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36화>
하이브리온 가문 시조의 검!
1군단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하이브리온 군단장의 통제장치를 슬쩍하는 계획을 세우는 지금.
하이브리온 가문이 찾아 헤매던 잃어버린 시조의 검이 튀어나왔다!
던전에서 나온 이세기의 짐 속에서!
워커 실트는 깨달았다.
이세기는 시드에 기원이 투영돼 만들어진 던전으로 빨려 들어갔다.
당연히 그 던전이 어떤 던전인지 확인부터 해야 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떻게 이걸 까먹고 있었지?!’
이유는 간단했다. 사방에서 밀려오는 헌터들을 밀어내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워커 실트는 바로 확인했다.
“이세기! 너 이 롱소드! 어디서! 아니 누구한테 얻은 거야?!”
“재의 기사…….”
“재의 기사?! 역시 던전이 맞구나!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전부 자세하게 설명…….”
툭 튀어나오는 대답.
“세기말 대한민국 북한산…….”
이세기의 대답을 듣는 순간 찌릿찌릿한 충격이 느껴졌다.
감각만이 아니다!
타타타타타탓-
정전기가 튀듯 작은 번개가 전신에서 튀어 올랐다!
“야, 워커? 너 괜찮아?!”
“괜찮아! 잠깐, 잠깐만!”
이세기의 대답을 듣는 순간 터진 번개!
언제 걸었는지도 모르는 금제가 자신의 몸에 걸려 있었다!
시간 오류 수정자?!
워커 실트는 잽싸게 회중시계를 꺼내 몸에 대고 그었다.
번개가 회중시계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워커 실트는 회중시계에 눈을 고정한 채 버튼을 연타했다.
회중시계 초침이 빙글빙글 도는 동시에 기계음이 들려왔다.
[띧디디딛디디디딛디-]
기계음을 듣는 순간 봉인된 기억 일부가 흘러나오고 깨달았다.
이 금제는 자신이 걸었다!
방금 이세기가 말하려는 것은 지금의 자신이 알아서는 안 되는 내용이다!
워커 실트는 바로 확인했다.
“이 롱소드 얻은 곳. 세기말 대한민국? 게이트가 열렸을 때? 2000년 1월 1일? 차원압이 엄청 강한 세계?!”
“정확하게는 2000년 1월 2일. 무슨 일이 있었냐면…….”
“안 돼!”
워커 실토는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쪼그려 앉아 외쳤다.
“우우우우우우우-.”
마치 듣기 싫은 소리를 지워 버리려는 꼬맹이처럼.
“…….”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황당해하는 이세기.
워커 실트는 번쩍 고개를 들고 다급히 외쳤다.
“내가 묻는 것만 대답해야 해! 다른 내용 알게 되면 강제로 차출된다!”
“어, 어.”
워커 실트는 바로 질문했다.
“이 롱소드. 정당하게 손에 넣은 거냐?”
“뭐?”
“결투, 구매, 양도…… 뭐가 됐든 양심에 거리낄 것 없이 얻은 거냐고?!”
“…….”
영원 같은 기다림 끝에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맞아. 정당하게 받았다.”
‘됐다!’
워커 실트는 마음속으로 환호했다.
마도 제국 1군단장, 하이브리온 가문이 그토록 찾았으나 결국 찾지 못한 시조의 검이 나타났다!
이 롱소드가 우연히 이세기의 손에 들어왔을 리 없다.
분명 무언가, 아마도 시간 오류 수정자가 개입한 거다!
괜찮다.
시간 오류 수정자는 샌드박스 밖의 관찰자!
자신은 이미 기억을 봉인하고 탈퇴했다.
괜히 세계의 비의를 탐구하겠다고 깝치다가 봉인이 풀리지만 않으면 괜찮다!
그렇다면 지금 중요한 건 이유가 아닌 사실이다!
하이브리온 시조의 검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
이세기가 이 시조의 검을 정당하게 얻었다는 사실!
이 사실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하다!
머릿속에서 쾅- 섬광이 터져 모든 계획이 지워지고 파파파팟- 미친 듯이 머리가 돌아갔다.
1군단이 이미 알을 박은 옐로스톤으로 밀고 들어가는 계획을 세운 이유는 하이브리온 군단장을 움직일 방법이 없었기 때문!
하이브리온 가문은 돌철 황제가 마도 제국을 세우기 전 아득한 과거, 고왕국 시대에도 귀족이던 가문이다.
그 피에는 강철이 흐르고, 그 말은 천 년 거암과 같다.
맹세와 신의를 지키기 위해 천 년 동안 대대로 약속을 물려주는 게 하이브리온 가문의 사람들이다.
납치, 협박, 매수 무엇도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롱소드라면 가능하다.
이 롱소드는 오명과 불명예를 짊어진 채 스스로를 태워 고왕국 시대의 어둠을 밝혔던 하이브리온 가문의 시조.
하이브리온 가문이 대를 이어 지켜 온 신의와 약속, 정신 그 자체를 상징하는 검이니까!
이세기가 정당하게 얻은 이상.
하이브리온 군단장은 반드시 움직인다.
혼자서!
하이브리온이 가문의 일에 제국 기사를 움직이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으니까!
자신이 지정한 장소에 혼자 오는 하이브리온 군단장!
이것만 가능하다면 EMP 마력 폭탄을 터트리고, 제국 기사들을 상대로 버티고, 군단장의 통제장치를 슬쩍해 개구멍을 뚫을 필요가 없어진다!
하이브리온 군단장을 움직이는 게 불가능해 폐기했던 계획. 더 빠르고 안전하고 간단하게 게이트를 열 수 있는 장소가 있었으니까!
워커 실트는 고개를 돌렸다.
좌석 주위를 감싼 소리와 형체를 왜곡하는 마력회로 너머 비행기 창문 밖으로 하늘이 보였다.
이제 곧 저 하늘에 모습을 드러낸다.
전 세계의 게이트 안정화 장치를 통제하는 정체불명의 마도왕이 웅크리고 있는 천공의 섬.
전능 옥좌!
진짜 전능 옥좌 성능의 1/10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상관없다.
1/10만으로도 원하는 곳으로 일회용 게이트를 뚫는 건 간단하니까!
지금까지는 이게 불가능했다.
전 세계 게이트에 안정화 장치를 박아 놓은 재금 그룹을 건드릴 수 없었고.
마법사는 준비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지기 존재들!
전능 옥좌에서 몇 년 동안 웅크린 정체불명의 마도왕을 그곳에서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간단한 해결 방법이 생겼다.
하이브리온 가문 시조의 검!
이 시조의 검으로 옐로스톤에 처박힌 하이브리온 군단장을 전능 옥좌로 부르면 된다.
군단장이 전능 옥좌에 오는 순간 전능 옥좌에 숨어 있는 마도왕과 100% 충돌한다.
당연했다.
제국 군단이 천공의 탑을 올라 마도 황제를 찾게 된 이유는 마도 제국의 망했기 때문이니까!
그리고 마도 제국이 망한 데는 전능 옥좌 추락이 0.00001%, 마도왕들의 마탑 전쟁이 99.99999% 책임이 있었다.
즉 군단장에게 마도왕은 마도 제국을 무너뜨린 전쟁을 일으킨 원흉이다.
둘이 만나는 순간 100% 충돌하고 모든 게 난장판이 된다.
그때 전능 옥좌의 통제권을 슬쩍하면 자신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
전능 옥좌를 자신보다 잘 아는 존재는 단 한 명뿐이다.
승천한다고 구라 치고, 김밥 먹으러 지구로 돌아왔으나 사라진 돌철 황제!
하이브리온 군단장, 정체불명의 마도왕 모두 전능 옥좌를 확보한 자신의 상대가 안 된다!
타대륙의 전능 옥좌가 모든 마탑을 통제했듯이, 지구의 전능 옥좌는 모든 게이트 안정화 장치를 통제하니까!
게이트 마력장과 전능 옥좌.
에너지와 통제장치가 한 번에 해결된다.
여기에 이세기에게 받은 차원 좌표 추적기를 사용하면 기동 병참 도시로 이어지는 게이트를…… 아니 아예 기동 병참 도시를 통째로 지구로 가져올 수도 있었다.
기동 병참 도시는 차원을 넘어 도망친 허신과 마신을 추격해 생포하기 위해 자신과 마도 황제, 노움 종족이 만든 전투 거점!
십만이 넘는 사람과 전투 병력이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한 이 도시에는 신적 존재를 상대하기 위한 수많은 무기와 장비, 조병창, 인공정령이 있다!
몬스터 웨이브, 거대 괴수, 대지를 잠식하는 마경! 지구의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오랜 친우 돌철 황제의 고향에 기동 병참 도시라는 선물을 안겨 주고 천공탑을 오르는 동료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문제는 하나!
차원 수배가 걸린 자신은 계획의 전면에 나설 수 없다.
군단장과 마도왕이 손을 잡고 자신부터 조지려고 할 테니까!
시조의 검을 가지고 계획의 전면에 나서 모든 것을 조율할 사람이 필요했다.
마도왕과 군단장, 두 고래가 만들어 내는 난장판에서도 운신이 가능한 힘과 머리를 모두 가진 강자가!
그리고 그 강자는 자신 앞에 있었다.
내 친구, 이세기.
불꽃 튀듯 빠르게 이어진 생각이 끝나고 번쩍 고개가 들리는 순간 탄성이 튀어나왔다.
“와, 뭐야? 이세기 너 왜 이렇게 운이 좋아?! 네 덕분에 더 완벽한 계획이 세워졌다! 카카카카캌-”
* * *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해졌다,
재의 기사의 롱소드를 보는 순간 심각한 표정으로 머리를 굴리던 워커 실트.
워커 실트는 번쩍 고개를 들더니 외쳤다.
‘……너 왜 이렇게 운이 좋아?!’
운이 좋다!
이 얼마 만에 들어 보는 말인가?!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내가 원래 좀 운이 따른다!”
“역시 내 친구 이세기! 카카캌-.”
탄성과 함께 웃음을 터트리는 워커 실트.
천문석은 잽싸게 따라 웃으며 물었다.
“카캬카캌- 더 완벽한 계획? 계획 변경된 거냐?!”
“맞아! 옐로스톤에 갈 필요도 기사들 발목을 잡고 난장판을 만들 필요도 없다! 더 빠르고 간단한 계획이 있다!”
워커 실트는 손에 쥔 롱소드를 툭 치고, 비행기 창문 밖을 가리켰다.
“우리가 갈 곳은 서울 하늘에 있는 전능 옥좌다!”
“전능 옥좌? 혹시 재금 그룹 본사 있는 섬?”
“맞아! 재금 그룹 본사 있는 천공의 섬!”
“마탄, 게이트 안정화 장치 개발한?”
“마탄 라이선스로 전 세계 돈을 긁어가는 걔네들 맞다!”
“…….”
천문석은 깨달았다.
‘워커 실트, 이 또라이 녀석!’
미국 옐로스톤은 괜찮다.
어차피 지구 반대편 다른 나라다.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
혹시 의심을 사도 괜찮다. 국가는 법의 테두리에서 움직이니까!
하지만 재금 그룹은 달랐다.
재금 그룹은 상식도 법도 통하지 않는다.
라이선스를 떼먹으려 하니까 게이트 안정화 장치를 터트리고, 특별세로 압박하자 일본 섬을 집어삼켜 하늘에 띄운 게 재금 그룹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또라이!
국가도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언터쳐블이 초거대기업 재금 그룹이다!
괘씸죄가 괜히 가장 무서운 죄가 아니다.
법전에 적힌 죄를 지으면 법대로 처벌받으면 된다.
하지만 초거대기업 재금 그룹에 괘씸한 놈으로 찍히면 무슨 일을 당할지 알 수 없었다!
정체를 숨겨도 안심할 수 없다.
의심만으로도 우선 때려잡고 보는 게 재금 그룹이니까!
“야, 워커! 그러지 말고 우리 원래 계획대로 하자! 전능 옥좌 재금 그룹 거라니까! 재금 그룹!”
“괜찮아 내 완벽한 계획을 들으면 네 생각도 변할 거다! 이 계획의 핵심은 저 롱소드다! 네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연락과 밑 준비는 전부 내가 할 거다! 네가 할 일은…….”
워커 실트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천문석의 얼굴은 썩어들어 갔다.
‘자신이 가져온 롱소드로 재금 그룹 본사가 있는 천공의 섬에서 군단장이랑 마도왕을 싸움 붙인다고?!’
설명이 끝나는 순간 자동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야, 그 계획은 아냐! 재금 그룹은 진짜 아냐! 나 절대로 운 안 좋다니까! 그 계획 분명 엉망진창 된다!”
“역시 이세기! 바로 핵심을 파악했구나! 그 엉망진창이 핵심이다!”
“아니 그게 아니라! 진짜 엉망이 된다고! 남일도처럼 완전 개판이 된다고!”
“이세기! 나를 믿어라! 타이탄 마스터! 맨손으로 초거대기업을 세운 내 촉이! 내감이 말하고 있다! 넌 운이 좋다! 이 계획은 반드시 먹힌다!”
“야, 오해라니까!”
“나를 믿어라!”
……
천문석과 워커 실트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생각 서로 다른 외침을 쏟아 내는 지금.
한경석, 파티마, 김태희, 장철은 일등석 좌석에 기절하듯 잠들었고.
퐁퐁이와 용용이는 무장 상자 안에서 여전히 쿨쿨 자고 있었다.
그리고 가짜 5관 금괴에서 세기말 대한민국까지 이어진 긴 사건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사건이 시작되고 있었다.
워커 실트에 의해서.
그러나 새로운 사건의 시발점 워커 실트는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공방 도시에서 극도로 조심스럽게 움직였던 이유.
이세기와 손을 잡고 옐로스톤 1군단을 상대할 계획을 처음 생각한 이유를.
이세기에게 검은 재앙, 운명을 사는 화폐 흑전이 붙어 있기 때문이었다.
흑전의 업이 불러 온 운명은 신조차도 피할 수 없는 필연!
이 필연을 이용해 옐로스톤의 1군단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게 워커 실트의 원래 계획이었다!
그러나 노움 종족이 언제나 그러하듯 남일도로 쏟아져 들어온 헌터들을 정신없이 날려 보내고, 갑자기 튀어나온 하이브리온 가문의 검을 보는 순간 원래 계획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외치고 있었다.
“걱정 마라! 내가 보증한다! 이 계획은 99% 아니 100% 먹히는 계획이다! 날 믿어라! 친구!”
‘설득 불가다! 재금 그룹 본사가 있는 전능 옥좌를 난장판으로 만들어야 한다! 바로 자신이!’
천문석이 미래를 직감하는 순간 무장 상자 구석에 처박힌 잡낭 안 흑전이 반짝였다.
하이브리온의 롱소드는 이번에는 검명을 울려 위기를 경고할 수 없었다.
워커 실트의 단단한 손에 잡혀 있었으니까.
-천문석, 워커 실트.
-하이브리온 시조의 롱소드.
-제국 1군단 하이브리온 군단장.
-재금 그룹 본사가 있는 전능 옥좌.
이 모든 원인이 하나로 이어져 피할 수 없는 결과, 운명을 빚어낼 때.
천문석과 워커 실트, 모두를 태운 비행기는 제주도를 지나 운명이 만들어지는 서울로 날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