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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231화 (1,23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31화>

용용이와 퐁퐁이!

2004년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 갑자기 나타났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두 각성 동물이 눈앞에 있었다.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야?!’

불쑥 의문이 떠올랐지만,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용용이가 눈앞에 잠들어 있다는 게 중요했다!

거대한 물의 장벽으로 푸저우시로 접근하던 몬스터 웨이브를 뭉개 버린 게 용용이다!

바다의 재앙 용용이가 나타나면 대만해협에 모여든 해양 마수와 몬스터는 아무것도 아니다!

문제는 각성 동물을 이용하려다 망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

바다의 재앙 용용이는 안전장치가 제거된 핵폭탄이나 마찬가지다.

미 7함대는 용용이를 북미 지역으로 유인하려다 니미츠급 항공모함까지 두 동강 났었다!

하지만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지금 용용이 옆에는 안전장치가 같이 잠들어 있었으니까!

용용이와 함께 햇살 아래 쿨쿨 잠든 하늘 고래, 퐁퐁이!

퐁퐁이는 용용이의 친구다!

그리고 자신은 퐁퐁이와 아주아주 친했다!

‘이건 먹힌다!’

감이 오는 순간 이미 몸은 움직이고 있었다.

“네 힘이 필요하다!”

천문석은 한달음에 보트 운전석으로 달려가 용용이를 번쩍 들었다.

“야, 야! 얼른 일어나 지금 엄청 급해!”

휙휙, 휙휙휙-

30cm 남짓 양손 쏙 들어오는 새하얀 돌고래를 정신없이 흔드는 모습.

“지금 뭐 하냐?”

워커 실트가 어이없어 하고.

[친구??]

한경석이 의아해할 때.

“야, 너 미친 거야?!”

김태희 대령이 기겁해서 달려왔다.

“치와와! 얘 왜 안 일어나는 거야?! 무슨 일 있었어? 혹시 갑자기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거나?!”

“뭔 소리야! 계속 자고 있었어! 빨리 손 떼고 내려놔! 걔 용용이라고 용용이!”

“용용이라고?!”

깜짝 놀란 외침과 함께 한달음에 달려온 워커 실트.

“진짜 용용이잖아?!”

워커 실트의 경악한 외침 뒤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피피피핏-

번개같이 공간을 뚫고 다가와 천문석을 잡는 한경석.

[친구……!]

“아냐! 순간 이동 타이밍 아니야!”

천문석은 단호히 제지하고 재빨리 말을 이었다.

“어차피 얘 지금 안 깨우면 끝장이야! 대만해협으로 빠져나가려면 용용이가 필요하다!”

“그렇지! 용용이 이 미친 각성 동물이면 해양 마수 뚫는 건 간단하지!”

[……??]

“미친! 용용이는 누구도 제어 못 해! 용용이가 분노하면 끝장이야! 7함대 항공모함 반으로 쪼개진 거……!”

천문석은 김태희 대령의 말을 끊고 퐁퐁이를 가리켰다.

“여기 해결책이 있다! 내가 얘랑 아주 친하다!”

‘아니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자신을 미친놈 보듯 바라보는 김태희 대령.

[……친하다고?]

고개를 연신 갸웃하는 한경석.

“앗, 아앗!”

이번에도 무언가 눈치채고 탄성을 터트리는 워커 실트.

“그래 맞아!”

천문석은 쿨쿨 잠든 퐁퐁이를 내밀며 계획의 핵심을 외쳤다.

“이 하늘 고래는 바다의 재앙 용용이 절친이다!”

“……그게 무슨?”

[친구? 친구라고?]

김태희와 한경석은 여전히 감을 잡지 못했다. 그러나 워커 실트는 달랐다.

“그렇지! 이세기 이 기발한 녀석! 그런 방법이 있었어! 카카카카카캌-”

탄성과 함께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워커! 역시 넌 내 생각을 알았구나!”

“당연하지! 무인들은 머리를 안 써서 문제라니까! 이렇게 간단한 해결 방법이 있는데! 역시 이세기 이 천하의 사기꾼 녀석! 내 호적수답다!”

카캬카카캌-

카카카카캌-

천문석과 워커 실트는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워커 실트는 공구 벨트에서 기다란 라이터를 꺼내 내밀었다.

“자 받아! 이걸로 지지면 된다! 상처, 후유증 없이 깔끔하게 고통만 준다!”

“……카카캌. 뭐? 뭘 한다고?”

워커 실트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씩 웃으며 라이터를 당겼다.

화르르르륵-

기다란 라이터 입구에서 한자가 넘는 불꽃이 치솟았다!

“화염방사기냐?! 이건 왜 주는 건데?!”

“네 계획 다 알았다니까! 친구를 인질로 잡아서 용용이 협박하자는 거잖아? 와, 이 비열한 녀석! 어떻게 그런 계획을 생각했냐?! 상상도 못 했네! 그 계획 99% 먹힌다! 바로 이걸로 지져라! 내가 만든 특제 ‘관념의 불꽃’이다! 상처, 후유증 없이 깔끔한 지옥의 고통만 줄 수 있다!”

카카카카캌-

워커 실트의 비열한 웃음이 울려 퍼지는 순간 모두의 시선이 한 곳에 꽂혔다.

동글동글한 얼굴과 빵빵한 배,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지느러미.

입가에 행복한 웃음을 매단 채 쿨쿨 잠든 30cm 남짓 반투명한 새끼 고래.

“…….”

[…….]

하늘고래 퐁퐁이에게 시선이 닿는 순간 김태희 대령과 한경석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그려졌다.

그러나 이 미소는 화르륵- 화염이 치솟는 라이터를 지나 천문석에게 닿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저 어린 각성 동물을 라이터로 지진다고?”

[친구…… 하아아-]

황당해하는 목소리와 깊은 실망이 담긴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다.

“야, 지지긴 뭘 지져……!”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대답했지만.

워커 실트의 외침에 삼켜져 버렸다.

“생존이 우선이다! 하늘 고래 새끼! 놀러 다니는 상의 친구를 괴롭히다니! 상상도 못 할 무모하고 비열한 짓이지만! 대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자 받아라! 얼른 지져라!”

워커 실트는 척 화염방사기 라이터를 내밀었고.

“하아…….”

[하아…….]

김태희와 한경석은 깊은 한숨과 함께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애써 눌러둔 념이 치솟고 간신히 잡은 정신줄이 날아가려 한다.

워커 실트 황당한 녀석! 이세영 선생님보다 더한 헛다리를 짚고 있다!

“아니라니까! 그냥 깨우기만 하면 말로 설득할 수 있어!”

천문석은 벼락같이 외치고 양손에 잡은 퐁퐁이와 용용이를 흔들었다.

“야, 얼른 일어나! 우리 할 일 있어!”

훙훙, 훙훙훙-

지느러미를 잡고 흔들고.

찰싹, 찰싹찰싹-

손바닥으로 전신을 두들겼다.

그러나 용용이와 퐁퐁이는 깨어나지 않았다. 아니, 아무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

천문석은 선측 난간 아래로 몸을 숙였다.

첨벙, 첨벙-

바다속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는 퐁퐁이와 용용이.

“정신 차려! 당장 깨어나야 해! 긴급 사태야!”

아무리 바닷물에 담그고 휘저어도 둘은 깨어나지 않았다!

‘그냥 잠든 게 아니다! 뭔가 있다!’

감이 오는 즉시 확인했다.

“치와와! 얘네들 무슨 문제……?!”

“……!”

[……!]

돌처럼 굳은 채 경악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김태희와 한경석.

그리고 탄성을 터트리는 워커 실트.

“……와! 너 완전 능숙한데! 자 받아. 이걸로 지지면 직방이다!”

워커 실트는 라이터를 내밀었다.

“깨우려는 거라니까!”

“앗! 깨운다고? 그럼 나한테 좋은 게 있다!”

워커는 공구 벨트에서 손안에 쏙 들어오는 직사각형 장치를 내밀었다.

장치에 맺힌 은은한 마력광!

“마도구? 혹시 정신을 깨우는 마법이 새겨진 마도구냐?!”

“아니, 전기 충격기인데.”

“…….”

“이게 어지간한 마법보다 훨씬 낫다! 내가 개조해서 이거 한방이면 누구든 바로 정신을 차리거든! 보여 줄게!”

워커 실트가 버튼을 꾹 누르는 순간 타타타타탓- 새파란 뇌전이 1미터가 넘게 치솟았다!

“…….”

천문석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한자가 넘는 화염이 치솟은 라이터!

1미터에 달하는 뇌전이 쏟아지는 전기 충격기!

‘워커 실트 이 녀석은 자신의 예상을 몇 배나 뛰어넘는…….’

순간 김태희 대령의 침묵을 깨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미친놈아! 뭐? 대한민국 바다의 수호신 용용이를 전기 충격기로 지지자고?!”

워커 실트는 마주 소리쳤다.

“이거 안전해! 내가 직접 부하들한테 수십 번 검증했다니까!”

“안 돼! 절대 안 돼! 용용이에게는 조금의 위해도 가해선 안 돼! 물류, 난민, 미세 먼지, 해양 마수와 몬스터! 용용이가 혹시라도 다치면 줄줄이 문제가 터진다!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김태희 대령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

워커 실트는 파파팟- 번개같이 움직여 용용이를 쓱쓱쓱 문질렀다.

“건드렸다! 어쩔 건데?! 카카캌-”

“이 미친 꼬맹이가!! 으아악-”

김태희 대령은 악을 쓰며 로우킥을 갈겼고.

워커 실트는 펄쩍 뛰어 로우킥을 피하고 돌진했다.

“와라! 백곰권 맹호출격!”

김태희 대령과 워커 실트는 순식간에 뒤엉켜 때리고 쥐어 터지는 개싸움을 시작했다.

“카카카캌- 내 상대가 되기는 백 년은 이르다!”

광소를 터트리는 워커 실트.

아악, 으아아악-

팔다리가 꺾인 채 버둥거리는 김태희 대령.

[……!]

흥미진진하게 눈을 반짝이는 한경석.

“…….”

난장판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배 구석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무아지경에 빠진 파티마.

“…….”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보며 정신줄을…….

천문석은 번쩍 정신을 차리고 정신줄을 단단히 붙잡았다.

워커, 김태희, 한경석 모두 한 군데씩 맛이 간 상태!

지금 이 보트 위에서 정상인 사람은 기절한 장철 헌터와 자신밖에 없었다!

이대로 워커, 김태희, 한경석만 남겨 두고 정신줄을 놓았다간 악명 높은 남중국 던전 감옥에서 깨어날 가능성이 99% 이상이다!

‘기절해도, 용용이를 깨우고 기절해야 한다!’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다!

“미안하다!”

천문석은 사과부터 하고 퐁퐁이와 용용이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양손 엄지로 중지를 눌러 전법륜인 딱밤 자세를 잡았다.

내력이 바닥났지만 상관없다.

전법륜인 수인은 무공이 아닌 혼백에 새겨진 법(法)에 기원한 기술이니까!

“진짜 미안하다!”

다시 한번 사과하고 쿵, 쿵, 쿵- 세 걸음 내딛는 순간.

벼락 치듯 쏘아진 손가락이 퐁퐁이와 용용이의 이마를 때렸다.

따악, 따아악-!

바짝 마른 장작이 쩍 쪼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용용이와 퐁퐁이는 깨어나지 않았다!

‘전법륜인 딱밤도 안 먹힌다고?!’

생각지도 못한 결과에 정신이 아득해지고 애써 눌러둔 념이 터질 듯이 요동쳤다.

더는 방법이 없다!

길어야 3분! 정신줄을 놓는다!

다시 정신이 차린 곳은 던전 감옥이리라!

‘최루 가루만 삼키지 않았으면!’

“빌어먹을 최루 가루! 으아악-.”

괴성을 지르는 순간 벼락같이 깨달았다.

용용이를 깨울 방법이 아직 하나 남았다!

주호를 한 방에 보낸 방법!

평소라면 수십 번 고뇌했을 방법이다.

그러나 물에 빠진 사람은 비에 젖는 걸 걱정하지 않는 법!

그렇다! 어차피 버린 몸, 한 번이나 두 번이나 마찬가지다!

“워커! 최루 가루! 리클레 가루 더 있지?!”

문득 고개 돌린 눈앞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기괴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항복 안 해?! 이래도 항복 안 한다고?! 백곰권! 핥짝핥짝! 문질문질! 카카카캌!”

“아악- 미친 꼬맹이 녀석! 어딜 핥아! 으헤헤헥-.”

워커 실트는 김태희 대령의 등에 찰싹 달라붙어 목을 핥으며 겨드랑이를 간지럽히고 있었다!

천문석은 잽싸게 달려 워커 실트의 공구 벨트에 걸린 비닐봉지를 낚아챘다.

낯익은 붉은 가루가 가득한 비닐봉지.

“앗! 너 뭐 하려고?!”

워커 실트의 경악한 외침이 터지는 순간.

천문석은 한달음에 용용이와 퐁퐁이에게 달려가 와득- 비닐봉지를 찢었다.

“안 돼! 하늘 고래한테 리클레 가루는……!”

워커 실트의 다급한 외침이 터질 때.

천문석은 리클레 가루를 입에 털어 넣었다.

“어……?”

“……!”

[친구??]

모두의 황당해하는 시선이 모여드는 순간.

천문석의 머릿속에 번쩍 새하얀 벼락이 내려치고, 아득히 먼 어딘가에서 거대한 울림이 다가왔다.

길어야 1분!

하지만 이 1분이면 충분하다!

천문석은 손을 뻗어 움켜잡고 들어 올렸다.

행복한 미소와 함께 쿨쿨 잠든 용용이를!

이 순간 휘몰아치는 념(念)의 폭풍이 용용이의 전신으로 빨려 들어갔다.

…… -!!

용용이는 마침내 번쩍 눈을 떴고.

천문석은 용용이를 들어 올린 채 선수로 달렸다.

“바로 대만으로 간다!”

탓-

천문석이 선수에 서는 순간 하늘과 바다를 뒤흔드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휘히이이이이잇-

니미츠급 항공모함조차 반으로 쪼개는 바다의 재앙, 용용이의 포효가!

우르르르르릉-

하늘에 구름이 모여들어 용오름이 내리꽂히고.

쾅, 쾅, 콰아앙-

바다 곳곳에서 소용돌이치는 물기둥이 폭발하듯 치솟았다.

찰나의 순간 바다에 치솟은 수십 개의 용오름!

파파파파팟-

날치, 거북이, 상어, 고등어…… 온갖 바닷물로 이뤄진 생명체들이 용오름에서 튀어나왔다.

남일도와 바다에 자리한 모두는 한눈에 알아봤다.

용용이가 나타났다!

해양 몬스터를 피해 온 남일도에 재앙이 강림했다!

바다에 가득했던 모든 배가 육지를 향해 도망칠 때.

콰카카카캉-

수십 개의 용오름과 수천의 바닷물 생명체의 폭풍이 대만해협을 향해 몰아쳤다.

부아아아앙-

그리고 한 척의 보트가 이 뒤를 쫓아 대만해협을 향해 질주했다.

“역시! 해냈구나! 카카카캌-!”

“미쳤어! 완전히 돌았어! 으으윽-.”

광소를 터트리는 워커 실트와 머리를 부여잡은 채 타륜을 잡은 김태희 대령.

[친구 괜찮아?!]

걱정스레 자신을 보는 한경석.

“…….”

“…….”

…… -

여전히 무아지경에 빠진 파티마와 정신줄을 놓은 장철 헌터, 쿨쿨 잠든 퐁퐁이.

모두가 있는 보트 선수에는 용용이를 번쩍 든 천문석이 있었다.

모든 난장판을 뒤로하고 남중국을 떠나고 있다.

대만해협 너머 타이베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2시간 30분이면 인천공항이다.

오늘이 가기 전에 대한민국 서울, 마침내 자신의 옥탑방에 돌아가는 거다!

이 모든 것을 위해 지금 꼭 해야 하는 게 있다!

천문석은 마지막 힘을 끌어내 동료들에게 외쳤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절대 계획도 세우지 말고! 대만에 도착하는 즉시 서울행 비행기 타라!”

절절한 외침이 끝나는 순간 천문석은 용용이를 들어 올린 채로 픽- 정신줄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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