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39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직접 보지 않아도 머릿속에 상황이 그려졌다.
뛰는 놈 단혈철검 주호가 소림사에서 대환단을 훔치고.
나는 놈 무영신투 한경석이 주호에게서 대환단을 슬쩍했다.
소림사 무승, 단혈철검 주호, 무영신투 한경석!
그 물고 물리는 난장판의 결과물이 지금 눈앞에 있었다!
대환단 3개! 하나도 아닌 대환단 3개를 털렸다.
당연히 분노한 주호는 대환단을 찾아 무영신투 한경석을 쫓아 올 거다!
무영신투 한경석이 있는 이곳, 대한민국 서울에!
즉, 단혈철검 주호가 자신이 있는 서울에 오는 거다!
“……!”
이 순간 천문석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희열이 끓어 올랐다.
남일도에서 단혈철검 주호를 버려 두고 도망친 건, 그곳이 남중국이고 마업을 벗으며 내력이 바닥났기 때문!
‘남중국이 아닌 서울에서, 내력을 회복한 상태로 주호와 만난다면?!’
머릿속에서 빠르게 시뮬레이션이 돌았다.
주호는 예전 무림 던전의 주호가 아니다!
굉천수, 구인창, 기습 공격, 도망치기 등등 자신의 기술을 이미 겪었고 심마를 극복하며 제대로 된 초절정의 경지에 발을 디뎠다!
지금 정면으로 싸우면 6할 승부!
주호가 부하들을 끌고 온다면 승률은 확 떨어진다.
하지만 여기는 남중국이 아닌 대한민국 서울! 자신은 혼자가 아니다.
문득 돌아가는 시선에 보였다.
1세대 헌터 강철 해머 장철.
대인전 랭커 무영신투 한경석.
무아지경에 빠진 바람검 파티마.
국가헌병대의 미친 치와와 김태희 대령.
전화 한 통이면 당장 달려올 워커 실트까지!
인맥, 힘, 공권력에 재력과 영향력까지 모든 면에서 압도한다!
당연히 9할 9푼 9리 압도적으로 이긴다!
문제는 승부의 실익이 없다는 것!
대환단 가격이 폭등한 것은 천검이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검은 이미 대환단을 손에 넣었다!
‘즉, 지금 대환단 가격은…….’
“친구. 이거 줄게! 치와와 너도 하나! 마지막 하나는 후식이 주면 화 가라앉겠지?!”
한경석의 들뜬 목소리 김태희 대령의 깜짝 놀란 외침이 이어졌다.
“뭐 대환단을 준다고? 야, 너 지금 영약 가격 얼마인지 몰라?!”
‘설마, 나비 효과?!’
천문석은 문득 드는 생각에 바로 확인했다.
“지금 영약 가격 비싸냐?”
“당연하지! 남중국 군벌 수장들이 영약 싹쓸이하고 있잖아! 지금 시장에 영약 물량이 싹 사라졌어!”
“흐흐흐흣-.”
한경석의 어깨가 웃음과 함께 쑥쑥 올라갈 때.
천문석은 재빨리 헌터 나라 앱을 실행시키고 검색했다.
“야, 검색할 필요도 없어! 내가 3일 전에 다 보고 받았어! 지금 영약은 부르는 게 값이야! 와! 너 대박 터트렸구나! 그냥 정신 나간 헌터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나 하나 준다고?! 그렇지 소장님! 각성력이 흩어진 소장님에게 드리면. 아니지, 팔아서 힘들게 생활하실 소장님을 도와드리면…….”
“치와와 하나 줄게. 던전에서 이거 얻는데 엄청 힘들었어! 스님들, 거지 떼, 사자탈, 강도, 도둑놈! 산, 강, 절벽, 도시! 어디로 도망가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쫓아왔다니까! 게다가 천하십절이라고 엄청 강한 사람들이 뒤에 붙어서…….”
“오, 오! 훌륭하다!”
한경석이 자랑스레 무용담을 쏟아 내고.
김태희 대령이 상기된 얼굴로 탄성을 터트릴 때.
천문석은 빠르게 헌터 나라와 경매 사이트, 뉴스를 확인했다.
“…….”
그리고 말없이 두 사람에게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친구?”
“스마트폰은 왜?”
“확인해 봐.”
스마트폰을 건네받은 한경석과 김태희 대령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하게 변했다.
“영약 가격 왜 이래?!”
“내려 봐! 아래로 빨리 스크롤 내려 봐!”
휙휙- 지나가는 화면.
그러나 아무리 화면을 내려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영약 값이 폭락했다고?”
“3일 만에 이게 가능한 거야?”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의 한경석과 김태희 대령.
당연한 결과였다.
천검은 이미 대환단을 손에 넣었고 내공을 익힌 무인이 아닌 각성자와 일반인에게 영약은 좀 비싼 영양제일 뿐이니까.
예상대로 대환단의 가치는 폭락했다!
“으아악- 내 계획이! 후식이 장비!”
“잠깐 내가 자세히 확인해 볼게!”
머리를 부여잡는 한경석과 다급히 전화를 거는 김태희 대령.
“…….”
천문석은 좌절하는 한경석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친구?”
“나한테 방법이 있다.”
“방법이 있다고? 후식이 장비 찾을 방법 있어?! 영약 폭락했는데? 진짜로?!”
“진짜로! 이 대환단으로 최후식 이사님 장비를 한 번에 모두 되찾을 방법이 있다!”
천문석은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남중국의 절대자 천검이 대환단을 이미 얻은 지금, 내공이 없는 각성자에게 대환단은 영양제일 뿐이다.
즉, 반대로 말하면 대환단은 내공을 배운 무인에게는 천금의 가치가 있었다.
내공을 배운 무인, 단혈철검 주호에게!
그러나 천금, 금 1,000냥이라고 해 봐야 37.5kg!
한경석은 금괴 112.5kg 가치의 레이드 탱커 장비를 날려 버리는 사고를 쳤다.
주호에게 대환단을 아무리 후려쳐 팔아도 금괴 112.5kg은 택도 없었다.
대환단만 생각해서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발상의 전환이다.
대환단이 아닌 대환단을 찾아올 분노한 초절정 고수 주호가 핵심이다!
남일도에서 미처 사용하지 못했던 카드.
무림 던전에서 조카에게 뒤통수 맞은 단혈철검 주호를 구해 주고받은 문서를 사용할 때가 왔다.
‘100만 냥짜리 지급 문서!’
그 지급 문서는 지금 자신의 손에 없지만 상관없었다.
주호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자신에게는 돈을 받아 낼 힘이 있었으니까!
문제는 주호가 무림 던전에서 지구에 떨어진 지 불과 몇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이곳은 주호의 기반이 있는 무림이 아닌 지구다. 아무리 초절정 고수라도 100만 냥은커녕 변변한 재산도 없을 거다.
하지만 이것도 상관없다.
주호는 초절정 고수!
김철수 사무실의 엠마 4인조처럼 100만 냥을 다 갚을 때까지 무급으로 빡세게 굴리면 되니까!
즉, 한경석이 날름한 대환단 3개는 100만 냥짜리 초절정 무인 주호를 낚을 미끼였다!
생각을 마친 천문석은 시선을 내렸다.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한경석과 김태희 대령.
그리고 그 앞에 놓인 대환단이 담긴 나무곽 세 개!
천문석은 대환단을 가리켰다.
“이 대환단 3개는 100만 냥 가치가 있다!”
“100만 냥!”
“설마 금 100만 냥?!”
“맞아! 금 100만 냥! 37.5톤!”
천문석은 참을 수 없는 희열에 웃음을 터트렸다.
“카캬카카캌- 잘했다! 경석아! 길어야 1, 2주! 한 방에 모조리 해결할 수 있다! 대박이다!”
“잘했다고? 한 방에 해결해?! 대박?!”
얼굴이 확 밝아진 한경석.
“야, 지금 한국만 폭락한 게 아냐! 남중국, 아니 전 세계 영약이 전부 폭락했어!”
다급히 끼어드는 김태희 대령.
천문석은 다시 한번 확신을 담아 외쳤다.
“나를 믿어라! 나한테 완벽한 계획이 있다!”
“믿긴 뭘 믿어! 그 계획 때문에 난장판 되는 걸 바로 앞에서 봤는데!”
“계획! 역시 친구는 계획이 있었구나! 그 계획 나도 같이할게!”
“같이하긴 뭘 같이해!”
“훌륭하다! 역시 암살검!”
“나 이제 무영신투야!”
“역시 무영신투 한경석!”
“하지 마! 아무것도 하지 말라니까!”
김태희 대령이 아무리 외쳐도 소용없었다.
장철 헌터는 기절하듯 잠들었고.
파티마는 무아지경에 빠져 있는 상태.
카캬카카캌-
카카카카캌-
이미 마음을 정한 천문석과 한경석의 웃음이 콜밴 안을 가득 채웠고.
[이제 곧 도착합니다. 손님.]
헌터용 콜밴은 기사의 안내와 함께 광화문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
콜밴을 따라가는 택시 안, 인이어로 감청한 대화를 듣던 제이나 김 팀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환단? 무영신투? 완벽한 계획? 하아-.”
이번 임무에 대해 남아 있던 마지막 기대마저 사라졌다.
상부의 명령대로 추적은 한다. 추적만!
그러나 자신이 중점을 두고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었다!
제이나 김 팀장은 인이어를 끄고 태블릿에 천검 이세기의 자료를 띄웠다.
“분명 가족, 지인, 친구가 있을 거야. 딱 한 명만 찾으면 된다! 한 명만!”
천검의 지인 한 명만 찾으면 사이코메트리 능력으로 모든 정보를 훑을 수 있다!
* * *
하늘에 닿을 듯 높게 솟은 성채 빌딩.
사람이 가득한 인도와 장갑 버스, 장갑 SUV가 줄지어 이동하는 도로!
단단한 판석이 깔린 직사각형 광장에 가득한 헌터들까지!
마침내 돌아왔다.
“광화문에!”
천문석은 장철 헌터를 태운 지게를 짊어지고 앞장섰다.
“우선 사무실부터 들리자. 무장 반납하고 파티마 맡겨야겠다.”
“알았어.”
한경석은 무아지경에 빠진 파티마를 태운 지게를 짊어지고.
“야, 같이 가!”
김태희 대령은 커다란 무장 상자를 끌고 뒤를 따랐다.
천문석은 광장을 가로지르며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는 걸 느꼈다.
한경석으로 찾으러 남중국으로 갔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장소에 떨어졌다.
2004년 부산.
2000년 3월 서초구.
2000년 1월 2일 세기말 대한민국.
시간을 거슬러 오르며 과거를 수없이 바꿨다.
바로 지금 그 바뀐 과거가 만들어 낸 결과, 나비 효과를 확인하러 가고 있었다.
재금 빌딩 13층.
김철수 헌터업 사무실로!
천문석은 사무실에 있을 사람들의 이름을 되뇌었다.
삼합회 비서 최설.
카지노 호텔리어 진교은.
다단계길드 바람잡이 신예은.
악당 4인조 엠마, 게릭, 클릭스, 폴리머.
그리고 무엇보다 김철수 사무실의 철수 형!
‘한 명이라도 사라졌다면?!’
상상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했다.
그러나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변화한 현재를 확인하는 것뿐!
천문석은 지게를 짊어진 채 주위를 훑으며 광장을 가로질렀다.
도로 넘어 길드, 인력 사무소, 헌터 용품점, 물품 보관소, 마석 감정소, 카페, 음식점이 줄줄이 늘어선 거리에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광장 주위에는 동료를 구하는 헌터들, 호객꾼, 관광객들이 바글바글했다.
자신이 광화문 광장을 탈출했을 때 바리케이드가 처지고 대규모 검거 작전이 벌어졌던 광화문 광장은 어느새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달라진 건 없는 거 같은데?”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당연하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달라지겠냐?”
“진짜 사무실 가도 괜찮을까? 후식이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하지?!”
“야, 걱정 마. 내가 누군지 잊었냐?! 내가 도와줄게. 그보다 너 약속 지켜야 한다! 딱 일주일이다!”
김태희 대령은 한경석에게 말하며 천문석을 바라봤다.
“지금 바로 연결해 준다니까? 뭘 일주일이나 기다리려고 그래?”
“이 복면 안 보여? 이 꼴로 어떻게 소장님을 만나! 그리고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니까! 마음의 준비가!”
김태희 대령은 버럭 소리치고 무장 상자를 끌고 성큼성큼 걸었다.
“야, 어디 가는 거야? 거기 아냐?”
빙글 돌아 아무렇지도 않게 따라오는 김태희 대령.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다시 앞장서 걸으며 주위를 살폈다.
“야, 뭘 그렇게 두리번거려? 뭐 찾는 거라도 있냐?”
“특별히 찾는 건 없고. 그냥 광화문 광장 변한 거 없나 확인하는 거야.”
“광화문 광장? 아! 염동 광장 옛날 이름! 아까도 말했잖아! 3일 만에 바뀌긴 뭐가……!”
천문석은 우뚝 발걸음을 멈췄다.
“너 방금 뭐라고……?”
“3일 만에 뭐가 변해? 변한 거 아무것도 없다니까!”
“아니 그거 말고 여기! 이 광장 뭐라고 불렀지?”
“염동 광장?”
잘못 들은 게 아니다! 김태희 대령은 광화문 광장을 ‘염동 광장’이라고 말했다!
“여기가 염동 광장이라고?!”
한경석의 혼란스러운 외침을 듣는 순간 단어가 머리를 스쳤다.
‘차이!’
자신과 한경석은 남일도 던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김태희 대령은 던전에 들어오지 않고 바다 위에서 대기했다!
천문석은 바짝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혹시 염동 광장 이름, 염동 대협에서 따온 거냐?”
“뭐야? 학교에서 안 배웠어? 당연하지! 저거 안 보여?”
김태희 대령은 황당한 얼굴로 광장 한쪽을 가리켰다.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돌아가는 순간 인파가 흩어지고 가려져 보이지 않던 동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나 낯익은 모습을!
우뚝 서 있는 사람과 그 주위를 위성처럼 돌고 있는 물체들!
“아앗! 저 동상 뭐야?!”
한경석의 깜짝 놀란 외침이 터지는 순간.
김태희 대령의 어이없어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뭘 또 처음 보는 것처럼 그래? 당연히 염동 대협 마혁진 동상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