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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84화 (1,18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84화>

“저거 그냥 놔둬도 되는 건가?”

장철의 물음에 마혁진의 손가락이 암반과 그 주위를 가리켰다.

-암반 중앙에 우뚝 멈춰 선 기사!

-거센 바람과 돌멩이가 솟구치는 바위!

-로프에 매달린 채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국정원 요원들!

새끼 고양이에게 딱밤을 날리려는 천문석 뒤로 펼쳐진 모습이었다.

그렇다. 너무 충격적인 광경에 잠시 잊어서 그렇지 주위에는 정상적인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나도 내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이세기 녀석한테 생각이 있을 거다. 아마도…… 하아-.”

마혁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장철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순간 변화가 시작됐다.

우르르르릉-

붉은 노을이 깔리기 시작하는 하늘에 울려 퍼지는 우렛소리.

천문석은 느꼈다.

천기와 용맥의 흐름을 타고 각성력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왔다!

손안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은 어린 삼색 고양이에게!

육체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영육과 혼백의 사이에는 무한한 심상 공간이 있었으니까!

심상 공간에 각성력이 가득 차오르는 순간 뽀미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아직 어린 고양이와 전생 천마의 시선이 닿았다.

…… -!

끝없이 별이 펼쳐진 밤하늘을 바라보듯 아득한 감각!

뽀미는 완전히 압도되어 홀린 듯이 전생 천마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천문석은 심상 공간에 가득 차오르는 각성력을 인도하며 웃었다.

염화미소, 이심전심!

언어와 종의 경계를 뛰어넘어 마음이 연결되는 찰나의 순간.

‘지금이다!’

시공의 경계를 넘어 마음에서 마음으로 법, 뜻, 의미를 전한다.

고양이의 반사신경으로도 인지할 수 없는 신속의 일격이 쏘아졌다!

딱딱, 따아아악-!

33천을 깨우는 종소리처럼 계곡과 능선을 타고 북한산 전체로 퍼져 나가는 소리!

최대출력 전법륜인 딱밤이 뽀미의 머리에 작렬했다!

비명도 몸부림도 없었다.

…… -!

뽀미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사지를 쫙 뻗고 부르르 떨다가 축- 늘어졌다!

“……!”

“……죽은 거 아냐?!”

장철과 마혁진이 경악하는 순간.

천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사념파가 터져 나왔다.

[안 돼! 미친!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파아아아앙-

외침과 동시에 미친 듯이 불어오는 광풍!

초월자!

분노한 초월자가 날아온다!

찰나의 순간 천문석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했다.

짠 내 나고 없어 보여도 초월자는 초월자!

정면으로 싸우면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싸우지 않고 승리할 계획이 있었으니까!

천문석은 손을 내미는 동시에 내력을 실어 외쳤다.

[정지!]

파아아앙-

광풍은 천문석의 외침을 무시하고 질주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광풍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한 방 더 때린다!]

“뭐?”

얼빠진 목소리와 함께 우뚝 멈춰 선 무언가!

마치 투명한 물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허공이 흔들리고 있다.

은신한 초월자!

천문석은 재빨리 왼손의 축 늘어진 뽀미를 내밀고 오른손가락을 허공에 튕겼다.

팡, 팡, 파앙-

[더 가까이 오면 이 새끼 고양이의 안전은 보장하지 못한다!]

“…….”

몸, 얼굴, 표정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오감을 뛰어넘는 육감으로 느껴졌다.

‘먹혔다!’

‘지금이 도망칠 기회다!’

천문석은 바로 몸을 돌려 달리며 외쳤다.

“10분! 10분만……!”

이 순간 여기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보였다.

바위에서 튀어나와 전력으로 돌진하는 장철과 마혁진!

“아니? 왜, 여기에……?!”

“저 녀석이 적이냐?!”

“도와주러 왔다! 형님한테 감사해라!!”

“안 돼! 멈춰! 싸우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장철의 해머와 마혁진의 염동력장이 작렬했다!

암반 위 투명한 형체, 초월자를 향해서!

콰아아아앙-

폭음이 터지는 순간 숨겨졌던 모습이 드러났다.

빛을 삼키는 블랙홀 같은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작은 몸!

“아이?!”

“꼬맹이?!”

장철과 마혁진이 경악하는 순간 천둥 같은 외침이 멈칫했던 정신을 때렸다.

[꼬맹이 아냐! 피해!]

반사적으로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렸지만 이미 늦었다.

휙-

검은 로브에 휩싸인 손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전신에 밀려오는 엄청난 압력!

꽈드드득-

장철의 강철 같은 육체가 굽어지고.

와드드드득-

마혁진의 염동력장이 압축된다.

수백 미터 물속에 처박힌 듯 공기가 무게를 가지고 전신을 찍어 눌렀다.

암반을 박차고 몸을 날린 장철과 마혁진은 0.1 배속으로 재생한 듯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완전히 무방비하게!

몸은 느려졌으나 사고의 속도는 그대로!

장철과 마혁진은 직감했다.

‘엄청난 강자!’

‘상상을 초월한 마력 각성자다!’

[백곰권! 앞발 후려치기!]

크아아아앙-

이 순간 곰이 울부짖는 포효와 함께 금속성 굉음이 터져 나왔다.

깡깡, 깡깡깡-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쇳소리!

적의 공격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엄청난 압력 속에 갇힌 장철과 마혁진은 공격을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당했다!’

‘끝장이다!’

최후를 직감하는 순간 거대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야, 나랑 붙자!]

전신을 짓누르는 압력에 고개조차 돌릴 수 없지만,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천문석!’

‘이세기!’

[천마 후보 2번?!]

초월자의 경악한 심상이 전해지는 순간.

압력에 짓눌린 채 눈으로 외치는 장철과 마혁진!

‘안 돼!’

‘엄청난 압력……!’

천문석은 주저하지 않고 암반을 밟고 장철과 마혁진을 향해 도약했다!

쿵-

암반에 떨어지는 순간 내력이 담긴 강철봉으로 13번 허공을 찔렀다.

팟, 팟, 파팟-

허공에서 빛이 터지고 모래성이 무너지듯 압력이 사라졌다.

줄이 끊어지듯 날아가는 장철과 마혁진!

천문석은 장철과 마혁진의 얼굴을 향해 강철봉을 휘둘렀다.

“으아악- 뭐 하는!”

비명이 터지는 순간 깡, 깡- 쇳소리와 함께 돌멩이가 튕겨 나갔다.

[어떻게?!]

초월자의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왔을 때.

천문석은 장철과 마혁진의 앞에 나서 강철봉으로 원을 그렸다.

깡깡, 깡깡-

쉴 새 없이 튕겨 나가는 돌멩이!

‘백곰권! 앞발 후려치기!’

외침을 듣는 순간 바로 알아챘다.

진짜 곰 같은 포효와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쇳소리!

외침과 포효, 쇳소리에 정신이 팔린 순간 기척도 없이 날아온 돌멩이가 뒤통수를 때린다!

백곰권 앞발 후려치기의 진실은 돌멩이 몰래 던지기였다!

밧줄에 매달린 국정원 직원들에게 돌멩이를 던졌을 때 알아봤어야 했다!

세기말 대한민국에서 공방 도시로 귀환했을 때 싸웠던 강적.

겉모습은 꼬맹이나 센스, 장비, 파워, 기술, 잔머리까지 모든 게 극에 달한 개싸움의 달인!

워커 실트의 기술이다!

워커 실트는 아니다!

그 녀석 특유의 질척질척 끈질기게 달라붙는 느낌이 없다!

하지만 워커 실트와 같은 백곰권을 사용하고 있다!

답은 간단하다!

워커 실트와 같은 종족이다!

깡-

천문석은 마지막 돌멩이를 쳐 내는 것과 동시에 확인했다.

“잠깐! 혹시 너……!”

타타탕-

총성이 외침을 삼키고 울리고 암반 위에 불꽃이 튀어 올랐다.

“이세기 선생님! 엄호하겠습니다!”

벡운대 암벽에 자리한 국정원 요원들!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상대는 인과가 얽히지 않았는데도 자신을 부른 초월자다!

그런 초월자에게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면 어떤 일이 생길지……!

번쩍 머리를 스치는 기억.

‘아, 이세기. 내 진짜 이름 아니었지……?!’

하도 많이 자주 사용해서 깜빡했다!

이름이 노출되지 않았다! 이대로 잽싸게 튀면 된다!

총성이 울리고 이름이 울려 퍼지고 결론을 내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찰나!

천문석은 잡낭으로 손을 뻗으며 외쳤다.

“모두 도망…….”

외침은 다시 한번 삼켜졌다.

하아아앗-

기합과 함께 산을 짓뭉갤 듯 떨어지는 해머와!

콰드드드득-

바이스를 조이듯 공간을 조여 오는 염동력장에!

뒤로 날아갔던 장철과 마혁진이 어느새 우회해 초월자의 뒤를 잡고 있었다!

“붙으면 안 돼!”

순간 검은 로브 자락에서 불쑥 튀어나온 작은 손!

작은 손이 수인을 짚는 찰나 허공에 빛의 도형이 그려지고 파동이 쏟아졌다!

둥둥, 둥둥둥-

맥동하는 빛이 닿는 순간 각성력은 모래처럼 흩어졌다.

파삭-

해머는 유리처럼 산산이 조각나 쏟아지고.

휘이잉-

역장의 바이스는 한 줄기 열풍으로 변했다.

“……!”

“……!”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냥과 전투를 했지만, 상상조차 하지 못한 광경!

그러나 본능이 장철과 마혁진을 이끌었다.

‘압도적인 강자!’

‘뒤를 보이면 그대로 끝장이다!’

으아악- 아아악-

장철과 마혁진은 악을 쓰며 그대로 몸을 날렸고.

파아아앙-

허공에서 폭발하는 압축공기에 가랑잎처럼 튕겨 나가 데굴데굴 암반 위를 굴렀다.

“피하세요! 엄호 사격!”

타타타탕-

백운대에서 총탄이 쏟아졌지만, 휙- 손을 휘저은 순간 날아간 열풍에 닿는 순간 총성은 그대로 지워졌다.

아무리 방아쇠를 당겨도 총성은 터져 나오지 않았다.

“…….”

“…….”

“…….”

당장이라도 터질듯한 침묵이 암반 위에 흘렀다.

이 자리의 모두는 깨달았다.

허공에 구멍이 뻥 뚫린 듯한 검은 로브를 입은 저 존재는 인지를 초월하는 존재다!

바짝 긴장한 모두의 시선이 못 박힌 듯 검은 로브에 꽂혔다.

긴장이 점점 고조되던 어느 순간 검은 로브 안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힘! 천공탑을 오른 거냐?!”

모두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꽂혔다.

질문이 닿은 사람, 검은 로브 앞에 당당히 서 있는 천문석에게!

천문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초월자의 격동에 천지가 흔들릴 때.

천문석은 입을 열어 대답했다.

“아니다!”

“역…… 뭐?!”

긍정의 고갯짓과 상반된 대답에 얼빠진 질문을 던지는 초월자!

‘지금이 기회다!’

천문석은 잡낭에 넣었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외쳤다.

“여기를 봐라!”

냐앗, 냐아앗-!

이 순간 어린 삼색 고양이의 분노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

“…….”

“…….”

터질듯한 긴장으로 가득 찼던 대기에 의혹 어린 시선이 가득 찼다.

냐앗, 냐아아앗-!!

그 시선의 끝에는 작은 앞발로 이마를 가린 채 눈물이 그렁그렁한 어린 삼색 고양이가 있었다!

“너 지금 뭘 하려는 거야?!”

마혁진의 황당해하는 목소리 뒤로 다급한 외침이 이어졌다.

“안 돼! 너 그 고양이가 어떤 존재인 줄도 모르고……?!”

초월자의 외침에 담긴 다급한 감정!

‘제대로 먹혔다!’

천문석은 바로 엄지로 중지로 누르고 허공에 딱밤을 날렸다.

콰아앙-

허공에 날린 딱밤이란 게 믿기지 않는 굉음이 터져 나왔다.

모두가 움찔하는 순간.

천문석은 웃음부터 터트렸다.

카캬카카카카캌-

비열한 악당 같은 웃음을!

“설마, 너 설마……?!”

마혁진이 감을 잡는 순간.

천문석은 마혁진의 모자를 벗기며 외쳤다.

“여기 쪼개진 이마 보이지?! 한 발자국만 가까이 오면 이 새끼 고양이는 끝이다! 얘처럼 이마가 깨질 때까지 딱밤을 날리겠다!”

카캬카카카카캌-

천문석은 마혁진의 십자로 쪼개진 이마를 가리키며 다시 한번 비열한 악당 웃음을 터트렸다.

냐앗, 냐아아앗-

“……인질극?!”

“미친! 무슨 고양이로 인질극이야!”

뽀미의 분노한 울음소리와 장철과 마혁진의 어이없어 하는 외침 뒤로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하는 게 뭐냐!”

“10분! 딱 10분만 기다렸다 따라와라! 이 고양이는 10분 후에 놓아 주겠다!”

“좋다!”

대답이 돌아오는 즉시 천천히 뒤로 걸었고 곧 장철과 마혁진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바로 튀어야 합니다. 괜찮습니까?”

“난 괜찮다. 뛸 수 있다.”

“야,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그 고양이는 뭐고 저 녀석은 또 뭐야?! 방금 협박! 어떻게 먹힌 거야?!”

“그럼 바로 튀죠! 먼저 달리세요! 바로 따라붙겠습니다!”

“새꺄, 씹지 말고 대답을……!”

천문석은 백운대를 향해 내력을 실어 외쳤다.

[들었지! 10분이다! 바로 튀어라!]

청년 마혁진과 국정원 요원이 사라지고, 장철과 마혁진이 달렸다.

“10분! 딱 10분 후에 따라와라! 이세기, 내 이름을 걸고 10분 후에 이 새끼 고양이를 놓아주겠다!”

“…….”

슬슬 물러서던 천문석은 잽싸게 몸을 돌려 달렸고.

장철과 마혁진을 추월해 앞장서는 순간 외쳤다.

“제 뒤로 붙으세요! 최대한 거리를 벌려야 합니다!”

“야,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저 녀석은 뭐고?! 그 새끼 고양이는 또 뭐야?!”

“전부 내 계획대로다! 걱정할 거 없다! 포격은 말해 뒀지?!”

“네 말대로 1시간 후에 쏟아부으라고 말했다!”

‘전부 다 계획대로다!’

천문석은 내심 고개를 끄덕이며 시계를 확인했다.

현재 시각은 5시 15분!

초월자가 움직이는 건 10분 후, 5시 25분!

뽀미와 초월자가 다시 만나는 건 대략 5시 30분에서 35분!

하지만 초월자는 뒤를 쫓을 엄두를 내지 못하리라!

주차장을 떠나고 1시간 후, 5시 30분!

비 오듯 쏟아지는 포격과 미쳐 날뛰는 몬스터 웨이브에 북한산 전체가 난장판이 될 테니까!

뽀미에게 최대출력 전법륜인 딱밤을 날렸으니 각성은 시간문제!

난장판으로 흔적을 지우고 홀가분하게 2020년으로 돌아가면 된다!

천문석은 확신을 담아 외쳤다.

“플랜D! 전부 내 계획대로 되고 있다!”

“역시 계획이 있었구나!”

“그러니까 그 계획이 뭔지…… 어, 잠깐, 잠깐만! 플랜D? 너, 플랜A, B, C는 어디에……?!”

장철 헌터가 탄성을 터트리는 순간 마혁진은 다시 한번 정곡을 찔렀다.

하하, 하하하-

천문석은 재빨리 웃음을 터트려 마혁진의 외침을 지워 버렸다.

“10분! 아니 15분만 안 잡히고 도망치면! 우리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달려라!”

냐앗, 냐아앗-!

뽀미의 분노한 울음소리와.

“야, 웃지 말고 대답해! 지금 뭔가 꼬인 거지?! 우리 난장판에 휩쓸린 거지!”

마혁진의 추궁 속에서.

천문석, 장철, 마혁진은 전력을 다해 도망쳤다.

힘과 기억을 잃은 초월자, 마도 황제 김철수를 피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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