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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243화 (1,24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43화>

‘압수수색! 염동 대협이 움직였구나?!’

김태희 대령은 반사적으로 무장 벨트에 손을 올렸다.

그러나 무장 벨트는 텅 비어 있었다!

‘아차! 검문 때문에 숨겼지!’

“우선 튀자!”

다급히 외치는 순간 여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자는 왜 책상에 올려놨어? 얼른 들어가자.”

아무렇지도 않게 사무실로 들어가는 천문석과 한경석.

“……압수?”

“야, 빨리 들어와! 바로 확인시켜 줄게!”

“사무실 엄청 오랜만 같아!”

“잠깐……!”

김태희 대령은 다급히 뒤따라 들어갔다.

줄줄이 늘어선 선반에 가득 채워진 비품과 아무렇게나 쌓인 박스로 창고에 가까운 비좁은 사무실.

책상 위에 의자가 올려져 있고, 사방에 서류가 널려 있었다.

“염동 대협이 압수수색 한 거 아냐?!”

“우리 사무실 원래 이런데? 앗! 명패. 내 명패가 있어!”

한경석이 달려가는 책상 위, 종이를 접어 만든 명패 3개가 놓여 있었다.

[특급 사원1 - 특급 헌터]

[특급 사원2 - 암살검 한경석]

[특별 고문 - 이 길드장님]

“특급 헌터? 이 길드장님?”

이 순간 쿵, 쿵- 김태희 대령 앞에 박스 2개가 놓였다.

“봤지? 이 박스가 증거다!”

“뭐?”

반사적으로 박스를 보는 순간 보이는 그림, 감귤.

“감귤 박스? 이건 왜?”

“그림 말고 아래 글자를 보라고! 글자를!”

감귤 그림 아래 인쇄된 글자.

[임옥분 농업 법인]

“……??”

“이게 바로 우리 사무소가 임옥분 농업 법인과 거래하는 증거다!”

김태희 대령은 말없이 지갑에서 만 원짜리 2장을 꺼내 상자 위에 탁 내려놨다.

“2만 원?”

“이 2만 원 가지고 마트 가면 이 감귤 살 수 있냐 없냐?”

“……잠깐! 잠깐잠깐! 내가 증인 보여 줄게! 최설, 진교은? 아무도 없냐?!”

“……부사장님?!”

불쑥 선반 위에서 튀어나온 마스크에 고글을 쓰고 손에 고무망치를 든 사람.

“……최설? 너 선반 위에서 뭐 하는 거야?”

“어제부터 갑자기 이상한 울림이 들려서…… 잠시만! 지금 중요한 순간이라! 혹시 모르니 문 좀 닫아주세요! 신입, 진교은, 여사님 준비 끝났습니다!”

철문이 닫히고 최설이 외치는 순간 높게 쌓인 비품에 가려진 사무실 구석구석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준비됐습니다!”

“여기도 준비 끝났어!”

“하나에 시작한다. 셋, 둘, 하나!”

두두두두두둥-

천장이 북처럼 진동하며 한참 동안 울리다 뚝 순간.

“……!”

선반에 올라선 최설은 석고 보드에 찰싹 귀를 가져다 붙였다.

“…….”

“…….”

“지금 뭐……?”

“쉿!”

1분, 2분…… 5분이 지나자 사무실 구석구석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아무것도 안 들려요!”

“꽝이야! 이쪽은 없어!”

“텄어! 벌써 튀었어! 실패다!”

하아아아-

최설의 깊은 탄식이 사무실을 가득 채우는 순간.

김태희 대령의 불신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이 사무실이 금성 길드, 재금 연구소하고 거래한다고?”

“…….”

천문석 자신도 믿기지 않았다.

얘네들 지금 뭘 하는 거야?!

나비효과가 이렇게 일어날 수도 있는 건가?

아니면 한경석 말대로 다른 지구에 떨어지기라도 한 건가?!

그럴 리가 없었다!

자신이 직접 만든 스케치북 명패를 확인하는 한경석이 보였으니까!

이때 선반에서 내려온 최설의 목소리가 들렸다.

“부사장님 빨리 돌아오셨네요?”

“최설! 지금 뭐 하는 거야?!”

“몇 달 전 이상한 소리 기억하시죠?”

“이상한 소리……? 아!”

번쩍 뇌리를 스치는 장면.

공방 혼령 사건!

한경석의 공방에서 정체불명의 소리와 울림이 울려 퍼지던 사건!

그러나 그 진실은 벽간 소음에 빡친 최설의 분노한 고무 망치질이었다!

천문석은 힐끗 한경석을 살피고 잽싸게 최설에게 다가가 속삭이듯 말했다.

“그거 네가 한 거였잖아? 갑자기 그건 왜…… 어, 잠깐 지금 천장 설마?!”

“네…….”

최설이 고개를 끄떡일 때 선반 사이에서 초췌한 얼굴의 두 사람이 걸어 나왔다.

“이틀 전부터 사무실에서 다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부적도 붙이고 책상, 집기도 움직였는데…….”

진교은과 어쩐지 낯익은 얼굴의 여자.

“어 잠깐 너는……?”

“며칠 전 광화문 난장판 됐을 때. 부사장님이 보내셨잖아요?”

광화문이 난장판이 됐을 때 다시 만난 신동대문 다단계 바람잡이!

“아, 도를…….”

“신예은! 신입 사원 신예은이요!”

신예은이 크게 소리치는 순간 불쑥 끼어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얘들 이상한 소리 들린다고 답답하게 부적 붙이고 책상 배치를 바꾸고 있더라니까? 혼령의 소리라나? 아니 이상하면 과학적으로다가 생각해야지! 당연히 환풍구에 뭔가 들어온 게 분명한데 수맥이라니! 쯧쯧쯧-.”

혀 차는 소리와 함께 비품 상자 사이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빛바랜 흑백 얼룩무늬 교련복 바지를 접어 입고 하얀 티에 교련복 상의를 대충 걸친 모습!

나이 지긋할 것 같은 말투와 빛바랜 옷과는 달리 숏컷에 날카로운 눈썹, 짙은 갈색 피부의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처음 보는 여자였다.

“누구……?”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저릿한 감각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뭐지? 이 위기 경보는?!’

바짝 긴장하는 순간 툭 목소리가 이어졌다.

“왔냐? 남중국 출장 갔다더니 금방 돌아왔네?”

자신을 아는 듯 친근한 얼굴, 친근한 말투로!

“……네?”

“네 는 또 뭐야? 우리 사이에, 처음 보는 사람처럼.”

피식 웃으며 사무실을 돌아보고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음 좀 작긴 한데 생각보다 괜찮네. 뭐 처음에는 다 이렇게 시작하는 거지. 이제 일도 시작했고 옥탑방도 깔끔하니 좋으니까. 바로 올려도 되겠네. 그렇지? 천문석 부사장?”

“네? 뭘 바로 올린다는 건지? 아니 그보다 누구세요? 혹시 저를 아시나요?”

눈이 반달처럼 휘어지고,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는 동시에 아무렇지도 않게 툭 폭탄이 날아왔다.

“우리 세연이랑 혼례 올려야지. 손녀사위.”

“……!”

머릿속에서 쾅- 폭발이 일어나고 파파파팟- 머리가 미친 듯이 돌아갔다.

웃으며 폭탄을 던진 30대 중반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나이 들어갔다.

10년, 20년, 30년……!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 머리에 떠오르는 순간 비명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임옥분 여사님?!”

“뭐야? 뭘 또 처음 보는 사람처럼 놀라? 여름 휴가 때도 봤잖아?”

“……!!”

놀라는 게 당연했다.

농사의 달인 시골 ‘할머니’ 그 자체였던 제주도 임옥분 여사님이 30대 중후반이 되어 나타났으니까!

‘아니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어떻게?!”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깨달았다.

나비효과!

노화 역전 각성!

자신이 과거를 바꾼 일이 나비효과가 되어 임옥분 여사님이 노화 역전 각성했다!

*   *   *

“……!”

천문석은 경악으로 굳은 채 머리를 굴렸다.

‘아니, 나비효과가 어떻게 일어나야! 제주도에 계셨던 임옥분 여사님이 노화 역전 각성을 하는데?! 제주도는 근처에도 안 갔는데 이게 말이 되는 거야?!’

“기억났나 보네. 그럼 혼례가 내일모레인 것도 기억나지? 손녀사위?”

“네? 혼례요? 제가요?! 누구…….”

물을 것도 없다!

자신이 아는 임옥분 여사님의 손녀는 둘!

강화영은 철수형과 현실 러브 시그널을 찍는 중이다!

남은 것은 한 명뿐이다!

“류세연?!”

비명 같은 외침 뒤로 정신없이 말이 튀어나왔다.

“제가요? 혼례라고요?!”

“꼬맹이 류세연이랑?!”

“내일모레예요?!”

“최설, 진교……!”

……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재빨리 고개를 가로젓고, 손가락으로 X자를 그리고, 입 모양으로 말하는 최설, 진교은, 신예은!

‘아니에요!’

구라다!

제주도에 갔을 때처럼 구라를 치고 있다!

은근슬쩍 희망 사항을 섞어 기정사실로 만드는 이 특유의 말투!

진짜 임옥분 여사님이다!

번쩍 고개를 들고 다급히 외쳤다.

“임옥분 여사님! 무슨 그런 구라를 치세요?! 류세연 걔 스무 살도 안 됐어요! 고딩이에요! 고딩!”

“뭐야? 넋이 나간 것 같더니. 멀쩡하네? 좋아! 내가 크게 인심 썼다. 혼례는 스무 살 되면 하고 약혼부터 어때? 내가 건물 큰 거로 몇 개 뚝 떼어 줄게! 흐흐흐흣-.”

어느새 바짝 달라붙어 팔짱을 끼며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은근슬쩍 밀어붙이는 모습!

겉모습은 수십 년 세월을 거슬러 30대가 됐지만, 그 속에 담긴 건 임옥분 여사님 그 자체였다!

팔짱을 낀 손을 풀어내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안 해요. 안 해!”

“내가 살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그렇게 매정하게 끊다니!”

“아니 뭘 살날이 얼마 안 남아요?! 이 팔뚝 좀 봐! 완전 강철인데!”

와드드득

팔짱을 낀 팔에서 느껴지는 힘과 각성력!

간신히 팔짱을 풀고 잽싸게 거리를 벌렸다.

“그만! 그 이야기는 그만 하세요! 계속하시면 저 옥탑방 뺍니다!”

“알았어.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싱글싱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임옥분 여사님.

그러나 번뜩이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포기하지 않았다!

맨손으로 농사를 지어 엄청난 대지주가 된 임옥분 여사님 사전에 포기란 없었다!

천문석은 잽싸게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여사님 서울은 왜? 아니 제 사무실은 어떻게 아시고?”

“우리 세연이 한국 최고 대학 입학한다며? 선물도 주고 겸사겸사. 이 사무실 사장! 김철수, 그놈 혼꾸멍을 내주려고 올라왔어!”

“네? 철수 형은 왜……? 아!”

임옥분 여사님의 손녀 강화영!

철수형은 강화영과 러브 시그널을 찍고 있었다.

문제는 러브 시그널을 찍고 있는 게 강화영 한 명이 아니라는 것!

허세인, 금성 그룹 로얄 패밀리와도 러브 시그널을 찍고 있었다!

[허세인 -> 김철수 <– 강화영]

철수 형은 타의에 의한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아, 그래서!”

깨달음의 탄성을 터트리는 순간.

임옥분 여사님은 번뜩이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철수 그 녀석! 성실하고 착실하니 좋게 봤는데 양다리를 셋이나 걸쳐!”

“……네? 지금 셋이라고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반문하는 순간 깜짝 놀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임옥분 여사님? 진짜, 진짜로 임옥분 여사님이세요?! 이 감귤 재배한 임옥분 농업 법인 대표! 부산에 무료로 식량을 공급하신 그 임옥분 여사님?!”

감귤 상자를 들고 임옥분 여사님 앞으로 달려가는 김태희 대령.

“내가 임옥분 맞는데 처자는 누구?”

“영광입니다! 국가헌병대 김태희 대령입니다! 게이트 전쟁의 진정한 영웅! 임옥분 여사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 영광입니다!”

김태희 대령은 재빨리 감귤 상자를 내려놓고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아유 이 처자 인사성도 밝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김태희 대령의 양손을 잡는 임옥분 여사님.

“그래, 처자 결혼은 했고?”

“네, 네? 결혼요?!”

당황한 김태희 대령의 모습을 보는 순간 번쩍 정신이 들었다.

이럴 때가 아니다!

저분은 임옥분 여사님이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감귤을 따고, 귤 박스를 나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화술의 달인! 인화(人和) 능력치 만땅의 임옥분 여사님!

‘말려들지 않으려면 당장 튀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철문은 김태희 대령의 손을 꽉 잡고 선 자리를 주선 중인 임옥분 여사님이 몸으로 가린 상태!

“……!”

고개를 돌리는 순간 선반 사이에서 불쑥 손이 튀어나오고 얼굴이 보였다.

‘여기야! 친구! 내 공방!’

어느새 지게를 벗고 자신의 배낭까지 챙겨 입 모양으로 말하는 한경석.

한경석 공방!

김철수 사무실 구석 벽에는 한경석 공방으로 이어지는 숨겨진 통로가 있다!

천문석은 잽싸게 최설, 진교은, 신예은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파티마 무아지경에 빠졌어. 호법 서 주고 무장 박스. 그리고 부탁한다.”

척하면 척!

슬쩍 임옥분 여사님을 눈짓하는 순간,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몸으로 시야를 차단했다.

천문석은 기절한 장철 헌터를 태운 지게를 맨 채 한경석이 기다리는 선반 사이로 은근슬쩍 들어갔다.

선반에 몸이 가려지는 순간 소리 없이 전력 질주! 사무실 끝 선반으로 막힌 벽에 도착했다.

이심전심!

천문석이 선반을 들어 틈을 벌리는 순간 그 사이로 파고들어 조용히 문을 여는 한경석.

재배실의 후끈한 열기가 밀려올 때 한경석은 선반을 잡았고, 천문석은 그대로 틈을 지나 문 안으로 들어갔다.

소리 없이 선반이 제자리에 놓이고 한경석이 문을 통과하는 순간.

철컥-

천문석은 조용히 문을 닫고 바로 잠갔다.

“후유- 엄청 무서워 보였어!”

“하아- 맞아. 임옥분 여사님 장난 아냐. 얼른 공방 확인하고 튀자!”

생각지도 못한 나비효과가 툭툭 튀어나오고 있다!

장철 헌터 가족도 안심할 수 없다!

공방만 확인하고 바로 이동한다!

결심과 함께 몸을 돌리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게 뭐야?!”

통유리 창에선 강렬한 직사광선이 쏟아지고, 바닥에는 이글이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새하얀 모래가 가득 깔려 있다.

1000평에 달하는 인공 사막!

그 중앙에 선인장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인공 사막이 좁아 보이는 거대한 괴물 선인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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