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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264화 (1,26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64화>

“그렇지! 서른……!”

“……어, 지금 뭐라고?”

“장민 스물넷이야!”

“…….”

“…….”

터질 듯한 침묵이 내려앉고 바로 와장창 깨져나갔다.

“장민 언니가 몇 살이라고?!”

“말도 안 되는! 장민 대표님 출생연도가……?!”

“특급 헌터 앞자리 숫자 2가 아니라 3 아니야?! “

특급 헌터는 고개를 휙휙 젓고 퐁퐁검으로 옥상 바닥에 숫자를 썼다.

[3x8=24]

“삼, 팔은 이십사! 스물넷! 정확해! 내가 삼촌한테도 확인했어. 삼촌이 장민 스물네 살 맞대!”

“장민 언니가 스물넷?”

“스물넷이면 나랑 나이 차이가?!”

“그럴 리가 없어! 출생연도로 계산하면……!”

“장민 대표님이 나보다 어렸다고?!”

……

류세연, 천문석, 김태희, 김철수 모두가 혼란에 빠져들 때.

특급 헌터는 양손가락을 활짝 펼치고 당당히 외쳤다.

“이건 전혀 이상하지 않아. 내가 잘 설명해 줄게! 올해, 작년, 재작년, 재재작년……!”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으며 외치기도 잠시 열 손가락이 모두 접히는 순간.

특급 헌터는 손가락이 모두 접힌 손을 앞으로 내밀며 외쳤다.

“10년 동안 장민은 계속 스물넷이래! 장민은 스물넷부터 나이를 안 먹고 있는 거야!”

“장민 언니가.”

“스물넷부터 지금까지.”

“십 년 동안 나이를 안 먹었다고?”

“그래서 지금 나이가 스물넷이라고?!”

이야기를 듣던 모두가 한마디씩 하는 순간 휙휙 고개를 끄덕이는 특급 헌터.

“맞아! 완전 놀랐지?! 나도 처음 듣고 완전 깜짝 놀랐다니까!”

이 순간 합리와 이성의 화신 천문석은 외칠 수밖에 없었다.

“야,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나이 안 먹는 사람이 어디 있어! 너 완전히 속은 거야!”

“나 머리 엄청 좋아! 삼팔, 삼팔은? 천사백사십사! 봤지?! 당연히 증거, 이유도 있어! 장민한테 엄청난 비밀이 있었다니까!!”

“아니 뭔 놈이 비밀이 있어야 사람이 나이를 안 먹는데?!”

“장민! 스물네 살 때 미국 노란돌 공원에 갔는데! 거기서 만난…… 앗! 안 돼! 이거 완전 비밀이야!”

자신도 모르게 줄줄 말하다 깜짝 놀라 입을 가리는 특급 헌터.

천문석은 첫마디만 들어도 감이 왔다.

“너 그 비밀 삼촌, 장철 헌터님이 가르쳐 준 거지?!”

“어? 알바 어떻게 알았어?”

생각할 것도 없었다.

특급 헌터에게 그런 구라를 칠 사람은 장철 헌터님밖에 없었으니까!

“당연히 알지! 그리고 그게 전부 구라라는 것도 알고! 너 또 삼촌한테 속은 거야! 저금통 사건 잊은 거야?!”

“……어?”

멍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기도 잠시.

특급 헌터는 버럭 외쳤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이건 진짜진짜진짜 맞다니까! 증거도 있어!”

“특급 헌터 또 속냐? 하아-”

천문석이 깊은 한숨을 내쉬는 순간.

특급 헌터의 얼굴에 결심이 서리고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알바! 귀 대! 알바한테만 비밀 말해 줄게! 들으면 완전 깜짝 놀라서 한 번에 믿을 거야! 빨리 귀 대!”

천문석은 바로 특급 헌터의 입으로 귀를 가져갔다.

“……!”

“……!”

“……!”

모두가 귀를 쫑긋 세우고 흥미진진한 시선을 보낼 때.

특급 헌터는 동글게 모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천문석의 귓가에 아주 작게 비밀을 속삭였다.

“……이야.”

작은 속삭임이 귓가를 간지럽히는 순간.

천문석은 두 눈을 부릅뜨고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뭐 그게 진짜야?!”

“설마?!”

“정말 스물넷이야?!”

“진짜 비밀이 있던 거야?!”

“이제 알겠지? 나 머리 엄청 좋아! 장민 스물넷 맞다니까! 카카카캌-”

모두의 깜짝 놀란 외침과 특급 헌터의 의기양양한 웃음이 뒤섞이는 순간.

천문석은 버럭 외쳤다.

“야, 떡국 안 먹는다고 나이 안 먹는 게 말이 되냐?!”

*   *   *

황당, 당혹, 불신, 어이없음……!

순간적으로 모두의 말문이 막히고 침묵 속에 감정의 폭풍이 몰아쳤다.

그리고 다급한 외침이 침묵을 깨트렸다.

“앗, 아앗! 비밀이라니까! 그거 완전 비밀이란 말이야!”

“이게 뭔 비밀이야! 이거 구라인 거 한국 사람은 다 알아!”

“뭐? 진짜로 정말로?!”

특급 헌터의 시선이 휙 돌아갔다.

“철수 형?”

“특급 헌터. 구라 맞아.”

“태희 누나?!”

“하아- 쟤 말이 맞아…….”

“세연 진짜야 정말이야?!”

“…….”

말없이 고개를 젓는 류세연이 결정타였다.

“아앗, 아아앗-! 내가 속았다고? 나 머리 완전 좋은데?! 설마, 나 머리 나쁜 거야?!!”

특급 헌터는 머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야, 애초에 말이 안 되잖아! 떡국 안 먹는다고 나이 안 먹으면! 떡국 많이 먹으면 반대로 나이 많이 먹겠냐?!”

특급 헌터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단 말이야! 그래서 완전완전 열심히 먹었단 말이야!”

“그런 줄 알았다고? 무슨 말을…… 너 설마?!”

반문하는 순간 예상 그대로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이 많아지려고 나 떡국 엄청엄청 열심히 먹었어!”

“나이는 왜 많아지려고…… 아니, 그보다 너 떡국을 몇 그릇이나 먹었는데?!”

깜짝 놀란 류세연의 외침에 특급 헌터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모르지! 밥을 몇 그릇이나 먹었는지 세는 사람이 세상에 누가…….”

천문석은 촉이 왔다.

접근 방향, 질문이 잘못됐다!

언제나 예측 불허! 특급 헌터에게 제대로 된 대답을 듣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질문’을 해야 한다.

천문석은 바로 말을 끊고 질문했다.

“특급 헌터 너 지금 몇 살이야? 그건 알고 있지?!”

“당연하지! 자기 나이 모르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

꼬물, 꼬물 열 손가락이 춤을 추듯 움직이고 곧 대답이 돌아왔다.

“145살!”

*   *   *

짙은 안개가 낀 깊은 밤.

작은 초롱으로 길을 밝힌 두 사람이 노랗게 물든 대지 위를 걷고 있었다.

청바지에 재킷.

등산화에 눌러쓴 모자.

등 뒤로 짊어진 커다란 등산 배낭까지.

겉모습은 트랙킹 여행을 온 흔한 관광객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곳은 관광지가 아니었다.

대형 길드라도 40인 완편 공대가 아니면 사냥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완편 공대라도 외곽을 사냥하는 게 전부, 그 중심부에는 접근조차 불가능한 마경이었다.

마그마 챔버와 연결된 초대형 게이트가 뚫려 있고, 엄청난 수의 거대 괴수와 재앙급 마수가 절묘한 생태 균형을 이루고 있는 마경.

이곳은 미국 중서부 와이오밍주 옐로스톤 초마경이었다.

그런 옐로스톤 초마경 중심에 1미터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가 수백 미터에 깔렸다.

그리고 이 짙은 안개는 두 사람이 움직임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성큼, 성큼 발을 내디딜 때마다 대지가 접혀 밀려나고, 승객을 실은 배가 나아가듯 두 사람 주위를 휘감은 짙은 안개가 서쪽을 향해 움직였다.

100, 200, 300미터……!

점점 빠르게 이동하는 자욱한 안개 너머로 느껴졌다.

마수와 인간의 기척, 강철과 화약 냄새, 마력과 엔진음이 스쳐 지나간다!

초롱을 들고 앞장서 걷는 비제우 검공 뒤를 따라 걷는 험상궂은 인상에 수염이 가득 난 남자.

바라카스 발도의 머릿속에서 지난 몇 달간의 기억이 주르륵 펼쳐졌다.

금권 대협과 허신의 강림체와 싸웠다.

그리고 최후의 방법으로 허신의 강림체와 함께 인과가 이어지는 존재가 있는 세계로 도약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불과 물이 끓어오르는 대지, 바로 이곳 노란돌 공원이었다.

그리고 노란돌 공원에는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 자신 앞에서 길을 열고 있는 비제우 검공!

그리고 1군단의 기사들, 검게 물든 로브를 입은 마도왕, 하이브리온 군단장.

하이브리온 군단장은 허신의 강림체를 단숨에 봉인하고 말했다.

‘인과를 잇는 마법사, 시간 오류의 수정자가 예언했습니다. 바라카스 발도. 원대륙의 샤가 비제우 검공을 보석과 강철의 마도 황제에게 인도할 것이라고.’

그 순간 바라카스 발도는 깨달았다.

1군단 군단장과 제국 기사들, 비제우 검공은 승천하기 전의 마도 황제를 찾고 있다.

자신이 일기일원문의 제자를 찾는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극악한 임무!

‘그 극악한 임무에 엮여 버렸다!’

상상하지도 못한 난장판에서 개같이 구르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 이후로 몇 달이 지나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몇 시간 전 하늘에서 뚝 떨어진 유성에서 ‘편지’가 튀어나오기 직전까지!

[하이브리온 가문의 롱소드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서울 전능 옥좌에서 보자! 카카카카캌-

추신 - South Korea, Republic of Korea 여기임! / North Korea,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여기 절대로 아님!]

장난 같은 편지를 확인하자마자 하이브리온 군단장은 선언했다.

‘마침내 예언이 시작됐다!’

그리고 자신과 비제우 검공은 편지가 가리키는 장소, 하이브리온 가문의 롱소드가 있는 곳 대한민국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일기일원문의 계승자를 찾아 긴 세월 세계의 나무를 걸었던 바라카스 발도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이건 함정이다!’

“비제우! 그 편지 함정일 가능성이 크다!”

초롱을 들고 앞장서 길을 열던 비제우는 바로 대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함정인 걸 안다고? 그럼 왜?”

“군단장님은 함정인 것도 ‘예언의 일부’라고 생각하십니다.”

‘하, 또 그 빌어먹을 예언!’

예언과 얽혀 있으면 설득할 방법이 없다.

발도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말없이 걸었다.

마치 꿈을 꾸듯 색과 현실감을 일그러트리는 안개 속을 걸었다.

안개는 쉬지 않고 공간을 가로질러 나아가고 어느새 붉은 대지와 도로, 평원과 산을 넘어 울창한 숲을 걷고 있었다.

길을 열던 비제우 검공이 발걸음을 멈췄다.

선명한 오러가 눈에 맺힌 눈으로 빙글 주위를 돌아보고 안개에 가려진 밤하늘을 바라봤다.

“마력장 지대, 감시선에서 완전히 빠져나왔습니다. 천공의 눈도 나무에 가려졌고. 혹시 모르니 여기서부터는 걸어가겠습니다. 해가 뜨기 전까지 바다에 도착해야 합니다.”

비제우 검공은 말이 끝나자마자 들고 있던 초롱에 걸린 촛불을 훅 불어 끄고 서쪽으로 걸었다.

파스스스스-

자욱하게 깔린 안개가 서서히 흩어지고 마치 꿈속 같던 공간에 현실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바라카스 발도는 비제우를 따라 걸으며 새삼 감탄했다.

“다시 봐도 신기하네? 꼭 안개 길잡이가 열어 준다는 안개길 같은데…… 그 초롱을 원대륙이 아니라 타대륙에서 샀다고? 초롱 안에 그 초도 하늘 고래의 념(念)을 모아 만든 초 같은데…… 하늘 고래는 허공도에만 있는데. 진짜 허공도에 갔던 거 아냐? 잘 좀 생각해 봐.”

비제우 검공은 초롱을 배낭에 꽂으며 고개를 저었다.

“몇 번이나 말씀드렸지만, 이 초롱은 허공도가 아니라 칭지드 봉우리에서 만난 무녀에게 샀습니다. 하늘 고래는 보지 못했고. 이 초가 하늘 고래의 념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발도님한테 처음 들었습니다. 이 초롱으로 안개길을 여는 방법은 천공탑을 오를 때 만난 사기 도박꾼에게…….”

“사기 도박꾼 말고 그 무녀 이야기 좀 자세히 해 봐. 혹시 허공도의 제사장일지도 몰라!”

바라카스 발도가 말을 끊고 눈을 번뜩이자.

비제우 검공은 헛웃음을 흘렸다.

“영혼육백 존재의 본질을 태워 세계의 나무를 키워 냈다는 그분의 대리인. 십만에 달하는 사령 군단을 단 하룻밤 만에 태워 버렸다는 그 전설의 허공도의 제사장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아. 허공도의 제사장만 찾으면 예언 따위 없이도 한 번에 우리 모두의 비원을 이룰 수 있어!”

비제우 검공은 단호히 고개를 젓고 기억을 되짚어 설명했다.

“절대 그럴 리 없습니다. 제가 만난 무녀는 시장바닥에 좌판 깔고 돌멩이, 구슬, 딱지, 리클레 가루, 이상한 조각상, 검신에 구멍이 일곱 개나 뚫린 부러진 검, 특이한 동전 같은 잡동사니를 팔고 있었습니다. 쌀 살 돈이 없다는 말에 적당히 아무 물건이나 사려니까 전부 주인이 정해져 있다고. 이 초롱을 망태기에서 꺼내 줬습니다. 아마도 어디선가 우연히 얻었겠죠. 허공도의 제사장, 그분의 대리인이 시장바닥에 좌판 깔고 잡동사니를 팔고 있을 리 없죠.”

바라카스 발도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때.

비제우는 숲 서쪽을 가리켰다.

“발도님 해뜨기 전에 항구에 도착해야 합니다. 편지에 적힌 목적지까지 배로 가는데 대략 2주. 이번 배를 놓치면 다음 배는 3일 후입니다. 일정이 확 늦어집니다.”

비제우 검공은 말이 끝나자마자 걷는 속도를 높였다.

이 순간 번쩍 바라카스 발도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무녀가 팔고 있던 특이한 동전!’

바라카스 발도는 재빨리 비제우 검공 옆으로 따라붙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그 무녀가 파는 잡동사니 중에 특이한 동전 있었다고 했지? 혹시 그 동전 색깔이 검은색 아니었어? 앞뒤로 용과 별이 새겨져 있는 불길한 검은 동전? 기억을 되짚어 봐.”

기억을 되짚을 필요도 없었다.

비제우 검공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빼는 동시에 손가락을 튕겼다.

핑그르르, 탁-

날아오는 물체를 반사적으로 낚아채는 발도.

“응, 이건 왜?”

“그 무녀가 팔던 특이한 동전입니다. 초롱 사니까 덤이라고 하나 주더군요. 발도님이 직접 확인해 보세요. 속도 더 올리겠습니다.”

비제우 검공은 달리듯이 빠르게 걷기 시작했고.

바라카스 발도는 보조를 맞춰 걸으며 움켜쥔 손을 봤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움켜쥔 손이 맥동했다.

‘만약 이 손안에 있는 동전이 흑전이라면?!’

‘그렇다면 모든 것이 변한다!’

생각과 동시에 손을 활짝 펼쳤다.

그리고 헛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저었다.

“하- 이렇게 쉽게 손에 들어올 리 없지.”

비제우 검공이 이름 모를 무녀에게 덤으로 받은 동전은 흑전과 비슷하지도 않았다.

검은색이 아닌 은빛 동전에는 별과 용이 아닌,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새와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비제우 검공이 특이하다고 말한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대륙어로 양각된 숫자.

“500? 무슨 화폐 단위가 왜 이렇게 높아?”

발도는 피식 웃으며 동전을 주머니에 넣고 어느새 거리가 벌어진 비제우 검공을 쫓아 달렸다.

“야, 같이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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