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81화 (1,18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81화>

“…….”

마혁진은 멍하니 눈앞의 광경을 바라봤다.

벽돌, 기둥, 지붕, 문짝과 창문, 세면대, 변기, 배관 하나까지 산산이 분해되어 허공에 떠오른 화장실 건물.

그러나 분해된 건물 안에는 꼭 있어야 할 사람이 없었다.

이세기!

신동대문에서 처음 얽힌 이래 수많은 난장판에서 상상도 하지 못한 방법으로 굴렀다!

이세기는 이번에도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자신에게 엿을 먹였다!

“이 새끼, 우리 버리고 튄 거야?!”

마혁진이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어느새 달려온 장철 헌터가 외쳤다.

“잠깐! 저 화장실 문짝! 무언가 있다!”

“문짝?!”

역장에 잡혀 있던 화장실 문짝이 날아오고 낙서 위에 인두로 지진 듯한 글자가 보였다.

[잠깐 일 좀 보고 올게. 포격 시작하는 1시간 안에 돌아올 거다. 나 절대 혼자 튄 거 아니다. 전부 다 계획대로다!]

누가 새겨놨을지 생각할 것도 없었다.

글자를 보는 순간 자동으로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재생됐으니까!

이세기!

“이 새끼 계획적이었어! 처음부터 노렸던 거야! 당장 찾아야 한다! 가자!”

마혁진이 달려가려는 순간 발길을 잡아끄는 외침.

“안 돼. 이세기는 돌아올 거다. 우리는 계획대로 여기서 기다려야 한다!”

“이세기 계획대로 그냥 기다리자고? 여기서?!”

“그래. 기다려야 한다. 잘못하면 길이 엇갈릴 수도 있다.”

장철 헌터의 확신 어린 외침에 말문이 막히는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들!

깃발 꽂았다 열사의 사막에 떨어지고!

기절한 채로 난장판이 된 기동 병참 도시에 버려지고!

푸젠성에서 의뢰를 받았다가 이 거대한 난장판에 휩쓸렸다!

2000년 세기말 대한민국 서울!

지금 여기서 개같이 구르는 게 전부 다 이세기 녀석의 계획 때문이었다!

마혁진은 끓어오르는 분노에 경험을 담아 말을 쏟아 냈다.

“이세기 녀석이 계획을 세우면, 절대, 절대로! 계획대로 안 돌아간다!”

“90% 아니 100% 엉망진창 난장판이 된다고!”

“만약 이세기가 1시간 안에 못 돌아오면?!”

“몬스터 웨이브 밀려오고, 포격 쏟아지면?!”

“사고가 터져서 누군가 이곳에 남겨지게 된다면?!”

“우리 좆된 거야! 좆된 거라고! 지금 당장 이세기 찾아야 한다!”

마혁진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외쳤다.

그러나 장철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뭔 과장을. 서초구에서 깨어났을 때부터 전부 다 이세기 계획대로 됐잖아? 게다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잖아? 이 넓은 북한산에서 어떻게 찾으려고?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1시간만 기다리자.”

‘설득하긴 글렀다!’

장철 이 녀석은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전혀 모르고 있다.

미친 듯이 뛰는 심장과 깨질 듯 욱신거리는 머리가 외치고 있다!

‘열사의 사막에 떨어졌을 때처럼 거대한 난장판이 기다리고 있다고!’

“야, 그거 전부 다 얻어걸린 거라니까! 우리 20년 존버 하게 생겼어! 20년 존버라고! 20년 존버!!”

20년 존버!

마혁진은 스스로의 외침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말이 존버지 그냥 버티면 되는 것도 아니다!

오늘은 2000년 1월 2일.

최초의 게이트, 광화문 게이트가 열린 다음 날이다.

그렇다.

광화문 게이트는 ‘최초’, 시작일 뿐이다!

이제 곧 전국에 아니 전 세계 대도시에 게이트가 열리고 도시, 평원, 산을 가리지 않고 던전, 균열, 마경이 생겨난다!

그리고 엄청난 수의 마수와 몬스터가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온다!

국가 체제 자체가 붕괴한 수많은 나라!

간신히 국가 체제를 유지한 나라도 영토 대부분을 잃고 치열한 게이트 전쟁이 돌입한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서울과 지역 거점에 고립된 사람들!

낙동강 전선까지 밀린 국군과 그 뒤로 피난한 수천만 국민!

헌터, 군인,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갈려 나가기 시작한다!

마탄과 게이트 안정화 장치가 세상에 나올 때까지!

아니, 사실은 그때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게이트 안정화 장치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각성자의 피가 흐를 테니까!

서울 수복 작전!

게이트 5개가 중첩해서 열린 서울에 게이트 안정화 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각성자들이…….

“……어?!”

이때 문득 머리를 스치는 무언가가 있었다.

명확한 형체를 갖추지 못했지만, 스치듯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무언가가!

마혁진의 사고가 그 무언가에 빠져들려 할 때 다급한 외침이 정신을 일깨웠다.

“이세기 님! 어디 계신지 확인했습니다!”

“……!”

반사적으로 돌아간 시선에 무장한 남자들과 달려오는 김 대리가 보였다.

“이분은 우리 회사 현장 5팀 부팀장님이신데 이분이……!”

“안녕하십니까. 국정원 5팀…….”

“야, 어디야?! 이세기 어디 갔는데?!”

마혁진은 재빨리 말을 끊고 확인했다.

“위로! 백운대 방향으로 올라갔습니다! 5팀 팀장님이랑 직원이 그 뒤로 따라붙었습니다! 대략…….”

더 들을 필요도 없다!

마혁진과 장철의 시선이 서로에게 향했다.

“……!”

“……!”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마혁진은 당장 움직여야 한다고.

장철은 우선 기다리자고 말했다.

그러나 ‘백운대’라는 정확한 위치가 나온 이상 상황은 변했다.

1시간 후 돌아오겠다고 문짝에 새기고 말도 없이 백운대를 향한 이세기!

이세기는 사건·사고를 끌어당기는 더럽게 재수 없는, 재앙의 화신 그 자체인 놈이지만 이유 없이 행동하지는 않는다!

생각할 수 있는 답은 하나다.

‘백운대에 무언가 있다!’

‘백운대에 무언가 있다!’

‘또 다른 사건·사고가!’

‘엄청난 강적이!’

마혁진은 바로 장철에게 확인했다.

“야, 위치 나왔다! 어떻게 할 거야? 너 안 가면 나 혼자라도 간다!”

장철은 마혁진의 외침을 듣는 순간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당장이라도 백운대로 달려갈 듯 들썩이는 몸과 이글이글 타오르는 두 눈!

자신 앞에 있는 초능력 각성자는 더 이상 깡패 두목 마혁진이 아니었다.

막혀 버린 중랑천 물길을 뚫고, 끊어진 청담, 영동대교를 이어 수많은 사람을 구한 염동 대협 마혁진이었다.

“좋다. 가자.”

“백운대 올라가는 등산로 저기다!”

두 사람의 시선이 등산로 입구를 향하는 순간.

콰아아아아-

마수와 몬스터의 포효가 사방에서 메아리쳤다.

살기에 따끔거리는 피부와 입안에 느껴지는 비릿한 쇠 맛!

도로에 쏟아진 오크 무리처럼, 몬스터의 물결이 계곡과 도로, 능선을 타고 북한산 전체로 퍼져 나가고 있다.

몬스터를 뚫고 길을 열어야 한다!

“연속 순간이동?”

“안 돼! 각성력 간당간당해! 도착하기 전에 뇌가 먼저 녹아 버릴 거다! 백운대에 무슨 일이 기다릴지도 몰라 힘을 비축해야 한다!”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내가 앞에서 길을 뚫겠다!”

“나는 옆과 뒤를 받힌다!”

장철과 마혁진은 바로 몸을 돌려 백운대 등산로를 향해 달렸다.

이세기의 행방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이 움직일 때까지 걸린 시간은 찰나!

정신없이 두 사람의 대화를 기억에 새기던 김 대리는 돌연한 상황 변화에 다급히 외쳤다.

“잠시만 같이 이동……!”

“여기까지다. 백운대에는 엄청난 강적이 기다릴 거다. 그 자동차 안은 안전하다!”

장철은 외침과 동시에 등산로로 달려갔고.

마혁진은 그 뒤로 따라붙으며 말을 덧붙였다.

“야, 국정원! 1시간 잊지 마라! 이세기 새끼는 입만 열면 구라지만, 빈말은 하지 않는다! 반드시 1시간 지켜서! 포격 요청해!”

“무전기 먹통…….”

“시바! 이 새끼. 처음부터 노렸구나! 야! 강철!”

마혁진이 외치는 순간 주차장을 가로지르는 장철에게서 휙 날아오는 무언가!

마혁진은 염동력을 뻗어 낚아챘다.

한 뼘 크기의 평범한 무전기.

그러나 선명하게 박혀 있는 이니셜!

[W. S.]

초거대 기업 W. S. 인더스트리에서 마력 폭풍 지대 통신용으로 만든 헌터용 무전기!

무전기에 사용하는 주파수는 2000년이나 2020년이나 같으니 여기서도 사용할 수 있다!

“받아……!”

반사적으로 헌터용 무전기를 던지려는 순간 이세기의 외침이 문득 떠올랐다.

‘나비효과!’

이 무전기는 말로 전한 정보와 흔적 없이 사라지는 포션과는 다르다.

무전기를 건네주면 명확한 오버테크놀로지의 증거, 물증이 남는다!

‘이거 줘도 되는 거야?!’

마혁진이 고심하는 순간 외침이 들려왔다.

“염동! 먼저 길 뚫겠다!”

어느새 등산로 입구에 도착한 장철이 크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야, 잠깐…… 나비효과! 이 무전기……!”

장철은 대답도 하지 않고 등산로를 올랐다.

“시바! 나도 이제 모른다!”

마혁진은 바로 무전기를 던졌다.

“김 대리! 받아라!”

무전기는 미끄러지듯 허공을 지나 김 대리의 손에 착 달라붙었다.

“무전기가 고장 난 게 아니라 전파 상태가…….”

“그 무전기는 통신할 수 있다! 절대 잊지 마라! 1시간 후 포격이다! 혹시 우리가 돌아오지 않아도 무조건 1시간 후에는 포격해야 한다!”

“네? 잠깐 돌아오지 않는다고요? 그게 무슨 말?! 잠깐, 잠시만! 가지 마시고 이야기 좀……!”

김 대리가 다급히 외쳤지만, 이번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꺼지듯 사라진 몸과 바람 빠지는 소리만 들려왔다.

피피피피핏-

마혁진은 연속 순간이동으로 주차장을 가로질러 등산로를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야, 같이 가!”

염동 대협과 헌터 두 사람은 순식간에 얼어붙은 등산로 너머로 사라지고 곧 함성과 폭음, 괴성이 뒤엉켜 울려 퍼졌다.

*   *   *

“…….”

김 대리는 손에 쥐어진 무전기와 전투 소음이 울려 퍼지는 등산로를 번갈아 보며 머리를 굴렸다.

하아아아아앗-

쾅쾅, 크아아아아-

메아리치듯 울려 퍼지는 전투 소음이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

어린이 대공원에서 이곳 백운대 주차장까지 거대 괴수를 핵으로 십만에 달하는 괴물을 유인했다!

중대, 아니 사단 규모의 병력이 있어도 불가능한 일을 단 세 사람이 해냈다.

이세기, 염동 대협, 해머 헌터!

세 사람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말과 단서, 정보를 모조리 기억 속에 쑤셔 박았다.

파편화된 정보는 뒤죽박죽 뒤엉켜 큰 그림이 보이지 않지만,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거대 괴수와 10만에 달하는 괴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북한산으로 유인한 이세기가 동료에게조차 말하지 않고 백운대로 혼자 올라갔다.

그리고 지금 염동 대협과 해머 헌터가 이세기를 찾아 다급히 백운대를 오르고 있다.

‘백운대에서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얻은 정보만으로도 엄청나다!

무전기라는 물적증거까지 손에 들어왔다.

그러나 백운대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보는 지금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직감이, 본능이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게 된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일이 백운대에서 일어난다!

‘어떡하지?!’

이때 돌연 들려온 외침이 김 대리의 정신을 깨웠다.

“김 대리! 야, 김 대리! 정신 차려!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5팀 부팀장과 팀원들!

이들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자신이 없어도 포격 요청을 해 줄 사람이 있다!

김 대리는 결심과 동시에 부팀장에게 무전기를 건넸다.

“그 무전기로 1시간 후에 포격 요청하셔야 합니다!”

“1시간 안에 못 빠져나가! 그보다 염동 대협 확보……!”

“염동 대협과 동료들은 제가 쫓겠습니다! 저 자동차 안에 있으면 안전하게 포격 요청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가 포격에서 안전하다고?!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설명보다 직접 보여 주는 게 빠르다.

김 대리는 소총을 낚아채 자동차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사선 확인!”

타타타, 타타탕-

점사로 쏟아진 탄환이 자동차 유리문에 닿는 순간.

파파파팟-

자동차 차체에서 빛의 도형이 생겨나고 소총 탄두가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

“어, 어?!”

“저게 뭐야……?”

……

경악한 5팀 팀원들이 말을 잇지 못할 때.

김 대리는 소총과 전술 조끼, 생존 가방을 챙기며 빠르게 설명했다.

“보안 마력 회로입니다! 거대 괴수가 던진 덤프트럭도 튕겨 냈습니다! 1시간 후에 포격 요청하세요! 북한산으로 몰아 온 괴물들을 단숨에 끝장낼 기회입니다! 그 무전기는 통신이 될 겁니다!”

김 대리는 부팀장이 손에 쥐여 준 무전기를 툭 치고 등산로 입구를 향해 달렸다.

“세 분은 제가 확보하겠습니다!”

“같이 가!”

그 뒤를 임수정이 따라붙었다.

“넌 왜 따라오는데?”

“용역비 받아야지!”

김 대리와 임수정은 단숨에 주차장을 가로질러 등산로를 뛰어 올라갔다.

이세기, 염동 대협, 해머 헌터 세 사람이 향한 백운대를 향해서!

“…….”

“…….”

“…….”

국정원 5팀, 검찰 수사관과 경찰은 멍한 얼굴로 이 모습을 바라봤다.

폭포수처럼 쏟아진 괴물들!

괴물들을 해머로 으깨 버린 곰 같은 남자!

수십 명을 염동력으로 찍어 누른 엄청난 초능력자!

장난감처럼 분해된 화장실 건물!

분통을 터트리더니 줄줄이 산으로 뛰어가는 사람들!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

백운대 주차장의 모두는 정신없이 이어지는 상황에 멍하니 주위를 돌아봤다.

두 사람.

무전기를 손에 쥔 5팀 부팀장과 번뜩이는 눈으로 이 모든 것을 본 권 의원을 제외하고!

*   *   *

“의원님! 괜찮으십니까?!”

“당장 병원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빨리 구급차 부르고 자동차 빼 와!”

……

주위에서 쏟아지는 외침은 들리지도 않았다.

권 의원은 등산로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미친 듯이 머리를 굴렸다.

복마전 같은 정치권에서 수십 년 동안 살아남은 촉이 움직이고 있다!

-서울 중심 광화문에 열린 게이트!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온 괴물들!

-한강 다리 폭파 명령!

-예상을 훨씬 밑도는 인명 피해!

-국정원과 최 팀장의 무리수!

-CIA, 제임스 김의 이상한 움직임!

……

이 모든 것을 설명할 답이 눈앞에 있었다.

오함마 하나로 수백의 괴물을 으깨 버린 남자!

손가락 하나 까딱이지 않고 수십 명을 찍어누른 초능력자!

초인!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초인이 현실에 나타났다.

국정원과 최 팀장, CIA와 제임스 김은 저 초인을 노리고 있었다!

권 의원은 확신했다.

자신이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테니까!

초인의 등장은 사회, 문화, 정치, 전쟁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

문득 시선을 내리자 보이는 앙상한 팔뚝!

세월에 삭아 내린 몸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그냥 컨디션이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엄청난 염동력을 발휘한 초능력자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자신도 저런 힘을 손에 넣어 초인이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전율이 흐르고 저절로 입이 열렸다.

“우리도 뒤를 쫓는다!”

“네?”

“반드시 저 두 사람을 확보해야 한다!”

권 의원은 주저하지 않고 등산로를 향해 달려갔다.

“의원님!”

“잠시만! 위험합니다!”

검사, 수사관과 경찰들이 권 의원의 뒤를 쫓아 백운대로 이어지는 등산로로 사라졌다.

“…….”

“…….”

뒤에 남은 수사관과 경찰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소총과 전술 조끼, 생존배낭으로 완전 무장한 국정원 요원들.

잡으려던 자와 도망치던 자의 어색한 시선이 교차할 때.

5팀 부팀장은 주위를 확인하며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주차장 곳곳에 널브러진 괴물 사체.

혼이 나간 얼굴의 검찰 수사관과 경찰.

바짝 긴장한 채 경계 중인 국정원 직원들.

모든 공격을 막아 내는 자동차 한 대.

사방에서 메아리치는 괴물들의 포효.

……

자신이 해야 할 일은 1시간 후 포격을 요청하는 것.

‘충분히 할 수 있다!’

순식간에 계획을 세우고 명령하려 할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전하다고? 그런데 너무 작은 거 아냐?”

모두의 시선이 자동차를 향했다.

평범한 5인승 중형 세단.

주차장에 남아 있는 검찰 수사관과 경찰관, 국정원 5팀 요원의 수는…….

“13명.”

“…….”

“…….”

터질 듯한 침묵이 주차장에 흐르고 곧 침묵을 깨트리는 포효가 울려 퍼졌다.

크아아아아아-

부팀장은 번쩍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1시간! 1시간만 버티면 된다! 우선 도로와 주차장의 자동차로 바리케이드부터 쌓는다! 바리케이드에서 1차로 저지하고, 차 안으로 피하는 건 최후의 선택으로 남겨 두면 된다! 모두 움직여라!”

모두가 정신없이 움직일 때.

부팀장은 마음속으로 한숨 쉬었다.

‘오늘 뭐가 이렇게 재수가 없어…….’

5팀 팀장과 청년 마혁진.

염동 대협 마혁진, 장철 헌터.

김 대리와 외주 용역 임수정.

권 의원과 검사와 수사관, 경찰들.

……

계획과 달리 백운대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때.

천문석은 마침내 목적지인 백운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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