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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289화 (1,29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89화>

중랑천 수변구역. 태풍에 떠내려와 콱 박힌 바위에 선 꼬맹이가 외쳤다.

“이야아아압- 엄청난 힘이 솟는다!”

기합과 함께 퐁퐁검을 낚아채는 순간 중랑천에 드리워진 낚싯줄이 솟구치고 푸드드득- 팔뚝만 한 물고기가 물 밖으로 튀어나왔다.

“이번엔 잉어다!”

“한 자가 넘어, 월척이다!”

“또 월척이라고? 중랑천에 이렇게 물고기 많았어!”

“야 바위에 올라오지 말고 뒤에서 구경해! 강태공 꼬맹이, 그대로 천천히 당겨! 내가 건져낼게!

낚시꾼 한 명이 능숙하게 뜰채로 물고기를 들어 올려 낚싯바늘을 빼고 아이스박스에 담았다.

푸드드드득-

아이스박스에 가득 담긴 팔뚝만 한 물고기에 사방에서 탄성이 터졌다.

“저게 다 몇 마리야?”

“열 마리도 넘어 보이는데?!”

“미친 어떻게 던질 때마다 잡혀?!”

……

이때 한 낚시꾼이 달려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폈다.

“이 사람들 다 뭐냐? 저 아이스박스는 뭐고?!”

“왔냐, 이리 와서 직접 봐라. 잠시만 공간 좀 열어 주세요.”

친구의 연락에 낚시 가방을 챙겨 한달음에 달려온 낚시꾼이 인파 사이로 머리를 내밀어 줄줄이 늘어선 아이스박스를 살폈다.

“잉어, 쏘가리, 붕어, 가물치에 숭어까지! 저 많은 물고기를 오늘 전부 잡았다고?!”

“내가 30분 전부터 봤는데 30분 만에 아이스박스 하나 채웠어!”

“난 점심때부터 봤는데 쉴 틈이 없어! 완전 신들렸다니까!”

“진짜 강태공 환생 뭐 그런 거 아냐?!”

……

구름같이 몰려든 낚시꾼과 구경꾼들의 경이로운 시선이 한 곳으로 모였다.

평평한 바위에 서서 별것 아니라는 표정으로 나무 막대기에 낚싯줄만 묶은 어설픈 낚싯대에 동글동글한 검은색 단환 같은 미끼를 다는 7살 남짓한 강태공 꼬맹이.

특급 헌터였다.

“저 강태공 꼬맹이가 이 물고기를 다 잡았다고?!”

“혹시 저 미끼가 뭔가 특별한 건가?!”

“마력 각성자가 정제한 특제 미끼라면!”

“쉿 모두 조용! 자리 고심하고 있잖아!”

뜰채를 잡은 낚시꾼이 외치는 순간 정적이 내려앉았다.

“이게 무슨…….”

뒤늦게 달려온 낚시꾼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문하자 사방에서 성난 시선이 쏟아졌다.

“쉿! 조용하고 우선 봐봐!”

터질 듯한 아찔한 침묵 속.

특급 헌터는 미끼가 매달린 퐁퐁검을 척 어깨에 걸치고, 중랑천을 쓰윽- 돌아보며 고심했다.

평생을 낚시에 바친 거장다운 품격이 묻어나는 움직임!

“……!”

“……!”

바짝 긴장한 낚시꾼과 구경꾼들의 시선이 특급 헌터를 따라 쓰으윽- 움직이던 어느 순간.

“이야아아압-”

천둥 같은 기합과 함께 어깨에 걸린 퐁퐁검이 번개처럼 허공을 갈랐다.

차르르르, 퐁-

퐁퐁검에 묶인 낚싯줄이 풀려나가고 찌가 중랑천에 떨어지는 순간.

퐁퐁퐁퐁퐁퐁-

사방에서 쉴 새 없이 날아오는 낚싯줄이 특급 헌터의 찌 주위 3미터 남짓한 공간에 떨어졌다.

“지금이야! 너도 얼른 저기다 던져!”

친구의 외침에 반사적으로 낚시 가방을 풀고 낚싯대를 꺼내 던졌다.

“자, 여기까지! 이제 모두 조용!”

뜰채를 크게 휘두르며 외치는 순간 모두는 동작을 멈췄다.

“……!”

“……!”

“……!”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듯한 침묵 속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수십 쌍의 시선만 찌에 꽂혔다.

그리고 3분의 시간이 지났을 때.

지금까지 계속 그랬듯 특급 헌터의 찌만 크게 요동쳤다.

“왔다!”

“또 저 꼬맹이만?”

“진짜 뭔가 있는 거 아냐?!”

사방에서 탄성이 쏟아지는 순간.

특급 헌터는 낚싯줄이 묶인 퐁퐁검을 번쩍 들어 올리며 외쳤다.

“이야아아아아압- 엄청난 힘이 솟는다!

그러나 이번은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채애애애애앵-

낚싯줄이 끊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지고 휙 앞으로 딸려 가는 특급 헌터의 작은 몸!

“어, 어! 위험해!”

뜰채를 쥔 낚시꾼이 잽싸게 달려들어 딸려 가는 특급 헌터를 잡았지만 엄청난 힘에 바위를 긁으며 끌려갔다.

“뭐야 이거?! 야, 모두 달라붙어! 이거 보통 놈 아니다!”

이미 낚시꾼들은 모두 움직였다.

우르르- 바위로 뛰어올라 어깨를 붙이고 팔을 엮고 체중으로 바위를 짓눌렀다.

어느새 십여 명의 낚시꾼들은 가마를 태우듯 특급 헌터를 받쳐 올리고 낚싯줄을 묶은 나무 막대기에 손을 보탰다.

이 순간 느껴졌다.

전신에 걸리는 엄청난 부하!

“미친 이거 뭐야?!”

“이거 변이한 초대형 도미 아냐?! 제주도 남쪽 바다! 마력장 중첩 지대에서 비슷한 손맛 왔었는데!”

“중랑천에서 무슨 변이한 초대형 도미야?!”

“물살! 중랑천 급류가 갑자기 빨라졌어!”

“상류에 무슨 일 있다!”

“우선 움직이지 말고 버텨!”

……

정신없는 목소리가 쏟아질 때.

기이이이잉-

낚싯줄은 끊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지고.

와드드드드득-

나무 막대기 낚싯대는 당장이라도 부러질 듯 휘어졌다.

“안 돼! 이대로면 아작 난다!”

“오러 각성자 없냐?!”

“여기 있다!”

“여기도 있어!”

“빨리 강화해! 낚싯줄 끊어진다!”

“낚싯대부터! 곧 부러져!”

“잠깐 하급은 안 돼! 무기 강화 가능한 중급 이상만 붙어!”

“비켜 내가 강화한다!”

단숨에 인파를 헤치고 달려와 뻗은 손이 부러질 듯 휘어진 나무 막대기에 닿는 순간.

파스스스슥-

오러 각성자의 붉은 오러가 찰나의 순간 나무 막대기를 지나 낚싯줄에 맺혔다.

손을 보탠 모두는 느꼈다.

막대기가 아닌 거목을 잡은 느낌!

절대 부러지지도 끊어지지도 않는다!

그리고 각성자들은 그 이상을 느꼈다.

유형화 되기 직전의 오러다!

“미친 상급 오러 각성자?!”

“상급 오러 각성자가 중랑천에서 뭐 하는 건데?!”

“당연히 낚시하러 왔지! 강태공 꼬맹이가 나타났는데 당장 와야지!”

“그렇지! 낚시꾼이면 강태공이 나타났는데 당연히 낚시하러 와야지!”

“뭘 당연한 걸 묻고 있냐!”

으하하하하하-

사방에서 왁자한 웃음이 터지고 뜰채를 들었던 낚시꾼이 외쳤다.

“강태공 꼬맹이. 언제 당길까?”

가마를 타듯 번쩍 들린 특급 헌터는 날카로운 눈으로 거칠어지는 중랑천에 박힌 낚싯줄을 바라보며 외쳤다.

“아직이야! 모두 준비하고 기다려! 내가 말하면 한 번에 당겨야 해!”

“강태공 꼬맹이가 명령했다! 모두 준비!”

“준비!”

“준비!”

“준비!”

……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빵 터진 낚시꾼들은 복창하며 몸과 마음의 준비를 했다.

“준비 끝!”

특급 헌터는 번쩍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외쳤다.

“하늘님! 준비 끝났어! 언제야?!”

이 순간 느낌이 왔다.

휘이, 휘이이-

몰래 날아와 귓가를 간지럽히는 산들바람이 어깨, 팔을 타고 내려와 퐁퐁검을 잡은 손을 간질간질 핥는 순간.

팟-

느낌이 왔다!

“지금이야! 모두 당겨!!”

특급 헌터가 벼락 치듯 외치는 순간.

스크럼을 짠 모두는 일제히 움직였다.

그리고 느꼈다.

엄청난 부하!

물고기가 아닌 바위를 끌어당기는 듯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 부하 뭐야?!”

“여기 각성자가 몇 명인 데 이렇게 빡세?!”

“이거 절대 물고기 아니다!”

“떠내려오는 나무, 자동차에 걸린 거 아냐?!”

“아냐! 마력 각성자의 촉으로는! 이거 생명체다!”

“미친 마력 각성자가 평일 낮에 낚시하러 왔다고?!”

“공방에서 마석 정제만 해도 시급 백만 원이 넘는데! 낚시?! 돈을 강바닥에 버리고 있구나!”

“새꺄! 마력 각성자가 무슨 충전기냐? 종일 마석 정제만 하게?!”

“잡담 그만! 이 악물고 끌어 당겨! 까딱하면 딸려 들어간다!”

“힘을 내 우리는 할 수 있어! 엄청난 힘이 솟는다! 이야아아압-”

특급 헌터의 기합이 터지는 순간 모두는 일제히 외쳤다.

“엄청난 힘이 솟는다!”

“엄청난 힘이 솟는다!!”

……

뒤이은 명령과 복창.

“뒤로 전진한다!”

“뒤로 전진한다!!”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쿵쿵, 쿵쿵, 쿵쿵-

바위를 부숴 버릴 듯한 발 구름과 함께 십여 명의 힘이 하나로 모이자 오러로 강화된 낚싯줄은 천천히 끌려오고 곧 낚싯줄에 걸린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게 뻗은 주둥이와 바위같이 단단해 보이는 흑갈색 갑각…….

“……악어? 저거 악어야?!”

“중랑천에서 악어가 왜 튀어나와?!”

“잠깐! 손! 사람 손 보였어! 멈추지 말고 계속 뒤로 전진!”

이야아압-

으아아아악-

쿵쿵, 쿵쿵쿵-

악을 쓰며 전진하기도 잠시 곧 중랑천 급류를 벗어나 뭍으로 악어가 완전히 끌려 올라왔다.

단단한 암석 갑각을 가진 1.5미터 남짓한 악어.

그리고 악어를 붙잡고 늘어진 채 기절한 청년!

“와! 진짜 게이트 열리고 세상이 막 나가는구나. 중랑천에 악어라니?!”

“이 악어가 그렇게 무거웠다고?!”

“악어는 맞는 거야? 등에 돌기에 암석 갑각까지 공룡 마수 아냐?”

“공룡 마수? 1.5미터면 공룡 마수라기에는 너무 작은데.”

“야, 그보다 저 청년 상태부터 확인해야지!”

끌려 올라온 악어와 청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탄성이 쏟아질 때.

특급 헌터는 번쩍 손을 들고 달렸다.

“아앗! 악당 악어! 하늘님 말이 진짜였잖아?!”

“야, 혹시 몰라! 잠시만 기다려!”

뜰채를 쥐었던 낚시꾼이 달려가는 특급 헌터를 잽싸게 낚아채 번쩍 공중을 들고 외쳤다.

“야, 누가 확인 좀. 아! 마력 각성자 있었지?! 마력 각성자 저 악어랑 청년 상태 어때? 빨리 스캔 좀 해 줘!”

“아니 무슨 마력 각성자가 심부름센터야?! 뭔 일만 터지만 마력 각성자 타령이야! 좀 기다려 봐!”

마력 각성자는 정제 마석을 한 손에 쥐고 낚싯대를 쭉 뻗어 툭툭- 악어와 청년을 건드렸다.

낚싯대 끝에서 퍼져 나온 파문이 악어에 스며들고 청년과 부딪혀 산산이 부서졌다.

“사람은 멀쩡해! 각성자 같은데 그냥 기절한 거 같고, 악어는…… 이거 묘하네? 마수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반발장은 사라졌고 일단은 죽은 거 같다.”

마력 각성자의 말이 끝나는 순간.

특급 헌터는 꿈틀꿈클 몸을 비틀어 낚시꾼의 손에서 쏙 빠져나와 한달음에 악어에게 달려갔다.

“내가 1등!”

탁탁탁-

퐁퐁검으로 단단한 암석 갑각을 두들기는 순간 느낌이 왔다!

악당 악어가 맞다!

그렇다면 옆에 있는 형은?

아침에 하늘님이 말한 그 형이다!

특급 헌터는 두근두근한 가슴으로 악어 위에 엎어진 청년을 휙 뒤집으며 외쳤다!

“잘생긴 형?!”

한 손에 롱소드를 쥔 채 다른 한 손은 악어의 등에 뚫린 구멍에 박아넣은 청년의 전신이 드러났다.

찢어지고 잘려 나가 엉망이 된 옷과 나뭇잎, 토사, 진흙이 엉겨 붙어 엉망이 된 몸과 머리카락, 그리고 얼굴!

특급 헌터는 메고 있던 배낭에서 물병을 꺼내 촤아아- 얼굴에 붓고 쓱쓱쓱- 수건으로 닦았다.

그리고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청년의 얼굴을 살피고 또 살피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닌데? 별로 안 잘생겼는데…… 알바가 더 잘생겼는데??”

콰르르릉-

이 순간 거칠어진 중랑천에 용트림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 맞다고? 이 형이 잘생긴 형이라고?! 아니라니까! 알바가 더 잘생겼다니까!!”

“잘생긴 형? 이 청년 강태공 꼬맹이, 네가 아는 사람…… 어, 뭐야? 뭐가 이렇게 잘생겼어?!”

깜짝 놀란 외침에 악어에 꽂혔던 시선이 청년의 얼굴에 꽂히고 곧 탄성이 쏟아졌다.

“누가 잘생겼다고?”

“방금 건져 낸 청년 말하나 본데?”

“와! 뭐야 영화배우야?!”

“그러게 진짜 잘생겼잖아!”

“헌터인 줄 알았는데 연예인인 건가?”

……

정신없이 쏟아지는 감탄과 탄성!

특급 헌터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주위 형·누나들을 돌아보다 하늘을 봤다.

“잘생긴 거야?”

하늘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감탄과 탄성은 점점 더 커졌다.

특급 헌터는 곧 납득하고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잘생긴 거 맞구나. 맞아. 내가 아는 형이야! 아침부터 악어랑 잘생긴 형 기다렸어!”

한국에 가면 어떻게든 돌멩이와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이세기의 생각은 맞았다.

대한민국에 도착한 지 7시간.

염동 광장, 종로 일대, 북한산 호수, 우이천, 중랑천까지!

정신없이 도망치고 힘과 내력을 쥐어짜서 노를 젓고, 등급외 각성 동물과 격전을 펼쳤다!

이세기는 정신줄을 놓은 채 시작해 정신줄을 놓은 채 끝난 난장판의 결과 만신창이가 되고 친우에게 줄 선물이 담긴 배낭마저 잃어버렸다.

하지만 하늘의 저울은 공평한 법!

이세기는 돌멩이, 천문석의 거실 한쪽에 사는 특급 헌터와 만났다.

[이세기 – 특급 헌터 – 돌멩이, 천문석]

이제 한 다리만 건너면 이세기는 오랜 친우와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마지막 한 다리는 특급 헌터였다.

“맞아! 내가 아주 잘 아는 형이야! 하늘님이 이어 준 인연이거든!”

특급 헌터는 당당히 고개를 끄덕이고 한달음에 리어카로 달려가며 외쳤다.

“검사 할아버지 특급 쌩쌩이, 리어카 끌고 올게!”

“하늘님이 이어 준 인연? 친형?!”

“지금 친형을 낚시로 건져낸 거야?!”

“와-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어?!”

……

낚시꾼들의 감탄과 경이로운 시선이 기절한 잘생긴 청년과 달려가는 강태공 꼬맹이를 오갔다.

그리고 특급 헌터가 끌고 온 리어카에 기절한 이세기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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