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11화>
“…….”
“…….”
5팀장과 국정원 일행.
권 의원과 검찰, 경찰들.
모두는 말을 잊은 채 허공에 시선을 고정했다.
파지지지직-
마치 용접하듯 쏟아지는 백광과 스파크.
화염과 벼락에 감 사인 팔이 허공을 뚫고 튀어나왔다!
[으아아아악-]
그리고 밖이 아닌 몸 안, 마음을 울리는 괴성과 함께 그 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파팟-
아크 코어가 강철판을 잘라 내듯 쏟아지는 엄청난 불꽃!
팔을 지나서 어깨, 머리, 몸통이 허공을 찢고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
“…….”
상상도 하지 못한 광경에 넋을 놓고 허공을 바라보길 한참.
마침내 다리를 거쳐 전신이 허공을 찢고 빠져나와 암반 위에 우뚝 서는 순간 외침이 터져 나왔다.
[하늘님 제가 왔습니다!]
언어가 아닌 마음으로 전해지는 외침을 터트린 건, 사극에서 나올 듯한 치렁치렁한 옷을 입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 사람은 불벼락에 전신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산 채로 화형을 당하는 듯한 모습!
그러나 이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외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는 순간 모두는 직감했다.
이세기, 염동 대협, 해머 헌터. 그리고 검은 로브!
그 뒤를 이어 또 다른 초능력자가 나타났다!
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쪼그라들고 마음이 억눌리는 압도적인 강자가!
이 모습을 바라보는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설 때.
이를 악문 권 의원과 5팀장은 한 걸음 내디디며 외쳤다.
“잠시만……!”
“선생님 성함이……?!”
[…….]
눈이 마주치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열기가 밀려오고 거대한 바위가 어깨에 놓인 듯 육체가 굳어 버렸다.
“……!”
“……!”
쉴 새 없이 요동치는 시선과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몸!
눈빛에 닿는 것만으로 감전된 듯 몸이 부르르- 떨리고 심장이 미친 듯이 쿵쿵쿵- 뛰었다!
사람의 인지를 벗어난 무언가를 보듯 육체가 공포에 질려 반응하고 있었다.
이때 마음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야? 이 사람들은?! 앗! 그렇지 너희 하늘님 못 봤냐?! 딱 목소리만 들어도 귀티가 흐르는 엄청난 공덕과 명운을 쌓으신 분인데…….]
동네 친구에게 툭 던지는 듯한 내용.
그러나 질문을 받는 순간 송곳으로 머리를 뚫고 뇌를 헤집는 듯했다.
아찔한 현기증에 시야가 뒤틀리고, 코피가 터져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갑자기 왜 코피를……? 아차! ■■■■ 12성! 나 때문이구나!]
[나 보지 마라! 내 목소리도 들으면 안 돼! 당장 시선을 돌리고 아상을 지우…… 는 게 될 리 없지!]
[빌어먹을 ■■■■! 조금만 버텨! 바로 멈출게!]
마음에 울려 퍼지는 다급히 외침을 모두 알아들었다.
그러나 마치 못 박힌 듯 조금도 시선이 움직이지 않았다!
외침이 망치가 되어 전신을 내려찍고 송곳으로 변해 뇌를 파고들었다.
‘……!’
‘……!’
나오지 않는 목소리에 마음으로 절규하는 순간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카야아아아앗-
어느새 모두 앞에 선 삼색 새끼 고양이 뽀미!
[얘는 또 뭐야?! 영물?]
뽀미가 털을 곤두세우고 우는 순간 역장이 보호막처럼 펼쳐졌다.
까가가가가깡-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뽀미의 역장과 무언가가 충돌해 쇳소리가 터지고 푸른 불꽃이 우수수 쏟아졌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허공에서 충돌하고 있다!’
그리고 서서히 몸에 힘이 돌아왔다!
바로 움직이려는 순간 모래처럼 깨져 흩어지는 뽀미의 보호막!
충격파가 물결치듯 밀려와 굳어 있는 사람들을 덮치기 직전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됐다! 멈췄다!]
휘이이잉-
모두를 산산조각 낼 듯한 충격파는 뜨거운 바람이 되어 흩어졌다.
그러나 이 열풍을 맞는 것만으로도 허수아비처럼 픽픽 쓰러져 나가는 사람들!
[야, 야! 정신 차려!]
깜짝 놀란 외침과 함께 불벼락에 타들어 가는 팔을 뻗는 순간 빛이 쏟아졌다.
반사적으로 하늘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아득한 천공에 떠오른 엄청난 힘이 담긴 태양!
이 태양에서 밀려 나오는 거대한 빛의 고리!
하늘님!
자신을 부른 하늘님의 힘과 뜻이 담긴 빛의 폭풍이 아득한 천공에서 몰아치고 있다.
천강의 불꽃과 너무나 닮은 빛이!
영락한 마신의 그림자와 지상에 가득한 괴물들을 태우고 있다!
제대로 차원 방벽을 뚫었다!
이곳이 금괴 10톤이라는 선연(善緣)을 약속하신 하늘님의 세계다!
[하늘님! 저 차원 방벽 뚫고 도착했습니다! 무엇이든 명해……!]
이 순간 아득한 천공에서 사념파가 터져 나왔다.
[□□□! ■■ ■■■ ■■!!]
사념파가 몸을 뒤덮은 천강의 불꽃에 닿는 순간.
파파파팟-
전신에서 스파크가 일어나고 사념파에 담긴 하늘님의 지고한 뜻이 번쩍 뇌리에 떠올랐다.
[하늘님! 무엇이든 명을…….]
‘이세기! 미친 또라이 새꺄!!’
[……이세기? 천검 이세기? 아니, 여기서 이세기가 왜 나와?! 하늘님! 하늘님?! 이세기 말씀하신 거 맞으세요?! 천검 이세기요?! 지금 무슨 일이 터진 건가요?!]
아무리 외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 ■■■ ■■!]
[■■ ■■■ ■■!!]
……
분노한 사념의 폭풍만 몰아칠 뿐이었다.
아니 이 사념에 담긴 건 분노가 아니었다!
‘미친 또라이 새캬!’
절망, 울분, 황당, 애잔함, 어이없음……!
이 모든 감정이 뒤엉켜 사념의 폭풍이 되어 몰아치고 있었다!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
시간을 지체할 때가 아니다!
[하늘님! 제가 가고 있습니다!]
절절한 외침과 암반을 디디는 순간 산이 울었다.
우르르르릉-
마치 뜨거운 불에 깜짝 놀란 것처럼!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지금 자신의 전신은 타오르다 잠시 정지한 불꽃이 뒤덮고 있다.
사물의 그릇과 본질을 모두 태워 버리는 천강의 불꽃이!
혹시라도 천강의 불꽃이 이 세계에 옮겨붙으면 끝장이다!
하늘의 저울은 그 누구도 속일 수 없는 법!
하늘님이 약속한 선연, 금괴 10톤이 아닌!
지독한 불운과 사건·사고, 재앙이 끝없이 찾아온다!
즉시 숨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발을 내디뎌 천천히 달려갔다.
[■■ ■■■ ■■!!]
하늘님의 사념파가 쏟아지는 능선을 향해서!
그리고 천천히 멀어지는 이 모습을 바라보는 두 사람과 한 고양이가 있었다.
털을 곤두세우고 모두의 앞을 지킨 새끼 고양이 뽀미.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임수정과 청년 마혁진.
청년 마혁진은 숨소리조차 죽인 채 멀어지는 초능력자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
이세기, 염동 대협, 해머 헌터.
검은 로브의 초능력자까지.
오늘 하루 줄줄이 나타난 초인들.
그러나 방금 나타난 저 존재는 차원이 달랐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육체와 정신이 위축되고, 소리조차 없는 가벼운 발걸음에 산이 울고, 하늘이 떨었다.
그 존재 자체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소설책 속의 마왕처럼!
그런 존재가 기척을 숨기고 이동하고 있었다.
자신과 모두가 달려온 능선 너머.
이세기, 염동 대협, 해머 헌터가 있는 숲을 향해서!
“……!”
이때 커다란 바위 뒤로 그 존재의 모습이 사라지고, 털을 곤두세우고 우뚝 서 있던 새끼 고양이가 픽 쓰러졌다.
“감귤아!”
사색이 된 얼굴로 달려와 고양이를 안아 드는 임수정.
냐아-
새끼 고양이가 힘겹게 울 때.
청년 마혁진은 재빨리 암반 위를 달려 쓰러진 사람들을 확인했다.
허공에 떠 있는 마법진 아래, 암반에 줄줄이 쓰러진 사람들. 다행히 전원 기절한 상태였다.
청년 마혁진은 몸을 일으키는 동시에 머리를 굴렸다.
마왕이 은밀하게 이동한 곳!
능선 너머 숲 속의 공터에는 이세기, 염동 대협, 해머 헌터. 그리고 검은 로브가 있다!
이 사실을 알릴 국정원 요원, 경찰, 수사관 모두가 기절했다.
강적의 출현을 이세기 일행에게 알릴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이 순간 청년 마혁진은 깨달았다.
오늘 낮 난장판이 된 한강 때와 같다.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강북 최대 혈맹 온라인 작업장, 오성파.
3개월 동안 굴러 간신이 오성파 정직원이 됐다.
하지만 보스를 쥐어 밖은 염동 대협과 이름이 같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잘렸다.
그리고 분노를 터트리기 위해 청담대교로 달려갔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국정원 직원으로 특채됐다.
조폭 똘마니에서 국정원 직원으로!
오성파에서 잘리고, 청담대교로 달려간다는 선택을 한순간 모든 것이 변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선택의 순간이 왔다.
모두가 쓰러지고 이 상황을 알릴 사람은 자신밖에 없는 상황!
어제의 자신, 오성파 조직원 마혁진은 고개를 돌렸을 거다.
그러나 지금 자신은 오성파 조직원, 깡패가 아니다.
국정원 직원 마혁진이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율이 전신을 달리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단 한 번도 느낀 적 없는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
이 감정은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해 주고 있었다.
“여기 부탁드립니다! 전 염동 대협에게 알리러 가겠습니다!”
청년 마혁진은 외침과 동시에 달렸다.
이세기, 염동 대협, 해머 헌터가 있는 숲속 공터를 향해서!
* * *
천문석은 거대한 빛이 고리가 퍼져 나가는 하늘 아래 공터에서 생각했다.
초월자 김철수가 한국 사람이라는 충격적 진실.
인과가 엮여 언젠가 반드시 다시 만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일어난 일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건 천문석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사람은 모두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학교에 가고, 공부하고, 밥을 먹고, 웃고 울고 살아간다.
예정된 결말에 사로잡혀 현재를 살지 못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그렇기에 천문석은 할 수 있는 일, 지금 해야 하는 일을 했다.
설명.
“염동. 잘 들어. 우리는 마력 폭풍이 끝날 때까지 아무 곳에도 못 간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말해 주겠다. 우선 이거 보이지……?”
“어쩐지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설명은 순식간에 끝났고 장철 헌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순간 마혁진이 반문했다.
“그러니까. 마력 폭풍이 끝날 때까지 그 ‘빛 덩어리’를 가지고 여기서 기다려야 한다고? 다른 곳으로 가면 마력 폭풍이 멈춘다는 말이냐?”
“빛 덩어리가 아니라 보안 키! 마력 폭풍이 멈추는 게 아니라 봉인되는 거다!”
천문석은 바로 마혁진의 말을 정정했다.
“…….”
어이없어 하는 시선 뒤로 말이 이어졌다.
“그래 보안 키, 봉인이라고 치고. 그래서 저 마력 폭풍이 언제 끝나는데?!”
“아마 한 시간쯤이면 끝나지 않을까?”
“……너 13분 전에도 그 말 하지 않았냐? 그놈의 한 시간은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건데?”
“야, 괜찮아! 사고가 터질 리 없는데 몇 분. 아니 몇 시간쯤 늦어도 상관없잖아?! 보이지? 여기 우리 셋뿐인데 무슨 사고가 터져? 장철 헌터님 그렇지 않습니까?”
“맞아. 염동 네가 좀 예민한 거 같은데? 사고가 터질 이유가 없잖아? 그냥 앉아서 마력 폭풍 끝나는 거 기다리자.”
장철의 여상한 대답에 마혁진은 폭발했다.
“지금까지 계속 이러다가 사고 터졌잖아! 그렇게 구르고도 이세기 이 녀석을 몰라?! 얘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온갖 사건·사고! 불운! 재앙이 찾아오는 놈이라고!”
“와, 염동 이 녀석 이제 막 던지네! 야, 안 보이냐?! 하늘에 그림자 싹 사라지고 계곡에 몬스터 웨이브 흔적이 없는 거?! 이게 바로 내가 운수대통했다는 증거다!”
“운수대통? 또 뭔 헛소리를 하려고……!”
“초월자 김철수.”
천문석은 마혁진의 말을 끊었다.
“……뭐?”
“이건 전부 다 내가 초월자 김철수와 얽혀 친구가 돼서 일어난 행운이다! 즉, 겉으로 보기에는, 하나하나 개별사건으로는 재수 없어 보였지만, 그 불운은 전부 초월자 김철수를 만나 친구가 되기 위한 하늘님의 안배였다! 새옹지마! 오늘 하루 일어난 모든 일은 새옹지마다!”
“……!”
마혁진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컥- 막혔다.
‘뭐? 하늘의 안배? 이 녀석 하도 재수가 없더니 이젠 돌아버린 건가?!’
마혁진은 장철을 봤다.
“야, 네가 말해 봐! 이세기 이 녀석이 재수가 좋다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당연하지! 이세기는 내가 20년 동안 바라기만 한 일을 이뤄준 사람이다!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이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장철.
‘글렀다! 장철 이 녀석 완전히 이세기 녀석에게 넘어갔다!’
이때 당당한 외침이 들려왔다.
“이번에도 사고가 터지고 난장판이 되면. 앞으로 내가 형이라고 부른다! 염동 형! 이제 됐지?!”
“야, 이 새꺄! 내가 원래도 형이잖아!”
하하, 하하하-
천문석은 재빨리 웃음을 터트려 얼버무렸다.
하지만 천문석이 틀리고 마혁진이 맞았다.
-소리 없이 흩어진 그림자를 모아들이는 그림자 마수.
-불벼락을 휘감고 하늘님을 찾아 공터로 살금살금 걸어오는 천마 후보 1번.
-강적의 출현을 알리기 위해 능선을 우회해 미친 듯이 달려오는 청년 마혁진.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놓은 이 순간 상상하지도 못한 사건, 인연이 가까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