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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275화 (1,27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75화>

주호가 오리온 길드에 나타나 천문석을 찾았다.

‘어떻게?!’

의문을 품는 순간 번쩍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었다.

NTM_CHS

헌터 나라 아이디.

최후식 이사가 보안 스마트폰으로 연락한 이유!

광화문, 푸저우시, 남일도로 이어지는 모든 난장판의 시작이 바로 NTM_CHS 아이디로 대환단을 헌터 나라에 올린 거다.

‘이 아이디를 해킹해 최후식 이사를 찾았다!’

하지만 최후식 이사의 아이디, NTM_CHS와 연결된 건 이세기다.

NTM_CHS와 천문석을 연결할 선은 없다.

광화문, 푸저우시, 남일도 모든 난장판에서 ‘이세기’라고 밝혔으니까!

‘주호가 어떻게 NTM_CHS와 천문석이 연결됐다는 걸 알아낸 거지?!’

빠르게 기억을 되짚는 순간 까맣게 잊고 있던 이름이 뇌리를 스쳤다.

왕체, 최림!

강릉 이상 던전 사건 때 얽혔던 마혁진과 함께 남중국으로 튄 철검장 헌터들!

왕체, 최림은 자신을 이세기로 알고 있다.

하지만 강릉역, 계단산, 적염성, 수상 전투, 열사의 사막, 부산 해운대까지 수없이 굴렀다.

자신과 함께!

왕체, 최림은 남중국 철검장으로 돌아갔을 때 철검장 장주, 주호에게 왜 거지꼴로 돌아왔는지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

많이도 필요 없다.

이세기란 이름.

시력과 청각을 날려 버리는 굉천수!

이세기와 굉천수의 묘사를 듣는 순간 주호의 머리에 떠오를 이름은 하나뿐이다.

금권 대협 천문석, 바로 자신!

[NTM_CHS – 굉천수 - 천문석]

굉천수가 연결고리였다.

그리고 오리온 길드 최후식 이사가 드러난 이상 김철수 사무실이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다.

결자해지.

자신이 처리해야 한다.

주호와 싸운다면?!

남일도에선 주호가 지친 상태일 때 기습 공격해서 제대로 수준과 경지를 알지 못한다.

주호가 초절정 초입이라면 정면으로 싸워도 9할 이상 자신의 승리.

문제는 주호 뒤에 버티고 있는 군벌 수장과 남중국의 천검이다!

꼬맹이끼리 주먹다짐을 시작하기도 전에 중학생 형과 분노한 엄마가 뒤에 서 있는 격!

주호를 쥐어패서 이겨 봐야 군벌 수장과 천검의 권력에 압살당할 뿐이다!

‘시바, 시바시바! 이걸 어떻게 하지?!’

파파팟-

머릿속에서 수많은 방법이 떠올랐다.

-염동 광장에서 깃발 꽂을까?

-그냥 얼굴에 철판 깔고 쌩까는 건?!

-신 서울과 지하통로로 연결된 고블린 평원에 버리고 오면?!

-장강 유통, 태성 길드의 영향력으로 맞불을 지르면?!

……

수많은 방법이 떠오르지만 하나같이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상대는 그냥 권력자가 아니라 남중국의 왕이나 다름없는 군벌 수장, 황제나 다름없는 연방 총통 천검이다!

아무리 장강 유통, 태성 길드라도 맞상대하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민 대표와 이태성 길드장은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 거다.

그래서 부탁할 수 없다.

[丹血鐵劍]

주호가 자신만 아는 별호 4글자만을 보낸 것처럼 결자해지해야 한다.

‘시바! 더러운 인맥! 지구에서 20년이 넘게 살았는데! 넘어온 지 1년도 안 되는 주호 새끼한테 인맥에서 밀린다고?! 하늘님! 인간적으로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창문 밖 노을 지는 하늘을 향해 마음속에 차오른 울분을 터트릴 때 문득 보이는 게 있었다.

푸른 하늘에 떠 있는 천공의 섬.

재금 그룹!

천문석은 벼락 치듯 깨달았다.

주호의 뒤를 봐주는 군벌 수장, 천검에 비견되는 인맥이 자신에게도 있었다.

재금 그룹과 동격의 초거대기업.

미국의 세계 패권을 상징하는 세계 유일의 전술 등급 마도구 나이트 아머 제작사.

W. S. 인더스트리!

초거대기업 W. S. 인더스트리의 임원, 관련자 정도가 아니다.

주호처럼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뒷배 따위도 아니다.

워커 실트.

W. S. 인더스트리 그 자체, 오너가 서울에 있다.

그리고 자신은 워커 실트와 수많은 난장판에서 함께 구르며 친구가 됐다!

워커 실트가 움직이면 무력, 재력, 권력, 영향력, 앞마당! 모든 면에서 주호를 압도한다!!

“와, 어떻게 이게 이렇게 되냐?! 카캬캌-.”

천문석은 잽싸게 스마트폰을 꺼내 워커 실트에게 문자를 보내려다가 멈칫했다.

‘잠깐. 워커 실트를 끌어들이면……?’

순간 워커 실트와 엮였던 사건들이 주르륵 떠올랐다.

-1차 세기말 대한민국의 시작인 부산 던전 7층 공방 도시 마그마 폭발 사건.

-2차 세기말 대한민국의 시작인 남일도 던전 시드 분화 사건.

-열사의 사막을 달리는 기동 병참 도시 공방전.

워커 실트와 엮일 때마다 상상도 하지 못한 장대한 개고생을 했다.

주호가 장작이라면 워커 실트는 휘발유!

워커 실트와 엮이는 건 불에 휘발유를 콸콸 쏟아부어 불을 키우는 격!

지금까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상상도 하지 못할 장대한 난장판이 펼쳐질 거다!

천문석이 워커 실트의 연락처를 뚫어지게 바라볼 때 머릿속에서는 둘로 나뉜 이성이 외쳤다.

‘전능 옥좌 털어먹을 계획 세우고 있잖아? 어차피 난장판이 될 거 좀 앞당겨도 상관없잖아?’

‘그 워커 실트야! 워커 실트! 나이트 아머 격전! 기동 병참 도시 걸고 구슬치기! 남일도 던전! 그 난장판 전부 잊었냐?! 서울을 그 난장판으로 만든다고?!’

‘서울이 문제면 신 서울에서 하면 되잖아? 워커 실트는 전화 한 통이면 재밌겠다고 당장 달려올걸?!’

‘달려오는 게 문제가 아니잖아! 오면 100% 난장판 된다니까! 그냥 난장판이 아니라 어디까지 번질지 감도 안 오는 장대한 난장판!!’

‘어차피 재금 그룹 전능 옥좌 털어먹으면 장대한 난장판 된다니까 그러네! 그게 걱정이면 워커 실트랑 전능 옥좌 터는 것도 하면 안 되지!’

……

이성의 소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선택을 재촉하는 외침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한다! 안 한다!’

‘한다! 안 한다!’

“한다! 안 한다!”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천문석을 바라보던 특급 헌터와 류세연이 외쳤다.

“알바! 할까, 말까? 고민되면 해야 하는 거야!”

“당연히 아니지!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 자체가 하면 안 된다는 걸 스스로 아는 거야! 하면 안 돼!”

“세연 아니지! 봐봐! 쌍화탕 맛 요구르트가 나왔어! 그런데 안 먹어 보면? 맛있는지 맛없는지 모르잖아?! 당연히 먹어 봐야지!”

“쌍화탕 맛 요구르트는 당연히 쌍화탕 맛이지! 너 싸한 느낌 몰라?! 신석기시대 이후 인류 1만 년 역사의 경험이 축적된 빅데이터! 싸한 느낌 오면 당연히 안 하는 게 맞아!”

……

특급 헌터와 류세연이 꼬맹이처럼 티격태격 싸울 때.

천문석은 번쩍 고개를 들어 제3의 인물을 향해 외쳤다.

“경석아! 넌 어떻게 생각해?! 할까? 말까?!”

“경석 형! 당연히 해야지?! 우리 엄청 친하잖아?!”

“경석 언니! 당연히 하면 안 되지?! 우리 쇼핑같이 했던 거 기억하지?”

특급 헌터와 류세연의 뜨거운 시선이 쏟아지는 순간.

한경석은 조심스레 대답했다.

“……반반하면 안 될까?”

“뭐? 반반이 어디 있어?!”

“맞아! 이건 선택의 문제란 말이야! 언니 빨리 골라 나야! 특급 헌터야?!”

“당연히 나지! 난 경석 형한테 요플레도 줬어!”

“하, 요플레? 어제 언니랑 같이 백화점 가서 옷도 사고!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사우나도 같이 갔어! 경석 언니! 누가 언니 등 밀어 줬어?!”

“나! 나도 밀어 줄게! 퐁퐁검으로 휙휙 휘두르면 거품이 포그르르- 엄청 시원해!”

“말도 안 되는 소리! 특급 헌터 넌 절대 불가능해!”

“특급 헌터에게 불가능은 없다!”

“이건 불가능하다니까 그러네!”

……

특급 헌터와 류세연이 한경석의 양팔에 달라붙어 정신없이 말을 쏟아 낼 때.

천문석은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렇지! 반반이 있었지!’

한경석의 말대로 반반으로 리스크를 분산한다.

언제나 그렇듯 실제 상황에 들어가면 계획은 개판이 되는 법!

워커 실트라는 치트키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다!

늘 하던 대로 플랜 A, B, C…… Z를 모두 준비하면 된다!

플랜 A, 무림인의 대화.

플랜 B, 입 털기.

플랜 C, 진정성 있는 협상.

플랜 D, 깃발 꽂고 쥐어패기.

플랜 E, 신서울 지하 터널로 탈출, 고블린 평야에 버리고 오기.

플랜 R, 이세계 런. 게이트 너머로 도망치기.

플랜 Z, 얼굴에 철판 깔고 존버!

……

100% 성공하는 인디언 기우제처럼.

포기하지 않고 플랜 A부터 Z까지 먹힐 때까지 시도하면 하나는 얻어걸릴 거다!

지금까지 언제나 그래 왔듯이!

만약 모든 계획이 실패한다면?

플랜 W, 치트키, 휘발유, 워커 실트를 투입하면 된다!

된다. 이거는 반드시 먹힌다!

아침이 되기 전에 단혈철검 주호를 정리한다!

천문석은 바로 상하이 타워 홈페이지를 검색해 대표 번호를 알아냈다.

보안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어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금권 대협이다. 단혈철검 주호에게 전해라. 오늘 밤 02시 염동 광장, 염동 대협 동상 앞에서 만나자.”

*   *   *

휴가 4일 차 밤 00시 30분.

천문석은 강화 전투복에 방검 방탄복, 각반, 아대, 헌터용 안전 장갑과 안전 군화까지 완전 무장을 하고 나란히 놓인 무기를 봤다.

강철봉, 롱소드, 강화 해머.

시작은 플랜A 무림인의 대화.

그렇다면 숨기기 좋은 강화 해머다!

강화 해머를 잡으려는 순간 손이 멈칫했다.

주호는 검강을 사용하는 초절정 고수다.

이 강화 해머는 장철 헌터가 준 W. S.에서 제작한 십억 원대의 명품 마도구!

검강에 뚝 잘리기라도 한다면 대참사다.

롱소드는 전능 옥좌 계획의 핵심!

검강을 버티면서도 막 쓰기도 좋은 무기는 강철봉이다.

천문석은 재킷을 걸치고 강철봉에 끈을 묶어 멨다. 그리고 대환단이 들어 있는 나무곽 2개를 잡낭에 넣었다.

‘오늘 주호와의 긴 악연을 마무리한다!’

천문석은 조용히 방문을 열고 소리 없이 거실을 가로질렀다.

달빛이 환하게 밝혀진 거실.

러그 위에는 요를 깔고 류세연과 한경석이 잠들었고, 구석에는 특급 헌터의 박스탑과 인디언 텐트 티피…….

‘가 없다! 어디로……?’

찾을 것도 없었다.

박스탑과 티피는 어느새 현관문 앞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티피에서 불쑥 튀어나온 수면 양말을 신은 작은 다리가 보였다.

특급 헌터.

‘이 녀석 따라가려고 하는구나!’

감을 잡는 순간 바로 옆 무방비한 옥상 창문이 보였다.

당연히 함정이다!

오늘 저녁 옥상 창문으로 몰래 들어온 특급 헌터가 창문을 비워 뒀을 리 없다.

창문 뒤 옥상에 사슴이, 반짝이, 탱탱이, 거복이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는 데 특급 헌터 저금통도 걸 수 있었다!

“…….”

천문석은 소리 없이 뒤로 걸어 방으로 돌아와 문을 잠그고 창문을 열어 훌쩍 뛰어내렸다.

그리고 큰길로 나와 염동 광장행 273 버스를 탔다.

휴가 4일 차 새벽 01시 40분 염동 광장.

천문석은 가볍게 심호흡하고 염동 대협 동상을 향해 걸었다.

새벽 2시에 가까운 시간이지만, 이곳은 한국 헌터 업계의 중심.

염동 광장은 헌터들과 사람들이 가득하고 주위 상가와 빌딩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염동 대협 동상에 도착했을 때는 01시 50분.

시작은 플랜 A 무림인의 대화.

원래 무림인의 대화는 무력이 근저에 깔려 있는 법.

무림인의 말에 담긴 신뢰도와 진정성은 그 무력에 비례한다.

한 대 쥐어박았더니 픽 쓰러지는 하수와 어떤 무림인이 말로 대화하겠는가?

구파일방, 오대세가, 마도 18문 앞에서 주먹보다 말이 앞서는 건 만만치 않아서다.

천문석은 무림인의 대화를 준비했다.

내력을 끌어올리고 수틀리면 언제든 주먹을 날리겠다는 마음으로 기세를 일으켰다.

그리고 01:58분 멀리 익숙한 신형이 나타났다.

깊은 밤이지만 환하게 밝혀진 마천루와 광장의 불빛으로 선명하게 보인다.

30대 초반의 외모.

검은 눈, 검은 머리카락.

슬리브 셔츠에 슬랙스 팬츠.

검대에 걸린 장검 한 자루가 아니라면 헌터가 아닌 좀 잘생긴 회사원으로 보이는 남자.

단혈철검 주호가 느긋하게 광장을 걸어왔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매 순간 마치 같은 극의 자석이 밀어내듯 헌터들이 자신도 모르게 몸을 피한다.

칼날 같은 기세도 태산 같은 위압감도 없다.

노화순청(爐火純靑).

극에 달한 불꽃이 오히려 푸르게 변하고.

반박귀진(反璞歸眞).

연마된 옥이 그 빛을 감추고 돌로 돌아가듯.

예기를 감추고, 위압감을 삼켰다!

단혈철검 주호는 자신의 상상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분명 초절정의 문턱에 걸려 있었는데, 잘해야 한두 걸음 나아갔을 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넘어 성큼 나아갔다!

품성은 곧 무공이 담기는 그릇!

주호의 경지가 초절정의 문턱에 턱 걸려 있던 건 그 얍삽한 품성 탓이었다!

그리고 품성을 바꾸는 건 내공을 쌓고 무위를 올리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빡세다!

‘뭐야? 얍삽한 주호 녀석이 어떻게 이렇게 강해진 거야?!’

의문을 가지는 순간 깨달았다.

자신 때문이다!

대나무의 마디.

속이 텅 빈 대나무가 수십 미터를 곧게 뻗을 수 있는 이유!

무림 던전에서 얍삽한 주호의 심상에 심마를 심어 놨다.

자신이 심어 놓은 심마는 무공의 성장을 막는 지독한 고난이자 시련, 마장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양면이 있으니 심마가 없으면 깨달음도 없는 법!

기연이 마장과 함께 오듯 마장 또한 기연을 불러온다.

심마를 깨뜨리고 나아가는 순간 마장은 대나무 마디가 되어 쭉쭉 뻗어 나가는 대나무처럼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자신이 심어 놓은 심마가 단혈철검 주호에게 기연이 됐다!

단혈철검 주호는 심마를 깨트리고 초절정의 문턱을 넘어 쭉쭉 성장했다!

그 결과 주호는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9할의 승률은 뚝뚝 떨어져 5할, 반반까지 떨어졌다.

‘플랜 A, 무림인의 대화는 취소다! 플랜 B, 입 털기로 간다!’

천문석은 잽싸게 눈과 허리에 준 힘을 풀고 움켜 준 주먹을 등 뒤로 숨기는 동시에 기세를 누그러뜨리고 마음속으로 연습했다.

‘단혈철검 주 대협! 정말 오랜만입니다! 주 대협의 헌앙한 모습을 이렇게 보다니 영광입니다! 하하하- 남일도에서는 사소한 오해가 있던 것 같습니다. 앗! 여기 제가 대환단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바로 돌려 드리고…….’

이때 단혈철검 주호가 바로 앞에 멈춰 섰다.

“단혈…….”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이고 마음속으로 연습한 말을 쏟아 냈지만, 한발 늦었다.

“금권 대협! 정말 오랜만입니다! 금권 대협의 헌앙한 모습을 이렇게 보다니 영광, 또 영광입니다! 하하하- 남일도에서는 사소한 오해가 있던 것 같습니다! 무영신투와 풍검이 금권 대협의 부하였다니! 슬쩍 귀띔만 해 주셨어도 제가 무림에서 풀코스로 모시는 건데 정말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실례를 했는데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저를 만나주시다니! 정말 감사! 다시 감사드립니다! 제게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시면! 견마지로를 다해…….”

“…….”

천문석은 허리를 숙이려던 것도 잊고 멍하니 앞을 바라봤다.

버드나뭇가지처럼 낭창낭창 휘어지는 허리.

간신처럼 헤실헤실 웃음을 머금은 얼굴.

잠시도 쉬지 않고 쏟아져 나오는 아부!

그렇다. 아부다!

심마를 깨트리고 완전한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단혈철검 주호가 자신에게 아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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