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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294화 (1,29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94화>

“부소장님. 놀이터 순찰함은 제가 찍고 오겠습니다.”

“최 순경 부탁해. 난 놀이터 주위 시민분들 이야기 들어 볼게. 에휴 하필이면 우리 파출소 관할 구역 놀이터에 불량 학생들이 모여들어서는…….”

“경희 슈퍼 사장님은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그럼 고맙고.”

순찰차에서 내려 둘로 갈라지는 부소장과 최 순경.

최 순경은 바로 경희 슈퍼로 인사하며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순찰 횟수를 좀 늘렸는데. 놀이터 어떤가요? 요새도 계속 시끄럽나요?”

“최 순경 왔어? 놀이터 불량 학생 싹 없어졌어! 이제야 밤에 잠을 잘 수 있다니까!”

최 순경은 경희 슈퍼 사장님의 대답에 반색했다.

지난 몇 주간 골머리를 썩였던 일이 마침내 해결됐다!

“그런가요? 역시 순찰 횟수를 늘린 게……!”

“특급 헌터한테 부탁하길 잘했다니까!”

“네? 특급 헌터요?”

“특급 헌터가 불량 학생 싹 치워 줬잖아! 놀이터에 함정 파고, 그 뭐냐? 저기 학교 앞 꼬부랑글씨 PC방 외국인 사장 청년이랑 같이 와서 불량 학생들 전부 잡아서 쥐어박고 쭈쭈바 하나씩 물려서 데려갔다니까! 그 외국인 사장 청년이 인물만 훤한 게 아니라 사람이 참 강단 있더라고! 그 사장 청년이 한바탕한 다음부터 불량 학생들 놀이터에는 얼씬도 안 해! 저기 정자에서 이제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먹잖아. 아유- 동네가 얼마나 조용한지 몰라! 역시 뭔 일 생기면 특급 헌터한테 부탁해야 한다니까!”

“그래도 폭력은…….”

“폭력은 무슨! 어른이 엇나가는 학생 좀 따끔하게 혼낼 수도 있지! 역시 특급 헌터에게 부탁하길 잘했다니까! 최 순경도 뭐 힘든 일 있으면 특급 헌터에게 말해. 며칠 전에는 경로당 텔레비전도 고치고, 총장님 관사 모과도 다 따서…… 아, 그렇지! 이 모과 가져가 특급 헌터가 가져온 총장님 모과야. 동네 사람 나눠 주라고 잔뜩 놓고 갔어. 어쩜 이리 속도 깊은지. 모과 향이 아주 좋아!”

“…….”

최 순경은 커다란 모과가 담긴 봉지를 들고 패배감이 담긴 쓴웃음과 함께 놀이터로 향했다.

“특급 헌터 꼬맹이 녀석…… 뭐지 이 패배감은?”

피식 웃음과 함께 텅 빈 놀이터를 가로질러 도착한 정자.

최 순경은 경찰 단말기로 QR코드를 스캔하고, 순찰함을 열어 순찰 쪽지에 시간을 쓰면서 사인한 후 정자 바닥과 주위를 확인했다.

“확실히 전이랑 다르네. 빈 술병, 담배꽁초 하나 없이 깨끗하고…… 어디 부서진 데는 없나?”

예전과 달리 깔끔해진 정자의 모습에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하나 확인하며 정자 입구로 걸어갔다.

그리고 마스크를 쓰고 손에 검을 쥔 채 기절하듯 잠들어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아직 저녁도 안됐는데 주취자?’

“선생님? 선생님?! 일어나 보세요!”

“…….”

아무리 불러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

최 순경은 바로 바디캠에 상황을 기록하며 대응을 시작했다.

“경희 슈퍼 앞 놀이터 정자. 15시 05분 마스크를 쓰고 손에 롱소드 형태의 검을 쥔 채 기절한 20대 남자 헌터로 보이는 신원미상자 발견. 술 냄새는 나지 않고 호흡은 정상, 맥박은 조금 느림. 정정한다. 기절이 아닌 깊게 잠든 것으로 보인다.”

최 순경은 기절한 남자의 주머니에 손을 뻗으며 말을 이었다.

“선생님! 휴대폰, 신분증 찾기 위해 잠시 소지품 확인 좀 하겠습니다. 안주머니, 바지 주머니는 비었고, 재킷 앞주머니도 마찬가지. 가슴 주머니에는…… 응 이거 뭐야? 종잇조각? 어, 잠깐 이거 설마!”

낯익은 종이의 모습에 깜짝 놀라 펼치자 꼬맹이가 삐뚤빼뚤 그린 글자! 오늘 하루 순찰 중에도 몇 번이나 들었던 이름이 있었다!

[특급 헌터 – 무엇이든 도와드립니다!]

“또 너니 특급 헌터? 도대체 명함에 전화번호는 왜 안 적는 거니? 어떻게 연락하라고?! 하아-.”

한숨을 쉬며 명함을 접는 순간 보였다.

[010-xxxx-xxxx]

명함 아래 쓰여 있는 11개의 숫자!

온 동네에 뿌려진 명함을 몇 번이나 봤지만, 단 한 번도 보이지 않던 번호가 이 명함에는 있었다.

동네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사고의 중심!

하지만 어디 사는지는 누구도 모르는 특급 헌터의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가지고 잠든 남자를 발견했다!

“드디어 꼬리를 잡았구나!”

이 꼬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신원미상자의 정체와 우리 동네 최대의 미스터리 특급 헌터의 집을 찾을 수 있다!

반색한 최 순경은 기절한 남자를 번쩍 들어 어깨로 둘러업고 한달음에 순찰차로 돌아왔다.

“최 순경 그 사람 뭐야? 주취자?”

어느새 경희 슈퍼 사장님과 대화 중인 부소장님.

최 순경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특급 헌터를 찾는다고 말하면 당장 몰려올 동네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

“술 냄새는 안 나고, 호흡 맥박 모두 정상인데 정신을 차리지 못하시네요. 휴대폰, 신분증도 없고, 롱소드 한 자루만 가지고 있는 게 헌터분 같습니다. 혹시 몰라 모셨는데…….”

“잘했네. 거기 평상에 내려놔. 깨어나면 알아서 가겠지.”

건성으로 대답하는 부소장을 향해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혹시 모르니 파출소로 모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어, 그래. 순찰차 뒷좌석에 모셔. 그러니까 모과는 설탕에 재어서 모과 청으로 만들어 드셔야 한다니까요. 그게 감기에는 최고입니다. 모과차 한잔이면 감기가 뚝 떨어진다니까요!”

“아유. 유리 부소장님은 아는 것도 많으셔. 그럼 설탕 포대 하나 더 드릴까요?”

최 순경은 기절한 헌터를 순찰차 뒷좌석에 태웠다.

대한민국 도착 1일 차.

천검 이세기는 설탕 포대와 함께 순찰차에 실려 파출소로 이동했다.

*   *   *

“뭐야? 아까부터 왜 이렇게 귀가 간지러워? 누가 내 이야기 하나? 으아아-”

천문석은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다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랐다.

[15:20]

“아직 4시도 안 됐다고?!”

정신없이 지나간 휴가 1, 2일 차와는 완전히 달랐다!

아침 일찍 목욕탕에 갔다 왔는데도 시간이 남아돌고 있었다!

‘뭐지 이 생경한 느낌은?’

시간은 한껏 천천히 흐르고, 당장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다.

점심도 거른 채 익숙한 소파에 누워 러브 시그널 재방송을 보는 무료한 평일 오후라니!

빡세게 알바를 돌리기 시작한 중학생 시절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이 나른함과 무료함, 지루한 일상이 미친 듯이 좋았다!

“그렇지! 사람이 무료하고 지루한 날도 있어야지!”

서울 사태 이후 하루도 빼먹지 않고 사건·사고가 터지던 지금까지가 이상 상태였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정상 상태!

이 지루한 일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었다!

문득 텔레비전에 시선을 두자 남중국 연방 총선 특집 방송 예고편이 나오고 있었다.

순간 입가에 그려지는 미소.

철검장 주호가 전화 연결하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다.

특급 절친이자 죽마고우.

송옥, 반안보다 잘생긴 내 친구.

남중국의 절대 권력자 이세기에게!

“와, 이세기 녀석! 재수 없어서 밥은 먹고 다닐까 걱정했는데. 그 녀석이 남중국 천검 이세기라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이세기는 예전의 얼굴만 잘생기고 무공만 강한 허당, 눈치 없는 녀석이 아니라 남중국 연방 총통이 예정된 절대 권력자!

주호를 통해 이세기와 통화만 하면 모든 것이 변한다.

길어야 1, 2년!

김철수 사무실은 대형 길드로 비상하고, 자신은 성채 빌딩! 꼭 찍어 재금 빌딩을 살 정도의 재력을 가지게 된다.

전생부터 현생까지 이어진 건물주의 꿈을 마침내 이루는 거다.

그것도 절친 이세기의 도움으로!

역시 인생은 예측불허!

“와! 이세기 그 눈치 없는 녀석이 이렇게 도움이 되다니! 진짜 상상도 못 했네! 카캬카캌-”

가슴속에서 끓어오른 희열을 터트리는 순간.

위이이잉-

텔레비전 아래 놓인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스마트폰이 왜 저기 있어?”

천문석은 스마트폰에 마음을 두고 내력을 뻗었다.

‘툭-‘

한 줄기 내력이 마음에 닿는 순간 불렀다.

“와라.”

스마트폰은 허공에 떠올라 거실을 가로질러 날아오기 시작했다.

“이제야 좀 말을 듣네.”

천문석은 만족스레 웃었다.

천마신공이란 고삐가 사라지고 미친 말처럼 폭주하려는 내력을 다스리길 3일!

들끓던 내력이 잦아들고 기경팔맥을 흐르는 일기일원공의 흐름이 잡히고 있다!

지금 속도라면 워커 실트의 연락이 오기 전에 모든 준비가 끝난다!

무공과 재력 모두 인생 최고조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천문석은 씩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회기 파출소 최연화 순경입니다. 저 실례지만 혹시 특급 헌터라고 아시나요?

*   *   *

‘회기 파출소? 최연화 순경? 특급 헌터?!’

휴대폰에서 들려온, 생각지도 못한 단어에 단숨에 사고 가속 상태로 빠져들고 파파팟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파출소? 경찰?! 꼬맹이 녀석 뭔 사고라도 난 거야?!’

그럴 리 없다!

퐁퐁이, 용용이, 거복이! 사슴이, 반짝이, 탱탱이, 냠냠이, 휘잉휘잉 그리고 니케!

각성 동물 친구들이 있는 한 특급 헌터는 무적이니까!

피식 웃으며 사고 가속에서 빠져나오려는 순간 불현듯 떠오른 기억이 있었다.

배낭!

반사적으로 돌아가는 시선에 보이는…….

-인디언 천막에 놓인 배낭!

-배낭을 주고 도망친 퐁퐁이와 용용이!

-주방 베란다 햇살 아래 꾸벅 잠든 거복이!

-텔레비전 옆, 아수라 조각상에 담긴 휘잉휘잉!

퉁-

튕기듯 몸을 일으켜 단숨에 거실을 가로질러 창문에 너머 옥상을 훑었다.

-나뭇잎에 사슴이, 반짝이!

-평상 아래 잠든 탱탱이!

-평상 위에 잠든 냠냠이!

-마녀를 쫓아간 니케!

‘특급 헌터는 동물 친구들과 같이 있지 않다!’

평소라면 걱정할 것도 없었다.

특급 헌터가 며칠씩 자리를 비우는 건 흔했으니까!

하지만 오늘 특급 헌터는 ‘악당 악어’를 데려오겠다고 아침에 집을 나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악당 악어를 잡아 온다던 퐁퐁이, 용용이, 거복이는 돌아왔는데 말이다!

‘잠깐!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악당 악어를 잡아 와야 할 퐁퐁이, 용용이, 거복이가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특급 헌터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상황.

아무리 기다려도 친구들도 악당 악어도 나타나지 않는다.

‘특급 헌터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생각할 것도 없다!

특급 헌터에게 포기란 없었으니까!

무언가 사건이 일어났다!

천문석은 깨달음의 순간 가속된 사고를 끊고 바로 확인했다.

“특급 헌터 지금 파출소에 있습니까?!”

-아뇨, 그게 아니라. 특급 헌터 명함을 가지고 계신 분을 놀이터 정자에 발견했는데…….

“특급 헌터 명함을 가진 사람이요? 그럼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드렸는데…….

‘특급 헌터 명함에 내 휴대폰 번호가 있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뭐야, 이거 설마……?’

의문을 품는 순간 바로 깨달았다.

이건 중요한 일이 아니다!

지금 중요한 건 특급 헌터의 행방을 확인하는 것!

우선 장민 대표님께 연락할까?

아니다! 지금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우선 파출소에 있다는 특급 헌터 명함을 가진 사람을 확인하고, 장민 대표, 장철 헌터에게 연락하는 건 그다음이다!

어떻게 움직일지 결정하는 순간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화 받으시는 분. 특급 헌터 바꿔 주실 수 있을까요? 명함을 가지고 계셨던 헌터분이 신분증, 휴대폰 하나 없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시네요. 신원 확인이 필요…….

천문석은 최 순경의 말을 끊었다.

“특급 헌터. 지금 없어져서 찾으러 나가려던 중이었습니다.

-네? 특급 헌터가 없어져요?! 그럼 혹시 이분?!”

“네 없어지기 전에 만난 사람 같네요. 제가 지금 당장 파출소로 가겠습니다! 그 기절하신 분……?”

-네, 넷! 알겠습니다! 김 경사님! 저기 기절하신 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

천문석은 귀에 전화기를 가져다 댄 채 방으로 들어가 재킷을 걸치고 지갑을 챙겨 거실을 가로질렀다.

-기절하신 분은 따로 숙직실로 모셨어요. 지금 오시면 바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최 순경님. 어디 파출소라고 하셨죠?”

-아! 회기 파출소입니다. 위치가…….

쿠우우웅-

이 순간 현관문이 발로 찬 듯 활짝 열리고 익숙한 외침이 들려왔다.

“엄청난 힘이 솟는다! 이야아아압-!”

“특급 헌터? 너 왜 이렇게 늦게……!”

천문석은 버럭 외치던 모습 그대로 굳어 버렸다.

특급 헌터인지 확인할 필요도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이유를 물을 필요도 없었다.

활짝 열린 현관에는 1.5미터 남짓한 악어가 배를 보인 채 수직으로 서 있었으니까.

그리고 수직으로 서 있는 악어 뒤에서 언제 나와 같은 당당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바! 보이지? 내가 악당 악어 증거로 가져왔어! 악어 맞지? 진짜 악어지? 내 말이 맞았지?! 특급 헌터가 승리했다! 카카카카캌-”

서울 한복판에 진짜 악어를 가지고 나타나 웃음을 터트리는 꼬맹이.

아무리 서울이 인구 천만의 대도시여도 이런 꼬맹이가 둘이나 있을 리 없었다.

특급 헌터가 돌아왔다.

진짜 악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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