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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86화 (1,18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86화>

휘이이잉-

한 줄기 칼바람이 불어오는 순간 마혁진의 외침이 들려왔다.

“야, 방금 어떻게 된 거야?! 그 검은 로브는 누구냐니까?!”

천문석은 주위를 살폈다.

굳은 얼굴로 달리는 장철과 마혁진.

손목에 찬 시계는 5시 21분! 초월자가 움직이는 5시 25분까지 4분쯤 남은 상황!

마침 커다란 바위가 겹쳐 있는 게 보였다.

플랜 D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가 왔다!

“잠시 여기서 할 일이 있습니다!”

천문석은 발을 멈추고 주머니 안에 손을 넣으며 입을 열었다.

“검은 로브. 설명하려면 길고. 간단하게 ‘초월자’라고 엄청 센 녀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그 초월자라는 녀석이랑 어떻게 엮인 거냐고?!”

마혁진이 외치는 순간 돌연 들려오는 분노한 울음소리.

냐앗, 냐아앗-!

사납게 발을 휘젓는 어린 삼색 고양이가 천문석의 손에 잡혀 모습을 드러냈다.

탁탁, 타타탁-

분노한 앞발이 손을 두들겼지만, 전혀 아프지 않다!

아직 각성 전이다!

“야, 좀 더 세게! 분노를 끌어올려서 펀치에 담아 봐!”

냐아앗-!

뽀미의 작은 입이 와득- 손을 깨물었지만, 헌터용 장갑에 막혀 아무 느낌도 없었다!

“이거 딱밤을 한 번 더 날려야 하나……?”

“날리긴 또 뭘 날려! 새끼 고양이한테 딱밤은 왜 날린 건데?!”

불쑥 끼어드는 마혁진의 목소리.

“여기에는 깊은 뜻이 있다!”

반사적으로 대답하는 순간 장철 헌터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 새끼 고양이. 이마 깨진 거 아니냐?”

“네? 이마가 깨져요? 그럴 리가 힘 조절했는데……?”

흠칫 놀라 살피니 이마의 검은 얼룩에 말라붙은 붉은 핏자국이 보였다.

“진짜로 깨졌잖아?!”

“뭘 놀라? 너 그 딱밤으로 내 이마도 깨트려 놓고는!”

“잠깐 바로 치료해 줄게!”

천문석은 잽싸게 잡낭에서 포션을 꺼내 뽀미의 깨진 이마에 떨어뜨렸다.

톡, 톡-

포션이 떨어지자 부글부글 거품이 일어났다.

“너 지금 고양이한테 재금 제약 최상급 포션을 쓴 거냐? 네가 이마를 깨 놓은 고양이한테?!”

“이유가 있겠지. 그 새끼 고양이는 뭐냐? 아까 그 딱밤은 또 뭐고?”

“이유는 무슨! 그냥 이세기 이 녀석이 또라이라니까! 미친놈아! 새끼 고양이한테 딱밤은 왜 날려?!”

“당연히 이유가 있지!

천문석이 설명하려는 순간 울음소리가 말을 끊었다.

냐아, 냐아아-

슬픔과 서러움이 가득 담긴 울음소리가!

“…….”

“…….”

“…….”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 세 사람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털이 복슬복슬한 작은 발로 이마를 누른 채, 눈물이 그렁그렁한 삼색 새끼 고양이!

포유류 새끼의 생존 전략 중 하나가 귀여움이라고 한다.

그 말이 맞았다.

울먹이는 새끼 고양이를 보는 순간 심장이 욱씬 아려오고 뱃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뜨거운 게 훅 치밀어 올랐다.

수많은 마인을 쥐어박고, 악당을 굴리고, 마혁진의 이마를 십자로 깨뜨렸을 때는 느껴지지 않던 감정, 죄책감!

그렇다!

이건 죄책감이었다!

자신이 엄청난 잘못을 한 것 같은 죄책감!

하늘의 인과를 거스르는 역천의 존재를 마주한 듯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느낌을 받은 건 천문석만이 아니었다.

“와, 너, 이세기 너! 이렇게 어린 고양이 이마를 딱밤으로 깨뜨린 거야?! 이 쓰……!”

“……!”

마혁진의 탄식과 장철 헌터의 무언의 시선이 날아와 콕콕콕 가슴에 꽂히는 순간 수많은 난장판에서 수백, 수천 명을 굴릴 때도 멀쩡했던 양심이 아려왔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염동! 넌 사람을 쥐어패고 다녔잖아!”

“난 새끼 고양이, 강아지, 어린 동물을 때린 적은 없다!”

“야, 당연히 사람을 패는 게 더 나쁜 짓이지!”

“눈물을 글썽거리는 저 어린 고양이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마혁진이 외치는 순간.

냐아아아…… -

힘겨운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픽- 작은 고개가 떨어졌다!

“……죽은 거야?!”

“설마?!”

마혁진과 장철의 경악한 외침.

천문석은 다급히 외쳤다.

“포션 쇼크! 포션 쇼크 온 거야!”

“또 구라를! 무슨 포션 쇼크가 이렇게 빨리 와!”

“뇌진탕이 온 거면 위험하다! 당장 동믈 병원으로……!”

“국정원 최 팀장! 포션 마시고 훅 가는 거 봤잖아요? 저 지금 하늘님에게 찍혀서! 뭐만 하면 사건이 터지는 완전 재수 없는 상태입니다! 보세요! 기절한 겁니다! 숨 쉬고 있습니다!”

양손에 놓인 새끼 고양이를 향해 세 쌍의 눈동자가 모여들었다.

“……!”

“……!”

“……!”

숨소리조차 죽이고 뚫어지게 바라보길 잠시.

휘이-

작은 숨소리와 함께 가슴이 미약하게 움직였다!

‘살아 있다!’

하아, 하아아-

모두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오고 즉시 고성이 이어졌다.

“새캬! 그러길래 새끼 고양이한테 딱밤은 왜 날린 거야?!”

“얘 인질로 안 잡았으면 아까 초월자한테서 못 빠져나왔어! 붙는 순간 작살 난 거 기억 안 나?!”

초월자!

마혁진과 장철의 얼굴빛이 변했다.

잠시 잊고 있었다!

백운대 암반에서 만난 검은 로브를 입은 강자!

그 강자는 1세대 헌터 2명의 협공을 아이 손목 비틀듯 가볍게 막아냈다!

이세기의 말이 맞다!

이 새끼 고양이를 인질로 간신히 그 강자, 초월자에게서 몸을 빼 도망칠 수 있었다!

“야, 이럴 때가 아니잖아?!”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 더 거리를 벌려야!”

“괜찮습니다. 그 녀석 능력이 엉망인 상태입니다. 제 예상에 따르면 그 녀석이 여기 나타나려면…….”

천문석은 힐끗 시계를 확인하며 확신을 담아 외쳤다.

“아직 충분히 시간이 있습니다! 계획대로 움직이면 됩니다!”

“좋아! 계획이 뭐냐?!”

천문석은 씩 웃으며 겹쳐진 바위를 가리켰다.

“저기 포격에서 안전한 공간에 이 새끼 고양이를 놔두고 돌아가면 됩니다.”

“인질로 잡았는데 이제 와서 놓아 준다고?!”

“맞아.”

“그럴 거면 딱밤은 왜 때린 건데?!”

“하- 참새가 봉황의 뜻을 어떻게 알겠냐? 여기에는 듣는 순간 ‘아!’하는 탄성과 함께 납득할 이유가 있다.”

“이 새끼가 또 구라를 치네! 야, 무슨 이유가 있어야 새끼 고양이한테 딱밤을 때리고! 인질로 잡고! 다시 놓아 주는데?! 이 새끼 이제 입만 열면 구라가 자동으로 튀어나오네!”

“…….”

마혁진의 입에서, 장철 헌터의 눈에서 불신 어린 말과 눈빛이 쏟아졌다.

그러나 자신의 말 한마디면 이 불신 어린 눈빛은 경악으로 변하리라!

천문석은 씩 웃으며 기절한 삼색 새끼 고양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이 고양이, 뽀미다.”

*   *   *

“…….”

“…….”

장철과 마혁진의 멍한 시선이 어린 삼색 고양이한테 닿았다.

미친 듯이 요동치는 눈동자와 굳게 닫힌 입!

눈으로 보는 장면과 귀로 들은 소리가 합쳐지지 않고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녔다.

깊은 침묵 끝에 비명 같은 외침이 튀어나왔다.

“……어, 지금?”

“……너 뭐라고?!”

“뽀미.”

천문석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고 다시 한번 말했다.

“이 삼색 고양이가 등급외 각성 동물 뽀미야. 뽀국추, ‘뽀미 국회의원 추진 모임’에서 선거법 개정해서 곧 국회의원 될 그 뽀미.”

“뽀미……?”

“이 고양이가 뽀미라고?!”

입에서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오는 순간, 축 늘어져 기절한 어린 고양이 위로 다 자란 고양이의 모습이 겹쳤다.

흰색, 노란색, 검은색 털이 섞인 삼색 고양이!

웃고 있는 듯 부드럽게 휘어진 입꼬리와 보송보송 하얀 발!

20년의 세월이 놓여 있었지만, 알 수 있었다.

마경이 된 서울에 안전지대를 만들고, 그 안전지대에 모여든 수십, 수백 만의 생명을 지켜 낸 국민대와 북한산의 수호자!

거대 괴수조차 갈가리 찢어발기는 등급외 각성 동물!

“뽀미!”

“진짜 뽀미잖아!”

마혁진과 장철은 새끼 고양이가 뽀미라는 걸 확신했다.

당연했다.

뽀미의 엄청난 위업과 뽀국추의 미친 활동량으로 한국에서 뽀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 말은 즉!

“야, 이 미친 새끼야! 뽀미한테 딱밤을 갈겼다고? 이거 완전히 미친놈이잖아!”

“뽀미는 언터처블이다! 만지는 것만으로도 각성 동물 특례법으로 국가 헌병대! 미친 사냥개들이 움직여! 아니 그보다 지금 뽀미가 다치면 북한산 안전지대가 날아가! 당장 괜찮은지 확인해야……!”

마혁진과 장철은 사색이 된 얼굴로 말을 쏟아 냈다.

하하하하하-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려 말을 끊었다.

“괜찮습니다! 여기에는 뽀국추도 국가 헌병대도 없습니다! 그리고…….”

“야! 뽀미는 절대 원한을 안 잊어! 초장거리 순간이동 능력! 영역을 침범해 츄르 훔쳐먹고 휴전선 지나 북한으로 도망친 재앙급 마수를 수백 km를 쫓아가 찢어발긴 거 못 들었어?! 이태성 그 미친놈도 뽀미는 피한다니까! 당장…….”

“괜찮아. 괜찮아! 아무리 뽀미한테 초장거리 순간이동 능력이 있어도 절대 우리를 못 쫓아 온다!”

장철과 마혁진은 가슴이 타들어 갔다.

자신은 다르다고 외치다가 뽀미에게 영혼까지 털린 밀렵꾼, 조폭, 헌터, 각성자, 연구원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러다가 당한 각성자가 한두 명이……!”

“뽀미는 그냥 각성 동물이랑은 차원이 다른……!”

두 사람이 다급히 외치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절대 우리는 못 쫓아 온다! 우리는 2020년! 20년 후로 튈 테니까!”

“……!”

“……!”

장철과 마혁진은 깨달았다.

이세기의 말이 맞았다.

절대 원한을 잊지 않는 초장거리 순간이동이 가능한 각성 동물 뽀미라도 추격은 불가능하다.

지금의 서울과 돌아갈 서울, 2000년과 2020년 사이에는 뽀미라도 쫓을 수 없는 20년의 세월의 장벽이 있었으니까!

“와, 이 미친! 처음부터!”

“역시 계획이 있었구나!”

“당연하죠! 그럼 바로 계획대로 움직이겠습니다! 이제 곧 초월자가 도착할 겁니다!”

천문석은 씩 웃으며 성큼 걸어 커다란 바위 사이 공간에 담요를 깔고 핫팩, 칼로리바와 함께 뽀미를 내려놓았다.

진인사대천명.

몬스터 웨이브를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유인하고 국정원 직원들에게 포격을 요청했다.

뽀미에게 각성력을 쏟아붓고 최대출력 전법륜인 딱밤을 날려 각성력의 씨앗에 불을 붙였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남은 것은 하늘의 답을 기다리는 것뿐!

아무리 하늘님에게 찍혔어도 변수는 없다!

몬스터 웨이브에 포격이 쏟아지고, 북한산 전체가 난장판이 되는 순간 미련 없이 돌아갈 수 있다.

“그럼 안녕이다. 뽀미. 각성 잘하고 20년 후에 보자.”

천문석은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남기고 몸을 돌려 달렸다.

“이쪽입니다. 제가 봐 둔 곳이 있습니다!”

천문석, 장철, 마혁진은 단숨에 능선을 넘어 사라졌다.

그리고 한참 후 다급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뽀미! 야, 뽀미!”

초월자, 김철수는 바위 사이에 놓인 정신줄을 놓은 뽀미를 발견했다.

천문석의 계획대로!

“뽀미! 너 왜 그래? 정신 차려?! 뽀미!!”

*   *   *

천문석, 장철, 마혁진 셋은 능선에 놓인 바위틈에 숨어 포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문석은 힐끗 시계를 확인하고 한껏 내리깐 목소리로 말했다.

“29분이다. 이제 곧 포격 시작한다. 준비해라. 포격 쏟아지고 난장판으로 변해 흔적 지워지면 바로 집으로 튄다!”

“드디어 이 난장판이 끝나는구나. 하아아-.”

“…….”

마혁진이 깊은 한숨을 내쉴 때.

장철의 시선은 노을에 물들어가는 도시를 향했다.

이때 6시를 지난 초침은 곧 10시에 도착했다.

“십 초 전입니다. 칠, 육, 오, 사, 삼, 이, 일! 포격 시작!”

외침과 함께 바위틈 깊숙이 몸을 밀어 넣는 세 사람.

“…….”

“…….”

“…….”

5시 30분이 됐다.

그러나 섬광도 폭음도 없었다.

틱, 틱, 틱틱틱-

시계 초침 소리와 바위에서 올라온 한겨울 냉기만 느껴졌다.

천문석은 마혁진을 봤다.

“염동! 너 제대로 말한 거 맞아? 혹시 헌터용 무전기 안 넘겨준 거 아냐?!”

“한 시간 후에 포격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당연히 헌터용 무전기도 넘겨줬고!”

“포격 제원 따는 데 시간이 걸리는 거 아니냐?”

“아!”

짧은 탄성이 터지고 세 사람은 다시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1, 2, 3, 4, 5…… 분! 시간이 계속계속 지나는 데도 포성은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뽀미!!]

희열과 분노가 뒤엉킨 거대한 외침과.

[냐아아아아앙-]

끓어오르는 분노와 각성력이 담긴 포효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이거 설마, 뽀미?!”

“각성력! 각성 맞지?!”

장철과 마혁진의 경악한 외침에.

천문석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

“그냥 빨리 말해! 새끼야!”

“나쁜 소식은 초월자가 빡쳤다. 저 외침에서 유추하면…….”

“그건 저 외침만 들어도 아니까 됐고! 좋은 소식! 좋은 소식부터!”

“빨리 좋은 소식부터!!”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을 듯 다급한 마혁진과 사색이 된 장철의 외침.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소식은 제 계획대로 뽀미가 각성했다는 겁니다!”

[냐아아아아앙-!!]

마치 대답하는 듯한 포효가 하늘을 떨어 울리는 순간.

장철과 마혁진은 깨달았다.

만져질 듯 선명한 분노가 담긴 새끼 삼색 고양이. 아니, 등급외 각성 동물 뽀미의 포효가 북한산에 울려 퍼지고 있다.

계곡과 능선에 휘몰아치는 몬스터 웨이브의 파도마저 움츠러드는 무시무시한 각성력이 담긴 포효가!

북한산의 수호자!

수많은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 재앙급 마수를 막아 낸 등급외 각성 동물 뽀미가 각성했다!

하지만 각성한 뽀미의 포효는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를 향하지 않았다.

저 포효가 향하는 대상은 바로 눈앞에 있었다.

딱밤을 날려 뽀미의 이마를 깨뜨린 장본인.

‘이세기!’

이세기는 수백km를 추적해 재앙급 마수조차 찢어발기는 등급외 각성 동물 뽀미에게 찍혔다!

그리고 이세기 옆에는 자신들이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벼락 맞는 사람 옆에 서 있으면 당연히 같이 벼락을 맞는다.

지금 뽀미라는 이름의 날벼락이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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