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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286화 (1,28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86화>

빠아아아악-

단단한 목탁 깨지는 소리가 호수에 울려 퍼지고.

히이이잇잇잌-

용용이는 고통스러운 울음소리와 함께 찻, 찻, 차찻찻- 수면 위에서 물수제비처럼 데굴데굴 굴렀다.

“어, 어! 쟤 뭐야? 새끼 돌고래?! 각성 동물?! 야, 새끼 돌고래를 머리를 때리면 어떡해?! 저거 머리 깨진 거 아냐?!”

당황한 엠마는 반사적으로 노를 저어 새끼 돌고래에게 향하려 했다.

그러나 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야, 손 놔! 방금 소리 심상치 않았어! 머리뼈 깨진……!”

엠마는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말을 삼켰다.

횡단보도에서 처음 만난 이후 언제나 담담하던 사칭범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섬광이 번뜩이는 눈!

단단히 노를 움켜쥔 손!

노를 타고 전해지는 빠른 맥박!

수백 명의 각성자들에게 쫓기면서 담대하던 사칭범이 긴장하고 있다.

고통스럽게 수면 위를 데굴데굴 구르는 새끼 돌고래 때문에!

‘저 새끼 돌고래에게 무언가 있다!’

엠마는 직감하는 순간 마른침을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 새끼 돌고래 뭐냐?”

“돌고래 아냐.”

“뭐? 분명 돌고래…….”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는 순간 깨달았다.

그렇다! 돌고래일 수가 없다.

여기는 바다가 아닌 한강과 이어진 북한산 수원, 민물이니까.

그리고 아무리 새끼 돌고래라 해도 강북의 모든 하천을 잇는 수원, 이곳 북한산 호수에 나타날 수 있을 리 없다!

자신이 몇 번이나 말한 사실!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장소에는 해양 몬스터의 침입을 막기 위한 헌터 부대 초소가 있다.

미확인 개체가 하천에 깔린 마력 스캐너를 무단으로 통과하는 순간 개틀링건이 분당 3,600발의 마탄을 쏟아붓는다!

청계천 초소를 아무 제지 없이,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통과할 수 있는 각성 동물은 하나뿐이다.

겉모습, 생태, 종!

정부에서 모든 것을 비밀로 묶어 놓았지만.

한국 사람, 아니 세계 모든 사람이 이름과 능력을 아는 등급외 각성 동물!

“설마. 저 돌고래? 네가 방금 노로 머리 때린 저 새끼 돌고래가! 그, 그, 그……?!”

엠마가 경악으로 말을 잇지 못할 때.

이세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침착하게 진실을 밝혔다.

“맞아. 쟤 용용이다.”

“……!”

엠마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통스럽게 수면 위를 구르지만, 분명히 보인다.

1미터도 안 되는 작은 몸집!

동굴동글한 머리와 웃는 듯한 입가!

‘용용이 정체가 하얀 돌고래였다고?!’

진실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도 잠시.

거대한 충격이 쓰나미처럼 정신을 후려쳤다!

방금 용용이 머리를 내려쳤다!

같은 카약을 타고 있는 사칭범이!

목탁을 산산조각 내듯 전력을 다해서!

빠아악-

빠아아악-

빠아아아악-

……

머릿속에서 타격음이 끝없이 울려 퍼지는 순간.

엠마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 같은 고함을 질렀다.

“야, 이 개……! 으브브븝!!”

이세기는 잽싸게 손을 뻗어 입을 막고 잔뜩 억누른 목소리로 말했다.

“쉿! 이목 끌면 안 돼. 걱정 마라. 내 친구 돌멩이라면 어떤 계획을 세웠을지 이미 생각해 뒀다!”

엠마는 분노를 담아 외쳤다.

“브븝? 아압?! 으아바밬……?!”

‘돌멩이? 계획?! 그 계획대로 청계천 거슬러 올라와서 용용이 머리를 깨트렸는데 아직도 계획?!’

이세기는 빠르게 설명을 이었다.

“보이지? 용용이 다행히 정신없이 구르면서 멀어지고 있다. 정신 차리기 전에 선착장으로 노 저어 가서 북한산으로 튀면 된다. 아무리 용용이라도 산으로 튀면 못 쫓아 올 거다. 풀어 주면 바로 노 젓는 거다. 알았지?”

“……!”

이세기는 입을 막은 손을 풀고 소리 없이 노를 젓기 시작했다.

엠마는 노를 저으며 먼 호수에서 데굴데굴 구르는 용용이를 살폈다.

어느새 비명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다.

하지만 물수제비 뜨듯 호수 위를 데굴데굴 구르는 새하얀 고래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엠마는 깊게 심호흡해 정신줄을 잡고 이성적으로 생각했다.

몬스터와 각성 동물의 결정적 차이!

마수와 몬스터는 게이트 안정화 권역 안에서 힘이 억제된다.

하지만 각성 동물은 게이트 안정화 권역 안에서 오히려 각성력이 증폭된다.

사람에게 본능적인 증오를 가진 마수와 몬스터와 달리 각성 동물은 인간에게 본능적인 호감을 가지고 있다!

‘어, 잠깐? 그렇지! 용용이 각성 동물이지!’

번쩍 한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엠마는 용용이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빠르게 말을 쏟아 냈다.

“야, 용용이 각성 동물이야.”

“사람에게 본능적인 호감을 가지고 인간 이상으로 머리 좋아.”

“미 항모 전대처럼 노리고 연속으로 도발한 거면 모를까.”

“사고로 머리 한 대 때린 거 정도로 분노 안 해.”

“차라리 사과하는 게 낫다. 이대로 도망치다가 오해할 수도 있어!”

‘혹시라도 그 과정에서 친해질 수 있다면……?!’

엠마의 두 눈이 번뜩였다.

용용이는 전 세계에 나타난 수많은 등급외 각성 동물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재앙급 마수, 거대 괴수 한두 마리가 아닌 만, 십만 단위의 웨이브를 갈가리 찢어발기고!

미국 서부 해안으로 유인하기 위해 실수인 척 액티브 소나를 날리고, 폭뢰를 떨어뜨렸던 10만 톤급 니미츠급 항공모함을 반으로 뚝 부러뜨려 제주도에 떨어뜨렸다!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와 달리 해양 마수와 몬스터를 걱정하지 않고 게이트 전쟁 전과 같이 어업과 해운을 이용할 수 있는 건 전적으로 용용이의 힘 덕분이다!

용용이는 어지간한 레이드 팀, 군대도 불가능한 위업을 수없이 이뤄냈다!

그런 용용이와 친해질 수만 있다면?!

지금까지는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당연하다. 용용이의 정체조차 몰랐으니까!

하지만 자신은 정체를 알고 있다.

그리고 용용이는 조금만 노를 저어 가면 손이 닿는 곳에 있다.

게다가 용용이 머리통에 노를 내려친 건 자신이 아닌 사칭범이다!

자신이 사칭범을 사과시킨다면?

머리가 좋은 용용이는 자신에게 고마워하고 친해지게 된다면?!

더는 카르텔의 암살자를 걱정할 필요 없다!

아니 오히려 용용이와 함께 돌아가 카르텔을 박살 낼 수 있다!

카르텔은 마탄 한 발 쏠 수 없다!

용용이가 분노하는 순간 거대한 해일이 모든 것을!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바스러트릴 테니까!

“……!!”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듯한 희열이 끓어 올랐다.

이럴 때가 아니다!

어느새 용용이와의 거리가 확 벌어진 상황!

지금 당장 배를 돌려 관계 개선, 친분을 쌓아야 한다!

“야, 멈춰! 돌아가서 얼른 사과하고, 사과 선물로 뭐 좀 갖다 주자. 돌고래는 뭐를 줘야 좋아하지? 애완동물 가게 같은 게…… 아, 그렇지! 여기 북한산이지! 뽀미! 저기 선착장 헌터 상점에 분명 뽀미 공물용 간식 있을 거야! 용용이 그냥 돌아갈지도 모르니까! 얼른 돌아가서 용용이한테 사과부터 박고! 상점가서 공물 사다가 바치자! 어차피 실수로 한 대 친 거잖아? 용용이라면 통 크게 용서해 줄 거다! 우리 대박 터진 거야! 와 이 새끼 재앙 덩어린 줄 알았는데! 복덩어리잖아?! 하하하-.”

엠마는 가슴속에 차오르는 희열에 정신없이 말을 쏟아 냈다.

“…….”

그러나 사칭범은 묵묵부답 노를 저을 뿐 대답이 없었다.

“야, 왜 말이 없어? 빨리 돌아가자니까! 걱정할 거 없어! 용용이 머리가 노 한방에 깨질 리도 없어! 그리고 각성 동물 머리 엄청 좋아! 실수로 한 번 맞았다고 분노하고 그러지 않아! 그리고…….”

길게 설득하는데 툭 대답이 돌아왔다.

“……한 번이 아냐.”

“뭐라고……?”

“용용이 때린 거 한 번이 아니라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이 순간 불현듯 떠올랐다.

‘사칭범은 용용이를 알아봤다!’

정부에서 모든 정보를 꽁꽁 감춰 누구도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용용이를 보는 순간 한 번에 알아봤다!

‘어떻게?’

‘이번이 처음 만난 게 아니니까!’

방금 자신이 했던 말!

‘각성 동물 머리 엄청 좋아! 실수로 한 번 맞았다고 분노하고 그러지 않아!’

‘실수’가 아니라면?!

엠마의 머릿속에서 흩어져 있던 모든 단서가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진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진실이!!

“너, 너, 너 설마……?!!”

진실의 무게에 차마 입을 뗄 수 없을 때.

이세기는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

“맞아. 전에도 용용이 공격…….”

“노! 이번처럼 노로 때린 거야?! 그렇다면 괜찮…….”

“기습 공격으로 수백 미터 땅바닥에 떨어뜨렸어. 밤이고, 마스크하고 있었지만 가까이서 보면 알아볼 거다. 아직 회복하지 못한 지금 당장 튀어야 한다.”

“……!!”

엠마는 순간적으로 말문이 컥- 막혔다.

가슴이 쪼그라들고 등골을 타고 냉기가 올라왔다!

감전이라도 된 듯 전신이 저릿저릿하고 당장이라도 정신줄이 뚝 끊어질 듯 정신이 아득해졌다!!

마음속에서 비명 같은 외침이 울려 퍼졌다.

‘이거 진짜 제대로 미친놈이잖아! 뭐?! 용용이를 수백 미터 땅바닥에 처박았다고?!’

용용이는 재앙급 마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지형마저 바꿔 버리는 각성력!

서해에 세워진 거대한 바닷물 장벽!

만, 십만 단위 해양 마수를 장난처럼 으깨 버리는 엄청난 힘!

수백 미터 해일에 담긴 압도적인 물리력은 그 자체로 항거할 수 없는 재앙이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

이 새끼가 천문석 부사장보다는 낫다고?

눈앞의 사칭범 이 녀석은 천문석 부사장을 뛰어넘는 재앙과 불운 그 자체였다!

“미친놈아 용용이를 왜 건드려? 용용이 항공모함 반으로 부러트린 거 몰라?!”

“그때는 내 친구가 얽혀서 어쩔 수 없었어. 아직 용용이 정신 못 차렸으니까. 얼른 노 저어서 산으로 튀자.”

“……!”

냉정을 잃지 않은 목소리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멀리 호수 수면에서 물수제비처럼 찻, 찻, 차찻- 데굴데굴 구르는 용용이가 보였다.

아직 고통에서 회복하지 못했다!

사칭범 말이 맞다!

용용이가 정신을 차리고 사칭범 녀석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 모든게 끝장이다!

지금 당장 해야 할 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바다의 재앙에서 지금 당장 도망치는 거다!

엠마는 힘차게 노를 호수에 박아 넣었다.

깡-

그리고 노에서 올라오는, 생각지 못한 충격에 소스라치게 놀라 고개를 돌렸다.

노와 충돌한 건 카약에 머리를 박은 1.5미터 남짓한 크기의…….

“악어? 악어가 왜 여기서……?”

이 순간 악어 옆에서 포그르르- 물방울과 함께 불쑥 튀어나왔다.

동글동글한 머리와 착해 보이는 까만 눈.

50cm 남짓 아주 작은 고래가 가슴지느러미로 카약에 머리를 박은 악어를 가리켰다.

구으, 구으으-

뿔피리 소리를 닮은 부드러운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어째선지 뜻을 알 수 있었다.

“이 악어 밀어 달라고?”

구으, 으으읏-!

고개를 끄덕이는 작은 고래.

엠마는 카약에 걸린 악어를 노로 밀어냈다.

휙, 휙휙-

작은 고래는 악어를 올라타 짧은 가슴지느러미를 손처럼 흔들었다.

“어, 그래 잘…… 어! 잠깐 악어잖아! 야, 위험해! 당장 피해!”

엠마가 다급히 외치는 순간 고개를 돌린 하늘 고래, 퐁퐁이.

퐁퐁이는 시선이 마주쳤다.

친절한 인간 앞 다급히 고개를 돌리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사람과.

…… -??

‘누구지? 전에 본 거 같은데??’

퐁퐁이가 곰곰이 생각할 때.

엠마는 다급히 외치며 노를 움직였다.

“야 배 돌려! 저 고래 악어 위에 있잖아! 위험해!”

“야, 하지 마, 그러면 안 돼!”

이세기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퐁퐁이의 머릿속에서 번쩍 섬광이 터지고 가물가물하던 기억이 선명해졌다.

친구랑 커다란 악어를 타고 놀러 갔을 때!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공격했던 인간!!

…… -!!

퐁퐁이의 착해 보이는 검은 눈이 찰나의 순간 안 착해 보이는 검은 눈으로 변했다!

’알아봤다!’

이세기는 반사적으로 십자검을 뽑아 검기를 날렸다.

콰아아아앙-

검기가 호수를 때리고 광풍과 호숫물이 퐁퐁이와 악어를 집어삼켜 날려 버렸다.

하지만 늦었다!

구으, 구으으읏-!!

퐁퐁이의 울음소리가 이미 호수에 울려 퍼졌다.

…… -?!!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정통으로 머리를 맞고 고통에 데굴데굴 구르던 용용이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물과 바람에 삼켜지는 친구의 다급한 외침!

구으, 구으으읏-!!

‘놀러 갔을 때 공격했던 인간!!’

…… -!!

분노가 고통을 집어삼키고 먹구름이 몰려오고 강풍이 휘몰아쳤다.

콰아아아앙-

푸른 벼락이 깜깜한 하늘을 반으로 가르는 순간.

휘오오오오오-

용용이의 상징과도 같은 용오름이 하늘과 호수를 하나로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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