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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245화 (1,24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45화>

“냠냠이! 내 친구 풀어 줘! 당장 안 놔 주면! 이 퐁퐁검으로……!”

막대기를 번쩍 드는 순간.

천문석은 툭 던지듯 말했다.

“……너였냐?”

“퐁퐁검으로…… 하늘을, 하늘을…… 이어야, 이어야…….”

고장 난 장난감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는 낯선 모습의 꼬맹이.

3일은 안 씻은 듯 엉킨 머리카락과 지저분한 얼굴, 꼬질꼬질 흙먼지가 가득한 옷.

겉모습은 달라졌지만, 한눈에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

[@ㅁ@??]

이모티콘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표정이 보였으니까.

“특급 헌터, 너 여기서 뭐 하냐?”

“…….”

특급 헌터는 대답하지 않았다.

옷 소매로 쓱쓱 눈가를 비비고, 눈을 깜빡깜빡하더니, 한껏 고개를 들어 얼굴을 살피며 불신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또 꿈인가?”

“진짜야.”

손을 뻗어 특급 헌터의 이마를 톡 치는 순간 얼굴에 가득한 불신이 와르르 무너졌다.

찰나의 순간 꽃이 피어나듯 활짝 펴지는 얼굴.

“으아아아아! 알바!”

특급 헌터는 환호성과 함께 펄쩍 뛰어 다리에 찰싹 달라붙었다.

“꿈 아니구나! 진짜구나! 알바! 드디어 돌아왔구나! 돌아와서 다행이야! 역시 여기로 올 줄 알았어! 나랑 냠냠이랑 경석 형 공방에 숨어서 계속 기다렸잖아!”

냐앗, 냐아암-???

순간 고개를 갸웃하는 냠냠이.

“냠냠이! 알바야! 기억 안 나?! 우리 집, 우리 박스성 있는 옥탑방 원래 주인 알바! 알바가 드디어 돌아왔어! 됐어! 이제 우리 집이랑 천공탑 찾을 수 있어! 카카카캌-”

“집을 찾아? 그건 무슨 소리야? 옥탑방 원래 주인? 내 옥탑방에 무슨 일 생긴 거야? 세연이는……?!”

다급히 외치는 순간, 피핏-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고양이를 잡았던 손이 허공을 움켜쥐었다.

냠냠이는 단숨에 공간을 뛰어넘어 특급 헌터 머리에 착 내려앉았다!

‘순간 이동!’

다급히 손을 뻗었지만 이미 늦었다.

핏-

5미터 남짓 물러선 냠냠이와 특급 헌터 주위의 마력장이 움직이고, 형체가 흐릿해진다!

간발의 차이로 놓치기 직전.

“하잇다!”

다급한 외침과 함께 휙 날아온 손가락이 냠냠이 머리를 때렸다.

따아악-

전기에 감전된 듯 털이 곤두선 채 파르르 떠는 냠냠이.

“앗! 미안 너무 급해서! 괜찮아?!”

특급 헌터는 냠냠이 머리에 호호 입김을 불며 쓱쓱 문질렀다.

냐얏, 냐아아앗-!

냠냠이는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작은 앞발을 휘저으며 항의했다.

“하늘 이어서 미안! 하지만 알바 맞다니까! 확인해 봐! 진짜 알바야!”

특급 헌터는 냠냠이를 번쩍 들고 달려와 천문석에게 내밀었다.

“알바! 빨리 손 내밀어 봐!”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자 쓱 다가오는 냠냠이의 작은 머리.

훗, 훗- 손 냄새를 맡고, 핥짝핥짝- 분홍색 혀로 손바닥을 핥았다.

그러나 냠냠이의 마력광이 번뜩이는 눈에 담긴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천문석은 손을 들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내가 알바 맞아.”

냐아, 냐아아앗-!

“진짜 알바 맞다니까! 난 보는 순간 알 수 있어!”

냐앗, 냐아아앗-!

“에휴- 알았어, 확인할게! 알바 냠냠이 처음 만나서 준 선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지이익-

잡낭 안에 손을 넣었다 빼는 동시에 포장을 벗겨 냠냠이 앞에 내려놓았다.

“곡물 칼로리바. 이거 맞지?”

냐얌, 냐아암-!!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으로 커진 냠냠이의 눈동자!

특급 헌터는 신난 목소리로 외쳤다.

“봤지? 내 말이 맞지?! 알바 목욕탕 국룰……?”

“바나나 우유.”

“완전 맛없는……?”

“고등어.”

“세계 최고로 맛있는……?

“한우 등심구이.”

“내 세발자전거 이름……?”

“특급 쌩쌩이.”

“내 최고의 보……?”

“앙꼬가 먹던 사탕.”

“키즈 카페 친구들한테 매일 나눠……?”

“빌어먹을 어린이 젤리!”

“화내는 게 똑같아! 진짜 알바야! 100% 확실해!”

냐아아앗-!

꼬맹이와 새하얀 고양이가 펄쩍 뛰어 양다리에 매달려 환호했다.

“드디어! 우리 집, 천공탑을 되찾을 순간이 왔어!”

냐앗, 냐아앗-!!

“앗! 그렇지! 친구들! 마녀한테 잡혀 있는 친구들도 구해야지!”

냐야, 냐얏, 냐아아앗-?!

“……당연하지! 알바는 엄청 강해! 알바가 마녀랑 싸울 때. 재빨리 친구들 구해서 같이 싸우면 우리 승리야! 카카카캌-”

냐야, 냐냐냐냐냣-!!

특급 헌터와 냠냠이는 이해할 수 없는 대화를 하더니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마녀? 지금 뭔 말 하는 거야? 알아듣게 차근차근 설명…….”

“앗! 이럴 시간 없어! 우리 당장 가야 해! 알바 없는 동안 엄청! 완전! 이상한 사건들이 일어났어!”

“사건? 어딜 간다는…….”

“냠냠이 빨리 준비 시작해!”

냐아아앗-!

냠냠이는 휙 다리에서 뛰어내려 작은 앞발로 척 경례하고, 공방 가장자리를 빙글빙글 달리기 시작했다.

“…….”

천문석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특급 헌터와 동물 친구들은 원래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다시 만난 지금은 이해가 힘든 게 아니라 불가능했다!

-공방에 숨어 있었다고?

-옥탑방 원래 주인?

-집과 천공탑을 되찾겠다고?

-마녀에게 잡힌 친구들을 구해?

특급 헌터가 급하다고 외치자 갑자기 공방을 달리기 시작한 냠냠이까지!

뭔 말을 하는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다다다 말만 쏟아 내 ‘왜?’라는 의문만 잔뜩 쌓였다.

“야, 정지! 멈춰! 차근차근 처음부터 설명을……!”

이 순간 깜짝 놀란 기계음이 들려왔다.

[특급 헌터?! 너 왜 여기에 있어?!]

반쯤 열린 강화 철문 사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들려온 외침.

“저기 경석……!”

설명하기도 전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경석 형! 경석 형도 돌아왔구나! 앗! 거기 아무도 못 오게 선인장 엄청 무섭게 해 놨는데?! 경석 형 괜찮아!”

특급 헌터가 문으로 달려가는 순간 은신 후드를 내리고 허공에서 툭 튀어나오는 한경석.

“경석 형!”

“특급 헌터!”

특급 헌터와 암살검은 서로를 부르며 양손을 번쩍 들었다.

짝짝, 짝짝짝, 짝, 짜자자작-

특급 헌터와 한경석의 손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공중에서 맞부딪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진짜 경석 형이구나! 카카카카캌-”

“진짜 특급 헌터구나! 크크크크킄-”

공방, 옥탑방, 집, 마녀.

대답 없이 의문만 쌓이고 있는 지금.

한경석과 특급 헌터는 통쾌한 웃음을 터트리고.

냠냠이는 짧은 다리로 공방 안을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모든게 엉망진창이 될 때.

천문석은 한 가지 의문의 답을 찾았다.

한경석 공방에 특급 헌터와 냠냠이가 있었다!

이 사실이 의문의 열쇠였다.

며칠 전부터 들려왔다는 기이한 울림.

3일은 씻지 않은 듯 꼬질꼬질한 특급 헌터와 냠냠이.

생각할 것도 없었다.

괴이한 울림, 재금 빌딩 혼령 사건2의 범인.

괴물 선인장이 거대한 괴수 선인장으로 자라난 이유.

범인과 이유는 공방에 몰래 숨어 있던 특급 헌터와 냠냠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진실은 홀로 오지 않고 또 다른 진실을 데려왔다.

특급 헌터가 가출 중이라는 진실을!

*   *   *

천문석은 한달음에 달려가 외쳤다.

“특급 헌터! 너 설마 경석이 공방에 계속 있던 거야?! 2일, 3일? 혹시 내가 남중국으로 갔을 때부터……?”

“알바 기억하는구나! 우리 날다람쥐 옷 입고 멋지게 광화문 광장 탈출했잖아! 그리고 알바 출장 가고, 나는 천공탑에서 자고 일어나 공원에서 요구르트 안 팔려 힘든 누나 만났단 말이야. 누나가 요플레를 막 공짜로 주는 거야! 특급 헌터는 은혜를 갚아야 하잖아? 그래서 요구르트 누나랑 같이 검사 할아버지, PC방, 편의점, 국수집, 총장 할머니한테 요구르트 배달하는데…….”

언제나처럼 엉뚱한 방향으로 빠지는 특급 헌터의 대답.

딱, 따닥-

천문석은 손가락을 튕겨 주의를 끌고 말을 잘랐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너 계속 집에 안 들어간 거야?! 여기 공방에서 먹고 자고 한 거야?! 아니지! 당연히 그런 거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안도의 한숨을 새어 나오려 할 때 당당한 외침이 이어졌다.

“할머니 국수집 가서 500원 내고 국수도 먹고 왔어!”

특급 헌터가 외치는 순간 반사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엄마, 장민 대표님은 너 여기 있는 거 알고 계셔?!”

“당연히 모르지! 제임스랑 황 비서 누나가 찾으러 왔는데 안 들켰어! 아까 봤지? 나랑 냠냠이 엄청 빨리 기어가는 거? 제임스랑 황 비서 누나는 나 있는 줄도 몰랐어! 역시 알바야! 카카카캌-!”

특급 헌터가 벽에 뚫린 구멍을 가리키며 자랑스럽게 웃는 순간.

천문석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특급 헌터가 사라지고 며칠이나 지났다!

사라진 아이 엄마, 장민 대표의 심정이 어떨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야, 엄마한테 연락은 했어야지! 지금 얼마나 걱정을 할지……!”

“걱정 마! 장민한테 편지 보냈어!”

특급 헌터는 당당한 외침과 함께 주머니에서 A4용지를 꺼내 번쩍 들었다.

[특급 헌터는 무사합니다. 찾지 마.]

“어, 어어? 저거, 저거……?!”

한경석이 넋 나간 얼굴로 말을 잇지 못할 때.

“…….”

천문석은 다시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느꼈다.

당연했다!

특급 헌터의 편지는 글자를 오려 붙여 만든, 전형적인 협박 편지였으니까!

“편지 훌륭하지? 내가 하나하나 오려서 만들었어! 지식인에 물어봤는데, 이렇게 보내면 절대 안 걸린 데! 카카캌-”

“그 편지를 장민 대표님…… 그러니까 엄마한테 보냈다고? 어떻게…….”

“냠냠이가 몰래 가서 집에 놓고 왔어!”

냐얌, 냐암-!

짧은 다리로 총총 특급 헌터 앞을 지나가며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냠냠이.

천문석은 깨달았다.

특급 헌터의 해맑은 웃음을 보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다.

장민 대표, 분노한 엄마에게 잡히는 순간 눈물 콧물을 줄줄 쏟으며 엉덩이에서 불이 나도록 맞을 테니까!

“편지를 몰래 놓고 올 게 아니라! 전화하거나! 그냥 엄마한테 말하고 매일 공방에 놀러 오면 됐잖아!”

“안 된다니까! 전화 걸면 걸려! 마녀 있단 말이야! 엄청 무서…….”

힐끗-

시선이 한경석, 냠냠이에게 닿는 순간 버럭 튀어나오는 외침.

“특급 헌터는 두렵지 않다!”

“두렵지 않은 거 아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빨리 말해 봐! 우선 마녀가 누군데?!”

“…….”

언제나 당당했던 얼굴에 생겨난 고뇌!

특급 헌터는 입술만 달싹일 뿐 말을 잇지 못했다.

“마녀가 누군데 그래? 혹시 내가 아는 사람?!”

“……알바 강한 거 맞지?”

“맞아. 나 엄청 강하니까. 얼른 말해!”

“지면 큰일 나는데…… 알바까지 마녀한테 지면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는데…… 친구들 못 구하는데…….”

대화가 같은 곳에서 빙빙 돌고 있다.

이대로라면 사실을 듣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지금 당장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을 장민 대표님에게 연락부터 해야 한다!

천문석은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장민 대표님한테 전화할 테니까. 우선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

“앗, 안 돼! 전화 걸면 걸린다니까! 편지 써야 해!”

특급 헌터가 달려드는 순간 번쩍 손을 높이 들어 피하고 화면을 터치했다.

띠리리-

송신음이 울리는 순간 도미노가 쓰러지듯 모든 일이 차례대로 일어났다.

“안 돼! 냠냠이! 찌릿찌릿 발사!”

특급 헌터의 다급한 외침!

타탓, 타타탓-

짧은 다리로 공방을 달리던 냠냠이의 공중 도약!

우르릉-

냠냠이게서 튀어나와 스마트폰으로 빨려 들어가는 스파크!

“앗! 따가!”

반사적으로 손에서 놓은 스마트폰.

파직, 파지직-

바닥에 떨어진 스마트폰에서 튀어 오르는 스파크.

딸깍-!

스마트폰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통화 연결음.

그리고 사근사근 여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장민 대표님 핸드폰입니다. 대표님은 급한 일로 잠시 자리를 비우셨는데 누구시라고 전해 드릴까요?

스마트폰에 손을 뻗는 순간 보였다.

미친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뻐금거리는 특급 헌터와 냠냠이.

‘대답하면 안 돼!’

‘□□□, □□-!’

피식 웃으며 대답하려는 순간 소름이 돋은 채 파르르 떨리는 손이 보였다.

그리고 벼락 치듯 깨달았다.

장민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비서로 보이는 사람이 받았다.

사근사근 여상한 목소리로!

장강 유통 오너, 장민 대표의 아들이 실종됐다!

그런데 이렇게 사근사근 여상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고?!

-여보세요? 듣고 계신가요?

천문석은 알 수 없는 직감에 스마트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1, 2, 3, 4, 5, 6초……!

영원 같은 1초, 1초가 흐르던 어느 순간 돌연 사근사근한 목소리가 변했다.

-혹시 특급…….

파지직, 퍽-

커다란 스파크가 튀어 오르며 스마트폰이 먹통이 됐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특급 헌터?! 이 전화 받은 사람 누구야?!”

이 순간 얼어붙은 특급 헌터가 움직였다.

“알바! 경석 형! 이쪽으로! 빨리 이쪽으로!”

타다다다닥-

한달음에 공방을 가로질러 도착한 불이 꺼진 전기로 옆, 낙서하듯 온갖 도형이 그려진 공간.

도형에 찰싹 몸을 붙이고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입을 여는 특급 헌터.

“삼촌이 사라졌어.”

“장철 헌터님 저 문 뒤 인공 사막에…….”

한경석이 철문을 가리키는 순간.

특급 헌터는 번쩍 고개를 들고 외쳤다.

“그리고 갑자기 누나가 나타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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