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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91화 (1,19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91화>

…… -!!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나위 위에 얼어붙은 새끼 삼색 고양이, 뽀미!

“너 설마……?”

김철수가 입을 여는 순간.

냠, 냐암-

뽀미는 할짝 코를 핥더니 휙- 허공으로 도약.

파팟-

섬광과 함께 공간을 뛰어넘어 부드럽게 착지했다.

김철수의 발 앞에!

“……!”

…… -

김철수의 내려다보는 시선과 뽀미의 올려다보는 시선이 얽혔다.

“아니지? 너 그런 거 아니지?”

뽀미는 대답하지 않았다.

냐암, 냐아암-

울음소리와 함께 몸을 비비고.

데굴, 데굴-

배를 보인 채 바닥을 굴렀다!

“……!”

대답은 들을 필요도 없었다!

처음 만난 이래 단 한 번도 보이지 않던 애교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 뽀미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으니까!

‘미안, 장난이었어. 우헤헷-’

“……!”

머릿속 무언가가 끊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지고 당장이라도 날아갈 듯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으드드득-

김철수는 이를 악물고 마음으로 외쳤다.

‘참을 인인인인인인……!’

忍!!

참아야 한다!

짭천마처럼 뽀미를 쥐어박을 수는 없다!

뽀미가 삐지기라도 하면 서울 안전지대는 날아간다!

아니 그전에 마력 폭풍을 터트려 각성력의 씨앗을 지구 전체에 퍼트리려면 뽀미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쉬운 사람이 먼저 굽혀야 하는 법!

김철수는 이를 악문 채 입꼬리를 올리고 부르르 떨리는 눈썹으로 호선을 그렸다.

분노로 떨리는 주먹을 등 뒤로 숨기고, 레고 매장 앞에 드러누운 아이를 달래듯 부드럽고 상냥하게 입을 열었다.

“하, 하- 뽀미가 장난을 쳤구나. 내가 깜빡 속았네. 하, 하하- 내가 재밌는 놀이 생각났는데 우리 같이할까?”

냐아-?

“저기 쿵쿵거리며 다가오는 재의 기사, 느껴지지?”

냐아아-?

“그래, 모르는구나. 괜찮아! 몰라도 상관없어! 쟤가 완전, 완전! 멋진 불꽃을 가지고 있거든! 그 불꽃을 하늘로 뻥 날려 버리는 거야! 그러면 누구도 본 적 없는 엄청난 불꽃놀이가 하늘을 가득 채워!”

냐아아앗-?!

“그렇지? 신기하겠지?! 그게 끝이 아냐! 그 불꽃만 터트리면 뽀미랑 비슷한 힘을 가진 친구들이! 엄청엄청 많이 생겨나! 완전완전 재밌겠다! 그렇지?!”

…… -?!!

배를 드러내고 바닥에 누운 뽀미의 눈동자에 맺히는 호기심과 망설임.

“자, 가자. 우리 얼른 놀러 가자!”

김철수가 부드러운 말과 함께 손을 뻗는 순간.

데굴-

뽀미는 그대로 바닥을 한 바퀴 굴러 손을 피하고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으로 올려다봤다.

“…….”

…… -

짧은 침묵.

하, 하하-

…… -

어색한 웃음.

김철수는 다시 손을 뻗으며 아이를 달래듯 운율을 넣은 목소리로 말했다.

“뽀미 장난치지 말고~. 오빠가 급하니까~. 저기 불꽃 얼른 쏘아 올려서 친구 만들자~”

김철수가 다시 손을 뻗는 순간.

데굴데굴데구루루-

뽀미는 굴렁쇠처럼 미친 듯이 바닥을 굴러 도망쳤다!

“……!!”

이 순간 팽팽하게 당겨졌던 머릿속 무언가가 툭- 끊어졌다!

“빌어먹을 젠장! 못 해 먹겠네! 당장 멈춰! 너 잡히면 연속 딱밤이다! 뽀미, 멈춰! 멈추라고! 뽀미! 뽀미!! 으아아아악-”

김철수는 꾹꾹 눌러 참은 분노를 터트리며 돌진했다.

냠, 냠, 냐암-!

얄밉게 울며 데굴데굴 노을이 드리워진 공터 바닥을 구르는 새끼 삼색 고양이를 향해서!

“너 안 멈추면 때린다! 진짜 딱밤 때린다! 아까 맞은 거 열 배 위력으로 때린다! 뽀미이이!!”

김철수가 분노의 추격전을 시작한 순간.

천문석, 장철, 마혁진 세 사람은 움직이고 있었다.

‘벼락처럼 선빵을 갈기고 계획대로 유인한다!’

천문석은 도주 경로를 살피며 레이 실트의 강철봉을 손에 쥐고 내력과 투지를 끌어올렸고.

“거기 멈춰! 당장 피해야 한다!”

장철 헌터는 능선을 지나 숲으로 들어가는 권 의원과 수사관, 경찰을 따라잡았다.

“이 더러운 불운! 돌아만 가면 절대! 절대로 다시는 이세기 새끼랑 얽히지 않는다!”

염동 대협 마혁진은 한달음에 비탈을 지나 국정원 일행이 있는 숲으로 들어갔다.

*   *   *

“……피해야 한다!”

능선 위로 갑자기 튀어나온 곰 같은 거구의 남자가 미친 듯이 달려왔다.

등에는 철거 현장에서나 쓰일듯한 오함마를 매고, 허리에는 피가 말라붙은 망치가 몇 개가 걸려 있는 남자!

흙 범벅이 된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권 의원, 검사, 수사관, 경찰 모두는 한눈에 알아봤다.

백운대 주차장에서 만난 남자!

쏟아지는 괴물들을 해머로 갈아 버린 그 남자다!

“초인!”

권 의원은 달려오는 남자 앞으로 나서 웃는 얼굴로 손을 내밀고 빠르게 말을 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아까는 이야기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네요! 도움을 드리려 했는데 본의 아니게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전…….”

장철은 멈칫했다.

가면 같은 미소와 반가워하는 목소리.

처음 보는 사람에게서 묘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뭐지? 내가 아는 사람인가?!’

장철은 말을 쏟아 내는 노인을 자세히 보는 순간 기시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게이트 전쟁 당시 수없이 보고 들어 익숙한 얼굴과 목소리다.

전장이 아닌 텔레비전에서!

안전지대 제주도에서 참전을 독려하던 정치인이다!

“혹시 국회의원?”

“아, 혹시 절 아십니까? 권…….”

반색한 권 의원이 손을 내미는 순간.

장철은 씩 웃으며 손을 움켜잡았다.

우득-

손끝에 걸리는 저항감!

“어, 어? 힘이……?!”

예상한 비명이 아닌 당혹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하- 자연 각성까지 했던 거야? 그런 녀석이 휠체어를 타고 참전 독려를 했다고. 진짜로 하늘의 저울이 망가졌구나…….”

“네? 참전 독려요? 갑자기 무슨……?!”

장철은 말없이 손에 힘을 줘 끌어당겼고.

권 의원은 반사적으로 힘을 주고 버텼다.

그러나 아무리 자연 각성을 했어도 상대는 육체 각성자 랭커 장철이었다.

킁-

발로 땅을 짓누르고 스냅을 줘서 낚아채는 순간.

으아아악-

비명과 함께 권 의원의 육중한 몸이 장난감처럼 공중으로 튕겨 올랐다.

“권 의원님!”

“의원님!”

거리를 두고 지켜보던 사람들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올 때.

장철은 권 의원을 어깨에 걸치고 숲으로 달려가며 외쳤다.

“따라와라! 날 잡으면 권 의원을 돌려주겠다!”

쿵쿵, 쿵쿵쿵-

곰이 질주하는 듯한 육중한 울림과 함께 권 의원과 곰 같은 남자는 순식간에 멀어졌다.

“…….”

“……!”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멍하니 보고 있을 때 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아아악-

권 의원의 비명이!

“……쫓아!”

“반드시 잡아야 한다!”

순간 검사, 수사관, 경찰 모두는 반사적으로 숲을 향해 달렸다

장철 헌터가 권 의원을 미끼로 검찰, 경찰 모두를 움직일 때.

마혁진은 숲속에 있는 국정원 요원을 발견했다.

“야……!”

반사적으로 외치려는 순간 머리를 스쳤다.

‘숲과 맞닿은 공터에 있는 뽀미와 초월자!’

지금 소리쳐 부르면 걸릴 수도 있다!

후유증으로 무력화됐지만, 혹시 모른다.

마혁진은 외침을 삼키고 얼핏 국정원 요원이 보인 장소에 시선을 고정한 채 달렸다.

그리고 곧 뒤엉킨 나무 뒤에 웅크려 앉은 사람들을 발견했다.

국정원 요원 둘과 청년 마혁진 그리고 한 여자…….

‘어, 쟤 뭔가 낯이 익는데?’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보였다.

숲과 공터의 경계에서 벌떡 일어서는 남자!

남자는 휙휙 점퍼와 셔츠, 바지를 벗어 던지기 시작했다!

“쟤 지금 뭐 하는 거야……?”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멈칫하는 순간.

국정원 요원은 속옷만 입은 채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이 뽀미와 초월자가 있는 공터로 달려갔다.

“안녕하세요! 국정원에서 나왔습니다!”

입을 떡 벌린 마혁진은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미친놈아! 왜 속옷만 입고 거기서 인사를 하는 건데?!”

*   *   *

쿵, 쿵, 쿵-

육중한 울림이 울려 퍼지는 능선!

천문석은 기척을 죽인 채 차가운 바위에 납작 엎드려 재의 기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울림이 점점 커질 때 보였다.

장철 헌터가 국회의원 일행을 끌고 숲으로 달리는 모습과.

염동 대협이 단숨에 비탈을 올라 숲으로 뛰어든 모습이!

국회의원 일행과 국정원 요원들은 걱정할 것 없다!

이제 재의 기사에게 선빵을 날리고 유인하면 된다!

쿵, 쿵, 쿠우웅-!

‘바로 지금!’

탄환이 쏘아지듯 바위에서 튀어 나가는 순간 보법을 펼치고 강철봉을 올렸다.

미끄러지듯 뻗어 나가는 다리와 상단세로 들어 올린 강철봉!

쏘아진 몸과 끌어올린 기세가 향하는 장소에 재의 기사의 뒤통수가 있었다!

완벽한 장소, 완벽한 타이밍!

재의 기사가 반응하기도 전에 강철봉이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다!

강철봉과 투구 사이!

1미터 남짓한 허공을 가로지르는 이 찰나의 순간.

폭발하듯 치솟은 오러와 중첩된 내력이 충돌했다.

파지지지지직-

새파란 불꽃이 우수수 쏟아지고 엄청난 반발력이 밀려왔다.

중력의 힘을 담아 떨어지는 강철봉은 단숨에 반발력을 가르고 강철 투구를 내리찍었다.

두우우우우우웅-

거대한 범종을 때리는 듯한 소리와 진동이 울려 퍼졌다.

“……!”

제대로 느낌이 왔다!

‘여기서 끝장을 볼까?!’

순간적으로 혹할 정도로 완벽하게 들어간 정타!

하지만 지금 자신은 혼자가 아니다.

장철, 마혁진 동료와 손발을 맞춰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재의 기사는 흔적을 지우고 집으로 돌아갈 수단일 뿐이다!

‘계획대로 움직인다!’

강철봉이 투구를 내리찍고 결정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찰나!

천문석은 다리에 모아둔 내력을 터트려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쿠우웅-

얼어붙은 암반이 울리는 순간.

파아아앙-

화살처럼 쏘아지는 몸이 대기를 갈랐다.

단숨에 10여 미터를 도약해!

미리 계산한 경로를 따라 바람처럼 달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카캬카카카캌-

듣는 순간 3배로 사람을 빡치게 만드는 도발하는 웃음을!

천문석은 순식간에 100여 미터를 달려 1차 목표에 도착했다.

커다란 바위 두 개가 ‘ㅅ’ 형태로 겹친 장소!

단숨에 바위 사이를 통과해 쿵- 땅을 밟고 직각으로 몸을 날려 바위 뒤에 찰싹 달라붙었다.

순간 호흡을 멈추고 심상을 일으켰다.

‘나는 바위다.’

‘나는 바위다.’

‘나는 바위다……!’

……

기척과 생동감이 흩어지고 몸이 바위에 빠르게 동화됐다.

‘바위를 통과하는 타이밍! 뒤통수를 한 대 더 치고 유인한다!’

천문석은 심상 공간의 내력을 압축하고 또 압축하기 시작했다.

폭발적인 일격을 가하기 위해서!

‘언제든지 와라!’

1, 2, 3, 4, 5초……!

극도의 긴장 속에서 시간마저 느리게 흘렀다!

10분 같은 1분이 지나고.

다시 1시간 같은 5분이 지났다!

그러나 재의 기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뭐야 이 녀석? 원래도 느렸지만, 이건 너무 느리잖아?!’

천문석은 분통을 터트리며 2시간 같은 5분을 또다시 기다렸다.

그러나 여전히 재의 기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뭐지? 왜 이렇게 안 와?!’

고개를 갸웃할 때 머릿속에 쾅- 벼락이 떨어졌다.

느껴지지 않는다!

육중한 소리와 진동이!

“……!”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단숨에 바위 꼭대기에 올라가는 순간 보였다.

어느새 능선을 모두 내려온 재의 기사!

재의 기사는 자신을 쫓아오지 않았다.

자신의 기습 공격을 씹고 짙은 노을이 드리워진 숲으로 향하고 있었다!

장철과 국회의원 일행, 마혁진과 국정원 요원들!

마력이 바닥난 초월자와 각성 후유증에 빠진 뽀미!

모두가 있는 숲으로!

“왜 거기로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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