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229화 (1,23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29화>

아득한 하늘로 솟은 빛의 기둥!

그 빛의 기둥이 시작되는 장소, 숲에 둘러싸인 암반지대 한가운데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마치 문처럼 수직으로 일어선 수면!

던전 입구다!

수면을 헌터들이 끝없이 몸을 던지고 섬광과 함께 튕겨 나왔다.

던전 입장을 거부하는 듯한 모습!

그러나 헌터들은 멈추지 않았다.

숲과 암반 지대에 가득한 헌터들을 뚫고 달려 기어이 던전 수면으로 몸으로 던졌다!

광기마저 느껴지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탄식이 터져 나왔다.

“쟤들 왜 저래?! 단체로 홀린 거냐?!”

“대환단 때문이야!”

“대환단? 대환단이 여기서 왜 나와?!”

“저 던전 무림 던전이라고 뉴스 속보 떴다고 말했잖아? 지금 남중국 절대 권력자……!”

‘남중국 절대 권력자!’

자신도 모르게 입이 열리고 말이 튀어나왔다.

“천검! 대환단!”

“뭐야? 알고 있었냐? 맞아! 곧 연방 총통 되는 천검이 대환단을 구해서…….”

워커 실트의 외침이 귓가를 스치는 순간 남중국 푸젠성 푸저우시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푸저우 시가지가 난장판이 되고.

거대한 몬스터 웨이브가 밀려오더니.

용용이와 퐁퐁이가 해일과 함께 나타났다.

이 모든 것을 한 방에 해결할 계획을 세웠다.

플랜 A 대환단 독식 계획!

그러나 계획의 마지막 순간 불쑥 튀어나온 청년 때문에 계획은 와르르 물거품이 됐다.

자신의 대환단을 받아간 청년!

청년은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천문석은 이미 청년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자신의 절친과 같은 이름을 가진 남중국의 절대 권력자.

곧 연방 총통이 될 천검 이세기다!

천검은 이미 대환단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무림 던전에 들어가도 대환단을 얻는 건 불가능하다.

대환단은 소림사! 타고난 도둑놈, 철검장주 주호 정도가 아니면 구경조차 쉽지 않은 장소에 있었으니까!

즉, 지금 던전 수면으로 몸을 던지는 헌터들은 삽질을 하는 거다!

“야, 너희 헛수고하는 거야!”

그러나 아무리 외쳐도 헌터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불꽃을 향해 달려드는 날벌레처럼 끝없이 던전 수면을 향해 몸을 던졌다.

“소용없어! 쟤들 완전히 눈 돌아갔다! 그래서 내가 날다람쥐 옷을 준비한 거다! 카카카카캌-.”

워커 실트의 말대로다. 윙슈트가 없었다면 내력이 바닥난 지금의 자신은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

“잘했다! 그럼 이제 뭘 해야 하는 거야?!”

“저기 보이지?!”

아득한 하늘로 솟은 빛의 기둥을 가리키는 손.

워커 실트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바로 감이 왔다.

빛의 기둥이 점멸하고 있었다.

오래된 형광등이 깜빡이는 것처럼!

“저거 설마 꺼지는 거냐?!’

“맞아! 이 던전 네가 들어갔던 던전이랑 같은 씨앗에서 나온 두 개의 싹이다! 씨앗이 사라지면 당연히 싹도 사라진다! 전에 말했지? 거울상이라고. 곧 연결 끊어진다! 예상 시간은…… 차원 좌표 추적기로 역산하면…….”

장치를 꺼내 정신없이 계산하는 워커 실트.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사람이다!

“야, 시간 보다! 저 안에 내 동료는?! 던전 안에 들어가서 찾아야 하는 거야?!”

“아니! 케인! 내 부하가 통신기 던져 넣어서 동기화시켰어! 타이밍만 맞추면 거울상이 꺼지는 순간 강제로 튕겨 나오게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타이밍! 시간, 시간인데…… 젠장 차원 좌표 추적기 왜 이렇게 속도가 늦어?!”

워커 실트는 분통을 터트리며 계측기를 스패너에 내리치며 기계음을 외쳤다.

[띠딛디띧딛디띠디디딛디딛-]

완전히 정신 나간 듯한 모습!

‘진짜 믿어도 되는 거야?!’

불쑥 의문이 치솟는 순간 환호성이 터졌다.

“됐다! 연산 시작했다! 준비해! 네 동료 튕겨 나오는 순간, 저 아래 얘들 한 번에 무력화할 거야! 그때 바로 낚아채서 튀어야 한다!”

“무력화? 너 설마 또 최루 가루를…….”

“아니 저 아래 내 부하가 기다리고 있어! 케인! 하늘이다! 우리 보이냐? 준비됐어?!”

워커 실트가 통신기를 잡고 외치는 순간 암반 가장자리에서 양복 상의를 흔드는 사람이 보였다.

“좋아! 계획대로다! 내가 신호하면 쟤가 어그로를 먹을 거다! 그 틈에 낚아채면 된다! 바로 시작하자!”

휘이이이이잉-

말이 끝나는 동시에 암반 위에서 원을 그리며 활강하는 워커 실트.

천문석은 바로 그 뒤로 따라붙었다.

수천의 헌터들이 파도처럼 요동치는 암반 위!

천문석과 워커 실트는 빙글빙글 빛의 기둥을 중심으로 활강하기 시작했다.

다섯 바퀴를 돌았을 때.

워커 실트는 번쩍 고개를 들고 외쳤다.

“결과 나왔다! 10초 후에 튕겨 나온다!”

“알았어!”

파아아아아-

천문석은 원을 그리는 속도를 조절해 타이밍을 맞췄다.

1, 2, 3……

지상에 가득한 헌터들이 찰나의 순간 스쳐 지나가고.

4, 5, 6……

빛의 기둥은 당장이라도 꺼질 듯 빠르게 깜빡이고 헌터들은 정신없이 수면에 몸을 던졌다.

7, 8, 9……

[지금이다!]

워커 실트의 확성 마법과 동시에 굉음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아앙-

음파 폭탄이 터진 듯한 굉음이 암반 위를 휩쓸고, 헌터들이 자신도 모르게 멈칫했다.

길지는 않았다.

단 1초!

하지만 1초면 충분했다.

10!

빛의 기둥은 형광등이 꺼지듯 팟- 빛의 잔상만 남기고 사라지고.

파아아아앙-

던전 수면은 엄청난 물방울이 되어 암반 위를 퍼져 나갔다.

“……!”

“……!”

“……!”

암반 위 모든 헌터들이 다급히 몸을 돌려 도망치는 순간 시야를 가리는 물방울 속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핏, 피피피피핏-

연속으로 울리는 바람 빠지는 소리!

그리고 물방울 속에서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 튀어나왔다.

빛을 받아 오색으로 반짝이는 카멜레온 은신 망토!

한 손으로 무장 벨트를 다른 손에 곡도를 쥐고 몸을 돌린 검사!

한경석, 파티마 알사우드!

던전에 빨려 들어갔던 동료들이다.

“여기다! 위에 있어!”

외침과 동시에 시선이 마주쳤다.

[……!]

번쩍 들린 카멜레온 은신 망토에서 전해진 깜짝 놀란 기계음.

[아앗! 친구?!]

“그래, 나야!”

천문석은 대답하는 순간 이미 활강하고 있었다.

파아아앙-

바람을 가르고 활강하는 자신!

피피피핏-

연속 순간이동으로 하늘로 도약하는 한경석과 파티마!

역시 대인전 랭커 암살검!

완벽한 타이밍에 연속 도약을 펼쳤다!

두 사람을 낚아채는 동시에 잽싸게 빠져나가면 된다!

“이 손 잡아! 바로 빠져나갈 거야!”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두 사람의 외침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친구! 오면 안 돼!]

한경석의 기계음과.

[야, 네 동료? 왜 2명이야?! 안 돼!]

워커 실트의 확성 마법이.

“그게 무슨 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보였다.

정장 차림의 한 남자를 로프로 낚아채 날아오르는 워커 실트.

[넷은 안 돼! 한계 중량에 걸려…….]

워커 실트의 외침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파앙-

섬뜩한 칼바람이 불고.

까아앙-

쇳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파스스슥-

만져질 듯 선명한 빛의 조각이 길게 늘어진 로프를 잘랐으니까!

“……??”

불신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암반 위를 가득 채운 물방울 속으로 떨어지는 정장 남자!

“……!!”

고글 너머로도 전해는 경악한 얼굴로 암반 중앙, 던전이 있던 장소를 바라보는 워커 실트!

천문석은 이미 고개를 돌렸고 봤다.

파앙, 파아앙-

암반 지대를 뒤덮은 물방울 속에서 쏟아지는 광풍과!

파슥, 파스스슥-

이 미친 바람에 실려 날아오는 유형화된 빛을!

[유형화된 오러?! 저거 검강이잖아?!]

워커 실트의 외침이 터지는 순간.

천문석은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한경석과 파티마가 들어간 던전은 무림 던전이 맞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던전이 꺼지는 타이밍에 연속 순간이동으로 빠져나온 게 아니었다.

‘친구! 오면 안 돼!’

한경석과 파티마는 도망친 거다.

검강을 뿌려 대는 무림 던전의 초절정 고수에게서!

*   *   *

‘여기서 초절정 고수가 나온다고?!’

눈앞이 깜깜해지고 정신이 아득했다.

세기말 대한민국의 난장판이 끝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게 무슨 개판이란 말인가?!

‘시바시바시바……!’

마음속에서 멈추지 않고 욕이 울려 퍼질 때 무인의 육감과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암반 위에 가득했던 헌터들은 이미 몸을 돌려 도망친 상황!

물방울 속에서 쏟아진 빛과 바람검 파티마의 바람이 허공에서 연속으로 충돌한다!

파파파파팟-

검강과 검기의 불꽃에 시야가 하얗게 물들고!

까가가가가깡-

강철과 강철이 충돌하는 소리가 청각을 날려 버린다.

쉴 새 없이 검을 뿌리는 파티마.

연속으로 공간 도약하는 한경석.

두 사람은 초절정 고수의 공격을 틀어막고 있었다.

그러나 천문석은 한눈에 상황을 파악했다.

파티마의 바람검!

한경석의 연속 도약!

기술의 사정거리, 간격 차이로 버티고 있을 뿐이다!

거리가 좁혀져 초절정 고수의 ‘간격’에 들어가는 순간 끝장난다!

‘시바시바! 이걸 어떻게 해결하지?!’

무한 동력, 천마신공 발전기는 사라졌다!

내력은 마혁진의 영안을 열어 주기 위해 바닥까지 긁어 썼다!

두 사람을 낚아채 윙슈트로 튀려고 해도 한계 중량에 걸린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답이 없다!

이 순간 암반 지대를 뒤덮은 물방울 속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오너! 여기요! 저 여기 있습니다!”

검강의 파편에 밧줄이 잘려 암반 위로 떨어진 정장 남자의 외침!

정장 남자는 헌터의 물결에 휩쓸려 멀어지고 있었다.

[계획 변경이다! 자력갱생! 알아서 탈출해라!]

“네?! 오너! 그게 무슨 오너, 오너!!”

정장 남자는 절규와 함께 곧 숲으로 사라졌고.

워커 실트는 바로 옆으로 따라붙어 외쳤다.

“야, 빨리 꼬리 끊고 튀어야 해! 암반 지대 뒤덮은 물방울 사라지면 포위된다! 빨리 처리해!”

워커는 자신이 당연히 초절정 고수를 상대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너 혹시 방법…….”

역으로 질문하려는 순간 벼락 치듯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최루 가루! 너 아까 최루 가루 더 있냐?!”

“리클레 가루? 이건 왜?! 유형화된 오러 사용자, 마스터급 검사한테는 리클레 가루 안 통해! 유형화된 오러의 벽을 뚫기에는 순도가 너무 낮아서 ……!”

“나한테 방법 있다! 빨리 급해!”

“받아라!”

워커 실트가 던진 비닐봉지를 낚아채는 순간.

천문석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윙슈트 세 사람은 버틸 수 있다고 했지?”

“어.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천문석은 말을 끊고 한경석과 파티마를 가리켰다.

“두 사람 부탁한다!”

“뭐? 야, 너 뭘 하려고?!”

천문석은 바로 팔을 접고 활강했다.

검강을 쏟아붓는 초절정 고수가 있는 물방울을 향해서!

내력은 바닥!

천마신공도 사라졌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여전히 무기가 있었다.

내력, 무공, 천마신공은 자신의 본질이 아니다!

고아 소년, 천문사 주지, 마도 18문의 지존, 알바의 달인, 김철수 사무실 부사장.

돌멩이가 쌓아 올린 삶!

이 삶 자체에 자신의 본질, 진짜 무기가 있었다!

포기하지 않는 근성!

파아아앙-

지상이 빠르게 가까워지고.

포그르르르-

수억의 물방울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친구! 위험!]

한경석의 다급한 기계음이 울려 퍼질 때.

‘할 수 있다!’

천문석은 비닐봉지를 뜯고 최루 가루를 입안에 털어 넣었다.

[야, 이 미친……!]

워커 실트의 경악한 외침이 터지는 순간.

‘할 수 있다!’

천문석은 최루 가루에 담긴 념(念)을 구인창의 경력으로 움직였다.

내력이 말라붙은 기경팔맥에 리클레 가루에 담긴 념(念)이 흘렀다.

기경팔맥을 흐르는 용암 같은 기운!

심상 공간에 화염 폭풍이 몰아치고 거대한 열기와 선명한 고통이 밀려왔다.

천문석은 아상을 분리하지도, 고통을 관조하지도 않았다.

고통 그 자체를 받아들여 구인창!

감각과 정신을 속이고.

현상과 허상의 경계를 허물어.

하늘마저 속이는 구인창의 극(極)을 펼쳤다.

기척과 존재감이 사라져 돌멩이나 마찬가지인 몸이 물방울 폭풍의 바닥에 닿는 순간.

툭-

천문석이 펼쳐 낸 구인창의 경력이 기척도 없이 날아가 초절정 고수의 몸에 닿았다.

번개 같은 검이 날아왔지만 이미 늦었다.

하늘마저 속이는 구인창의 극은 초절정 고수의 내력 방벽을 아무렇지도 않게 속이고 스며들어 그 안에 담긴 경력을 풀어 놓았다.

천문석이 삼킨 최루 가루에 담긴 념(念)!

기경팔맥을 흐르는 용암, 주술폭탄을!

“……!”

날아오던 문득 검이 멈추는 순간 시야를 가득 채운 물방울이 흩어지고 초절정 무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진흙탕에서 구른 듯 말라붙은 흙과 먼지로 엉망이 된 옷과 터질 듯이 달아오른 붉은 손!

제대로 먹혔다!

그러나 역시 초절정 고수! 이걸 버티고 있었다!

평소라면 폭풍처럼 몰아쳐 마무리를 지었을 거다.

하지만 내력 방벽을 속이기 위해 최루 가루를 삼킨 자신도 훅 가기 직전인 건 마찬가지!

‘시간을 끌어야 한다!’

천문석은 정신줄을 꽉 붙잡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며 담담하게 여력이 남은 무림 고수처럼 말했다.

“……여기까지 하자. 우리 이제 원한은 잊고…….”

담담한 말과 함께 갈가리 찢어진 상의와 붉은 목을 지나 경악으로 일그러진 얼굴에 시선이 닿았다.

“긍정적인 생각…….”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멈추고 멍하니 초절정 고수의 얼굴을 바라봤다.

“…….”

당장이라도 눈물, 콧물이 터질 듯 울긋불긋 물든 너무나 눈에 익은 얼굴을!

“너, 너. 너! 설마?!!”

천문석이 뭐라 말을 잇지 못할 때.

초절정 고수의 입에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금권! 이 또라이 샠……!”

미처 말을 끝맺지 못하고 픽 쓰러지는 초절정 고수!

“…….”

천문석은 튈 생각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봤다.

한경석과 파티마를 쫓던 초절정 고수는 무림 던전에서 만난…….

“주호? 철검장 가주! 단혈철검 주호?! 그 얍삽한 주호라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