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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212화 (1,21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12화>

그림자 마수는 산과 봉우리, 계곡에 흩어진 조각들을 흡수하며 마도 황제의 흔적을 찾았다.

그리고 곧 찾던 흔적을 발견했다.

휘이이, 휘이이잉-

아득한 하늘에서 깊은 계곡까지 불어오는 바람!

신경을 집중하자 바람 소리에 담긴 노래가 들려왔다.

오래전 자신도 모르게 다가갔다 이 모든 일에 휩쓸리게 만든 그때 그 노래다!

‘저곳에 있다!’

그림자 마수는 흩어진 조각을 모두 흡수한 몸을 일으켰다.

땅에서 등까지 체고 7cm!

머리부터 꼬리까지 한 뼘 17cm!

스마트폰 크기의 그림자 마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다다탓-

다람쥐가 도토리를 물고 도망치듯 잽싸게 달려.

팟, 파파팟-

바위 그림자로 뛰어들어 한참 멀리 나무 그림자로 튀어나왔다.

그림자 마수는 열심히 산과 그림자를 달려 곧 목적지에 도착했다.

작은 숲속 공터.

여기에 찾던 흔적이 있었다!

하늘을 겨눈 황금빛 선과 도형으로 만들어진 빛의 탑!

영체가 흩어지며 힘을 잃었지만, 기억은 그대로.

그림자 마수는 빛의 탑을 보는 순간 생생히 기억났다.

안개길을 걸어 놀러 가다가 우연히 보게 된 광경!

강철의 거인과 거대한 붉은 용이 싸우고 있었다.

거인과 용의 격전에 땅이 요동치고 하늘이 찢어졌다.

균열을 뚫고 음차원의 마물들이 쏟아지고.

가슴이 터질 듯한 노랫소리와 함께 수만의 기마가 대지를 달렸다.

찰나의 순간 불타올라 별이 되는 수천수만의 영혼들!

구름 속에 숨어 홀린 듯이 이 모든 것을 구경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도와줄까? 도와줘도 되나? 몰래 살짝 도와주면 괜찮겠지?!’

마음의 결정을 하고 몰래 도와주려 할 때 갑자기 나타나 모든 것을 지워 버리는 빛을 쏟아 낸 빛의 탑!

그 빛의 탑이 지금 앞에 있었다!

홀로 덩그러니 무방비하게!

‘혹시 함정인가?!’

잽싸게 주위를 훑는 시선에 보이는 인간 셋!

그러나 한참을 바라봐도 세 인간은 빛의 탑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기회다!’

타탓, 파파팟-

재빨리 암반과 그림자를 타고 달려 빛의 탑에 도착했다.

그리고 어둠으로 이뤄진 혀를 내밀어 핥았다.

할짝-

이 순간 정보가 영체 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빛의 탑은 완전히 멈췄다!

아직 형체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제 곧 산산이 흩어진다!

이 말이 의미하는 건 간단했다.

엄청난 빛으로 모든 것을 태워 버린 마도 황제가 떠났다!

그림자 마수는 번쩍 고개를 들어 아득한 천공에 떠 있는 태양을 봤다!

…… -!!

태양에서 원을 그리며 밀려오는 엄청난 힘!

저 힘만 손에 넣으면 흩어진 영체를 복구하고! 이제는 기억마저 가물가물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마음속에서 희열이 끓어 올랐다.

그러나 포효도 사념파도 내뱉지 않았다.

결정적 순간에 방심하다 일을 망치는 녀석들을 너무나 많이 봤다.

자신은 그런 바보들과 완전히 달랐다.

‘은밀하게 들키지 않고 잽싸게 한 입만 먹고 튀면 된다!’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이 산에 원래 사는 생물을 생각했다.

다람쥐!

그림자가 일렁이며 한 뼘 크기의 다람쥐로 변해갈 때.

후우, 후우훕- 열심히 숨을 들이마시며 생각했다.

‘가벼워진다! 가벼워진다! 엄청 가벼워진다!’

그림자 마수는 곧 바람을 가득 채운 빵빵한 다람쥐 풍선이 되어 소리 없이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득한 천공의 태양을 향해서.

누구의 이목도 끌지 않고 조용히!

그러나 이 숲속 공터에는 지난 몇 달간 정신없이 구른 마혁진이 있었다.

*   *   *

“이렇게 간단히 끝난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여기서는 분명 뭔가 사고가 터져야 말이 되는데…… 어?”

마혁진은 불안한 눈으로 쉴 새 없이 주위를 훑다고 발견했다!

둥실둥실 천천히 하늘로 떠오르는 주먹 크기의…….

“다람쥐 풍선? 웬 다람쥐 풍선이 북한산에 있어?”

마혁진은 고개를 한 번 갸웃하고 다시 주위로 시선을 돌렸다.

이 순간 이세기의 굳은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다.

“너 방금 뭐라고 했냐?”

“별거 아냐, 그냥 다람쥐 풍선…….”

“그 다람쥐 어디에 있는데?”

정색한 얼굴, 심각한 어조,

“저기…….”

덩달아 긴장한 마혁진이 뒤로 돌아봤을 때 검은 다람쥐 풍선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뭐야? 어디 간 거야?!”

깜짝 놀라 주위를 훑는 시선에 공터를 벗어난 다람쥐 풍선이 보였다.

어느새 다람쥐 풍선은 각성력의 태양 아래에서 둥실둥실 떠오르고 있었다.

“바람에 날려 갔나? 저기 태양 한참 아래 천천히 떠오르는 검은 풍선 보이지? 자세히 살피면 다람쥐 모양이다. 놀러 온 아이가 흘린 게 어디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나?”

마혁진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주위로 시선을 돌렸고.

이세기는 심각한 표정으로 다람쥐 풍선을 살피다 곧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니케인 줄 알고 식겁했네…….”

“니케? 뭐야, 너 방금 다람쥐 풍선에 놀란 거냐?”

“당연히 놀라지. 너도 니케 만나 봤잖아? 니케한테 물려서 정신없이 도망치던 거 기억 안 나?”

“내가 도망쳤다고? 니케한테 물려서?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니케가 뭔데?”

“신동대문 지하터널. 열사의 사막. 하늘다람쥐 니케 기억 안 나?”

‘하늘다람쥐!’

마혁진은 잊었던 기억이 벼락 치듯 떠올랐다.

신동대문 지하 터널!

이세기 vs 마혁진 vs 김태우!

초거대 괴수 등 위에 일어난 난장판 격전!

그 난장판의 결말은 열사의 사막에 떨어져 미친 듯이 도망치다가 스카라베 유료 오아시스에서 눈탱이를 맞은 거다!

자신과 김태우 대령이 열사의 사막에서 미친 듯이 도망친 이유는 하늘다람쥐 때문이었다.

뀨, 뀨-

갑자기 나타나 고개를 갸웃하며 귀엽게 울던 작은 하늘다람쥐!

그 하늘다람쥐에게 물리는 순간 육체와 정신이 갈가리 찢겨 나가는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니케! 자신과 김태우를 물었던 다람쥐 이름이 니케다!’

깨달음의 순간 기억 속 깊은 곳에 가라앉은 잊었던 공포가 깨어났다.

등골을 타고 소름이 달리고, 손이 파르르 떨리고 가슴이 벌렁거렸다.

“뭐야? 너 갑자기 표정이 왜 그래? 혹시 쫄았냐? 풉-“

“하하하- 걱정 마라. 다람쥐 나오면 내가 상대할게.”

“쫄기는 누가 쫄았다고 그래?!”

이세기와 장철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에.

마혁진은 버럭 소리치며 손을 뿌렸다.

후우우웅-

돌멩이 하나가 공중으로 떠올라 원을 그리며 가속해 쏘아졌다.

빠아아아앙-

둥실둥실 태양을 향해 떠오르는 다람쥐 풍선을 향해서!

“염동포탄? 너 지금 다람쥐 풍선에 염동 포탄을 쏜 거야?!”

이세기의 어이없어 하는 목소리에.

마혁진은 발끈해서 외쳤다.

“새꺄! 사주 경계해! 무슨 사건이 터질지 모른다니까!”

“야, 괜찮아, 괜찮아! 내 계획은 완벽해! 사건이 터지려야 터질 거리가 없다니까!”

“맞다. 이세기의 계획은 전부 다 맞아떨어졌다.”

“맞아떨어지긴 뭐가 맞아떨어져! 그거 전부 얻어걸린 거라니까!”

버럭 소리는 치는 순간 불쑥 튀어나온 목소리.

“어 잠깐! 왜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지?”

문득 고개를 돌리자 풍선을 지나쳐 하늘로 치솟는 돌멩이가 보였다.

“뭐야? 안 맞은 거야?”

“하- 시바! 되는 게 없네.”

마혁진은 혀를 차며 다시 돌멩이를 튕겨 올렸다.

후우우웅-

돌멩이는 커다란 원을 그리며 가속해.

빠아아아앙-

공기를 찢어발기며 직선으로 쏘아졌다.

염동포탄은 순식간에 허공을 가로질러 다람쥐 풍선을 직격했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까아아앙-

철벽을 때리는 듯한 쇳소리와 함께 튕겨 나왔다!

“……!”

“……!”

“……!”

굉음이 울리는 순간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세 사람은 봤다.

까아아앙-

당구공처럼 튕겨 나온 염동 포탄!

둥실둥실-

아무렇지도 않게 하늘로 떠오르는 다람쥐 풍선!

‘그냥 다람쥐 풍선이 아니다!’

천문석, 장철, 마혁진 셋 모두 베테랑!

이상을 알아채는 순간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염동 한 번 더!”

천문석은 외침과 동시에 다람쥐 풍선을 향해 기감을 뻗고.

하아아아앗-!

장철 헌터는 해머를 내리찍어 암반을 바스러트렸다.

후우우웅-

마혁진의 염동력이 바스러진 돌조각을 허공에 띄워 가속!

빠아아아앙-

수십 발의 염동포탄이 쏘아졌다!

다람쥐 풍선에 직격 하는 순간.

까가가가가깡-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 듯 사방으로 튕겨 나왔다.

충돌 순간 느껴지는 엄청난 존재감!

천문석은 이 순간 깨달았다.

풍선이 아니다!

초월종의 잔해,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플랜Z, 존버.

자신만 존버를 생각한 게 아니었다.

초월자 김철수를 피해 죽은 듯이 존버 하던 그림자 마수가 튀어나왔다.

초월자 김철수가 사라진 지금!

각성력의 태양을 먹기 위해서!

무작정 달려들던 다른 초월종의 잔해와는 달랐다.

그림자 마수는 포효도 사념파도 없이 각성력의 태양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아주 작은 다람쥐 풍선의 모습으로!

“……!”

김철수가 몇 번이고 마력 폭풍이 끝날 때까지 버텨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 같은 상황을 예상했으니까!

‘젠장! 빨리! 야, 좀 더 빨리 쏟아부어!’

천문석은 각성력의 태양을 향해 온 마음을 담아 외쳤다.

수많은 동심원을 뿌려 어느새 확연히 작아진 각성력의 태양!

그러나 그림자 마수가 도착하기 전에 그 안에 담긴 각성력을 모두 쏟아 내지 못한다!

‘그림자 마수가 각성력의 태양에 담긴 힘을 흡수하면?!’

상상만으로도 전율이 일고 반사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마혁진 더 센 염동 포탄…….”

“염동포탄 안 통해! 보이지 않는 벽이 모조리 튕겨 내고 있다! 거리가 너무 멀어!”

“공격 거리에서 이미 벗어났다! 저 마력 회로! 빛의 탄환을 쏘아내던 마력 회로 움직여야 한다!”

강기를 레일 건처럼 쏘아 올린 초가속 마력 회로!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천문석은 한달음에 달려가 내력이 담긴 손을 뻗었다.

팟-

마치 물방울이 터지듯 손에 닿는 부위가 빛을 잃고 꺼졌다.

김철수가 떠나며 마력 회로는 기능을 잃었다!

“지금 그 마력 회로……?!”

“맛이 간 거냐?!”

“괜찮아! 전부 상정 범위 안이다! 나한테 저 녀석 지상으로 부를 방법 있어! 준비해라!”

천문석은 즉시 내력을 담은 기탄에 투지와 외침을 담아 그림자 마수를 향해 던졌다.

팟, 팟-

허공을 가로지른 기탄이 터질 때마다 그 안에 담긴 투지와 외침이 퍼져 나갔다.

[야, 여기다!]

[내려와서 나랑 붙자!]

[너랑 싸울 상대가 여기에 있다!]

[정정당당히 피 끓는 격전을 치르자!]

……

그러나 아무리 도발해도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다.

자신은 진짜 다람쥐 풍선이라고 주장하듯 천천히 둥실둥실 떠오르고 있다!

바로 감이 왔다.

다른 그림자들이 모두 박살 나는 데도 숨을 죽이고 버티고 버틴 녀석이다.

게다가 이미 정체가 드러났는데도 여전히 다람쥐 풍선 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복지부동! 무사안일!

부화뇌동! 보신주의!

‘이 녀석 절대 안 내려온다!’

손안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은 크기!

초월종 특유의 들끓는 마력도 마음을 파고드는 사념파도 느껴지지 않는다!

지상에 아니 20여 미터 안에만 내려오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림자 마수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각성력의 태양을 향해 둥실둥실 떠오르고 있었다!

수백 미터 허공에 떠 있는 그림자 마수를 저지할 방법이 없다.

이대로면 각성력의 태양이 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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