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08화>
빠아아아앙-
아득한 천공에 빛의 선이 그어지는 순간.
파파파파파팟-
하늘을 검게 물들인 무수한 그림자는 불꽃과 함께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천문석의 무공과 김철수의 마도 과학의 만나 탄생한 강기 레일 건의 엄청난 위력!
그러나 이 압도적인 위력은 공짜가 아니었다.
“……!”
아찔한 현기증과 탈력감!
마치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듯 내력과 체력이 뭉텅이로 날아가고, 진원까지 일부 빨렸다!
그냥 힘든 정도가 아니었다!
이건 말 그대로 생명력을 탄환으로 쏘아 올린 거다!
이때 김철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어때 버틸 만하냐?! 계속 발사해도 되겠냐?! 그림자 지우고 검은 기둥! 본체까지 날려 버리려면…… 7발! 최소 17발은 쏘아 올려야 정리된다!”
‘미친 17발이라고?!’
“아무래도 이건 아닌 거……!”
몸이 저절로 돌아가고 다른 방법을 찾자는 말이 튀어나오다가 컥 목에 걸렸다.
우뚝 서서 마력 파문을 일으키는 김철수!
김철수는 두 눈에서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다!
“야, 너 눈!”
“괜찮아! 어차피 튕겨 나갈 때 다됐어! 몸 좀 상해도 괜찮아! 넌 어때? 버틸 수 있겠냐?! 안 될 거 같으면 내가…….”
지금) 이 세계에서 지구로 온 초월자가 스스로를 희생하고 있다.
지구 토박이, 대한민국 서울 사람인 자신이 뺄 수는 없다!
“당연히 되지!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좋아! 그럼 연속으로 간다!”
위이이이잉-
김철수의 수인을 짚은 손에서 마력장이 퍼져 나오는 순간 다시금 가속하는 원통형 마력 회로!
천문석은 이를 악물고 강기를 압축해 쏘아 올렸다.
빠아앙-
“한 번 더!”
빠아아앙-
“더 빨리 다시 한번!!”
빠아아아앙-
“연속으로! 발사 간격 줄여! 그림자가 재생하기 전에 본체를 부셔야 한다!”
……
‘으아아아악-’
마음으로 악을 쓰며 미친 듯이 내력을 압축하고 연속으로 쏘아 올렸다!
내력, 체력, 생명력 자체가 갈려 나가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
‘그래, 원래 이렇게 굴렀었지…….’
최근 염동 대협 마혁진이 대신 굴러, 한동안 느끼지 못했던 막막함이 밀려왔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었다.
김철수는 눈뿐만 아니라 코에서까지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으니까!
‘할 수 있다! 할 만하다!’
천문석은 마법의 문장을 외치며 롱소드에 내력을 담아 강기를 압축하고 또 압축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신에 부하가 걸리고!
정신력과 내력이 차오르는 즉시 빨려 나가 마른다!
당장이라도 정신줄을 놓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위력만큼은 압도적이었다!
쩡, 쩡, 쩡-
압축된 강기가 엄청난 속도로 가속!
빠아아아앙-
빛의 탄환이 되어 하늘을 가득 메운 그림자를 죽죽 지워 버렸다.
정신없이 외치는 김철수.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자신.
무념무상!
기계처럼 움직일 때 불현듯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무공에 입문하기 전 대학생 시절, 초고수익 알바란 말에 낚여 동아리 선배 철수 형과 야간 상하차를 하러 갔던 기억!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끝도 없이 밀려오던 생수, 생수, 생수의 물결!
그때도 지금처럼 허리가 끊어지도록, 밤이 새도록, 철수 형과 생수를 실어 날랐다!
그게 시작이었다.
철수 형과 만난 후 빈곤의 늪에서 빠져나왔지만, 항상 더럽게 빡센 알바 자리만 걸렸다!
‘철수란 이름에 마가 낀 건가? 왜 철수랑 엮이면 항상 이 모양이야?!’
마음속으로 분통을 터트리며 몸을 기계처럼 움직일 때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됐다! 본체, 검은 기둥이 나왔다!”
“……!”
반사적으로 고개가 들리고 보였다.
하늘을 가득 메운 그림자가 지워지고!
각성력의 태양 앞에 우뚝 솟은 검은 기둥이!
마침내 해가 뜨고 쉴 새 없이 생수를 토하던 컨베이어벨트가 멈췄을 때 이상의 희열과 환희,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마침내!”
“드디어!”
천문석과 김철수는 동시에 외쳤다.
“마지막이다! 최대 출력으로 날려 버리자!”
“당연하지! 모조리 끌어모아 최대 출력으로 때려 박을게!”
그리고 동시에 움직였다.
위이이이잉-
천공을 겨눈 마도 레일 건! 3차원 적층 마력 회로가 미친 듯이 가속하고!
휭휭, 휭휭휭-
롱소드가 끝없이 원을 그리며 강기를 압축하고, 압축하고, 다시 압축했다!
천문석, 김철수 두 사람은 모든 힘을 쥐어 짜내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한 번으로 끝낸다!’
‘이 한 번으로 끝낸다!’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 3차원 적층 마력 회로가 빛의 원통으로 변하고.
한점으로 압축된 유형화된 강기가 점멸하는 순간.
천문석은 활시위를 당기듯 롱소드를 어깨 뒤로 당기며 상상했다.
부러질 듯 곡선을 그리는 육체는 활!
터질 듯한 내력이 실린 롱소드는 활시위!
한 점에 뭉친 유형화된 강기, 검강은 화살이다!
태양을 떨어뜨린 신화 속 화살처럼 검강을 쏘아 올린다!
사일(射日)!
힘과 내력, 마음을 담아 일 점으로 쏘아진 롱소드 검극이 검강을 때렸다.
쩡-
단숨에 마력 회로를 가속해 ‘十’ 표시를 통과하는 검강!
‘드디어!’
휘청이는 다리에 힘을 주고 가슴속 희열을 끌어올릴 때.
압축된 강기가 회전하는 마법 회로 중앙을 통과해 쏘아졌다.
바아아앙-
“드디어 집에 돌아…… 어? 이거 소리가 왜 이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소리!
“……!”
천문석은 남은 내력을 눈에 담고 하늘로 쏘아 올려진 빛을 쫓았다.
거대한 빛의 탄환이 하늘을 가로지른다.
북한산을 뒤덮은 마력 회로를 단숨에 통과해, 초월종의 그림자를 지워 버리며 아득한 천공으로 솟구친다!
각성력의 태양을 향해 우뚝 솟은 검은 기둥을 향해서!
‘됐다! 제대로 나아가고 있다!’
“하아- 소리가 이상해서 식겁했네!”
안도의 한숨과 함께 하늘로 치켜든 고개를 내리자 장철과 마혁진이 보였다.
“……!”
“……!”
경악한 얼굴의 두 사람이.
“야, 나 괜찮아! 다 끝났어! 얼른 와라! 바로 집에 돌아가야지!”
카캬카카캌-
천문석은 크게 손을 흔들며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야, 그게 아니라!”
“뒤, 너 뒤에 봐!”
장철과 마혁진의 다급한 외침.
“뒤?”
반사적으로 돌아가는 시선에 보였다.
눈, 코, 입, 귀!
얼굴 전체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마치 유령처럼 흐릿해진…….
“김철수?! 야, 너 무슨 일이야?!”
천문석이 달려가는 순간 흐릿해진 김철수의 손이 하늘을 가리켰다.
자신도 모르게 몸이 멈추고 손을 따라 시선이 움직이는 순간.
아득한 하늘로 솟구친 빛의 선은 검은 기둥, 그림자의 본체를 직격했다.
그리고 쿠션에 충돌한 당구공처럼 70도 각도로 꺾여 아득한 하늘로 튕겨 나갔다!
“……??”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멍하니 하늘을 바라볼 때.
까아아아아앙-
뒤늦게 굉음이 울려 퍼지고 번쩍 정신이 들었다.
“괜찮아! 다시 한번 쥐어짜면 된다!”
재빨리 롱소드를 뽑아 들고 내력을 밀어 넣었지만, 어느새 멈춰 있는 마력 회로!
“야, 마력 회로 멈췄어! 다시, 빨리 다시 쏘아 올려야 해!”
[……튕겨 나가고 있어.]
“야, 나도 봤어! 빨리! 당장 마력 회로 회전시켜! 한 번으로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면 되는 거야!”
[안 돼.]
“뭐?”
김철수는 손을 내밀었다.
분명 앞에 있는데도 조금의 존재감도 느껴지지 않는 흐릿해진 손을!
이 순간 김철수가 수없이 했고 방금도 했던 말이 불현듯 튀어나왔다.
“세계에서 튕겨 나간다?!”
[맞아. 나 지금 세계에서 튕겨 나가고 있다.]
* * *
김철수는 여상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머릿속과 마음에서는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초월종의 본체 검은 기둥!
검은 기둥에 막타를 날리는 순간 세계에서 튕겨 나가고 있다!
마치 누군가 노린 듯한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초월종의 본체뿐만이 아니다!
세계에 각성력의 씨앗을 뿌리는 마력 폭풍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튕겨 나가면 각성력의 태양에서 세계로 퍼져 나가는 빛의 고리가 끊긴다!
초월종의 그림자를 막아 내던 방벽이 사라지는 거다!
‘초월종의 잔해, 그림자가 각성력의 태양에 닿는다면?!’
원래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야 했다.
수십 겹의 보안 마법 회로가 깔려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보안 마법 회로는 이미 모두 해제됐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손으로!
‘할 만하다!’
‘할 수 있다!’
‘할 만하다!!’
‘할 수 있다!!’
……
게이트 전쟁 때부터 타 대륙을 거쳐 오늘까지! 수없이 외운 마음의 다짐을 아무리 머릿속으로 되뇌어도 전혀 할 만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젠장! 뭐가 이따위야?!’
김철수는 분통을 터트리며 생각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론은 하나였다.
선택의 순간이 왔다.
1. 초월종의 잔해 처리.
2. 타이탄 강철의 행방 찾기.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건 둘 중 하나뿐이다.
자신은 수면에 비친 허상일 뿐이고.
이 세계는 수면 너머의 세계, 다른 가능성을 이어 자라난 나뭇가지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강요하지 않는다.
오롯이 자신의 선택만이 남았을 뿐이다.
김철수는 고개를 들어 하늘과 주위를 돌아봤다.
아득한 천공에선 빛이 고리가 각성력의 씨앗을 뿌리며 세계로 퍼져 나가고.
지상에선 천검 이세기가 멈춰 버린 마력 회로를 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휘이, 휘이이-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휘파람 소리를 닮은 바람이 대답하듯 불어왔다.
김철수는 웃었다.
처음부터 고민할 것도 없었다.
아득한 하늘에서 광활한 봉우리와 능선, 계곡까지!
모든 곳에 이름을 잊은 하이브리온의 기사가 부른 진혼진군가가 울려 퍼지고 있다.
하이브리온의 기사가 스스로의 본질을 태워 만든 서약의 불꽃을 받았던 그때.
직접 입을 열어 말하지 않았어도 약속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세계에 문명의 불꽃을 피워 올리겠다고!
그렇다면 자신의 선택은 이미 정해졌다.
타이탄 강철을 찾기 위한 대마법이 아닌.
존재의 본질, 명운을 태워 만든 절멸의 빛으로 초월종의 잔해를 태워 버린다!
하이브리온의 기사가 했던 것처럼!
이미 한번 기억을 잃었다.
지금 여기서 존재의 본질을 태워 절멸의 빛을 만들면 모든 것이 변한다.
다시 기억이 구멍이 나고.
기억을 되찾는 주기가 확 길어지고.
여기서 알게 되고 겪은 모든 것을 잊게 된다.
1년, 5년, 10년, 아니 어쩌면 20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기억을 되찾을지도 모른다.
긴 세월 동안 잃어버리지도 않은 타이탄을 찾아 헤매며 수십수백 번 분통을 터트리게 되리라.
하지만 괜찮다.
보석과 강철.
마탑과 타이탄.
머릿돌과 타이탄 강철.
이 모든 것은 수단일 뿐이다.
자신의 진정한 목적은 게이트 전쟁의 승리!
인류를 지키고 문명의 불꽃을 지키는 것이니까!
마음에 걸리는 건 단 하나!
이세기의 머릿돌을 돌려주지 못하고, 엄청난 대가를 주겠다는 약속도 잊게 된다는 사실뿐!
찰나의 순간 모든 생각과 번뇌가 지나가고 마침내 결심이 섰다.
‘남은 명운을 태운 절멸의 빛으로 이 난장판을 끝낸다!’
김철수는 고개를 들어 이세기를 봤다.
“야, 너 괜찮아? 튕겨 나간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냐. 시간 없으니까. 우선 들어.]
김철수는 씩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우선 머릿돌 미안하다. 다시 만나면, 내가 기억을 찾는다면 대가를 꼭 치를게! 우선 이거 받아라!]
짝-
파문을 일으킨 양손을 충돌시켜 인증 파문을 담은 마력 회로를 만들어 건넸다.
[인증 파문을 담은 보안 키다. 내가 떠난 후에도 마력 폭풍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그 보안 키 가지고 꼭 여기에 있어야 한다! 그 보안 키 없으면 각성력의 태양 봉인되게 할 거다. 혹시 모를 안전장치다.]
“마력 폭풍? 각성력의 태양을 봉인해? 갑자기 뭔 소리야?! 초월종의 잔해! 저 검은 기둥부터 해결해야지?!”
[검은 기둥은 내가 해결할게.]
김철수는 인증 파문이 흘러나오는 손으로 큐브를 잡고 비틀었다.
챠르르륵-
한 면에 3x3, 9칸! 6개의 면, 54칸으로 이뤄진 정육면체 큐브가 엄청난 속도로 회전했다.
큐브의 54면에 새겨진 마력 회로가 완전히 맞물리는 순간.
철컥-
잠금장치가 풀리고 그 안에 숨겨진 진정한 머릿돌이 튀어나왔다.
어둠을 뭉친 듯한 검은 돌멩이.
혼돈에 경계를 긋고, 영혼육백을 태워 세계의 나무를 키워 낸 그분의 마음이 담긴 검은 보석.
제트!
김철수는 제트와 정제 마석을 손에 쥐고 마지막 대마법을 펼쳤다.
파스스스-
존재감을 잃고 흐릿해지던 육체 안에서 빛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찰나의 순간 지상을 환하게 밝히는 빛!
천문석은 이 빛을 보는 순간 벼락을 맞은 듯 굳었다.
빛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힘!
한눈에 알아봤다.
이 힘의 근원은 존재의 본질, 명운(命運)이다!
지금 김철수는 명운을 태워 힘을 끌어내고 있었다.
재의 기사가 스스로의 본질을 태워 서약의 불꽃을 일으킨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