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74화>
이제 돌멩이를 만나러 갈 준비가 끝났다.
돌멩이에게 돌려줄 대환단과 이자, 선물까지 준비가 끝났으니까!
‘완벽한 내단!’
하하하-
이세기는 내단을 손에 든 채 웃음을 터트리다 문득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이거 진짜 내단 맞는 건가? 영물 내단이랑은 너무 다른데?”
아무리 기감을 집중해도 괴수 내단에선 영물의 내단 특유의 자연지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무림 영물이랑은 먹고사는 게 달라서 그런 건가? 이 천하에는 영맥이 없어서?”
사실 자연지기가 느껴지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자신이 거대 괴수의 완벽한 내단을 찾은 이유는 내공 증진이 아니라, 엄청나게 비싸서니까!
“하긴 비싸기만 하면 되니까…….”
이세기는 내심 고개를 끄덕이며 괴수 내단을 주머니에 넣어 나무곽에 담으려다 멈칫했다.
‘잠깐! 혹시 내단이 아니라면?!’
돌멩이는 미친 듯이 분노하리라!
잽싸게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을 실행했다.
현지 사정은 현지 사람이 잘 아는 법!
이미 한국어 각인을 받은 이세기는 돌멩이가 있는 한국의 최대 포탈로 들어가 예전에 작성한 질문 글을 클릭했다.
[질문 : 이세기]
친구가 돈을 엄청 좋아하는데 거대 괴수, 재앙급 마수에서 제일 비싼 부위가 어딘가요?
[채택 답변 : xhdcjsehtk]
헌터 경력 20년. 이x성 길드장, xx해머 장x과 함께 싸운 1세대 헌터로 답변드립니다.
당연히 ‘완벽한 내단’입니다!
일부 헌터 지망생과 몰지각한 헌터들이 거대 괴수 ‘코어’가 대박이라고 인생 역전이라고 하는데 현업을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코어는 거대 괴수 잡으면 거의 100%! 무조건 나옵니다! 즉, 거대 괴수 코어는 희소성이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거대 괴수를 잡으며 들어가는 인건비와 더럽게 비싼 대형 마탄 비용을 생각하면. 거대 괴수 사냥은 제 전우가 길드장으로 있는 태x 길드 정도가 아니면 ‘코어’ 회수만으로는 적자입니다.
반면 거대 괴수 내단은 게이트가 열리고 20년 동안 무수히 많은 거대 괴수를 잡았지만 발견된 게 단 10번!
그 10개의 내단도 모두 깨지거나 마탄의 마력에 오염됐습니다!
즉, 아직까지 마력에 오염되지 않은 ‘완벽한 내단’은 단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 미친 희소성!
1세대 헌터로서 장담합니다.
‘완벽한 내단’은 발견만 하면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가격에 팔립니다!!
왜냐하면!
“분명 사진이 있었는데…….”
중요한 건 내단의 진위 확인!
이세기는 스마트폰 화면을 쭉쭉 내렸다.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손상된 내단’의 사진을 첨부합니다.
혹시 ‘완벽한 내단’을 확보하신 분은 꼭 연락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답변 작성자의 연락처와 내단 사진 십여 장이 화면에 나타났다.
이세기는 손에 쥔 내단과 화면 속 사진을 세세히 비교했다.
깨지고, 금가고, 검은색, 붉은색, 보라색으로 물든 손상된 내단들!
하지만 자신의 손에 있는 내단은 달랐다!
완벽한 구에 물결치는 듯한 무늬!
자신의 손에 들어온 이 구슬은 답변 작성자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완벽한 내단’이 맞다!
“제대로 찾았구나!”
탄성이 터지는 순간 채택 답변 아래로 줄줄이 달린 다른 사람들의 답변이 보였다.
닉네임 ‘xhdcjsehtk’를 비웃고 조롱하는 답변들!
“화씨지벽이구나…….”
옥석을 가리기는 힘들고, 선구자는 비난받는 법!
그러나 이 선구자 덕분에 돌멩이에 줄 완벽한 선물을 구했다.
이세기는 닉네임 ‘xhdcjsehtk’에게 좋아요와 추가 내공을 보냈다.
그리고 ‘완벽한 내단’을 주머니에 넣어 나무곽에 담고 배낭을 열었다.
배낭 안에 나란히 놓인 나무곽 3개 옆에 완벽한 내단이 담긴 나무곽을 넣었다.
대환단, 이자 2개.
거대 괴수의 ‘완벽한 내단’.
대환단에 이자를 붙여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킬 때가 왔다.
이 4개의 나무곽이 자신이 돌멩이에게 주는 약속의 대가다.
돌멩이는 다른 3개를 모두 합한 것보다 ‘완벽한 내단’ 하나를 더 좋아할 게 확실했다.
돌멩이는 내공 일갑자보다 금 60냥에 환호하는 녀석이니까!
‘완벽한 내단’을 받는 순간 적예가 질색하던 간신 웃음을 터트리며 환호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카캬카카카카캌- 내 최고의 절친! 죽마고우! 송옥, 반안보다 잘생긴 내 친구 이세기! 잘 왔다! 밥 먹으러 가자! 내가 살게!’
가슴속에 웃음이 가득 차오르는 순간.
천검은 배낭을 메고 바람처럼 달렸다.
단숨에 계곡을 뛰어넘고 나무 첨단을 밟고 달리길 한참, 문득 멈춰 서자 멀리 도시가 보였다.
휘잉, 휘이잉-
그리고 한 줄기 바람에 도시의 소리와 바다 냄새가 실려 왔다.
거리에 가득한 사람들.
끝없이 울려 퍼지는 노래와 환호성.
남중국 연방 총선의 열기로 도시 전체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여기까지구나.”
수차가 놓이고 물길은 이미 열렸다.
수십억의 열망이 거대한 강물이 되어 수차를 돌리기 시작했다.
강물은 사람들의 열망.
수차는 총선으로 완성될 제도다.
남중국 연방, 연방 의원, 연방 총통…….
천검이 없다 해도 수십억의 열망이 담긴 강물이 마르지 않는 이상 수차가 멈출 일은 없다.
총선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이미 흐르기 이 거대한 강줄기를 멈출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남중국에는 이제 절대 권력자 천검이 필요 없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
남중국의 것은 남중국 사람들에게로 자신의 것은 지금 메고 있는 배낭 하나로 족했다.
이제 떠날 때가 왔다.
휘이이잉-
이세기는 바다 냄새가 담긴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봤다.
도시 넘어 바다에서 북동쪽으로 820km.
그곳에 돌멩이가 있는 대한민국이 있다.
대한민국 어디에 돌멩이가 있는지 몰랐다.
혹시라도 남중국 천검과 돌멩이가 얽히게 될까 미리 확인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조금도 걱정되지 않았다.
자신의 친우 돌멩이는 어린 시절부터 쇠를 끌어당기는 지남철처럼 온갖 불운과 재앙을 끌어당겼다.
사건·사고와 불운, 아무렇지도 않게 사칭하고 있을 이름, ‘이세기’를 쫓아가면 돌멩이를 만날 수 있으리라.
푸저우시로 밀려온 몬스터 웨이브와 거대한 물의 장벽 아래에서 만났던 것처럼!
문제는 바다와 하늘!
황해를 반으로 갈라놓은 거대한 바닷물 장벽과.
지금 이 순간에도 끈질기게 따라붙는 하늘의 시선들이다.
바닷물 장벽 때문에 북동쪽으로 직선으로 움직일 수는 없다.
우선 장벽을 피해 동쪽 제주도로 이동해 거기서 북쪽 육지로 넘어간다.
끈질기게 따라붙는 하늘의 시선은 더 간단하다.
이세기는 검대에 걸린 십자검에 손을 올렸다.
구으으응-
검명이 울리는 순간 시작도 끝도 없는 바람이 아득한 천공에 불고 잡힐 듯이 가깝게 느껴졌다.
하나, 둘, 셋…… 열일곱!
끈질기게 따라붙는 시선의 정체.
아득한 천공에서 반짝이는 17개의 별이!
‘오늘 밤 별을 떨어뜨리고 바다를 건넌다!’
천검 이세기는 17개의 시선을 달고 총선의 열기에 끓어오르는 도시로 들어갔다.
주호가 철검장의 정예를 데리고 한국행 비행기를 탄 상해로!
휴가 3일차 정오, 진짜 천검 이세기와 단혈철검 주호가 움직였다.
* * *
“…….”
“…….”
어제와 마찬가지로 늦은 저녁.
류세연과 한경석은 외출했다 돌아와 거실을 바라봤다.
소파 위 어제와 똑같이 모로 누운 천문석이 보였다.
어제와 다른 것은 뉴스를 틀어 놓은 채 머리를 부여잡고 넋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린다는 것!
“빌딩, 성채 빌딩. 젠장. 천검. 공평무사. 얍삽한. 부럽다. 너무나……!”
“친구! 우리 왔어!”
“태희 언니는 선생님 만나고 내일 들어오고. 특급 헌터는 판사 할머니 집에서 밥 먹고 온대.”
한경석과 류세연이 외쳤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
천문석은 뉴스 채널에서 나오는 남중국 연방 총선 소식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세연. 괜찮은 거야?”
한경석의 속삭임에 류세연은 고개를 저었다.
“가끔 저래요. 그냥 놔두면 원래대로 돌아와요. 언니 먼저 씻으세요. 전 저녁 준비 시작할게요.”
저녁 준비는 금세 끝났다.
“삼촌 밥 먹어!”
“…….”
말없이 일어나 비척비척 상에 앉아 넋 나간 얼굴로 밥을 먹는 천문석.
“삼촌 설거지 좀!”
“…….”
흔들흔들 싱크대로 걸어가 설거지를 하는 천문석.
“삼촌 환기하고 샤워하면서 화장실 청소 좀!”
드르륵-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쓱쓱쓱 화장실 청소 후 샤워하는 천문석.
“삼촌 커피 타고, 과일 깎고, 나랑 경석 언니 어깨 안마 좀!”
휙휙 커피를 타고, 사각사각 과일을 깎고, 꾹꾹 한경석과 류세연의 어깨를 안마하는 천문석.
“으아- 시원하다.”
류세연이 탄성을 터트릴 때.
한경석은 눈빛으로 말했다.
‘세연. 이거 괜찮은 거야?’
“경석 언니 괜찮아요. 상태 보니까 내일까지는 갈 거 같네요. 후흐흐흣-.”
류세연은 음흉하게 웃으며 무심결에 소파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오빠 리모컨……!”
“……!”
이 순간 넋 나간 사람처럼 말하는 대로 움직이던 천문석이 멈칫하고 류세연의 얼굴이 경악으로 굳었다.
“잠깐! 잠깐만 실수, 이거 실수야!”
류세연은 다급히 외치며 몸을 돌려 도망쳤지만 이미 늦었다.
무언가 휙 움직이는 순간 천문석의 강철 같은 팔에 류세연의 머리가 고정됐다.
“류세연! 네가 겁을 상실했구나! 딱밤 3대!”
“잠깐 멈춰! 이른다! 할머니한테 이른다!”
“딱밤 4대!”
“이르는 거 취소! 그러니까 이번은 그냥 넘어가는 거로…….”
“딱밤 7대!”
“나 울 거야! 특급 헌터처럼 엉엉 울 거야!!”
“특급 헌터는 울지 않는다!”
순간 당당한 외침과 함께 거실 바닥에서 불쑥 튀어나온 특급 헌터.
“어떻게?”
“소리 안 들렸는데?!”
“너 언제 온 거야?!”
모두의 깜짝 놀란 외침에 특급 헌터는 빠르게 대답했다.
“옥상 창문. 방금. 파파팟- 하고 들어왔어!”
“아니 문 놔두고 왜 창문으로……?”
“앗!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냐! 나 특급 비밀 임무 때문에 온 거야! 알바! 얼른 이거 받아!”
특급 헌터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뽑았다.
“스마트폰?”
“그냥 스마트폰이 아니라 추적 안 당하는 스파이 스마트폰! 알바한테 특급 비밀 연락 왔어! 황 비서 누나 너무 느려서 내가 대신 파파팟- 배달왔어! 빨리빨리 확인해!”
천문석은 스마트폰을 받아 홈 화면으로 들어갔다.
홈 화면에는 단 하나의 어플만 있었다.
어플을 실행시키자 낯익은 메신저 화면이 뜨고 프로필 하나가 보였다.
[SHC_MTN]
“이 이니셜?”
“노탈모 최후식! 헌터 나라 후식이 아이디 거꾸로 한 거야!”
“……!”
천문석은 바로 프로필을 클릭해 대화방으로 들어갔다.
순간 좌우에 류세연과 한경석이, 아래에 특급 헌터의 얼굴이 착 달라붙어 스마트폰 화면을 주시했다.
[나다 최후식. 오늘 오후 3시쯤 오리온 길드로 널 찾아온 엄청난 강자가 있었다.]
“엄청난 강자가 오리온 길드로 나를 찾아왔다고? 그럴 리…… 설마?!”
천문석은 문득 드는 생각에 바로 메시지를 입력했다.
[혹시 ‘이세기’를 찾아왔습니까?!]
[이세기? 아니, 정확히 ‘천문석’을 찾았다. 적당히 둘러 대고 돌려보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헌터 나라 내 아이디도 해킹한 거 같아서 대표님한테 부탁해서 보안 메신저로 연락했다. 상대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억양을 봐서는 한국어 각인을 받은 지 오래된 것 같지는 않았다. 신체 특징은 30대 검은 눈, 검은 눈동자의 전형적 동북아인…….]
천문석은 최후식 이사의 메시지를 눈으로 읽으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천문석’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찾았다고?
그럴 리가?!
이세계 쿠팡맨에서 악당 4인조를 만난 이래 뭔가 거의 항상 ‘이세기’라고 말했다!
자신이 어느새 본명보다 익숙해진 소울 네임 ‘이세기’를 놔두고 ‘천문석’이라고 말했을 리 없다!
게다가 이름을 밝히지 않은 30대 동양인에 엄청난 강자라니.
그동안 터진 사고와 난장판에서 얽힌 사람들, 떠오르는 용의자가 너무 많아서 누군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이때 눈으로 읽던 최후식 이사의 메시지에서 결정적인 내용이 떴다.
[……이름, 연락처도 없는 특이한 명함을 한 장 남겼다. 혹시 꼬리를 붙였을지 몰라서 길드 보안팀이 검수했는데 방금 검수 끝났다. 지금 사진 올릴 테니까 확인하고 연락 줘라.]
‘특이한 명함?’
곧 섬네일이 올라왔고 천문석은 바로 클릭했다.
섬네일이 확대되자 새하얀 종이 위 피처럼 붉은 네 글자가 드러났다.
[丹血鐵劍]
천문석은 네 글자를 보는 순간 모든 것을 깨달았다.
단혈철검.
무림 던전 주호의 별호!
엄청난 거물이 된 주호가 서울에 나타났다.
그것도 재금 빌딩 13층 김철수 사무실 바로 옆, 오리온 길드 최후식 이사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