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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99화 (1,20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99화>

“이 빛, 이 형태! 설마, 설마……?!”

마석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을 잇질 못하는 김철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예상이 제대로 적중했다!

“맞아. 초고순도 액화 정제 마석이다.”

천문석이 대답하는 순간 말이 쏟아졌다.

“초고순도 액화 정제 마석?”

“지구에서 마석을 액화 정제했다고?!”

“어떻게? 말도 안 돼! 마석을 액화 정제하려면…….”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직접 확인해 봐.”

천문석은 정제 마석이 박혀 있는 해머 자루를 내밀었다.

“……!”

김철수는 파르르 떨리는 손을 뻗어 해머 자루를 잡았다.

파파파파팟-

전신에서 마력 스파크가 튀어 오르고.

파스스스슥-

검은 로브 위에 수천수만 개의 별빛이 반짝인다.

“……!”

전신에 차오르는 충족감!

현기증마저 느껴지는 강렬한 마나의 향기!

김철수는 반사적으로 인증 수인을 짚었다.

파스스스스-

손에서 생겨난 마력 파문이 아득한 천공으로 퍼져 나간다!

진짜다! 진짜 정제 마석이다!

게다가 이 엄청난 순도는 마탑으로 정제한 마석 이상이다!

“지구에서 이게 가능하다고?!”

마탑 없이 이 정도 순도로 마석을 정제하려면 마도왕급 마도사, 마도 공학자, 마도 엔진이 필요하다!

‘잠깐, 마도 엔진! 타이탄의 심장?!’

“설마?!”

김철수는 문득 뇌리를 스치는 생각에 정제 마석을 샅샅이 살폈다.

그리고 곧 발견했다.

마력광을 뿌리는 점성 있는 액체, 액화된 정제 마석을 담은 육각 기둥에 새겨진 이름!

[재금 연구소]

“재금 연구소? 재금? 재금?! 뭐지? 분명 처음 듣는데 왜 이렇게 입에 붙지? 마력 회로도 어쩐지 낯이 익고…….”

생각과는 다른 이름에 고개를 갸웃하며 해머 자루 곳곳을 살필 때 예상했던 이름이 나왔다.

[W. S.]

너무나 익숙한 이니셜!

무한한 별의 바다를 항해하는 노움 종족 최고의 천재!

자신과 함께 타이탄을 만든 대륙 유일의 타이탄 마스터이자 친구!

W. S. 워커 실트의 이니셜이다!

“진짜 워커 실트가 지구에 있었구나! 잠깐! 워커 그 녀석, 마법 적성으로는 이 정도 정제가 힘들 텐데…… 소원권! 그렇지 워커 동생! 우레 폭풍의 마도왕 레이……!”

김철수는 정제 마석을 손에 쥔 채 정신없이 말을 쏟아 냈다.

이때 들려온 목소리가 김철수의 말을 끊었다.

“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어때 그거면 부족한 마력 충분하냐? 혹시 모자라냐?”

“앗! 잠시만! 바로 계산해 볼게!!”

김철수는 한 손에 액화 정제 마석을 쥐고, 다른 손으로 마력 파문을 일으켰다.

파스스스스-

물결치는 듯한 파문이 짙은 노을이 지는 하늘로 퍼져 나가며 표정이 밝아지고 흐려지기를 수십 번, 대답이 튀어나왔다.

“이 정제 마석이면 마력은 충분한데…….”

“충분한데?”

“아까 말하려던 세 번째 문제. 명운이 흩어지면서 통제력이 너무 떨어졌어. 이대로면 마력 폭풍을 일으키는 중간에 튕겨 나갈 가능성이 크다. 머릿돌 아니 그냥 마도구만 있었어도…… 아니지 이대로도 성공 가능성이 있다! 시도해 보자!”

김철수의 두 눈에 맺힌 이글거리는 눈빛.

자신이 천마신공의 한계에 도전할 때와 같다!

“성공 확률은?”

“3할! 이 정도면 시도하기에 충분하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떻게든 성공시킬게! 바로 움직이자!”

“잠시만!”

천문석은 당장이라도 달려가려는 김철수를 잡았다.

김철수의 말이 맞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성공 확률은 제로!

3할! 30퍼센트라면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확률이다!

그러나 아득한 하늘의 인과가 이 모든 것을 이끌었다.

자신에게 진정 천의가 닿았다면, 초월자 김철수와 마력 폭풍이 그러했듯 미처 알지 못할 뿐 해결책은 이미 자신에게 있을 거다.

바로 이 안에!

천문석은 잡낭을 열어 김철수에게 내밀었다.

“방금 마도구라고 했지? 이 안에 도움 될 게 분명히 있을 거다! 확인해 봐!”

“……뭐?!

김철수는 어이없어 하는 표정으로 말을 쏟아 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금 필요한 건 마력 통제용 마도구 중에서도 머릿돌이야! 머릿돌!”

“정제 마석이랑 머릿돌은 완전히 달라! 머릿돌은 마탑의 통제 장치다!”

“머릿돌을 손에 넣으면 마탑의 통제권을 빼앗아 마력장 지대의 무한한 마력을 사용할 수 있어!”

“만에 하나 악신의 추종자 손에 들어가면 대참사가 터진다!”

“당연히 어떤 마법, 주술적 탐지에도 먹히지 않게 내가 직접 하나하나 처리해서 철저하게 관리, 관리, 관리…….”

김철수는 활짝 열린 잡낭 안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고장 난 인형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

“철저하게 관리돼서 뭐?”

김철수의 고개가 번쩍 들리고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미친! 이게 왜 여기에 있어?!”

김철수의 덜덜 떨리는 손이 잡낭 안에 아무렇게나 박혀 있는 3x3 큐브를 가리켰다.

*   *   *

경악한 김철수.

잡낭 안 3x3 큐브!

정황상 잡낭 안 큐브가 김철수가 말한 마도구다!

어떻게 자신의 잡낭 안에 김철수가 말한 마도구, 큐브가 들어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천문석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지금 자신에게는 천의, 하늘의 뜻이 함께하고 있었으니까!

역시 밀어줄 때는 화끈하게 밀어주는 하늘님다웠다!

“그렇지! 역시 있을 줄 알았어! 하늘의 뜻이 나에게 닿았다! 카캬캌-”

천문석은 큐브를 집어 내밀었다.

“이거 있으면 마력 폭풍 가능하냐?”

“…….”

김철수는 멍하니 큐브와 이세기를 바라보다 반문했다.

“마력 폭풍이 가능하냐고?”

당연히 가능하다!

아니 그 이상도 가능했다.

이 큐브는 마탑의 석재 안에 숨겨 둔 통제 장치, 이 안에는 마탑의 머릿돌이 들어 있으니까!

돌과 철.

보석과 강철.

마법과 타이탄.

마도 황제의 돌, 보석, 마법의 상징이 바로 마탑의 머릿돌이다!

머릿돌만 있으면 마탑을 세울 수 있다!

마력장 지대의 무한한 마력을 지상으로 끌어오는 마탑만 있으면, 세계의 나무에 새겨진 기억을 되찾고 세계 개변급의 대마법을 펼칠 수 있다!

지구의 하늘에 마력장 지대는 없다.

하지만 엄청난 마력장을 쏟아 내는 게이트가 있다!

게이트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마력장을 통제할 수 있다!

북한산을 헤집었지만 결국 찾지 못한 타이탄을 찾을 수 있다!

몇 년은 걸릴 거라 예상한 마탄과 게이트 안정화 장치를 6개월 안에 개발할 수 있다!

머릿돌만 있으면 이 모든 게 가능하다!

자신이 이 세계에 투영된 허상일 뿐이라는 것과 곧 명운이 흩어져 튕겨 나간다는 건 문제가 안 된다!

이 머릿돌의 힘으로 타이탄 강철의 위치만 특정하면, 원래 세계로 돌아가 강철을 회수할 수 있으니까!

‘지금 당장 마력 폭풍을 터트려 급한 불을 끄고, 바로 타이탄 강철의 위치를 확인한다!’

김철수는 계획을 세우는 즉시 머릿돌에 손을 뻗다가 멈칫했다.

‘아차!’

액화 정제 마석과 머릿돌은 자신이 아닌 이세기의 것이다.

이세기는 자신이 제안한 지분, 빌딩, 영지 모든 것을 거절했다.

과연 어떤 대가를 치러야 정제 마석과 머릿돌을 사용할 수 있을까?!

생각할 것도 없다!

무엇이든지!

마력 폭풍을 터트리고, 게이트 전쟁에 승리할 수만 있다면 그 무엇이든 줄 수 있다!

“이 머릿돌…….”

입을 여는 순간 이세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어때? 그거면 마력 폭풍 성공 가능성 올라가냐?!”

“9할! 아니 10할! 반드시 성공시키겠다! 대가는……?”

툭-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손 위에 떨어진 큐브.

“……어?”

멍하니 큐브를 바라보다 이세기를 보는 순간 말이 돌아왔다.

“좋아! 바로 시작하자! 계획이 뭐냐?”

“아니, 잠깐! 잠깐만!”

“더 필요한 거 있어?! 이 잡낭 안에 확인해 봐! 분명 필요한 게 있을 거다! 우리 급해, 노을이 사라지기 전에 마력 폭풍을 터트려야 시간대가 맞아!”

활짝 열린 잡낭을 다시 내미는 이세기.

“아니 그게 아니라 대가! 너 이 액화 정제 마석이랑 머릿돌 대가로 뭘 원하냐? 뭐든지 원하는걸…….”

“대가?”

피식 웃으며 위아래를 훑어보더니 어이없어 하는 목소리로 묻는 이세기.

“얼핏 봐도 개털인데. 대가로 줄 거는 있냐?”

“금괴, 회사, 빌딩, 영지! 뭐든지 원하는 걸 말해라! 네가 원한다면 회사를 통째로…….”

“그러니까 10년 후에 말이지?”

“…….”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던 김철수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6년! 아니 5년으로 줄일 수 있어! 개발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라이선스 수익이 발생하면 엄청난 재원이 들어온다. 서울 하늘에 섬…….”

이때 툭 던지듯 날아온 말이 김철수의 말을 끊었다.

“됐다.”

“……뭐?”

“대가는 필요 없다고.”

“그게 무슨…….”

“계속 말했잖아? 이 모든 것. 그 정제 마석과 큐브가 네 손에 놓인 건 하늘의 뜻이다. 그리고 사실 그 마석이랑 큐브 내 거도 아니거든. 그러니까 나한테 대가를 줄 필요는 없다. 자 빨리 시작하자. 계획이 뭐지?”

“…….”

지금 이 순간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정제 마석과 머릿돌을 건네주며 아무렇지도 않게 대가를 거절하는 이세기.

어째선지 마스크 너머 이세기의 얼굴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친구에게 축구공을 빌려주듯 겸연쩍게 웃는 얼굴이!

이 순간 김철수는 이유를 깨달았다.

이상한 숲에서 이상한 꼬맹이를 만나, 2000년 1월 2일에서 깨어난 이유!

자동차 안에 홀로 있던 아이를 만나고, 난장판이 된 서울을 가로질러 북한산에 도착한 이유!

천의, 하늘의 뜻.

인과율, 세계의 의지, 거대한 흐름.

영혼육백을 태워 세계의 나무를 키워 낸 그분의 바람.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결론은 같았다.

자신이 겪은 모든 것들은 지금 자신 앞에 서 있는 이세기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너 누구냐?”

김철수가 자신도 모르게 묻는 순간.

휘이이잉-

휘파람 소리를 닮은 바람에 실린 대답이 돌아왔다.

“천검 이세기.”

진심에는 진심으로!

김철수는 천검 이세기에게 진심을 담아 약속했다.

‘천검 이세기! 보석과 강철, 마도 황제의 이름으로 약속한다! 이 모든 것에 대해 대가를 주겠다!’

긴말은 필요 없다.

공허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주면 그뿐!

김철수는 천검 이세기를 향해 모든 마음을 담아 대답했다.

“돌철 황제 김철수.”

*   *   *

“야, 너 뭐 해? 우리 언제까지 기다려?!”

마혁진의 외침이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세우던 천문석과 김철수의 정신을 깨웠다.

“……!”

번쩍 고개를 든 순간 쿵- 땅을 따고 전해진 미약한 진동!

천문석은 바로 앞 김철수와 시선이 마주쳤다.

“재의 기사?!”

“맞아! 이제 곧 도착한다!”

완벽한 타이밍!

계획을 모두 세운 지금 재의 기사가 숲에 가까워지고 있다!

“다 끝났어! 3분만 기다려라!”

천문석은 마혁진에게 외치는 즉시 고개를 돌려 김철수를 봤다.

“계획 다시 한번 확인하자!”

“알았어. 바로 확인하자.”

“하나. 재의 기사를 붙잡고 몰아친다!”

천문석이 운을 떼는 순간.

김철수가 바로 말을 받았다.

“둘. 재의 기사를 스캔해 불의 서약을 뽑아낼 마력 회로를 만든다!”

“셋. 재의 기사를 마력 회로로 유인해 불의 서약을 뽑아내 확보한다!”

“넷. 불의 서약을 스캔해 천공으로 날려 보낼 마력 회로를 만든다.”

“다섯. 불의 서약을 아득한 천공으로 쏘아 올려!”

“마침내 끝. 각성자를 탄생시킬 마력 폭풍을 터트린다!”

짝-

천문석과 김철수의 손바닥이 부딪치고 동시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카캬카카캌-

하하하하하-

“좋아! 계획이 심플한 게 아주 좋다!”

“당연하지 내 마도 지식과 네 잔머리! 거기에 액화 정제 마석과 머릿돌이 합쳐졌다! 이건 100% 성공할 수밖에 없는 계획이다!”

“그럼 내 동료들에게 설명하고 바로 시작하자!”

“가자!”

타타타타탓-

천문석과 후드를 뒤집어쓴 김철수는 한달음에 숲을 달려 모두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야, 너 뭐 하다가 이제야……!”

분통을 터트리던 마혁진은 흠칫 놀라, 말을 삼켰다.

이세기 뒤에서 유령처럼 불쑥 튀어나온 검은 로브!

초월자!

장철 헌터가 반사적으로 해머를 들고 앞으로 나서고. 마혁진이 염동력장을 일으키는 순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 이제 적 아니다. 우리 같이 마력 폭풍 터트리기로 했다.”

“마력 폭풍? 해결책을 찾은 거냐?!”

“적이 아니라고?! 아니 그보다 마력 폭풍?! 그거 안 하기로 했잖아! 우리 집으로 가기로 한 거 아니었어?!”

반색하는 장철.

황당해하는 마혁진.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천문석은 확신을 담아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들어 가리켰다.

“여기 이분! 마력 폭풍 전문가 김철수 선생님께서 도와주시기로 했습니다!”

“……김철수 선생님?”

“아, 깜빡했구나. 여기 초월자분 이름이 김철수야.”

“아니 지금 내가 그걸 말하려는 게 아니잖아?! 왜 다시 마력 폭풍…….”

순간 경악한 외침이 마혁진의 말을 끊었다.

“김철수!”

“설마 한국 사람?!”

국정원 5팀장과 권 의원.

천문석은 두 사람의 외침을 무시하고 마혁진을 봤다.

“김철수 선생님과 나. 우리는 진솔한 대화로 오해를 풀고. 마력 폭풍이란 대의를 함께하기로 했다! 이제 초월자 김철수 선생님께서 뭘 해야 할지 설명해 주실 거다! 김철수 선생님.”

김철수는 당당히 앞으로 나서서 외쳤다.

“나한테 완벽한 계획이 있다!”

“들었지! 김철수 선생님께 완벽한 계획이 있다! 모두 집중!”

검은 로브를 입은 김철수에게 시선이 모여들었다.

“……!”

숨소리조차 놓치지 않으려는 듯 무섭게 집중하는 5팀장과 김 대리, 이 대리, 청년 마혁진 국정원 일행!

“……!”

무언가 빠르게 지시하는 권 의원과 혼란스러운 얼굴의 수사관과 경찰들!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어이없어 하는 표정의 임수정과.

냐아아암-

그 품에 안겨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뽀미.

‘제대로 마무리를 짓겠구나!’

주먹을 불끈 쥐며, 투지를 끌어올리는 장철.

‘……이세기 같은 놈이 하나 더 나타났네…… 그놈의 계획……!’

땅이 꺼질 듯 깊은 한숨을 내쉬는 마혁진.

각자의 생각을 가지는 모두는 김철수의 설명에 집중했다.

“내 계획에서 중요한 건 변수를 차단하는 거다! 우선…….”

김철수의 설명은 순식간에 끝나고 마지막 말이 이어졌다.

“다른 건 다 잊어도 괜찮다! 딱 하나! 이건 절대 잊으면 안 된다. 모두 따라 해라!”

“절대 나대지 않는다!”

“절대 나대지 않는다!”

“절대 나대지 않는다!”

……

천문석을 시작으로 모두가 외쳤을 때 육중한 진동이 숲을 울렸다.

쿵, 쿵, 쿵-

세기말 대한민국 난장판의 마지막 퀘스트, ‘마력 폭풍’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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