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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228화 (1,22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28화>

“마침내 돌아왔다!”

천문석은 재빨리 장철 헌터부터 확인했다.

장철 헌터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호흡과 맥박 모두 정상이다.

바로 고개를 들어 주위를 확인했다.

콘크리트 기둥과 맨바닥이 그대로 드러난 실내!

곳곳에 널브러진 의자와 테이블, 엉망으로 나뒹굴고 있는 계측 장비들!

이 모든 것이 눈에 익었다.

던전 입구가 있던 남일도 건물이다.

깨달음의 순간 머리에 떠오르는 이름들!

워커 실트.

한경석, 파티마.

김태희 대령.

이름이 떠오르자 바로 계획이 세워졌다.

워커 실트를 찾아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반대쪽 던전에 빨려 들어간 한경석과 파티마를 구하고.

김태희 대령이 대기 중인 보트를 타고 남일도에서 빠져나가면 된다!

이 계획에서 중요한 건 ‘시간’이다!

자신이 던전에 들어가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워커! 야, 너 어디에 있냐?! 우리 돌아왔다!”

천문석은 바로 워커 실트를 찾아 건물을 달렸고 바로 깨달았다.

계단과 창문이 강화 콘크리트로 막혀 층 전체가 봉쇄된 상태!

봉쇄된 층 어디에도 실트는 없었다.

아니 워커 실트만이 아니다! 기절한 연구원과 경호 인력 모두가 사라졌다!

봉쇄된 층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일주일, 한 달?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면?!’

불길한 생각이 불쑥 떠오를 때 문득 보이는 게 있었다.

층 중앙! 햇살이 쏟아지는 뻥 뚫린 천장!

미궁 악어가 천장을 뚫고 들어와 자신과 장철 헌터를 들이박은 흔적!

옥상으로 이어진 통로다!

“야, 워커! 너 옥상에 있냐?!”

외침과 동시에 이목을 집중하는 순간 느껴졌다.

빵빵, 빠아앙-

무언가 터지는 듯한 폭음과!

구우우우우웅-

기둥을 타고 내려오는 진동이!

‘옥상에 누군가 있다!’

천문석은 한달음에 달려 잡동사니를 밟고 도약!

와득- 무너진 옥상 가장자리 철근을 잡고 옥상으로 몸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강렬한 햇살 너머로 보이고 들려왔다.

빵빵, 빠아아앙-

옥상 난간에 거치된 총을 붙잡은 사람의 뒷모습과 외침이.

“와라! 멍청한 녀석들! 오늘도 내가 교훈을 내려 주마! 카카카카칵-“

머리에 쓴 낯익은 헬멧!

7살 남짓 꼬맹이처럼 작은 몸!

거리낌 없이 총구를 당기는 모습!

그리고 깊은 빡침을 불러오는 저 웃음소리까지!

카카카카캌-

천문석은 한눈에 알아봤다.

“워커!”

“……!”

빙글 얼굴이 돌아가고 커다란 고글에 가려진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이세기!”

“워커! 야, 너 어디에 총을……!”

“드디어 나왔구나! 야, 얼른 따라와!”

“야, 잠깐 너 방금 사람한테 총을…….”

워커 실트는 난간에 걸린 총을 들어 허공을 겨누고 총구를 당겼다.

빠아아앙-

총구에서 튀어나온 충격파가 물결치듯 허공을 가르고 날아갔다.

“비살상 무기 빵빵건이다! 받아! 난 탈출 준비할 테니까! 밖에다 갈겨!”

워커 실트는 총을 던지는 동시에 옥상에 널린 커다란 상자 안으로 몸을 던졌다.

반사적으로 총을 잡는 순간 휙휙- 상자 밖으로 튀어나오는 잡동사니들!

“야, 뭔 소리야? 탈출? 밖에다가 갈기라니?!”

대답은 워커 실트가 아닌 난간 너머에서 들려왔다.

우와아아아아-

수백, 아니 수천 명이 외치는 거대한 함성으로!

“…….”

자신도 모르게 몸이 돌아가고 남일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다가 보이지 않을 듯 모여든 수백 수천 척의 선박!

선착장에 접안한 대형 페리선과 여객선에서 쏟아지는 장갑 SUV, 장갑 버스, 헌터들!

넓은 부두는 끝없이 쏟아지는 차량과 헌터들로 당장이라도 터질 듯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아니 이미 터졌다!

우와아아아아-

대지를 까맣게 덮은 헌터들이 함성과 함께 남일도의 숲, 도로, 계곡, 비탈을 달려오고 있었으니까!

빛의 기둥이 솟은 서쪽 암반 지대와 남동쪽 고지대!

한경석과 파티마가 들어간 던전.

자신과 워커 실트, 장철 헌터가 있는 건물을 향해서!

“……!”

이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던전 안에서 개고생을 해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

던전 밖 남일도로 돌아오는 건 끝, 결말, 마무리,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잠시 멈춰 둔 난장판을 다시 시작하는 걸 의미했다!

*   *   *

“…….”

천문석은 돌이 된 듯 멍하니 난간 너머를 바라봤다.

이때 정신을 번쩍 깨우는 외침이 들려왔다.

“야, 뭐 해! 당겨!”

“……!”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빵빵, 빠아아앙-

총구에서 쏟아진 충격파에 급경사의 비탈을 달려오는 헌터들이 줄줄이 나뒹굴었다.

“워커!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순간 뇌리를 뚫는 듯한 섬뜩한 살기!

‘마탄?!’

반사적으로 난간 아래로 몸을 숨기려 할 때 한발 먼저 외침이 들려왔다.

“안 돼!”

“미친놈아! 마탄은 안 돼!”

“피해! 당장 피해!”

타앙-

총성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콰아아앙-

한 줄기 뇌전이 총성이 울린 장소를 때렸다.

파직, 파지지직-

새파란 전격이 총을 쏜 헌터와 그 주위의 헌터들을 지지며 거미줄처럼 퍼져 나갔다.

으악, 아아악-

전기 충격기에 맞은 듯 줄줄이 쓰러져 부르르 경련하는 헌터들!

“저건 또 뭐야?!”

“내 부하다! 마탄은 걱정하지 말고 계속 당겨!”

빵빵, 빠아아앙-

천문석은 방아쇠를 당리며 외쳤다.

“나 들어가고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거야?! 쟤들은……!”

“하루!”

“뭐, 하루?! 하루 만에 저 헌터들이 다 모여들었다고?!”

“뉴스 속보! 남일도에 각성 스팟! 무림 던전 열렸다고 뉴스 속보 떴다!”

‘아차!’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남일도에 도착하기 전 뉴스 속보를 봤으니까!

하지만 단 하루가 지났을 뿐이다!

단 하루 만에 바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배가 모여들었다고?

헌터를 실은 페리선, 유람선만 아니라 어선, 예인선, 컨테이너선…… 온갖 선박이 모두?!

“저 수천 척의 배가 전부 무림 던전 때문에 왔다고?!”

“해양 몬스터 경보 터졌다! 대만해협, 남중국해에 해양 마수, 몬스터가 바글바글 몰려들고 있어! 저 배 태반이 그거 피해 모인 거야! 분명 그 미친 각성 동물 때문일 거다! 젠장할 용용이! 빌어먹을 불운! 어디에 넣어 둔 거야?! 왜 안 보여!”

분통을 터트리며 다음 상자로 달려가 물건을 휙휙 집어 던지는 워커 실트.

‘이게 다 무슨 소리야? 해양 몬스터 경보?! 해양 마수? 용용이는 또 뭐야?!’

생각지도 못한 정보에 정신이 아득해질 때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찾았다!”

상자에서 압축팩을 꺼내 드는 워커 실트의 모습이 보였다.

“야, 받아! 우리 바로 튀어야 한다!”

.”아니 잠깐 잠깐만! 어디로 튄다는 거야?!

워커 실트의 손이 난간 너머 서쪽 빛의 기둥을 가리켰다.

“암반 지대 던전! 이쪽 던전에서 네가 나왔으니까 반대쪽 던전 시드도 곧 꺼진다! 네 동료들도 튕겨 나올 거야! 빨리 입어 바로 이동해서 만나야지!”

“아니 뭘 입는다고……?”

찌이이익-

워커 실트는 압축팩을 열었다.

파아아앙-

손바닥 크기의 압축팩에 공기가 빨려 들어가고 상하의 일체형 점프슈트가 튀어나왔다.

“점프슈트? 이걸로 이동한다고?!”

워커 실트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답했다.

점프슈트를 입고 무릎에서 몸통을 거쳐 목 아래까지 지퍼를 쭉 올리고 난간에 뛰어올라 팔을 활짝 펼쳤다.

파스스슥-

이 순간 팔과 몸통 사이에 생겨나는 빛의 날개 막!

국가 헌병대에 봉쇄된 광화문 광장!

태성 빌딩 옥상 이태성 길드장의 옥탑방에서 탈출한 방법!

“윙슈트! 이 점프슈트 윙슈트구나!”

“맞아! 건방진 꼬맹이 녀석 부하보고 만든 날다람쥐 옷이다! 얼른 입어! 바로 튀자!”

“건방진 꼬맹이 부하?”

“있어. 상상을 초월한 완전히 미친 다람쥐…….”

“미친 다람……?”

자신도 모르게 물으려는 순간 번쩍 정신이 들었다.

지금은 궁금증을 풀 때가 아니다!

“총 받아!”

천문석은 워커 실트에게 총을 던지고 바로 몸을 돌려 달렸다.

“잠깐만! 데려올 사람 있어!”

잽싸게 구멍으로 뛰어내려 장철 헌터를 업고 돌아왔다.

거의 100kg에 육박하는 무게!

“이 윙슈트, 두 사람도 괜찮을까?!”

“간당간당하지만 가능해! 야, 빨리 입어! 난 쟤들 막을게!”

빠앙, 퓨수우욱-

워커 실트는 마력이 다한 총을 상자에 던져넣고 펄쩍 난간에 올라 웃음을 터트렸다.

카카카카카캌-

“총성이 멈췄다!”

“달려! 모두 달려라!”

“옥상이다! 외벽을 타고 기어 올라가!”

“안 돼! 어젯밤처럼 낚인다!”

“입구! 입구를 뚫고 들어가자!”

……

환희와 탄성, 울분과 분노가 뒤엉킨 수백 수천의 외침이 빠르게 가까워졌다.

“뭐? 나를 잡는다고?! 카카카캌- 멍청한 녀석들 내 특제 최루탄을 받아라!”

워커 실트는 옥상 가장자리를 달리며 미친 듯이 허공에 손을 움직였다.

후두두두둑-

옥상 곳곳에 널린 상자에서 튀어나온 물체가 우박 쏟아지듯 떨어졌다.

“……!”

“……!”

어제부터 지금까지 상상도 하지 못한 온갖 방법으로 구르고 밀려났던 헌터들.

헌터들은 무언가 허공에 던져지자 확인하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땅을 박차고 반전하고, 몸을 던져 바닥을 구르고 나무, 바위, 방패 뒤로 다급히 숨었다.

1분도 되기 전에 건물 주위는 텅 비어 버렸다.

헌터다운 반사신경이었다.

그러나 건물 주위에 가득 떨어진 물체에선 섬광도 폭음도 터지지 않았다.

“…….”

“…….”

의아해하는 시선이 모여들고 곧 바닥에 떨어진 물체의 정체가 드러났다.

“비닐봉지?”

“붉은 가루……?”

“설마, 고춧가루?!”

“아무리 미친놈이라도 그럴 리가……!”

……

얼빠진 목소리와 함께 자신도 모르게 비닐봉지를 향해 다가오는 헌터들.

천문석은 한눈에 이 비닐봉지의 정체를 알아봤다.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봤던 광경!

붉은 가루를 뒤집어쓰고 건물 입구에 기절한 헌터들!

부산 던전 배송의뢰!

공방 도시 7층, 절벽 결전!

워커 실트와 싸웠을 때 사방에서 터진 붉은 가루!

저 붉은 가루의 정체는 자신조차 1분도 버티지 못하고 정신줄을 놓았던 최루 가루다!

가루는 겉모습일 뿐 진짜는 가루에 담긴 념(念)이다!

저 최루 가루는 화학 무기가 아닌 주술 폭탄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최루 가루가 건물 전체를 포위하듯 빼곡히 떨어졌다.

저 정도 최루 가루가 터지면 옥상까지 위험하다!

“야! 저걸 저렇게 뿌리면……!”

[10초다! 당장 튀어랏!]

워커 실트는 확성 마법으로 외치는 동시에 난간 위를 달렸다.

10초!

물을 필요도 없다!

폭발할 때까지 남은 시간이다!

“야, 이 미친!!”

천문석은 워커 실트를 쫓아 전력으로 난간을 달렸다.

타다다다닷-

이 순간 다급한 외침이 쏟아졌다.

“저 새끼들 도망친다!”

“마탄은 안 돼!”

“마력 각성자! 염동력자?!”

“막아! 발목이라도 붙잡고 늘어져!”

……

“지금이다!”

워커 실트와 천문석은 난간 끝에서 도약해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파스스슥-

빛의 날개 막을 펼쳐지는 순간 단숨에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마력장이 비틀리고, 역장이 채찍처럼 날아왔지만 이미 늦었다.

10초!

파앙, 파아앙-

건물 주위에 떨어진 수백 개의 비닐봉지가 일제히 폭발해 붉은 가루가 흩날렸다.

“쿨럭- 뭐야 이거? 최루 가루?!”

“괜찮다! 각성 헌터한테 최루 가루는 통하지 않는다!”

“호흡 멈추고 몸으로 버티며 뚫는다!”

……

헌터들은 재빨리 입을 가리고, 호흡을 멈추고, 방독면을 쓰고, 역장으로 몸을 감싼 채 돌진했다.

그리고 지옥이 펼쳐졌다.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처럼 그대로 널브러져.

눈물, 콧물, 체액을 쏟아 내며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수백의 헌터들!

“…….”

천문석은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봤다.

숨을 참고, 방독면, 각성력으로 버틴다고?

애초에 불가능하다!

겉모습은 사기다!

저 최루 가루는 처음 겪으면 99% 당하는 굉천수처럼, 호흡기에 작용하는 최루 가루가 아닌 념(念)이 담긴 주술 폭탄이니까!

“봤냐?! 내 작전이 완벽하게 먹혔다! 카카카캌-!”

워커 실트의 웃음을 듣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부두에 헌터들이 쏟아지고 있다.

저 최루 가루는 바짝 마른 산에 던져진 불씨와 같다.

남일도 전체가 활활 불타오르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야, 이 미친! 일을 이렇게 키우면 어떡해?! 빡친 녀석들이…….”

“모두 내 계획대로다!”

기다렸다는 듯 외치는 워커 실트.

“……계획대로라고?”

어쩐지 기시감이 느껴지는 상황에 반문하는 순간 확신 어린 대답이 돌아왔다.

“지표면의 온도, 태양의 각도, 구름의 방향, 풍향, 헌터들의 각성력! 이 모든 것을 계산했다! 불은 절대 번지지 않는다! 저기 저 헌터들만 쓰러지고 끝난다!”

워커 실트는 붉은 가루에 삼켜진 고지대 건물을 가리키며 선언했다.

“내 완벽한 계획대로!”

이 순간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이이잉-

붉은 가루에 삼켜진 건물에서 저지대 선착장을 향해서.

건물을 삼켜 버린 최루 가루는 이 바람을 타고 넓게 퍼져 나갔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결과가 펼쳐졌다.

농약 맞은 메뚜기 떼처럼 뭉텅뭉텅 쓰러지는 헌터들!

수백 명, 수천 명 단위의 헌터들이 전신에서 체액을 쏟아 내며 데굴데굴 바닥을 굴렀다!

불이 번지듯, 남일도 전체로 지옥이 번져 가고 있었다.

“…….”

“…….”

휘이이잉-

천문석과 워커 실트는 날다람쥐 옷을 입고 활강하며 이 모습을 봤다.

천문석은 문득 물었다.

“불이 안 번져? 전부 계획대로라고?”

“……당연하지! 이 정도는 상정 범위 안이야! 다 내가 예상한 범위 안이야!”

워커 실트는 당당히 외쳤다.

그러나 대답 전 3초의 공백은 말하고 있었다.

계획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사고, 불운이라고!

“…….”

천문석은 마혁진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뭉텅이로 쓰러져 체액을 쏟아 내는 헌터들!

불이 산 전체로 번지듯, 사건이 커지고 있다!

데굴데굴 구르는 헌터들이 깨어나는 순간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거대한 분노의 쓰나미가 밀려오리라!

이 모든 것을 계획한 사람!

바로 자신 옆에서 날고 있는 워커 실트를 향해서!

모진 놈 옆에 있으면 같이 벼락을 맞는 법!

‘최대한 빨리 한경석과 파티마를 빼내고, 워커 녀석과 헤어진다!’

마음으로 다짐하는 순간 보였다.

거대한 빛의 기둥이 솟은 암반 중앙!

한경석과 파티마가 빨려 들어간 던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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