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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220화 (1,22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20화>

[카캬카카카-]

“……!”

전생 천마의 사념이 전해지는 순간.

천문석의 머리는 빠르게 움직였다.

천마는 자신의 전생이다!

게다가 전법륜인의 수인으로 연결되는 순간 기억과 감정, 마음이 전해졌다.

당연히 천마가 아는 건 자신도 알아야 했다!

그러나 천마의 사념에 담긴 외침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적예가 찾아온다고? 그건 불가능하다!’

마치 누군가 가져간 듯 기억은 사라졌지만, 그동안 터진 사건 곳곳에 단서가 널려 있었다.

이상 던전, 적염성의 난장판이 끝나고 특급 헌터가 가져온 붉은 구리 반지에 새겨진 이름!

적예(赤芮).

그 구리 반지에 같이 새겨져 있던 익숙한 이름!

류세연.

무림 던전에서 만난 이세기가 나뭇가지 검과 함께 전해 준 기억들!

-엄청난 부자가 돼서 집사로 고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등과 발바닥에 멋진 붓글씨로 ‘적예 거’라고 썼다.

-버섯을 키우고, 겨우살이를 따고, 커다란 벌집을 들고 달려왔다.

……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적예가 자신을 찾아오는 건 불가능했다.

자신의 옥탑방 아래에는 적예의 후생인 류세연이 살고 있었으니까!

“야, 적예가 찾아오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너도 봤잖아? 류세연! 꼬맹이 세연이가 있는데……?!”

번쩍 고개를 들고 다급히 외쳤으나 전생 천마는 이미 균열 안으로 사라진 후!

‘아직 균열이 닫히지 않았다!’

천문석은 한달음에 균열을 향해 달려가며 외쳤다.

“야, 야! 야야! 대답해 주고 가야지!”

균열에 도착하는 순간 사념이 전해졌다.

[너, 전부 대가로 올렸구나. 그러니까 스승님 말씀대로 하늘 좀 그만 불러…….]

“대가로 올렸다고? 하늘을 부른다고?! 갑자기 무슨 말을…… 잠깐 하늘……!”

벼락 치듯 뇌리를 스치는 기억!

오리온 길드 현장 면접!

갑자기 튀어나온 강철 와이번과의 격전!

살아남기 위해서 전생의 경지를 훔치고 대가를 올렸다.

하늘의 저울에!

“기억! 기억을 대가로 올렸구나?! 그렇지! 맞지?!”

[지금 말해 줘도 이 순간이 끝나면 어차피 잊어버려. 적예 만나면 직접 들어. 하아-]

“야! 한숨 쉴 시간에 그냥 말해 주면 되잖아!”

[안돼. 전생과 후생. 두 천마가 같은 나뭇가지에 서 있던 것만으로도 세계의 나무에 엄청난 부하가 걸렸다. 이것까지 말하면 나뭇가지가 부러질 수도 있어.]

‘이건 또 뭔 소리야?!’

다시 튀어나온 기억에 없는 이야기들!

“세계의 나무? 부하가 걸려?! 나뭇가지가 부러져? 뭔 소리야? 알아듣게 설명……!”

묻는 순간 뇌리가 간질거렸다.

무심코 던져 둔 TV 리모컨을 찾는 것처럼!

‘적예, 세계의 나무, 나뭇가지에 걸리는 부하!’

자신은 천마가 말하는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심코 던져 두고 깜빡한 리모컨처럼 뇌리만 간질거릴 뿐 기억나지 않았다!

‘하늘의 저울이 대가로 가져갔으니까!’

쿵쿵, 쿵쿵쿵-

돌연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가슴속에서 단단한 덩어리가 치밀어 올랐다.

수백까지 감정이 뭉쳐 단단히 굳어진 덩어리.

이 덩어리가 목을 지나 머리에 닿는 순간 무언가 후두둑- 쏟아져 내렸다.

천문석은 멍하니 손을 얼굴로 가져갔다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

볼을 타고 흘러내려 턱 끝에 맺혔다, 툭 떨어지는 물방울!

“……!”

경악한 천문석이 반사적으로 거울을 찾는 순간 깊은 한숨과 사념이 담긴 바람이 균열에서 불어왔다.

[와라! 나의 후생이여!]

[직접 보고 혼백에 새겨 넣어라!]

전생 천마의 사념이 마음에 스며들 때 균열에서 쏟아진 뜨거운 바람이 몸을 휘감았다.

화르르륵-

불이 붙을 듯한 뜨거운 바람이!

*   *   *

“……!”

바람에 닿는 순간 깨달았다.

물리적인 열기가 아니다!

이 열기는 하나로 합쳐진 무수한 무인의 기세와 투지다!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균열의 경계에 닿는 순간 균열 너머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송곳니 같은 산과 칼날 같은 봉우리가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산맥!

그 산맥 한가운데 드넓은 분지에 도시가 세워져 있었다.

너무나 눈에 익은 도시.

마도 18문의 본산!

그 중앙 광장에서 수십만 무인의 기세와 투지, 내력이 하나로 모인 타는 듯한 열기가 치솟고 있었다!

마지 정지 버튼을 동영상처럼 멈춘 채로!

다른 경우는 생각할 수도 없다.

전생 천마 천문석이 천강의 불꽃에 훅 가던 그 순간이다!

전생 천마는 전생의 마지막 장면을 자신에게 보여 주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장면인데 어째서?’

의문 가득한 눈으로 몇 번이고 마도 18문을 훑는 순간 눈에 밟히는 게 있었다.

타는 듯한 기세 속에서도 힘을 잃지 않고 우뚝 솟은 17개의 기둥!

‘마도 18문의 17 문파다!’

마도 18문의 기둥, 17 문파의 가주와 장로, 초절정 고수들!

매일 쥐어박고 굴렸던 반푼이 초절정 고수들이 당장이라도 하늘을 뚫을 듯한 엄청난 기세를 일으키고 있었다.

‘쟤들이 이렇게 강했다고?!’

자신도 모르게 다시 보는 순간 웃음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카캬카카카캌-]

이 순간 재생 버튼을 누른 것처럼 멈춰 있던 세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허공의 일점으로 시선과 기세가 모였다!

어느새 허공에는 빛과 어둠, 광휘와 무명에 휩싸인 존재가 서 있었다.

삼류 악당 같은 경박한 웃음!

그러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압도적인 존재감!

설명은 필요 없었다.

마도 18문의 모두는 이 존재가 누군지 알았으니까!

천마!

화염도와 극음도를 시작으로 17 기둥의 가주와 문주가 머리를 조아리고.

끝없이 펼쳐진 산맥처럼 겹겹이 도열한 수십만 무인이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천문석 자신이 이미 한번 행했던 일이 시작됐다.

광휘와 무명이 꼬리를 물고 회전하는 순간 하늘이, 땅이, 세계가 명멸하기 시작했다.

깜빡 밤이 된 듯 어둠이 내리고, 다시 깜빡 태양이 뜬 듯 광휘가 천지에 가득 채워진다.

하늘에선 천기가 쏟아지고, 대지에선 용맥이 치솟았다.

천기와 용맥이 중심에 선 인간의 몸에서 만나는 순간.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를 관통하는 천강의 불꽃이 천마를 꿰뚫었다!

천마는 영육과 혼백을 태워 버리는 천강의 불꽃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들어 지상을 내려다봤다.

“……!”

“……!”

“……!”

마도 18문 수십만 무인의 몸이 굳어 버리고 시선이 경외감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내려진 전체 동원령.

또 무슨 미친 짓을 할까 전전긍긍 모였는데, 상상조차 하지 못한 광경을 보게 됐다!

역대 최강의 천마.

하늘이 내린 무의 천재.

그리고 마도 18문 역대 최고의 미친놈!

마도 지존 천마가 하늘에서 내려온 광휘를 몸에 두르고 오연히 지상을 내려다봤다!

‘마치 승천을 앞둔 신선처럼!’

어떻게 가능한지 감조차 오지 않는 압도적인 위용!

마도 18문의 수십만 무인의 경외 어린 시선이 모이는 순간 거대한 울림이 터져 나왔다!

[보라! 승천자의 광휘를!]

[오늘 나는 천마신공의 극!]

[12성 대성을 넘어 진일보!]

[극마의 경지에 올라 승천하리라!]

극마! 승천!

경악의 파도가 수십만 무인을 덮쳤다.

마도 지존 천마!

무의 극에 오른 천마가 극마(克魔)!

마를 벗어 던지고 승천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인이 승천이라고?”

“극마? 그게 진짜 되는 거였어?!”

“화염도 놈이 구라 친 거 아니야?!”

“기다려! 또 무슨 꿍꿍이일지도 모른다!”

경악, 불신, 환희. 희열, 갈망, 찬탄……!

마도 18문 수십만 무인에게서 쏟아진 수백 가지 감정이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화로처럼 열기를 뿜어냈다!

무에 조금이라도 발을 걸친 모두가 흥분했다.

단 한 사람 균열 너머에서 이 광경을 보는 천문석을 제외하고.

‘뭐? 극마의 경지에 올라 승천한다고?!’

전부 개구라였다!

애초에 저 불꽃은 승천자의 광휘가 아니다!

영육을 태워 한 방에 훅 보내버릴 천강의 불꽃이다!

당연히 극마, 승천 모두 구라였다!

아니 이 모든 것을 떠나! 지금 눈앞의 장면은 기억에 없었다!

백척간두 진일보!

천마신공의 한계를 넘어 비상하는 순간 천강의 불꽃이 쏟아졌다.

그 순간 천강의 불꽃으로 이어진 하늘에 소원을 말하는 동시에 훅 갔다!

그것이 자신이 기억하는 전부였다.

자신의 기억에 없는 장면이 계속 튀어나오고 있었다!

초월자 김철수의 부름으로 지구에 온 게 끝이 아니었다.

전생 천마는 마도 18문으로 돌아와 마인들 앞에서 승천한다고 구라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자신에게 보여 주고 있다!

‘무엇 때문에?!’

마음속에서 의문이 차오르는 순간.

마도 지존 천마는 허공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쿵-’

이 광경을 보는 모두의 마음이 북처럼 울리는 순간.

천마는 허공을 계단처럼 밟고 오르기 시작했다.

파스스슥-

광휘를 전신에 휘감고.

‘쿵, 쿵, 쿵-’

아득한 하늘을 향해서!

“승천한다!”

거대한 외침에 실려 환희, 갈망, 희열, 욕망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

[……!]

이 순간 전생 천마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이 전해졌다.

[잊지 마라.]

[고아, 돌멩이, 천문석, 천마, 알바…….]

[부르는 이름이 달라져도 나는 나이듯.]

[마업을 벗고 천마신공이 사라져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천문석, 돌멩이의 본질은 천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하늘조차 거스르는 절대 후회를 남기지 않는 천마!]

‘아니,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생각지도 못한 외침에 잽싸게 수인을 짚고 마음을 전하려는 순간 전생 천마의 입술이 움직였다.

‘□ □□□ □□□□! □□□ □□□ □□□ □□□□!’

내력이 실린 외침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을 전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입 모양을 보는 순간 그 안에 담긴 뜻이 말이 되어 튀어나왔다.

“온 정신을 집중해라! 찰나의 순간에 모든 게 일어난다?”

이 순간 하늘을 오르던 천마가 멈추고 전신을 휘감은 천강의 불꽃이 섬광이 되어 폭발했다.

거대한 섬광이 천지를 하얗게 물들였다.

전생 천마가 한 줌 잿가루조차 남지 않고 타올라 흐름으로 돌아가는 이 순간.

소리가 들려왔다.

포아아아아아앙-

아득한 천공에서 튀어나와 세상을 하얗게 물들인 섬광 속을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무언가의 소리가!

그 무언가는 흐름으로 돌아가는 전생 천마의 본질을 낚아채며 외쳤다.

[□□□! □□ □□□□!]

포앙, 포아앙-

그리고 수직으로 꺾어 반전!

포아아아아앙

아득한 천공을 향해 가속했다!

새하얀 섬광에 그 형체를 숨긴 채 엄청난 속도로!

그리고 돌멩이가 호수에 떨어지듯 퐁당- 공간을 뚫고 사라졌다!

천강의 불꽃이 터진 찰나에 일어난 일!

“…….”

멍하니 소리의 잔향이 남겨진 허공을 보고 있을 때 산이 무너지는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

“진짜 승천했다!”

“마도 지존께서 극마의 경지에 오르셨다!”

……

마도 18문의 무인들은 가슴이 터져라 외치고 외쳤다!

마도 18문의 지존 천마 천문석이 승천을!

“…….”

하지만 천문석은 진실을 알았다.

마도 18문의 지존 천마.

전생의 자신은 승천한 것도, 천강의 불꽃에 훅 가서 흐름으로 돌아간 것도 아니다.

천강의 불꽃에 타들어 가는 순간!

갑자기 튀어나온 정체불명의 무언가에게 납치됐다!

그 누구도 믿지 않을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것이 진실이고, 전생 천마가 자신에게 보여 주려 한 장면!

전할 수 없는 것을 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세계의 나무!

나뭇가지에 걸리는 부하!

그리고 자신을 찾아올 적예!

모든 것이 마무리된 지금 새로운 사건, 또 다른 의문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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