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84화>
난장판이 된 염동 광장 도로 위에 장갑 SUV 3대가 멈춰 있었다.
주호는 멈춰 선 장갑 SUV 좌석에 앉아 창밖을 보다 실소를 흘렸다.
광장, 도로, 인도, 골목 할 것 없이 난장판이 되고 우왕좌왕 정신없이 달리는 헌터들로 가득했다.
너무나 익숙한 광경!
금권 대협 그 녀석이 깽판을 쳤을 때와 똑같다.
“어떤 놈인지 대형 사고를…….”
고개를 젓는 순간 문득 보이는 재금 빌딩!
금권 그 녀석을 만나기 위해 찔렀던 오리온 길드가 있는 성채 빌딩이 눈앞에 있다!
‘설마 이 난장판?!’
주호는 소스라치게 놀라 확인했다.
“재금 빌딩은? 혹시 금권 나타났나?!”
오리온 길드가 있는 재금 빌딩에는 이미 감시를 붙여 둔 상태.
조수석의 비서는 주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깨달았다.
“재금 빌딩에 금권 대협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혹시 모르니 염동 광장 난장판으로 만든 각성자에게 꼬리를 붙일까요?”
평소라면 몰라도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마침내 금권 대협을 만나 남중국에 절친 천검 이세기가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약속했다.
48시간 안에 천검과 통화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사실 48시간도 필요 없었다.
천검의 심복, 장웨이 사령관을 통해 금권 대협의 소식을 전하는 즉시 통화가 가능했으니까.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장웨이 사령관과 연락이 안 되는 것!
주호는 잠시 고심하다 고개를 저었다.
“됐다. 천검과의 연락이 최우선이다. 장웨이 사령관은 아직도 연결이 안 되나?”
“네! 오늘 새벽부터 모든 인맥을 다 동원했지만, 통화 연결조차 안 되고 있습니다. 최림을 통해 선거 참모와는 연락이 닿았는데, 선거 유세로 정신없이 바쁘다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해결 방법은?”
비서는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후원금과 함께 메모를 전하는 게 어떨까요? 직접 통화는 안 돼도 후원금과 함께 라면 메모 전달은 가능하단 뜻을 은연중에 비쳤습니다. 누군가 방해하는 것처럼 연락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절대 안 될 말! 이 건은 반드시 천검에게 직접 보고해야 한다.
“하- 선거 유세?”
주호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현재 남중국에서 천검에 대한 지지는 절대적이다.
천검을 수장으로 하는 천검당, 천검의 심복인 장웨이 사령관의 연방 상임 위원 당선은 확실하다.
선거 유세에 정신없다는 건 핑곗거리!
장웨이 사령관의 의도가 빤히 보였다.
이제 곧 천검이 만든 새로운 질서, 남중국 연방이 시작된다.
새로운 질서 천명이 세워지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숙청!
나무가 가지를 쭉쭉 뻗기 위해서는 가지치기가 필수이듯, 천검의 의지와 상관없이 숙청은 필연적이다.
장웨이 사령관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거리를 두고 있다.
원래라면 어떻게든 선을 유지하기 위해 당장 남중국으로 돌아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을 거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상황은 곧 반전된다.
자신을 피하던 장웨이 사령관과 군벌 수장들은 오히려 자신에게 선을 대려 모든 것을 다하리라.
남중국 연방 상임 위원은 비교도 되지 않는 절대 권력자!
연방 총통 천검 이세기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인맥을 손에 넣었으니까!
금권 대협 천문석.
주호는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희열을 삼키며 명령했다.
“숙일 필요 없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장웨이 사령관이 안 되면 다른 군벌 수장을 뚫으면 된다.”
금권에겐 약속한 48시간 중 12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급박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다.
어렵게 연결될수록 자신의 노력은 빛나고, 남중국의 절대 권력자, 천검 이세기가 어디로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모든 것은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다!’
주호는 장갑 SUV 시트에 편안하게 등을 기대며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러나 주호는 모르고 있었다.
장웨이 사령관이 진짜로 선거에 목숨을 걸었고.
삼합회는 철검장을 집어삼키려 모든 인맥과 힘을 모으고 있었다.
철검장, 주호의 모든 것이 담긴 조직은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이었다.
주호는 이 모든 것을 짐작도 하지 못한 채 느긋했다.
당연했다.
주호의 모든 계획과 판단은 남중국의 절대 권력자 ‘천검 이세기’란 절대 무너지지 않는 토대 위에 세워졌으니까!
‘천검 이세기가 황제 이상의 권력, 이미 확정된 연방 총통 자리를 버리고 사라지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위기는 없다!’
주호는 자신과 철검장의 미래를 확신했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상상 이상!
천검 이세기는 이미 모든 것을 버리고 남중국을 떠나, 주호가 탄 장갑 SUV에서 100미터도 안 되는 골목을 달리고 있었다.
“도로가 열리고 있습니다.”
꽉 막힌 도로가 열리고 장갑 SUV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아아앙-
주호는 천검 이세기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 * *
“그러니까 그 부사장이란 사람이 ‘계획’이 있다고 말할 때마다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된다는 말이지?”
자칭 천문석, 사칭범은 마치 친구처럼 여상한 말투와 표정으로 물었다.
“그 말 하지 말라고 몇 번을……!”
엠마는 버럭 대답하다 굳어 버렸다.
좁은 골목길!
수십 명의 각성 헌터들이 불쑥 튀어나왔다!
“야, 앞! 앞에 헌터……!”
그러나 이미 늦었다!
“으아아아악-!”
육체 각성자가 탱크처럼 돌진하고!
타탓, 타타타탓-
오러 각성자가 표상 오러가 넘실거리는 몸으로 벽을 밟고 달려왔다!
최소 상급 각성자!
엠마는 반사적으로 활을 빼 들고 각성력을 모으며 외쳤다.
“10초만 버……!”
말이 끝나기도 전에 휙 사칭범의 손이 뿌려졌다.
검집에서 빼지도 못한 채 다급히 휘두른 롱소드!
“늦었다! 단숨에 허리를 접어 주마!”
육체 각성자의 몸이 땅을 박차고 탄환처럼 쏘아지고.
“잡았다! 쥐새끼 같은 놈!”
오러 각성자의 표상 오러가 타오르는 주먹이 수직으로 떨어졌다.
휘이이이-
이 순간 롱소드 검집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허공을 갈랐다.
‘어디에 검을 휘두르는 거야!’
다급히 활을 겨누는 순간 두 번의 폭음이 들렸다.
육체 각성자는 돌부리에 걸린 듯 앞으로 나자빠져 데굴데굴 굴러가고.
오러 각성자의 오러가 넘실거리는 주먹은 엉뚱한 벽을 뚫고 꽂혔다.
“이 새끼 무슨 잔재주를……!”
다급히 주먹을 뽑으려는 순간 탁- 검집이 오러 각성자의 머리를 때렸다.
넘실거리던 표상 오러는 그대로 검집으로 빨려 들어가 오러 각성자는 픽- 정신줄을 놓았다.
상급 각성자 둘이 무력화되는 데 걸린 시간은 찰나!
뒤이어 수십 명의 헌터들이 눈사태가 쏟아지듯 쇄도했다.
사칭범은 검집을 흔들며 전진했다.
휘이, 휘이-
앞세운 검집은 갈대처럼 힘없이 흔들리고.
탓, 탓, 탓-
가벼운 발걸음과 몸에선 한점의 무게도 느껴지지 않는다.
각성 헌터는커녕, 5살 꼬맹이에게도 위협적이지 않을 공격!
눈사태처럼 밀려오는 각성 헌터에게 단숨에 삼켜지고 끝장나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싸움이 펼쳐졌다.
돌부리에 걸린 듯 나자빠지고, 발이 얽히고, 공격 동선이 부딪쳐 서로를 공격한다.
베테랑 헌터라고는 믿기지 않는 동네 양아치보다 못한 움직임!
갈대처럼 천천히 흔들리는, 뽑지도 않은 롱소드 검집에 베테랑 각성 헌터들이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
상식을 파괴하는 싸움!
“……!”
엠마는 이 모습에서 강렬한 기시감을 느꼈다.
천문석 부사장이 이세기란 가명으로 난장판을 만들었을 때와 닮았다!
“이 새끼 뭐야?!”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사칭범의 몸이 빙글 돌아가고 검집이 날아왔다.
휘이, 휘이이-
자신의 목을 향해서!
‘미친!’
엠마는 반사적으로 피하려는 순간 깨달았다.
이 느린 검집에 베테랑 헌터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유를!
속도는 상대적인 것!
느릿느릿 천천히 다가오는 검집보다 자신이 더 느렸다!
자석에 끌리는 쇳덩이처럼 각성력이 검집으로 끌려갔다!
‘피할 수 없다!’
직감하는 순간 검집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통렬한 타격음이 터져 나왔다.
까아아앙-
등 뒤에서!
“뒤! 기습이다!”
“……!”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자 검집에 머리를 맞고 쓰러지는 헌터와 기척을 죽이고 다가오던 십여 명의 헌터들이 보였다!
“활잡이가 구멍이다!”
“달려! 부하를 인질로 잡는다!”
“새끼들아! 누가 구멍이야? 부하?! 나 이 녀석 오늘 처음 보는 거라고!”
엠마는 분노한 외침과 함께 쓰러지는 헌터를 발로 밀어 차 거리를 벌리고, 각성력을 담아 빈 활을 연속으로 튕겼다.
팡, 팡, 파아앙-
소용돌이치는 바람의 탄환, 볼텍스는 몸 근처에도 가지 않고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지금이다!”
“밀어붙여!”
“근처에도 안 왔다!”
헌터들이 돌진하는 순간 하늘로 날아간 볼텍스가 뚝- 헌터들의 머리 위로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다.
다급히 몸을 날리고 무기를 들어, 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당했다!’
‘당했다!’
그러나 예상했던 충격이 아니라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고통이 느껴졌다.
콰드드드득-
머리채를 낚아채 흔들 듯 소용돌이치는 볼텍스에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으아악- 안 돼! 내 머리카락!”
“미친! 차라리 머리통을 때려!”
“빨리! 얼른! 떼줘!”
……
헌터들이 단숨에 무력화되어 바닥을 구를 때 외침이 들려왔다.
“정리 끝났다! 골목 뺑뺑이 돌아 꼬리 끊고 빠져나간다!”
엠마는 잽싸게 몸을 돌려 사칭범 뒤로 붙었다.
앞뒤로 밀려오던 헌터들은 지리멸렬!
사칭범은 검집을 흔들며 복잡하게 이어진 골목길과 갈림길을 주저하지 않고 걸어갔다.
분명 그냥 걷고 있는데 마치 무빙워크 위를 걷는 것처럼 쭉쭉 나아가는 몸!
어느새 따라붙었던 헌터들은 모두 사라지고, 복잡하게 이어진 골목 끝 탁 트인 대로가 보였다.
‘꼬리는 끊었다!’
‘다음에 할 일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이심전심!
반사적으로 검집과 활을 숨기고 잽싸게 재킷과 모자를 벗고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여유로운 표정과 발걸음으로 성큼, 대로로 나섰다.
“어디 있는 거야?!”
“교보문고 뒷골목에 나타났다!”
“가자! 이 새끼들 우리가 반드시 잡는다!”
하나같이 빡친 헌터, 경찰, 기동대원들이 우르르 달려갔다.
바로 옆에서 걷는 이세기와 엠마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당연한 결과였다.
굉천수가 터지고 염동 광장과 일대가 난장판이 된 지 고작 30분 남짓 지났을 뿐, 몽타주는커녕 인상착의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꼬리를 끊고 무기를 숨긴 것만으로도 주위에 있는 헌터들 사이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다!
이세기는 남쪽으로 천천히 걸으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임시방편일 뿐 이런 허술한 위장으로 빠져나갈 수는 없다.
경찰과 진압복을 입은 기동대원들은 싸움이 일어났던 골목이 아닌 외곽으로 달리고 있었다.
뒤를 쫓는 게 아니라 지역 전체를 봉쇄할 생각이다.
이런 허술한 위장으로는 포위망을 뚫을 수 없다!
‘돌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번쩍 뇌리를 스치는 기억!
이세기는 배낭에 꽂아둔 관광 지도를 펼쳤다.
관광 지도에는 광화문 게이트 지역을 중심으로 종로 일대의 관광지가 그려져 있었다.
‘돌멩이 녀석이라면?!’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지도 위 지명이 눈에 박혀 들고!.
‘염동 광장, 광화문역, 청계광장, 북한산 국립공원!’
머릿속에선 돌멩이 녀석의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한테 완벽한 탈출 계획이 있다!’
상상만으로도 헛웃음이 터지는 말도 안 되는 계획이다.
그렇기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의표를 찌르는 돌멩이 녀석다운 계획이었다!
이세기는 친우처럼 확신을 담아 말했다.
“나한테 완벽한 탈출 계획이 있다.”
“…….”
미친놈 보는 듯한 시선이 돌아왔다.
* * *
‘이 새끼. 진짜 천문석 부사장 친형제 아냐?!’
완벽한 계획?!
경찰, 기동대, 각성 헌터가 가득한 염동 광장에서 섬광탄 기술을 터트려 이 난장판을 만들어 놓고 인제 와서 완벽한 계획이라고?!
‘야, 이……!’
엠마는 당장이라도 터지려는 분노를 꾹꾹 눌러 삼키며 잔뜩 억누른 목소리로 말했다.
“경찰들, 이 지역 전체 봉쇄할 생각이야. 아니, 봉쇄가 문제가 아니라 이 정도로 난장판 만들면 국가 헌병대 언제 출동할지 몰라. 너 계획…….”
“완벽한 계획.”
“하- 그래 그놈의 빌어먹을 완벽한 계획. 빨리 말해 봐!”
이세기는 입을 열었다.
“그런데 국가 헌병대가 뭐냐?”
‘야, 이 미친 새끼야!’
엠마는 하마터면 고함을 지르며 주먹을 날릴뻔했다.
마탄, 각성자 범죄가 일어나면 이세계 끝까지 쫓아가는 국가 헌병대!
범죄자 색출이 아닌 던전 광산에서 일할 ‘노비’ 확보가 목적이라는 비아냥을 담아 ‘추노꾼’이라고 부르는.
국가 헌병대에 잡히면 아무리 사소한 범죄라도 무조건 던전 광산 노역형이다!
게다가 종로 일대는 국가 헌병대의 ‘미친 치와와’의 관할 구역!
‘미친 치와와’에게 잡힌다면 악명 높은 하수구 던전 노역형일 확률 99%!
상상만으로도 지독한 악취가 훅 올라왔다!
‘미친! 국가 헌병대도 모르고 이런 난장판을 만들었다고?! 그런데 뭐? 완벽한 계획?! 이 새끼 이거 진짜 미친놈 아냐!!’
당장 이 사칭범의 명치를 존나 쎄게 때리고 혼자 튀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발을 너무 깊이 담갔다!
이제 자신 혼자 도망치는 건 의미가 없다.
이 사칭범 녀석이 국가 헌병대에 잡히고 사이코메트리 수사관이 붙는 순간, 자신 또한 공범으로 악명 높은 하수구 던전 노역장에 끌려갈 테니까!
‘시바, 시바시바! 그냥 사장님 따라서 제주도로 휴가 가는 건데!’
엠마는 마음속으로 분노를 삼키며 입을 열었다.
“국가 헌병대라고 미친놈들 있어. 그보다 그 계획 말해 봐. 어떻게 빠져나갈 거야? 여기는 널널해도 외곽 포위망은 이미 완성됐을 거야. 그리고 곧 조여 들어올 거다.”
이때 이세기가 기다리던 소리가 들렸다.
콰아아아아-
도심 한복판에 어울리지 않는 세찬 물소리!
이세기는 물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가리켰다.
“저기서 배를 타고 뚫을 거다.”
“배? 갑자기 무슨…… 설마?!”
문득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이름, 청계 광장!
“청계천에서 배 타고 한강으로 튄다고?! 야, 청계천이랑 한강, 아니 중랑천 만나는 곳에 완전 무장한 헌터 부대가 지키는 경비초소 있어! 그 초소, 용용이 말고는 아무도 통과 못 해!”
이세기는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맞아. 불가능하지. 하지만 내 친구 돌멩이라면 가능하다.”
“돌멩이? 갑자기 뭔 헛소리야?! 너 미…….”
미쳤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다.
미친 게 아니라면 광화문 게이트 바로 앞 염동 광장에서 그 난장판을 만들지도 않았을 테니까!
“우선 가자. 내 친구 돌멩이식 해결 방법 가서 말해 줄게.”
이세기는 청계광장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 * *
콰아아아아아아-
청계 광장 난간 아래, 지하 수로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물!
청계천은 더 이상 인공 하천이 아니었다.
최초의 게이트가 열리고 북한산에서 수원이 터지면서 서울 강북의 모든 하천이 하나로 이어졌다.
청계천도 마찬가지!
북한산에서 쏟아진 엄청난 물은 지하 수로를 통과해 청계천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갔다.
촤아아아-
청계천 강물 위에 관광객이 탄 보트가 띄워지는 순간 급류를 타고 래프팅하듯 빠르게 멀어지는 게 보였다.
“이제 말해 봐. 저 보트로 어떻게 빠져나간다는 말인데? 아까 말했지만, 중랑천 합류 지점 헌터 부대 초소에서 반드시 잡혀. 걔네들은 2번 경고 안 해. 뭔가 이상하면 개틀링 마탄부터 갈긴다.”
“아니. 우리는 안 잡혀.”
이세기는 청계 광장 난간 아래를 가리켰다.
“하류가 아니라 상류. 한강이 아니라 북한산으로 거슬러 올라갈 거거든.”
“…….”
콰아아아아아-
엠마는 지하 수로에서 쏟아지는 급류를 가리켰다.
“저 급류를 거슬러 오른다고?”
“그렇지.”
“뭐로?”
“저기 배로?”
“래프팅하는 배에는 모터 없는데?”
“노 있잖아?”
“그러니까 네 말은 우리 둘이 노를 저어서 북한산까지 지하 수로를 거슬러 올라가자고?”
“맞아.”
사칭범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엠마는 깨달았다.
깽판, 불운, 난장판, 재앙, 사건·사고 분야의 최고 전문가, 천문석 부사장 못지않은 미친놈과 엮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