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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89화 (1,19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89화>

“……!”

정신없이 달려오는 청년!

마혁진은 젊은 자신의 모습에 외쳤다.

“멍청한 녀석이 여기에는 왜 나타난 거야?!”

“이유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장철이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재빨리 말을 받았다.

“맞아! 이유는 나중에 찾아도 된다! 공터에 도착하기 전에 빼내는 게 우선이다!”

“시바! 각성력 바닥인데! 알았……!”

반사적으로 달려가려다 멈칫하는 마혁진.

“……!”

마혁진의 시선이 천문석과 장철을 빠르게 오가고 찰나의 순간 수십 번 얼굴이 변했다.

“야, 뭐 하는 거야? 거리 멀어서 당장 움직여야 해?!”

“그래! 국정원이 뽀미, 초월자와 만나면 무슨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잠깐, 잠깐만 생각 좀 해 보고……!”

말을 끊고 생각에 잠기길 몇 초!

마혁진이 번쩍 고개를 들었을 때는 다급했던 얼굴이 차갑게 굳어 있었다.

그리고 얼굴만큼이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냐?”

“뭐? 야, 이 상황에 뭔 헛소리야?”

“정신없이 사건·사고가 터져서 잊고 있었는데. 여기 2000년 세기말 대한민국이잖아?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가 뭐냐고?”

“당연히…….”

반사적으로 대답하려는 순간 머릿속에 번쩍 섬광이 터지고 기억이 쏟아졌다.

-2000년 1월 2일 세기말 대한민국.

-이상한 숲, 이상한 꼬맹이.

-2000년 3월의 서초구.

-2004년 부산.

-던전이 열린 남일도.

-남중국 푸저우시.

-서울 광화문!

과거로 거슬러 오른 기억이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 닿았다.

난장판이 된 서울 광화문!

그렇다.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은 대환단과 가짜 5관 금괴, 한경석의 선의에서 시작됐다!

이 순간 머릿속에서 질문이 튀어나왔다.

남중국에 온 이유는?

한경석을 찾기 위해서!

남일도에 왜 오게 됐지?

한경석의 행적이 남일도로 이어졌으니까!

남일도 던전에 들어온 이유는?

천장을 부수고 떨어진 오리배 악어와 충돌하는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질문과 답이 이어질수록 머리가 점점 맑게 깨어나고 곧 결론에 도달했다.

그 사고의 결과 장철 헌터가 기원을 투영한 던전에 들어왔고.

2004년 부산, 2000년 서초구, 이상한 밤의 숲을 지나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바로 이곳 2020년 1월 2일 세기말 대한민국에!

처음 던전에 들어온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

장철 헌터의 딸 세린이를 구해 가족과 함께 한강 이남으로 돌려보냈으니까!

거기에 더해 목적 이상의 것들을 이뤄 냈다.

막힌 중랑천 물길을 뚫고.

끊어진 한강 다리를 연결한 후.

어린이 대공원의 거대 괴수를 처리했다.

여기까지는 모든 게 계획대로 됐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을 때.

초월자가 자신에게 말을 걸며 모든 게 꼬이게 됐다.

서울 북동부의 몬스터를 유인해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밀어 넣고 포격으로 난장판을 만들고 튀려고 했지만 불발!

정체불명의 초월자와 각성 동물 뽀미와 엮여서 도망치고 있었다!

쉴 새 없이 사건이 터지고, 엉망진창 난장판이 끝없이 이어지는 지금.

마혁진은 모두에게 묻고 있었다.

‘우리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냐?’

이 순간 마혁진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깨달음과 동시에 벼락을 맞은 듯 번쩍 정신이 들었다!

“……!”

나비 효과를 강조했던 자신이 정작 초심을 잃고 중요한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곳은 2020년 대한민국이 아니라 2000년 세기말 대한민국이라는 것!

2000년 세기말 대한민국은 자신과 장철, 마혁진의 세계가 아니다!

끝나지 않는 축제는 없는 법!

쉴 새 없이 터지는 사건과 문제를 모두 해결하려 한다면 영원히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초월자의 마력이 바닥나고, 뽀미가 각성 후유증을 겪는 지금이 기회다.

세기말 대한민국의 문제는 세기말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각성 동물에게 맡기고 이제 집으로 돌아갈 때다!

마혁진의 질문에 생각하고 고뇌하여 결론을 낼 때까지 걸린 시간은 찰나!

천문석은 번쩍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

“마혁진, 네 말이 맞다!”

“어? 그게 무슨 말이야?”

장철이 황당해 하는 순간.

천문석은 바로 설명했다.

“염동의 말이 맞습니다. 이곳 세기말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할 일은 끝났습니다. 이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국정원 요원들은 어쩌려고? 지금 초월자, 뽀미 있는 공터로 가고 있잖아?!”

천문석은 고개를 저었다.

“백운대 암반에서도 초월자는 선을 지켰습니다. 아무도 죽지도 다치지도 않았습니다. 뽀미는 말할 것도 없는 북한산의 수호자! 딱밤으로 머리를 깨뜨린 우리가 나타나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할 겁니다.”

“…….”

“……!”

장철과 마혁진은 황당한 눈으로 천문석을 봤다.

그러나 곧 마혁진의 얼굴에 깨달음의 빛이 스치고 말이 튀어나왔다.

“그렇지! 맞아! 내가 하려던 말이 바로 그거야! 이세기. 너도 드디어 깨달았구나?! 야, 그럼 얼른 돌아가자! 장철, 너도 빨리 따라오고!”

“잠깐! 마혁진 너 괜찮아?! 저기 달려오는 청년 젊은 너잖아? 청년 마혁진이 초월자, 뽀미랑 만나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 1세대 헌터 칠성길드 마혁진은 없어질지도 모른다!”

“칠성길드 마혁진?”

마혁진은 피식 웃으며 능선을 내려오는 청년을 턱짓했다.

“쟤는 조금도 걱정할 거 없다. 칠성길드 마혁진보다 공무원 마혁진. 국정원 직원 마혁진이 훨씬 나으니까! 하하하-”

“마력 폭풍은? 아직 마력 폭풍이 안 터졌잖아?! 각성자 안 나타나면 결국은 끝장이야!”

장철의 다급한 외침에 천문석은 고개를 저었다.

“마력 폭풍이 터지는 북한산에 왔는데…… 마력 폭풍 실마리가 전혀 없잖아요? 계속 여기에 있을 수도 없고…… 뽀미가 각성했으니까 어떻게 잘 해결될 되지 않을까요?”

“내 말이 바로 그거라니까!”

마혁진은 탄성을 터트리고 희열에 찬 목소리로 말을 쏟아냈다.

“지금 여기 있는 각성자가 ‘너, 나, 얘!’, 육체, 초능력, 무공 각성자 셋뿐인데!”

“현장에서 몸으로 구르는 우리가 아무리 생각한다고 ‘마력 폭풍’ 문제가 해결되겠냐?!”

“이런 건 추이린! 그렇지! 그 까칠했던 대학원생 추이린!”

“그 녀석 같은 머리 쓰는 녀석, 마력 각성자가 있어야 실마리라도 잡을 수 있어!”

“어차피 우리가 여기에 있어도 마력 폭풍 문제 해결에는 아무 도움도 안 된다니까!”

‘뭐지, 이 녀석?!’

천문석은 마혁진을 다시 봤다.

마혁진은 핵심을 찌르는 말을 줄줄이 쏟아 내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맞습니다! 추이린 수석 연구원처럼 마력 각성자 없이는…… 어, 잠깐! 마력 폭풍, 마력 각성자…….”

무언가 뇌리를 스치는 순간 장철 헌터의 말이 이어졌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그래도 마무리는 지어야지…….”

장철 헌터는 어쩐지 애잔한 눈빛으로 노을이 드리워지는 능선을 가리켰다.

천문석은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털어 냈다.

여기서 끼어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뿐이다!

사람과 관계가 존재하고, 저울이 기울어진 하늘님이 있는 이상 사건은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집으로 돌아가는 게 마무리입니다! 우리 셋이 없어도 세기말 대한민국에 천외천의 각성자가 줄줄이 나타날 겁니다!”

“뽀미! 용용이! 검은 폭풍!”

“뽀미! 용용이! 검은 폭풍!”

천문석과 마혁진의 외침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이제야 네가 제대로 머리가 돌아가는구나!”

“내 머리는 항상 잘 돌아갔거든! 또 사고 터지기 전에 얼른 가자!”

“그래 얼른 가자!”

천문석이 앞장서고 마혁진이 바로 뒤로 따라붙는 순간.

장철은 다시 한번 마혁진을 제지했다.

“잠깐! 저기 쟤 마혁진이라고! 젊은 마혁진! 너 진짜 괜찮겠어?!”

“괜찮다니까! 바로 나! 마혁진 본인이 괜찮다고! 공무원이 칠성 길드, 아니 칠성파 깡패보다 훨씬 나아! 공무원이 되면 내 인생 최대의 실수를 막을 수 있다!”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깡패를 그만두면 이태성 길드장한테 찍힐 이유가 없으니까!”

“이태성? 뭔 소리야? 여기서 이태성 걔가 왜 나와?”

“인생 최대의 실수라며……?”

“그래 인생 최대의 실수! 이세기 바로 너! 신동대문에서 너랑 엮인 게 내 인생 최대의 실수다!”

“와 어이없는 녀석! 야, 너 나 아니었으면 벌써 예전에 이태성 길드장한테 잡혀서 아작 났어!”

“새꺄! 너 아니었으면 애초에 칠성 길드가 망할 일이 없었어! 당연히 열사의 사막에도 안 떨어지고! 강철 도시에서 개같이 구를 일도 없었고! 지금쯤 신동대문 먹고 잘나가고 있었을 거다! 재앙의 화신 같은 녀석!”

“하! 누구나 계획은 있지. 하늘님에게 처맞기 전까지는!”

천문석과 마혁진이 말을 쏟아 내며 빠르게 걸어갈 때.

장철은 뒤를 따라가며 산 아래 공터와 능선을 훑어봤다.

변한 건 없었다.

-각성 후유증으로 정신없이 순간이동 하는 뽀미.

-꼬맹이처럼 팔을 휘두르며 그 뒤를 쫓는 초월자.

-능선을 달려 공터로 다가가는 국정원 요원과 청년 마혁진.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다.

이세기와 마혁진의 말이 맞다.

아무리 즐거운 축제라도 끝은 있는 법.

언제까지 세린이가 있는 이곳 세기말 대한민국에 있을 수는 없었다.

이제 돌아갈 때였다.

장철 헌터를 기다리는 가족, 장민과 특급 헌터에게로…….

“같이 가자!”

장철은 몸을 돌리며 외쳤다.

이 순간 보이는 게 있었다.

능선 뒤에서 줄줄이 나타나는 사람들!

“저기 능선에 사람들 나타났다!”

“네? 사람이요?!”

천문석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는 순간.

마혁진의 목소리가 바로 이어졌다.

“어, 재들?! 백운대 주차장에 국회의원이랑 같이 나타났던 검찰, 경찰이네! 신경 쓸 거 없다. 얼른 가자, 얼른……!”

“국회의원? 무슨 국회의원이 이 난장판에 북한산까지 올라와?”

“어, 그러네? 네가 역장으로 눌렀던 경찰들이다.”

천문석과 장철은 백운대를 향하는 우회로를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이 순간 각기 다른 목표를 가진 사람들은 운명이 교차하기 직전, 서로를 비켜나고 있었다.

“멈춰! 야, 어떻게 좀 멈춰 봐!”

머릿돌과 강철을 찾는 걸 포기한 돌철 황제 김철수는 후유증으로 능력이 폭주한 뽀미를 쫓아 정신없이 달렸고.

“검은 로브, 이세기 선생님은 어디로 간 거지? 혹시 다른 곳으로 샌 건가?!”

능선을 달리던 5팀장과 이 대리, 청년 마혁진. 김 대리와 임수정은 공터를 앞둔 숲속에 멈춰 선 채 경로를 바꿀지 고민하고 있었다.

“의원님! 방금 권 장군과 전화가 연결됐습니다. 포격 지연시키는 것 이제 한계입니다! 지금 당장 백운대로 돌아가 헬기를 타셔야 합니다!”

북한산 일대에 쏟아질 포격을 틀어막은 권 의원은 초인을 찾기도 전에 도망쳐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천문석, 뽀미, 김철수, 5팀장, 권 의원!

천문석 – 마력 폭풍의 실마리.

뽀미 – 딱밤을 날린 인간.

김철수 – 인위적인 마력 폭풍.

5팀장 – 검은 로브와 이세기.

권 의원 – 새로운 시대를 열어 줄 초인.

모든 사건의 중심인 천문석이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결정한 순간.

과거, 현재, 미래. 삼생의 인과를 이어 자라나는 세계의 나뭇가지가 쭉 뻗어 나가고.

헤아릴 수 없이 반복된 게이트 전쟁과 잘못된 시공으로의 귀환에서 시작된 인과의 얽힘이 올올이 풀리기 시작했다.

천 조각을 하나로 잇는 실이 끊어지고.

물이 끓기 직전 장작이 떨어져 불꽃이 꺼져 가고 있었다.

미래에서 과거로.

다시 과거에서 미래로.

끝없는 원을 그리는 인과가 시작되기도 전에 올올히 풀려 나가고.

모든 것이 흩어져 제자리로 돌아가는 이 순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쿵, 쿵, 쿵-

암반을 울리는 육중한 걸음 소리!

비켜나는 인과를 이을 실이자.

꺼져 가는 불꽃을 다시 피워 올릴 장작!

재의 기사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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