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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207화 (1,20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07화>

“…….”

천문석은 땅과 하늘을 봤다.

쿵쿵, 콰아아앙-

지상에선 포성이 쉴 새 없이 터지고.

[■■■ ■■■ ■■!]

하늘에선 거대한 사념의 폭풍이 몰아친다.

바로 지금 검은 그림자가 산사태처럼 쏟아져 내렸다.

웨이브 마력장에 구멍이 뻥뻥 뚫린 마력 회로를 향해서!

“더러운 불운!”

분노한 외침과 함께 손을 뻗는 김철수.

천문석의 얼굴 앞 마력 원반과 압축된 마력 탄환이 그대로 탑으로 빨려 들어가고.

파지지지직-

황금빛 선이 벼락 치듯 튀어나와 마력 회로에 뚫린 구멍을 메웠다.

이 순간 허공에서 쏟아진 그림자와 차원압을 빼내기 위해 북한산을 덮은 마력 회로가 충돌했다.

두두두두둥-

북을 치듯 대기가 요동치고!

파파파파파팟-

그림자와 마력 회로의 경계면에서 스파크가 우수수 쏟아졌다!

당장은 막았지만, 끝이 아니다!

하늘에선 그림자가 끝없이 쏟아지고.

대지에선 몬스터 웨이브 마력장이 다시 치솟고 있다!

“야, 웨이브 반발장! 다시 뚫린다!”

천문석의 외침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력 회로 안쪽 면을 스파크가 훑어 지나갔고, 이후 대답이 돌아왔다.

“괜찮아! 웨이브 반발장은 처리했다! 새어 들어온 그림자부터! 난 마력 회로 조율해야 해! 그림자 당장 처리……!”

“내가 처리할게!”

천문석은 대답과 동시에 기감을 뻗으며 몸을 돌렸다.

[■■■■!]

사념파를 두르고 탄환처럼 날아오는 검은 그림자!

탓탓, 타타탓-

강철봉을 어깨에 걸고 도움닫기 하듯 돌진!

임팩트 순간 돌진력에 내력과 무게를 실어 강철봉을 내리찍었다!

파지지직-

일기일원공의 내력과 물리력이 합쳐진 일격에 그림자는 단숨에 흩어졌다.

‘할 만하다!’

마신, 허신, 초월종의 무수한 잔해 중 한 조각일 뿐!

하나로 뭉치지 않고 흩어진 개체는 충분히 상대할 만하다!

내력, 마력, 각성력 모두 먹힌다!

문제는 자유롭게 허공을 날아다닌 것!

하지만 괜찮다!

지금 아군에게는 상극인 각성자가 있으니까!

“염동! 역장을 펼쳐라! 그림자 하나도 놓치면 안 돼!”

“그렇지! 그렇게 쉽게 돌아갈 리가 없지!”

으아아악-

마혁진이 괴성을 지르며 역장을 펼치는 순간.

하아아앗-

장철 헌터는 기합을 지르며 해머로 바위와 암반을 내리찍었다.

와르르 쏟아진 돌멩이가 허공에 떠올라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콰카카카캉-

하늘에선 역장의 분쇄기가, 지상에선 강철 해머가 몰아쳤다!

순식간에 산산이 흩어지는 그림자들!

천문석은 사방으로 기감과 내력을 뻗고 달려 새어 나간 그림자를 하나하나 박살 냈다.

냐아아앗-!

이때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공처럼 둥글게 뭉쳐 구르는 그림자가 보였다.

뽀미!

어느새 깨어난 뽀미가 임수정의 팔에 안긴 채로 휙휙- 허공에 앞발을 휘둘렀다.

그림자 덩어리는 마치 눈덩이를 굴리듯 암반 위를 데굴데굴 구르며 점점 커지고 있었다.

뽀미의 엄청난 각성력에 흩어진 그림자가 모조리 빨려와 압축되고 있다!

“잘했다! 뽀미!”

천문석은 한달음에 달려가 그대로 강철봉을 내리찍었다.

파삭-

그림자 덩어리가 단숨에 깨져 흩어지는 순간 귓가에 김철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람들부터 대피시켜! 일반인은 그림자에 닿는 순간 그대로 침식된다!]

천문석은 바로 이해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과 같다!

산산이 조각난 흔적이라고 해도 이 그림자의 본질은 허신, 마신, 초월종의 잔해!

1세대 헌터 장철, 마혁진, 등급외 각성 동물 뽀미와 일반인은 다르다!

한 방울의 잉크가 물을 붉게 물들이듯!

일반인이 그림자와 닿는 순간 정신, 사고 체계는 순식간에 침식된다!

“알았다. 뽀미랑 같이 산 아래로 내려보낼게!”

천문석은 뽀미를 향해 달리며 탈출로를 찾아 주위로 시선을 돌렸다.

쿵, 쿵, 쿠우웅-

끝없이 울리는 포성과 불꽃!

크아아아아아-

계곡마다 끓어 넘치는 포효!

십만 단위의 마수와 몬스터가 북한산 계곡이라는 솥에 담겨 포격이라는 장작에 펄펄 끓어오르고 있다!

이건 생각할 것도 없다!

이대로 내려가면 스스로 끓는 물 속에 들어가는 꼴이다!

‘뽀미의 초장거리 순간이동이라면?!’

문득 떠오른 생각에 반사적으로 시선이 돌아가고 바위 동굴의 사람들을 훑는다.

임수정, 5팀장, 김 대리, 이 대리, 청년 마혁진, 국정원 일행!

권 의원, 검찰 수사관과 경찰 십여 명!

20명이 넘는 인원!

게다가 하늘에선 그림자와 마력 회로가 충돌해 마력 불꽃이 쏟아지고, 지상에선 몬스터 웨이브 반발장이 치솟고 있다!

아무리 뽀미라도 혼자 이 난장판에서 20명이 넘는 사람을 데리고 초장거리 순간이동 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니 애초에 뽀미는 고양이다.

사람들을 지켜 주는 것만으로 차고 넘치는 활약 중이다.

이런 세세한 부탁을 하고 실행해 주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천문석은 공터 중앙 정신없이 마력 회로를 조율 중인 김철수를 향해 외쳤다.

“몬스터 웨이브랑 포격으로 길이 막혔다! 다른 방법 없냐?!”

“……!”

번쩍 고개를 든 김철수와 시선이 마주치고 3초!

눈에 빛이 번뜩이는 순간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운대 암반! 재의 기사가 처음 있던 곳! 기억나지?! 거기에 긴급 탈출용 마법 회로 깔아 놨어! 그 마법 회로 사용하면 서울 시내로 탈출할 수 있다!]

짝-

두 손을 맞부딪치는 순간 허공에 뭉쳐진 황금빛 구체!

김철수는 그대로 황금빛 구체를 던졌다.

반사적으로 손을 뻗자 잡힌 구체!

구체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맥동하는 황금빛 마력 회로로 이뤄져 있었다.

[그게 마법 회로를 가동하는 열쇠다! 재의 기사 있던 암반으로 가져가면 한강으로 연결된 탈출용 마법 회로가 활성화된다! 대피시키고 바로 와라! 저 녀석들 날려 버릴 준비 할게!]

빠르게 말을 쏟아 내고 공터 중앙, 거대한 탑처럼 솟은 마법 회로에 달라붙는 김철수!

“알았어!”

천문석은 한달음에 바위 동굴로 달려가 국정원 5팀장에게 구체를 건네고 말을 쏟아 냈다.

“받아!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는 열쇠다! 백운대 암반 아래, 전신 갑옷! 기사 있던 암반 기억하지?! 이 열쇠 가지고 거기로 이동하면, 한강으로 이어지는 마법 회로 활성화된다! 다 알아들었지? 질문 없지? 바로 출발해라! 이제 곧 난장판…….”

“잠시만. 이세기 선생님 연락처……!”

국정원 5팀장이 말을 끊고 권 의원이 잽싸게 끼어들었다.

“그 연락처 저에게 주십시오! 국회에서 특별 예산을 편성해서 이세기 선생님과 동료분들을 위한 위원회를 만들겠습니다!”

“권 의원님 이런 상황에 끼어드시면 안 되죠!”

“이런 상황이니까 끼어드는 거야! 이런 중차대한 일은 국회에서 추진하는 게 맞아!”

“이건 국가 안보에 직결된 사안입니다! 국보법에 걸리는…….”

“내가 정보위 위원인데 뭔 헛소리야?! 원장이랑도 이야기 다 끝났어! 빠져!”

국정원 5팀장과 권 의원은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을 듯 살기등등하게 말을 쏟아 냈다.

‘와! 황당한 녀석들! 이런 상황에 주도권을 놓고 싸운다고?!’

5팀장과 권 의원뿐만이 아니다!

국정원 김 대리, 이 대리!

의원 보좌관과 수사관, 경찰!

모두의 갈망 어린 시선이 장철, 마혁진, 김철수에게 꽂혀 있었다.

당연한 시선이다.

장철과 마혁진은 새어 들어온 그림자들을 말 그대로 갈아 버렸고.

김철수는 수십 층 높이의 마력 회로를 자유자재로 조율하고 있다.

만화, 영화 속에서나 존재하던 초인이 실제로 나타난 상황.

‘절대 그냥은 포기하지 않는다!’

천문석은 직감하는 순간 외쳤다.

“2020년…… 겨울! 그래 겨울에 ‘천검 이세기’ 찾는 광고를 내! 그럼 연락할게!”

“네? 언제라고……?”

“2년 후. 2002년 말씀하신 거죠?! 혹시 모르니 주소라도…….”

천문석은 내력을 담아 외쳤다.

[당장 움직여!!]

천둥 같은 외침과 동시에 강철봉이 바위를 내리찍었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바위가 무너질 듯 흔들리는 순간 국정원 5팀장과 이 대리, 김 대리가 반사적으로 달렸다.

“네, 네넷!”

“꼭! 반드시 연락 주셔야 합니다!”

그 뒤로 뽀미를 안은 임수정과 청년 마혁진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 뒤따랐다.

“감귤이 찾아 주셔서 감사했어요!”

“…….”

“잠깐! 이대로 간다고?! 잠깐 기다려?!”

권 의원의 외침에도 국정원 요원들은 멈추지 않고 달려갔고, 남은 건 바위가 흔들리는데도 버티는 권 의원 일행뿐!

천문석은 쐐기를 박았다.

“각자도생!”

“네?”

“저 열쇠가 마지막이다! 전투 시작되면 각자도생이다! 이세기! 이 이름에 걸고 절대 안 도와준다!”

천문석은 바로 몸을 돌려 김철수에게 달려갔다.

“이 선생님! 이세기 선생님! 10억! 아니 100억의 예산, 아니 연봉을 약속드립니다! 잠시만!”

“의원님 안 됩니다!”

곧 수십 명이 우르르 달려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힐끗 시선을 돌리니 경찰들에게 번쩍 들려 끌려가는 권 의원이 보였다.

“멈추지 말고 뛰어!”

이 순간 김철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비 끝났다!]

위이이이잉-

탑처럼 우뚝 솟은 3차원 적층 마력 회로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검은 물결, 초월종의 잔해를 겨눈 채!

*   *   *

“내 계획은 이래 질문 있냐?!”

회전하는 마력 회로 아래.

김철수는 빠르게 설명을 끝내고 확인했다.

천문석은 롱소드를 툭 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하네. 내가 이 롱소드로 탄환, 강기를 쏘아 올리면, 네가 마력 회로가 가속해 그림자를 쓸어버린다. 맞지?”

“맞아. 생각지 못한 웨이브 반발장 때문에 탄환을 만들 마력이 부족해서 네 도움이 꼭 필요하다. 너 진짜 할 수 있겠냐? 유형화된 오러 한두 번으로 안 끝나? 모든 힘을 쥐어짜야 할 거다. 어쩌면 오러 고갈 현상…….”

설명은 필요 없다.

천문석은 빛바랜 롱소드 검신을 튕기고 내력을 움직였다.

우우우웅-

검신이 우는 순간.

휙, 휙, 휙-

세 번 움직여 허공에 삼각형을 그리고 그 중심을 뚫는다.

쩡-

허공을 꿰뚫은 롱소드 검신에 만져질 듯 선명한 빛이 서렸다.

유형화되기 직전의 강기(罡氣)!

“오러? 이렇게 간단하게?! 뭔가 좀 다른 거 같은데…….”

“이건 약식이고 실제로는 유형화된 오러랑 더 비슷할 거야. 어때 이 정도면 될 거 같냐?”

김철수는 검신에 맺힌 빛과 마력 회로, 쏟아지는 그림자를 빠르게 훑고 대답했다.

“될 거 같아! 바로 시작하자! 네 동료들은…….”

이미 들은 이야기!

천문석은 멀리 떨어져 대기 중인 장철과 마혁진을 향해 한 번 더 외쳤다.

“이제 시작할 겁니다. 염동! 절대 그림자가 탑에 닿으면 안 된다! 알아들었지!”

“더럽게 잘 들었다!”

“여기는 걱정 마라!”

마혁진과 장철의 대답.

“바로 시작한다!”

천문석은 서약의 불꽃을 쏘아 올렸던 평평한 바위에 올라 롱소드를 움직였다.

시작은 가볍게!

빙글-

롱소드가 부드럽게 움직여 시작도 끝도 없는 원을 그려 내고!

이 원에 일기공과 일원공의 내력을 담았다.

빙글빙글-

롱소드는 멈추지 않고 계속 원을 그리고.

일기공과 일원공의 내력이 차곡차곡 쌓였다.

순식간에 열 번을 넘어 스무 번!

허공에는 어느 한 선명한 빛의 궤적이 원을 그리고.

훙훙, 훙훙훙-

롱소드는 잔상을 흘리며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고.

원은 허공의 일 점을 향해 점점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때 김철수의 외침이 들려왔다.

“준비 끝났다! 언제든지 쏴라!”

이 순간 롱소드가 허공의 일 점에 모인 빛을 꿰뚫었다.

쩡-

일 점으로 모인 빛은 그대로 원통형 마력 회로의 중심, ‘十’표시를 뚫고 가속해.

팟-

하늘에서 쏟아지는 검은 그림자의 해일, 초월종의 잔해를 직선으로 지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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