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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210화 (1,21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10화>

아득한 천공에서 작은 계곡까지.

시야가 닿는 모든 곳에서 흘러넘치는 광휘!

절멸의 빛에서 분노 어린 사념파가 쏟아졌다.

[□□□! ■■ ■■■ ■■!!]

천문석은 잽싸게 자동 해석되는 생각을 멈췄다.

‘마지막 작별은 좋은 기억과 함께!’

그리고 사념파를 쏟아 내는 빛을 향해 크게 손을 흔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만나서 반가웠다! 김철수!]

[나도 해 봐서 아는데 흐름으로 돌아간다고 끝이 아냐!]

[원인과 결과, 인과 알지? 아득한 하늘의 인과!]

[공평무사, 광명정대한 하늘님의 안배로. 인연이 닿는다면 언젠가 꼭 다시 만날 거야!]

[다시 만나는 그날이 오면 치맥! 그러니까 치킨에 맥주 한잔하자! 내가 살게!]

[■■ ■■■ ■■!]

[미련은 훌훌 털어 버리고 잘 가라!]

[■■ ■■!]

[■■ ■■!!]

[■■ ■■!!]

……

[그래 나도 반가웠어! 그럼 안녕이다!]

끝없이 울려 퍼지는 사념파를 향해 크게 손을 흔들며 소리와 마음으로 동시에 외칠 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사념파…….”

“너 욕하는 거 아냐?!”

미심쩍은 얼굴의 장철!

의심스러운 눈빛의 마혁진!

“당연히 아니죠! 염동 새꺄! 어디서 모략을! 아까 같이 싸운 거 봤지? 저 초월자랑 나랑 친구 먹기로 했어! 저 사념파 지금 작별 인사하는 거다!”

천문석은 재빨리 부인하고 하늘을 향해 외쳤다.

[잘 가라! 친구!]

한순간에 북한산 일대를 대낮으로 만든 빛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 ■■■ ■■!]

[■■ ■■■ ■■!!]

[■■ ■■■ ■■!!]

……

그러나 사념의 폭풍은 여전히 기세등등했다.

“검은 로브 진짜 초월자였구나…….”

“야, 저거 진짜 괜찮은 거 맞아? 갑자기 공격하는 거 아냐?!”

장철 헌터의 탄성.

마혁진의 불안한 목소리.

하지만 천문석은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세상 모든 것은 끝이 있는 법.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 같은 분노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사그라드는 법이다.

초월자 김철수는 이미 세계를 떠났다.

천지에 가득한 빛과 사념파의 울림은 초월자가 남긴 힘의 여파, 메아리일 뿐이다.

이제 모든 게 끝났다!

천문석은 확신을 담아 대답했다.

“당연히 괜찮지. 저 사념파는 메아리 같은 거야. 곧 끝난다. 우리는 숨 좀 돌리면서 마력 폭풍 끝나는 거 기다렸다가 집에 돌아가면 된다.”

“야, 숨은 무슨 숨을 돌려! 얼른 돌아가자! 지금까지 패턴으로 보면 숨 돌릴 때 분명 또 사고 터져!”

“이제는 사고가 터질 뭣도 없어. 안 보이냐?”

천문석은 하늘과 주위를 가리켰고.

장철과 마혁진의 시선이 주위를 훑었다.

각성력의 태양을 향해 우뚝 솟은 검은 기둥!

하늘을 검게 물들였던 수많은 수천수만의 그림자!

능선과 계곡에서 끓어오르던 십만 단위의 몬스터 웨이브까지!

이 모든 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절멸의 빛에 의해서!

“어……?”

“그러고 보니?!”

압도적인 광경에 홀려 있던 장철과 마혁진은 뒤늦게 이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

남은 사람은 이세기, 장철, 마혁진 셋뿐!

이제는 사고를 터트릴 존재 자체가 없었다!

“봤지? 알았지? 이제 우리는 저 마력 폭풍 끝나는 걸 기다렸다가 집에 돌아가면 된다! 크기 보니까 길어야 한 시간이면 다 끝나겠다. 자, 모두 휴식!”

천문석은 빛을 뿜어내는 보안 키로 하늘에 뜬 태양을 가리켰다.

처음에 비해 그 크기가 확연히 줄어든 각성력의 태양을!

장철과 마혁진은 태양을 바라보며 새삼 감탄했다.

“…….”

“…….”

수많은 별과 달이 가득한 밤하늘에 떠 있는 태양.

원래라면 엄청난 광량 때문에 밤하늘에 펼쳐진 별이 보이지 않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태양은 등 뒤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등지고 그 앞으로는 거대한 노을을 드리우고 있었다.

구우우우우웅-

그리고 거대한 울림이 느껴졌다.

태양에서 튀어나와 동심원을 그리며 세계로 퍼져 나가는 거대한 고리!

너무 멀리 있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오감을 뛰어넘는 각성자의 직감으로 느껴졌다.

빛의 고리에서 흩날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씨앗.

각성력의 씨앗!

이 씨앗이 지구에 각성자가 태어난 원인이자 이유다!

이 순간 장철과 마혁진은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세계 최초로 열린 게이트는 2000년 1월 1일 00시 00분에 열린 광화문 게이트다.

마찬가지로 세계에서 제일 처음 초능력자, 각성자의 존재가 보고 된 것도 대한민국이었다.

‘왜 한국에 첫 게이트가 열리고 각성자가 태어났을까?’

게이트가 열리고 각성자가 태어난 지 20년!

수많은 가설과 이론이 세워지고 검증됐다.

하지만 그 어떤 가설과 이론도 이 모든 일이 왜 한국에서 시작됐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지금 그 답이 아득한 하늘에 펼쳐져 있었다.

각성력의 씨앗이 흩날리는 빛의 고리!

빛의 고리가 끝없이 밀려오는 각성력의 태양!

작은 불꽃을 쏘아 올려 각성력의 태양을 일깨운 초월자!

검은 로브를 입은 초월자 김철수가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이게 마력 폭풍의 진실이라니……!”

“직접 본 게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 들었다면 믿지 못했을 거다.”

장철과 마혁진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본 듯 얼떨떨한 표정으로 탄식했다.

“뭐야? 직접 봐 놓고 왜? 뭐가 그렇게 믿기지 않는데?”

천문석이 피식 웃는 순간.

마혁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라면 믿겠냐? 각성자를 탄생시킨 마력 폭풍이 초월자 ‘김철수’가 일으킨 거라고 말하면?”

“김철수가 왜? 뭐가 이상한데?”

“전부다! 특히! 검은 로브의 초월자 김철수,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말이 통했잖아?!”

“야, 그거야 당연히 이곳이 남일도 던전 안이니까…….”

천문석은 대답하는 순간 마혁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던전!

자신, 장철, 마혁진 셋은 남일도 던전을 통해 이곳 세기말 대한민국에 왔다.

던전 안에서 말이 통하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이유는, 던전 출입구를 통과하는 순간 무의식에 언어가 각인되기 때문이다!

무림 던전에서 이미 겪어 알고 있던 사실!

하필이면 도착한 곳이 세기말 대한민국 서울이라 미처 깨닫지 못했다!

마혁진의 말이 맞다.

던전 입구를 통과해 들어온 자신들과 달리.

이세계에서 지구에 온 초월자 김철수는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1999년 12월 31일에 도착해.

2000년 1월 2일 오늘까지.

단, 3일 만에!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 사람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한국말’을 했다!

“……!”

이 순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율이 흐르고 머릿속에서 불꽃이 튀었다.

김철수는 스스로의 명운을 태워 만든 절멸의 빛으로 검은 기둥, 그림자, 몬스터 웨이브를 모조리 불태우고 ‘흐름’으로 돌아갔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까?

혼을 담는 그릇 영체.

백을 담는 그릇 육체.

그릇과 그 안에 담긴 본질을 모두 일컬어 부르는 이름.

영혼육백(靈魂肉魄)!

존재의 본질이 깨져 흐름에 삼켜졌다면 ‘아득한 인과’에 따라 다시 태어난다!

만약 영혼육백 존재의 본질이 흐름에서 깨지지 않고 버텼다면?!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힘과 기억 일부를 잃고 마찬가지로 ‘아득한 인과’가 이어진 세계에 떨어지게 된다!

두 경우 모두 초월자 김철수는 ‘아득한 인과’가 이어진 세계에 나타난다.

그리고 초월자 김철수와 아득한 인과가 이어진 세계가 어디인지 알려 주는 수많은 증거가 있었다.

자연스러운 한국말!

현지인처럼 알던 북한산, 한강 같은 지리 정보!

그리고 무엇보다 초월자 김철수가 북한산에 나타난 이유!

마력 폭풍!

이 모든 것을 종합하는 순간 답이 튀어나왔다.

‘초월자 김철수는 한국 사람이다!’

한국 사람 김철수와 ‘아득한 인과’가 이어진 세계!

김철수가 다시 태어나거나 튕겨 나갔을 세계는 당연히 한국이 있는 지구다!

초월자 김철수는 돌아온다!

*   *   *

“……!”

영육은 스러져도 혼백은 끝없이 이어지니.

다시 지구로 돌아온 초월자 김철수는 결국 모든 것을 알게 되리라.

현생 알바 천문석이 불현듯 전생 천마 천문석의 기억을 떠올렸던 것처럼!

진실의 파도에 눈앞이 깜깜해지고 아찔한 현기증이 밀려왔다.

타이탄 강철 도난 사건은 마무리된 게 아니었다.

바로 지금 천문석과 김철수 사이에 아득한 하늘의 인과가 이어졌으니까.

천문석은 직감했다.

자신은 다시 만나게 된다.

보석과 강철의 마도 황제.

지구에 각성력이란 선물을 준 초월자.

타이탄 강철을 먹튀 당해 분노한 김철수를!

순간 하늘을 향해 번쩍 고개가 들렸다.

‘아직 완전히 튕겨 나간 게 아닐지도 모른다!’

천문석은 온 마음을 담아 하늘에 외쳤다.

[김철수 선생님! 혹시 들리세요?! 생각해 보니까 제가 좀 더 성의 있게 설명해 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타이탄 절대 훔친 게 아닙니다! 김철수 선생님께 피해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

“뭐야? 갑자기 왜 이래?”

장철과 마혁진이 황당한 눈으로 바라볼 때.

천문석의 내력이 담긴 외침은 탁 트인 하늘과 겹겹이 둘러싼 산을 타고 북한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아무리 외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천문석은 마침내 깨달았다.

보석과 강철의 황제, 초월자 김철수는 진짜로 떠났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은 건 천문석만이 아니었다.

이글이글 빛을 뿜어내는 각성력의 태양과 동심원을 그리는 거대한 빛의 고리 아래 펼쳐진 광활한 북한산 국립공원.

어느새 포성은 멈췄고 능선과 계곡마다 끓어오르던 몬스터 웨이브의 물결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침묵 속에 짙은 노을 만이 드리워진 북한산 국립공원에 변화가 시작됐다.

능선과 계곡에 펼쳐진 모든 숲, 바위, 봉우리!

짙은 노을 아래 드리워진 수많은 그림자가 한 장소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이변을 알아채지 못했다.

당연했다.

하늘을 떨어 울리는 포효도 무시무시한 사념파도 없었으니까!

산산이 흩어져 숨어 있던 그림자는 자동차 아래 숨어 주위를 살피는 새끼 고양이처럼 조심조심 주위를 살폈다.

혹시나 마도 황제가 아직 세계에 남아 있는 건 아닌지!

계곡과 능선, 바위와 봉우리를 살피던 시선은 곧 한 곳에서 멈췄다.

그 어디에서도 마도 황제의 존재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단 한 곳 아득한 하늘에서 엄청난 마력을 쏟아 내는 태양을 제외하고!

당장이라도 날아올라 저 태양을 삼키면 잃어버린 힘과 기억을 되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림자는 서두르지 않았다.

이성을 잃고 섣불리 모습을 드러낸 존재들은 마도 황제가 만들어 낸 절멸의 빛에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이성과 지성이 살아 있는 자신은 절대 그런 실수를 하지 않는다!

사방에 흩어진 그림자를 조심스레 그러모아 조용히 몸집을 불리며 기회를 노린다!

이번에도 마혁진의 직감이 맞았다.

이성이 남아 있는 마지막 초월종의 그림자가 빈집을 노리고 있었다!

*   *   *

“암반이 보입니다!”

굉음과 폭음, 섬광을 뒤로하고 달리길 한참.

국정원 일행과 권 의원 일행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백운대 아래, 기사가 서 있던 암반에!

“바로 탈출로 확인하겠다! 모두 여기서 대기해라!”

국정원 5팀장은 이세기에게 받은 열쇠를 들고 암반 위를 달렸다.

암반의 어느 지점에 닿는 순간.

파파팟-

섬광과 함께 허공으로 튀어 오르는 황금빛 도형!

검은 로브의 초능력자가 그렸던 마법진이다!

이세기의 말대로 탈출로가 있었다!

“여기다! 모두 모여라! 바로 탈출한다!”

한달음에 모두가 달려오고 열쇠를 마법진에 가져갈 때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빠아아아아앙-

하늘!

반사적으로 고개를 든 모두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빛의 기둥이 하늘을 반으로 가르고 쏘아져 검은 기둥을 꿰뚫어 폭발했다.

한순간에 대낮처럼 밝아지고 시야에 닿는 모든 곳으로 빛이 쏟아졌다!

하늘을 검게 물들인 무수한 그림자들이 찰나에 불타오르고.

능선과 계곡에서 터질 듯이 끓어오르던 수십만 괴물들이 그대로 지워진다!

빛의 탄환은 풀과 나무 하나 꺾지 않고, 바위 하나 깨트리지 않고!

마치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검은 그림자와 괴물들만 지워 버리고 있었다!

“……!”

“……!”

상상도 하지 못한 광경!

현대 무기로도 불가능한 압도적인 위력과 정밀도 앞에 모두가 말을 잊었다.

이 순간 국정원 5팀장과 권 의원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이세기, 염동 대협, 해머 헌터!

세 초능력자, 초인만으로도 경악했다.

그러나 이 세 사람의 능력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북한산에서 만난 검은 로브의 능력자!

-아득한 천공에서 타오르는 태양!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오는 빛의 고리!

-하늘을 겨누던 수십 층 높이의 빛으로 이뤄진 탑!

-그 탑에서 하늘로 쏘아지던 광탄(光彈)까지!

그리고 지금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힘이 나타났다.

수십만에 달하는 적들만 골라서 쓸어버리는 빛의 폭풍!

이 압도적인 위력 앞에 그 누구도 버틸 수 없다!

상상도 하지 못한 가치의 정보를 얻었다.

전쟁의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킬 존재가 등장했다!

검은 로브의 능력자!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생각과 동시에 움직이는 순간 귀가 아닌 마음을 울리는 외침이 들려왔다.

[으아악-! 드디어 뚫었다!]

[차원압이 약해지다니 그야말로 천운!]

[하늘님! 제가 마침내 차원 방벽을 뚫었습니다!]

“……!”

“……!”

“……!”

모두의 시선이 외침을 향해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경악으로 굳어 버렸다.

암반 위 20여 미터.

허공을 찢고 튀어나온 팔이 보였다.

불꽃과 뇌전, 불벼락에 타오르는 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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