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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87화 (1,18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87화>

“뭔 놈의 사건이 이렇게 터져!”

김철수는 납치된 뽀미를 찾아 정신없이 달리며 분통을 터트렸다.

지구로 귀환하고 기억을 잃은 이후 끝없이 이어지던 불운!

2000년 1월 2일로 왔다는 걸 알았을 때 마침내 불운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타이탄 강철과 최초의 머릿돌을 회수하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난장판이 된 지구를 원래대로 돌릴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불운은 끝난 게 아니었다.

아무리 마력 파문을 쏘아 보내도 타이탄 강철은 응답이 없고!

마력 폭풍을 일으킬 재의 기사는 정지한 상태!

재의 기사를 움직이기 위해 부른 천마 후보 1, 2번은 둘 다 가짜였다!

게다가 암반 위에선 격전이 일어났다.

염동력장으로 밀고 들어온 초능력자와 엄청난 힘으로 해머를 내리찍은 남자!

소총탄이 쏟아지고 짭천마는 매 순간 전투의 흐름을 바꿨다!

어쩔 수 없이 마력을 쏟아부어야 했다.

그 결과, 천마 후보 2번에게 서울에 안전지대를 만들 뽀미가 무자비한 딱밤을 맞고 납치됐다!

뽀미는 거대 괴수와 재앙급 마수조차 찢어발기는 등급외 각성 동물이 되지만, 그건 각성 후의 이야기!

지금 뽀미는 그냥 말 안 듣는 평범한 어린 삼색 고양이일 뿐이었다!

“아니 도대체 뽀미는 왜 납치한 건데?!”

김철수는 백운대 암반에서 지금까지 뽀미를 납치한 이유를 생각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유를 찾지는 못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원 대륙의 무공을 사용하던 짭천마, 이세기!

이세기는 무언가 알고 있다!

그 무언가를 꼭 확인해야 한다는 감이 왔다!

그러나 이세기를 제압할 방법이 없다.

이세기는 전투의 맥을 짚는 탁월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 겪으면 9할 이상은 대응조차 못 하고 당하는 백곰권조차 통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자신에게 남은 마력은 한 줌뿐이다.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실낱같은 흔적을 쫓는 게 전부!

능선을 벗어나 도망치면 뒤를 쫓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즉, 인질로 잡은 뽀미를 돌려준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찾을 방법이 없었다!

“뭐가 이렇게 재수가 없어!”

끓어오르는 울분에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얼핏 보이는 게 있었다.

“……!”

본능적으로 돌아가는 시선!

능선 옆 두 개의 바위가 겹쳐진 공간에 두툼한 담요가 놓여 있었다!

김철수는 한달음에 바위로 달려갔고 발견했다.

담요를 덮은 채 미동도 하지 않는 뽀미를!

‘설마, 설마, 설마……!’

불길한 직감에 부르르 떨리는 손이 뽀미에게 닿는 순간 파직- 푸른 불꽃이 튀고 반발력이 느껴졌다!

“……!”

흠칫 놀라 손을 떼는 순간 번쩍 눈을 뜨는 새끼 삼색 고양이, 뽀미!

파스스슥-

뽀미의 두 눈과 이마에서 이글거리는 마력광이 쏟아지고.

파아아아앙-

얼어붙은 풀과 나무가 흔들리고 대기가 비틀렸다.

‘염동력장!’

마력 폭풍!

정지한 재의 기사!

무언가 비밀을 아는 짭천마까지!

지금 이 순간 모든 문제가 해결했다!

천외천의 등급외 각성 동물 뽀미가 마침내 각성했으니까!

[뽀미!!]

[냐아아아아앙-]

김철수와 뽀미의 희열, 분노, 갈망이 담긴 포효가 각성력에 실려 북한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

우르르르르릉-

메아리가 끝없이 울려 퍼지고 몬스터 웨이브의 파도마저 움츠러들었다.

이 순간 김철수는 외쳤다.

“뽀미! 우리는 할 일이 있다! 뭔지 알지?!”

냐앗, 냐아아아앗-!

기다렸다는 듯이 작은 머리를 끄덕이는 뽀미!

“……!”

“……!”

이글거리는 눈이 마주치는 순간 파파팟- 불꽃이 튀고 종과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어 통했다!

천마 후보 2번, 짭천마, 이세기!

“너한테 딱밤을 날린 걔, 어디로 튀었는지 알지?!”

냐아앗-!

번쩍 작은 발을 들어 산을 가리키는 뽀미!

커다란 바위가 줄줄이 놓인 산등성이!

보는 순간 감이 왔다!

짭천마 이세기는 저 바위 사이에 숨어 모든 것을 보고 있다!

“뽀미! 저기에 우리의 적이 있다!”

김철수는 뽀미를 번쩍 산등성이로 들어 올리며 외쳤다.

“가자아앗-!”

[냐아아아앗-!]

*   *   *

우르르르르르-

뽀미의 각성력이 실린 포효가 우렛소리처럼 하늘을 울릴 때.

천문석, 장철, 마혁진은 뽀미라는 날벼락을 피해 바위 지대를 벗어나 미친 듯이 도망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 사람인 셋은 뽀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뒤를 쫓는 건 최상급 마수와 몬스터 따위가 아닌 ‘뽀미’다!

재앙급 마수가 득실거리는 휴전선 대마경 너머 북한까지 적을 추적해 박살 낸 뽀미!

‘뽀미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게이트 전쟁 이래 수십 년 동안 지켜진 명제가 떠오른 순간 외칠 수밖에 없었다.

“망했어! 완전히 망했어! 이럴 것 같더라니! 어쩐지 집으로 못 돌아갈 거 같았어! 재앙의 화신 같은 놈! 으아악-.”

마혁진이 정신 나간 얼굴로 괴성을 지르고.

“계획! 너 계획 있지?!”

장철 헌터가 사색이 된 얼굴로 확인할 때.

“당연히 계획 있습니다.”

천문석은 당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계획이 있구나! 빨리! 우리 어떻게 해야……!”

“계획? 계획이라고?! 뽀미라고 뽀미! 뽀미 상대로 무슨 계획이 있어?! 이태성 그 또라이도 뽀미는 피해 다닌다고!”

“야, 네 목소리 듣고 쫓아오겠다. 새캬. 목소리 낮춰.”

“……!”

흠칫 놀라 입을 막는 마혁진.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리고, 얼굴은 잠시도 쉬지 않고 주위를 돌아보고 있다.

장철과 마혁진 모두 극도의 긴장 상태!

우선은 두 사람을 진정시켜야 한다!

천문석은 확신을 담아 입을 열었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 저에겐 최후의 계획, 플랜 제트가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이 닥쳐도 플랜Z 라면 무사히 빠져나가…….”

“역시 계획이 있었구나! 플랜Z, 당장 그 계획대로 해야 한다! 뽀미에 대해 알려진 건 빙산의 일각이야! 뽀미하고는 절대! 절대로 싸우면 안 돼!”

장철 헌터의 탄성 뒤로 마혁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플랜Z? 진짜 계획이 있었어?! 야, 계획이 있으면 빨리 말했어야…… 어, 잠깐 플랜 Z, 제트, 제트, 제트…… 어디서 들은 것…….”

마혁진은 같은 말을 빠르게 되뇌다 번쩍 고개를 들었다.

“너 설마?! 플랜 Z가 존버는 아니지? 해외로 도망쳐서 20년 존버하자 그건 아니지?!”

‘뭐야, 이 녀석 어떻게 안 거야?!’

생각지도 못한 정곡을 찌르는 질문!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혀 바로 부인하지 못했다.

1초 남짓 짧은 침묵!

하지만 마혁진과 장철 두 사람이 진실을 깨닫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야 이 썅!”

뒷목을 잡고 말을 잇지 못하는 마혁진!

“어, 어! 어어어!!”

넋 나간 표정으로 입을 떡 벌린 장철!

진정은커녕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다!

천문석은 재빨리 수습했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 플랜Z는 어디까지나 최후의 계획입니다! 당연히 플랜 E, F, G……! 여기에 진짜 최악의 경우에는! ‘랜덤 박스’를 여는 플랜 X도 있습니다! 제가 ‘랜덤 박스’만 열면 뽀미도 간단히 처리…….”

“랜덤 박스?! 와, 이 새끼! 이젠 그냥 막 아무렇게나 던지네! 플랜 E, F, G?! 아예 알파벳을 전부 읊지, 그래?!”

“흐어어어어-.”

분통을 터트리는 마혁진과 넋이 나간 듯 한숨을 내쉬는 장철 헌터!

진실을 말하는데도 전혀 믿고 있지 않다!

당연했다.

플랜 A, B, C, D! 벌써 네 번이나 계획이 뒤집히고 모든 게 엉망진창이 돼서 이렇게 도망치고 있었으니까!

자신도 지금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벌써 4번째다! 아니, 왜 계획을 세우기만 하면 전부 다 엉망진창이 되는 건데?!’

이미 그 답, 이유를 알고 있었다.

기울어진 하늘의 저울!

이건 전부 다 하늘님의 농간 때문이다!

‘하늘님! 이건 좀 아니잖아요!’

천문석이 하늘을 향해 분통을 터트릴 때.

마혁진이 돌연 반색해서 외쳤다.

“앗 잠깐! 뽀미 각성했잖아! 도망칠 게 아니라 그냥 돌아가면 되잖아!”

“그게 무슨……? 아!”

순간 장철 헌터의 얼굴에 깨달음의 빛이 스치고 탄성이 터졌다.

“그렇지! 뽀미 각성했지! 우리 원래 계획대로 돌아가면 된다!”

“맞아! 우리 그냥 2020년으로 돌아가면 돼!”

“뽀미가 각성했으니까! 마력 폭풍이 늦어지는 건 문제가 안 된다!”

“당연히 문제가 안 되지! 뽀미는 초능력자 랭킹 부동의 1위다! 2위부터 5위까지 같이 덤벼도 상대도 안 돼! 뽀미 염동력장은 진짜 태풍이다! 몬스터 웨이브고 뭐고 걸리는 순간 박살 난다!”

“그렇지! 그 방법이 있었어! 하하하-.”

……

마혁진과 장철의 희열에 들뜬 목소리가 정신없이 쏟아졌다.

두 사람의 주장은 간단했다.

뽀미가 각성했으니 2020년으로 돌아가자는 것!

그리고 2020년으로 돌아갈 방법은 이미 자신의 손에 있었다.

잡낭 안에 넣어 둔 워커 실트가 건네준 회중시계의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2004년 부산, 2000년 3월 서초구로 이동한 것처럼 2020년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

천문석은 마음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안 된다!’

뽀미의 각성은 성공했지만, 포격이 쏟아지지 않았다!

문득 고개를 돌리자 2020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가 보였다.

짙은 노을이 지는 북한산의 계곡과 능선, 등산로에 휘몰아치는 엄청난 수의 마수와 몬스터.

몬스터 웨이브!

수십만 몬스터의 반발장이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산불, 대홍수처럼 하늘과 땅에 흘러넘치고 있었다.

원래 계획대로 이 몬스터 웨이브에 포격이 쏟아졌다면 거대한 마력의 태풍이 북한산 일대를 휩쓸었을 거다!

거대한 태풍이 몰아칠 때는 작은 흔적이 남지 않는 법!

바로 그 순간이 ‘흔적 없이’ 2020년으로 돌아갈 기회였다!

즉, 포격이 쏟아지지 않아 마력의 태풍이 몰아치지 않는 지금 2020년으로 돌아가면 흔적이 남는다!

어지간한 대요마, 요괴선. 인과에서 도망친 괴선, 마불라도 이 흔적으로 뒤를 쫓을 수는 없다!

하지만 검은 로브의 초월자는 자신이 겪은 괴선, 마불과는 달랐다.

천의의 실 자락을 움직여 인과도 얽히지 않은 자신과 단숨에 연결했다!

흔적을 지우지 않으면 반드시 쫓아 온다!

게다가 이 초월자는 총, 화약 무기를 단숨에 무력화했다.

만약 이 초월자가 2020년으로 쫓아와 ‘마탄’을 ‘게이트 안정화 장치’를 무력화시키면?!

2차 게이트 전쟁!

그야말로 대참사가 터진다!

‘어떻게든 꼬리를 끊고 돌아가야 한다!’

천문석은 지금 상황을 함축해 설명했다.

“안 돼! 지금 2020년으로 돌아가면 저 초월자도 쫓아 올 거다!”

쉴 새 없이 쏟아 내던 외침이 뚝 끊기고 질문이 돌아왔다.

“그럼 어떻게 하려고? 이대로 뽀미랑 싸우자고?!”

“뽀미랑 싸울 수는 없어! 이겨도 이기는 게 아냐! 북한산 안전지대가 사라지면 수십만! 아니, 수백만이 넘는 인명 피해가 날 거다!”

“그럼 어쩌자고? 그냥 뽀미한테 당하자고?!”

“…….”

장철의 말문이 막히는 순간.

천문석은 잽싸게 끼어들었다.

“나한테 계획이 있다니까! 플랜 E, ESC. 탈출! 우선 뽀미가 절대 생각하지 못할 장소로 튀는 거다!”

“생각 못 할 장소?”

“등하불명! 처음 난장판이 시작된 재의 기사가 있는 백운대 암반으로 튀는……!”

백운대 암반!

말을 하는 중에 벼락 치듯 깨달았다.

지금 2020년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산으로 몰아 온 몬스터 웨이브에 포격을 요청했다.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방금 흔적을 지울 다른 방법이 떠올랐다!

재의 기사!

백운대 암반에는 유형화된 빛, 오리 블레이드를 엿가락처럼 줄줄 뽑아내는 재의 기사가 있다!

자신의 강기와 재의 기사의 오러 블레이드가 충돌한다면?!

‘된다! 이건 먹힌다!’

남겨진 흔적?

흔적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

강기와 오러의 충돌에 백운대 암반이 통째로 날아갈 테니까!

“염동 새꺄! 뭐 내가 입만 열면 구라라고?! 나한테 완벽한 계획이 있다!”

카캬카카캌-

천문석은 끓어오르는 희열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

문득 시선을 돌리자 한참 뒤 얼어붙은 수풀 속에 숨어 등을 보인 장철과 마혁진이 보였다.

천문석은 몸을 숙이고 한달음에 수풀로 달려갔다.

“뭐야? 뭔데 말도 없이 멈췄어?”

“…….”

마혁진은 말없이 손을 들어 능선 아래 산속 공터를 가리켰다.

타타타타탓-

양손을 흔들며 정신없이 공터를 달리는…… 검은 로브, 초월자!

‘언제 여기까지 온 거야?!’

반사적으로 몸을 낮추고 눈에 내력을 싣는 순간 보였다.

핏, 피핏, 피피핏-

흙바닥, 나뭇가지, 낙엽, 쌓인 눈, 허공……!

섬광과 함께 매 순간 사라지고 튀어나와 데굴데굴 구르고 있는 뽀미와!

굴러가는 공을 쫓는 아이처럼 정신없이 달려가는 검은 로브가!

뽀미를 두고 쏟아 낸 고뇌 어린 외침들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깊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

“…….”

“…….”

그리고 깊은 침묵을 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저기 뽀미를 쫓아가는 꼬맹이…… 검은 로브가…… 초월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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