방법은 없다.
문제는 하나!
포션 쇼크가 온 헌터를 강제로 깨우는 건 현대 마도 의학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것!
이게 가능했으면 헌터 파티, 레이드 팀이 포션 타이밍 잡는다고 머리를 굴릴 필요도 없이 그냥 게임처럼 포션을 들이부었을 거다!
그러나 세상에는 언제나 규격외의 존재가 있는 법.
현대 마도 의학으로도 불가능한 ‘포션 쇼크에서 강제 깨우기’가 가능한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지금 바로 앞에!
문득 시선을 내리자 술술 흘려듣던 외침이 귀에 박혀 들었다.
“……연공서열!”
“알바! 조직관리에는 연공서열 엄청 중요해!”
“능력주의만 강조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놓친단 말이야!”
“열정, 노력, 충성! 연공서열이 사라지면 기강이 무너지고! 기강이 무너지면 조직이 무너지고…….”
……
매미처럼 다리에 찰싹 붙어 실용한자 1800자의 힘으로 의미를 아는지 의심스러운 한자어를 줄줄 쏟아 내는 특급 헌터.
특급 헌터가 그 규격외 존재였다!
천문석은 바로 말을 끊고 확인했다.
“특급 헌터. 하늘 이을 수 있지?”
“사회가 무너…… 당연하지! 아까 밥 먹어서! 엄청난 힘도 쓸 수 있어!”
예상 그대로의 대답!
바로 플랜 A, ‘하늘을 이어 이세기를 깨운다!’를 실행한다!
“좋아! 특급 헌터, 바로 하늘이어서 깨워라!”
외침과 동시에 이세기를 가리키는 순간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았어! 어? 잘생긴 형은 하늘 잇는 거 안 되는데?”
“그래 바로…… 어? 방금 된다며! 왜 갑자기 안 되는데?!”
척 검지와 중지를 펼치는 특급 헌터.
“알파벳 V?”
“숫자 2, 둘, 두 번! 잘생긴 형은 아까 하늘이어서 깨웠어. 하루에 2번은 하늘 이어서 못 깨워!”
“하늘을 이었다고! 아니, 언제?!”
자신도 모르게 묻는 순간 떠오른 기억!
-잘생긴 형이 중랑천에 떠내려오는 걸 건졌다.
-잘생긴 형과 할머니 국숫집에서 밥을 먹었다.
특급 헌터의 외침 사이에 빠진 말이 있었다!
‘깨워서!’
이세기가 중랑천에 떠내려오는 걸 건진 후 ‘깨워서’ 할머니 국숫집에서 밥을 먹었다!
특급 헌터가 이세기를 깨운 방법은 당연히 하늘을 이어서다!
“진짜 안 돼? 혹시 될지도 모르니까 그냥 한 번 더 하늘 이어 보면 안 될까?!”
순간 경악한 얼굴에서 반사적으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당연히 안 되지! 알바 생각해 봐!”
“‘안녕!’이라고 하면 잘 가라는 작별 인사잖아?”
“‘안녕안녕?!’하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자는 거잖아?!”
“‘안녕안녕안녕!!’은?! 완전히 헤어지는 인사잖아!”
“그러니까 하늘을 2번 이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겠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말없이 듣고 있던 최 순경이 황당한 표정으로 반문하는 순간.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180도로 두 번 돌면 원래 방향이구나!”
“맞아! 역시 알바는 아는구나!”
“……??”
고개를 끄덕이는 특급 헌터와 황당해하는 얼굴로 바라보는 최 순경.
이미 하늘을 이었다니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괜찮다! 플랜 B, 각성 하늘다람쥐 니케가 있었으니까!
“특급 헌터 니케 돌아왔지? 니케 불러서 깨우자!”
“니케는 퐁퐁이, 용용이랑 마녀 쫓아서 제주도…… 앗, 으앗! 그렇지! 내가 악당 악어 건졌으니까! 친구들 서울에 돌아온 거잖아! 깜빡했어! 어디…… 잠깐! 거복이 집에 있었는데?! 용용이, 퐁퐁이, 니케 어디 간 거야?!”
당황한 얼굴로 하늘땅 전후좌우 사방을 훑는 시선!
이 녀석 니케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구나!
하지만 괜찮다! 플랜 C가 있었으니까!
‘이세기, 50억 롱소드, 암살검 한경석, 친구!’
플랜 C의 핵심 키워드가 차르륵- 머릿속에 펼쳐지는 순간 얼개가 갖춰지고 입이 열렸다.
“최 순경님! 롱소드에 관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네? 롱소드요?”
부아아앙-
이때 헌터용 차량의 거친 엔진음이 들려왔다.
반사적으로 돌아가는 시선에 보였다.
반쯤 열린 창문 밖 검은색 장갑 SUV가 파출소 앞에 멈추고 검은 제복의 남녀가 내렸다.
“아, 오셨습니까!”
파출소 부소장님이 직접 나와 맞이하는 모습.
중랑천에서 출발한 국가 헌병대가 도착했다!
괜찮다!
국가 헌병대가 왔다고 달라진 건 없다.
설득할 사람이 2명으로 늘어났을 뿐, 플랜 C의 뼈대는 여전히 유효하다!
플랜 C의 디테일만 수정하면 된다!
머릿속 계획을 빠르게 수정할 때 대화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단어가 들려왔다.
“회기 파출소 부소장입니다.”
“국가 헌병대 남 소위입니다. 이쪽은 사이코메트리 수사관 여 소위입니다.”
사이코메트리 수사관!
표층 심리를 읽어 내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자가 같이 왔다!
경지에 든 무인에게는 표층 심리를 읽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이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포션 쇼크에 정신줄을 놓은 이세기는 어떨지 모른다!
‘이세기의 표층 심리를 읽어 천검이란 게 밝혀진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 외마디 탄성이 들려왔다.
“어?!”
창문 턱에 매달려 창밖을 보는 특급 헌터의 얼굴에 피어나는 환한 미소.
특급 헌터는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이 드르륵- 활짝 창문을 열고 외쳤다.
“낚시꾼 형, 누나!”
파출소 입구로 걸어오던 국가 헌병대 수사관은 우뚝 멈춰 고개를 들었다.
수사관들의 온기 한점 없는 냉혹한 얼굴과 특급 헌터의 환하게 웃는 얼굴이 마주쳤다.
냉혹한 얼굴이 당혹으로 물드는 순간.
국가 헌병대 수사관 두 사람은 깜짝 놀라 외쳤다.
“강태공 꼬맹이?!”
“네가 여기 왜 있어?!”
* * *
파출소 1층.
뭐라 설명하기 힘든 어색한 분위기 속.
경찰 셋을 사이에 두고 천문석과 국가 헌병대 수사관 두 사람이 마주 섰다.
“너 이분들은 어떻게 아는 거야?”
천문석이 묻는 순간 특급 헌터는 주저하지 않고 국가 헌병대 수사관을 소개했다.
“이쪽은 낚시꾼 형이랑 누나! 아까 중랑천에서 낚시할 때 만났어! 낚시꾼 형, 누나랑 중랑천에서 물고기 엄청 많이 잡았어! 커다란 아이스박스 몇 개나 물고기로 가득 채웠잖아!”
“중랑천에서 낚시?”
“평일 낮에?”
“임무 중이라고 하지 않았어?”
경찰 셋의 의아해하는 목소리에 남일국 소위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오해하지 마세요! 낚시한 게 아니라…….”
“뭐?! 형 나랑 같이 낚시했잖아! 내 퐁퐁검에 낚싯줄 묶어 준 것도 형이잖아!”
낚싯줄이 칭칭 감긴 남긴 막대기를 번쩍 들어 흔드는 특급 헌터.
모두의 시선이 남일국 소위에게 꽂혔다.
“아니아니! 그러니까 낚시를 한 게 맞긴 한데, 여기에는 이유가, 이유가 있는데! 그러니까 그 이유가 뭐냐면……?!”
남일국 소위가 횡설수설할 때 여원 소위는 잽싸게 끼어들어 외쳤다.
“낚시꾼으로 위장해 비밀 임무 중이었습니다!”
‘100% 구라다!’
‘대놓고 농땡이를 쳤구나!’
‘진짜 국가 헌병대 수사관 맞아?!’
당황한 남 소위, 여 소위 두 사람을 향해 경찰 셋의 황당, 어이없음, 짙은 의혹이 담긴 시선이 쏟아질 때.
천문석은 깨달았다.
국가 헌병대 수사관이 농땡이를 친 게 드러난 바로 지금이 주도권을 잡고 몰아칠 때다!
‘방법은?’
휙 돌린 시선에 방법이 보였다.
파출소 1층 구석 벽, 강화 유리로 덮인 무기고에 들어 있는 익숙한 검.
검혼 롱소드!
“저기……!”
천문석이 번쩍 손을 들고 외치는 순간.
특급 헌터는 불쑥 튀어나와 한발 먼저 외쳤다.
“앗! 알바 소개해야지! 낚시꾼 형, 누나 이쪽은 아까 내가 말한 알바야!!”
“알바……?”
남일국 소위가 고개를 갸웃할 때.
특급 헌터는 당당히 폭탄을 터트렸다.
“아까 내가 말한 엄청 잘생긴 사람이 알바야!”
“잘생겨? 잠깐, 너 지금 무슨 말을……?!”
천문석이 황당함에 반사적으로 말하는 순간.
“알바? 아!”
“그 잘생기셨다는 분!”
변명을 쏟아 내던 국가 헌병대 수사관 두 사람의 눈이 번뜩이고.
“……??”
“잘 생겼다고?!”
“지금 저 헌터 말하는 거 맞지?”
한발 물러선 최 순경, 김 순경, 부소장님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분위기가 왜 이렇게 변해?!’
“아니아니! 이거 전부 쟤 혼자서……!”
다급히 설명하려 할 때 의기양양한 목소리, 폭풍 같은 외침이 쏟아졌다.
“내 말이 맞지?!”
“내가 아까 말했잖아!”
“알바 엄청엄청 잘생겼다니까!”
“중랑천에서 건진 잘생긴 형보다 훨씬훨씬 잘생겼어!”
“잘생긴 형이 조금 잘생겼다면, 알바는 엄청 훨씬 완전! 잘생겼어!”
……
‘뭐지? 이 멕이는 느낌은?!’
보인다.
회기 파출소 경찰 셋의 당혹을 넘어 어이없어 하는 시선이!
느껴진다.
국가 헌병대 수사관 둘의 비틀려 올라가는 입꼬리와 파르르 떨리는 눈가가!
“세연도 말했어! 알바 엄청 잘생겼다고!”
‘그만…….’
“장민이랑 삼촌도 말했어! 알바는 반드시 약속을 지키는 잘생긴 헌터라고!!”
‘제발 그만……!’
“앗! 그렇지! 고황 경로당 할머니들도 엄청 예쁜 손녀 소개해 주겠다고……!!”
‘그만, 제발 그만해!’
……
아무리 마음으로 외쳐도 특급 헌터는 멈추지 않고 쏟아 냈다.
천문석 자신의 찬양을!
‘특급 헌터가 외치는데! 왜 쪽팔림은 나의 몫이란 말인가?!’
마음으로 절규하는 순간 특급 헌터는 땅땅땅- 선고하는 판사처럼 단호히 외쳤다.
“이제 알겠지? 알바가 얼마나 잘생겼는지? 세계에서 제일 잘생겼어!”
최 순경, 김 순경, 부소장.
회기 파출소 경찰 셋이 다급히 몸을 돌리고 어깨를 들썩일 때.
남 소위와 여 소위.
국가 헌병대의 두 수사관은 성큼성큼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아, 그 알바분이셨군요!”
“알바님 정말 뵙고 싶었습니다!”
“아, 예…….”
세상에서 제일 어색하고 뻘쭘하게 마주 손을 내밀 때 생각지도 못한 말이 이어졌다.
“와! 눈이 부시네요?”
“네?”
“알바님 너무 잘생기셔서 눈이 부셔요!”
여기까지였다.
“푸흐흨-.”
“크킄크킄킄-.”
“흐허허허허헠-.”
어깨를 들썩이던 회기 파출소 경찰 셋은 빵 터져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고.
“꼭 뵙고 싶었습니다! 잘생긴 알바님!”
“야, 그냥 잘생긴 게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잘생기셨다잖아? 정확히 말해야지!”
“아, 그렇지! 세상에서 제일 잘생기신 알바님 만나셔 영광입니다.”
……
국가 헌병대의 냉혹한 수사관은 파르르 떨리는 눈과 입꼬리를 감출 생각도 하지 않고 연신 과장된 탄성을 터트렸다.
“…….”
백팔나한진에 포위되고, 천라지망에 갇히고, 마인 놈들에게 뒤통수를 맞았을 때도 멀쩡했던 정신이 아득해질 때.
이 황당한 난장판의 원흉!
특급 헌터는 자랑스레 어깨를 으쓱이며 계속계속 기름을 부었다.
“이제 알겠지? 내 말이 맞지?! 직접 보니까 알겠지?! 알바가 세상에서 제일 잘생겼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