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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80화 (1,18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80화>

김 대리와 임수정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주위를 돌아봤다.

크아아아아-

백운대 주차장 주위를 둘러싼 산과 계곡에서 끝없이 괴물들의 포효가 끝없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물이 차오르는 계곡에 고립된 것 같은 느낌!

전신의 솜털이 곤두서고 본능적인 공포감이 밀려왔다.

당장이라도 바위 뒤, 계곡 아래, 도로에서 괴물들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이때 두려움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여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믿기지 않네! 어떻게 몬스터를 이렇게 모은 거야? 진짜 몬스터 웨이브 같잖아?!”

곰 같은 체형의 남자가 오함마를 지팡이처럼 짚고 탄성을 터트렸다.

이세기와 염동 대협에게 헌터라고 불리는 남자!

헌터의 탄성에 자동차 보닛에 앉아 있던 염동 대협이 대답했다.

“머릿수가 거의 10만에, 거대 괴수에 상급 마수와 몬스터까지 있고. 종족 구별은 무너지지 않았지만, 저 정도면 진짜 웨이브지. 이세기. 저 녀석 어그로 끄는 건 한국. 아니 세계 최고일 거다. 신동대문, 열사의 사막, 부산, 푸젠성…… 도대체 몇 번이야?”

염동 대협의 대답에 담긴 너무나 의미심장한 단어들!

김 대리는 눈을 반짝이며 재빨리 단어들을 암기했다.

‘거대 괴수, 상급 마수와 몬스터, 종족 구별, 웨이브, 신동대문, 열사의 사막, 부산, 푸젠성…….’

염동 대협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나도 그 빌어먹을 어그로에 끌려서 여기까지 왔다. 신동대문에서 저 새끼한테 어그로가 끌리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냥 모른 척 보내 주는 건데…….”

하아아아-

깊은 한숨을 내쉬며 화장실을 보는 염동 대협.

“쟤는 언제까지 화장실에 있는 거야? 설마……?!”

“설마 뭐?”

“이세기 저 녀석! 1시간 후에 포격 요청하라는 게…… 한 시간 동안 똥 싸겠다는 말 아냐?!”

염동 대협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임수정과 김 대리는 실소를 터트렸다.

“크크크킄-”

“그럴 리가요. 하하하-”

“야, 너희는 이세기 저 새끼가 어떤 놈인 줄 몰라서 그래. 저 새끼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아! 아무래도 안 되겠어! 확인해 봐야겠어!”

당장이라도 달려갈 듯 화장실을 향해 고함을 지르는 염동 대협.

“새캬! 너 똥을 언제까지 싸는 거야?!”

“야 그냥 좀 기다려 봐. 10분 좀 넘었는데 뭘 확인까지 하냐.”

“넌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몰라서 그래! 이세기, 저놈은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하를 보여 줄 놈이야!”

헌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긴 하지. 이 모든 게 가능할지는 상상도 못 했으니까 말이야…….”

귀를 쫑긋 세우고 대화를 모조리 암기하던 김 대리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염동 대협과 해머 헌터의 말에서 이세기에 대한 온도 차가 느껴졌다.

‘확인해 볼까?’

김 대리가 머뭇거릴 때 스스럼없이 질문하는 임수정.

“그런데 이세기 님이랑 두 분은 어떤 사이세요?”

자신이 하고 싶었던 질문이다!

이목을 집중하는 동시에 대답이 돌아왔다.

“은인.”

“원수.”

“네? 은인, 원수요?”

생각지도 못한 상반된 대답!

마스크에 얼굴이 가려졌지만, 알 수 있었다.

염동 대협과 해머 헌터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반사적으로 질문하는 순간 터질듯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부아아아앙-

주차장 입구 너머 도로에 나타난 익숙한 승합차!

무전이 끊기기 전에 마지막으로 연락한 5팀 승합차다!

김 대리는 번쩍 손을 들고 외쳤다.

“여기입니다! 이쪽으로……!”

그러나 김 대리의 외침은 더 커다란 소리에 삼켜졌다.

부아아아앙-

5팀 승합차 뒤로 줄줄이 나타난 자동차와 승합들의 거친 엔진음!

크아아아아-

주차장 입구 아래 비탈에 모습을 드러낸 괴물들의 포효!

‘이대로 주차장으로 달려오면 몬스터 무리에 삼켜진다!’

김 대리는 반사적으로 무전기를 잡고 외쳤다.

“위험! 몬스터! 들어오면 안…….”

콰아아아앙-

이 순간 몬스터의 물결이 5팀 승합차와 줄줄이 이어진 차량 행렬을 향해 쏟아졌다.

*   *   *

5팀 승합차 앞에 주차장이 나타났다.

“백운대 주차장이 보입니다!”

“주차장 안쪽! 김 대리입니다!”

“김 대리 주위에 남자 둘! 여자 하나! 확인!”

팀원의 외침이 쏟아지는 순간.

부팀장은 바로 명령했다.

“모두 준비해라! 계획대로 염동 대협, 해머 헌터 픽업 후, 셋으로 나눠 빠져나간다!”

말없이 주먹을 부딪치는 순간 가속하는 승합차!

부아아아앙-

거친 엔진음과 함께 줄줄이 검찰 차량 들이 뒤로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5팀 승합차와 검찰 차량 간의 거리는 불과 3분!

그러나 이 3분은 산악행군에 단련된 5팀에게는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리를 벌릴 수 있는 시간이다!

부아아아앙-

5팀 승합차가 마지막 가속을 시작할 때 무전이 연결됐다.

-위험! 몬스터! 치지지직-

“몬스터?”

이 순간 비탈에서 솟구치는 괴물들!

5팀 승합차와 그 뒤를 쫓던 검찰 차량 행렬이 괴물의 파도에 휩쓸렸다.

콰카카카쾅-

몬스터와 연속 충돌하며 회전하는 자동차들!

끼이이이익-

바퀴 사이로 말려 들어간 몬스터 사체에 급제동이 걸리며 멈췄다!

이족 보행!

조잡한 무기와 털가죽 옷!

광기 어린 붉은 눈을 지닌 인간형 괴물들!

크아아아앙-

순간 살기 어린 포효와 함께 주먹과 조잡한 몽둥이가 날아왔다!

강화 유리창에 쫙- 금이 가고, 차체가 깡통처럼 우그러진다!

“섬광탄 준비!”

“좌석 창문 부순다!”

부팀장의 외침과 동시에 팀원들은 움직였다.

개머리판으로 내리찍어 금이 간 창문을 뚫는 순간 터져 나온 외침.

“셋에 던진다! 하나, 둘, 셋!”

“투척!”

“투척!”

“투척!”

일제히 섬광탄을 던지고 눈과 귀를 가리고 좌석 아래로 몸을 숙이는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엄청난 빛과 섬광이 터져 나왔다.

아직 해가 떠 있는 저녁에 야외!

그러나 뒤엉켜 뭉쳐 있는 괴물 사이에 떨어진 섬광탄은 제 역할을 했다.

균형 감각을 잃은 괴물들이 줄줄이 쓰러져 나가고 공간이 열렸다!

수많은 실전 경험을 가진 베테랑, 5팀 전원은 직감했다!

‘지금이 기회다!’

콰직-

개머리판으로 운전석 창문을 뚫고 보닛으로 빠져나오는 즉시 소총부터 갈겼다.

타타탕, 타타탕-

섬광탄에도 비틀거리며 달라붙던 괴물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순간 한 사람은 승합차 지붕으로 올라가 견제사격을.

한 사람은 자동차 안으로 손을 뻗어 동료들을 끌어냈다!

승합차 안의 5팀 전원이 빠져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20초!

“돌파 진형! 주차장으로 뚫고 나간다!”

부팀장이 명령하는 순간 확성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포위됐다! 도와줘!]

뒤로 따라붙었던 검찰 차량!

부팀장은 바로 보닛을 밟고 승합차 지붕으로 올라갔다.

30여 미터 뒤!

연쇄 충돌한 듯 뒤엉킨 자동차와 승합차를 향해 밀려오는 괴물들!

차에서 내린 수사관과 경찰들이 진압봉과 방패를 휘두르고 권총을 발사했다.

탕, 타앙-

그러나 근육 덩어리 괴물은 권총탄을 몸을 버티고 들어와 조잡한 몽둥이를 내리찍었다!

으아아악-

악을 쓰며 방패를 들어 올려 막는 순간 방패째로 바닥에 처박히는 경찰관!

‘5분도 지나지 않아 전멸한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펼쳤지만, 검찰 수사관과 경찰은 적이 아니다.

이들은 단지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

고민할 것도 없다!

부팀장은 바로 명령했다.

“인원 반으로 나눈다!”

“1, 3팀은 주차장으로!”

“나랑 2팀은 고립된 검찰을 구한다!”

“추가 지원은 없다. 타깃을 확보하는 즉시 이탈한다!”

“수류탄 투척 후 움직인다! 준비!”

“준비!”

“준비!”

소총 사격을 멈추고 일제히 수류탄을 꺼내 안전핀을 뽑았다.

“셋, 둘, 하나! 투척!”

“수류탄 투척!”

“수류탄 투척!”

악을 쓰는 듯한 외침과 함께 십여 개의 수류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앞, 백운대 주차장 입구를 막은 괴물에게!

뒤, 뒤엉킨 검찰 차량으로 밀려오는 괴물들에게!

5팀 팀원뿐만 아니라 외침을 들은 검찰, 경찰 모두가 차량 뒤에 몸을 숨겼다.

“…….”

“…….”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투척한 수류탄 폭발음은 들려오지 않았다.

크아아아아아-

괴물들의 진득한 살기가 담긴 포효와.

핏, 피피피핏-

하늘을 가로지르는 바람 빠지는 소리만 들려왔다!

‘바람 빠지는 소리라고?’

문득 고개를 드는 순간 천둥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야, 이 또라이 새끼들아! 사선 확인! 사선 확인 몰라?! 누가 오크랑 싸우는데 공중으로 수류탄을 던져!!]

모두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하늘에 떠 있는 남자.

그 남자 앞에 십여 개의 수류탄이 모여 있었다!

‘폭발한다!’

질끈 눈을 감는 순간 모두는 느꼈다.

몸을 찢어발기는 고통이 아닌 심장이 철렁 내려앉고 전신의 솜털이 쭈뼛 곤두서는 전율을!

“……!”

“……!”

자신도 모르게 눈을 뜨고 시선을 돌리는 순간 함성이 들려왔다.

하아아아아앗-

물리력을 가진 듯 몸이 떨리고 피가 끓어오르는 함성!

백운대 주차장 방향!

허수아비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괴물들 사이로 나타났다.

1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오함마를 든 곰 같은 덩치의 남자가!

그리고 강철의 폭풍이 몰아쳤다.

훙훙, 훙훙훙훙-

엄청난 속도로 원을 그리는 오함마!

오함마가 만들어 내는 강철의 원에 걸리는 순간 그 무엇도 버티지 못했다.

단단한 몽둥이, 녹슨 칼과 창이 유리처럼 깨져나가고.

머리가 함몰하고 두꺼운 털가죽 옷과 갑옷을 두른 몸통이 두부처럼 으깨졌다.

폭발하는 터져 나오는 피와 모래처럼 바스러지는 육체!

강철의 폭풍 앞에 권총탄조차 버텨 내던 괴물들은 1초도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지워졌다.

그렇다!

괴물들은 말 그대로 지워져 버렸다!

도로에 쏟아지고 비탈길을 달리던 모든 괴물이 남자를 향해 돌진했다!

크아아아앙-!

살기 어린 포효가 터지는 순간.

하아아아앗-!

마주 터져 나오는 피 끓는 함성.

포효와 함성이 충돌하는 순간 저릿저릿한 기파가 도로에 몰아쳤다.

쿵쿵, 쿵쿵쿵-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뱃속에서 끓어오른 열기가 가슴을 지나 머리로 솟구쳤다!

으아아아아악-

멍하니 전투를 바라보던 사람들은 끓어오르는 열기를 담아 자신도 모르게 악을 썼다.

굽었던 등과 허리가 꼿꼿이 서고 움츠러들던 가슴이 활짝 펴졌다!

두 눈에 형형한 빛이 담기고 가슴에서 터져 나온 열기가 전신에 휘몰아쳤다!

이 열기에는 현대인이 잊은 것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잠시 잊었다고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보다 강한 종을 사냥하는 압도적인 폭력성과 호전성!

투지!

“……!”

“……!”

명령도 지시도 없었다.

그러나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 외쳤다.

‘지금이다!’

국정원 요원들과 검찰, 경찰 직원들은 등을 보인 몬스터를 향해 돌진했다.

타타탕-

총성이 터지는 순간.

으아아악-

악을 쓰며 방패를 내리찍고 굴러다니는 무기를 낚아채 찔러 들어갔다.

모루와 망치!

하아아아앗-

오함마로 오크 무리를 으깨는 장철 헌터가 모루!

으아아아악-

투지가 폭발해 오크의 등을 때리는 국정원, 검찰, 경찰들이 망치였다!

웨이브의 광기에 휩쓸린 수백의 오크 무리는 맷돌에 으깨지듯 갈려 나갔다.

그리고 이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강철 해머의 전투 함성! 저 녀석이 이태성보다 더 센 거 아냐?”

승합차 지붕 위 탄성을 터트리는 마혁진.

“저건 도대체?! 정말 사람인 건가?!”

연쇄 충돌한 자동차에 빠져나와 넋 나간 얼굴로 전장을 보는 노인.

“의원님!”

“차 밖으로 나오시면 위험합니다!”

“의원님 차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다급히 달려오는 검사, 경호원과 보좌관들.

“됐다. 어차피 전투는 끝났다.”

권 의원은 고개를 저으며 전장을 가리켰다.

고개를 돌린 경호원과 보좌관, 검사는 말을 잊었다.

오함마와 맨주먹으로 괴물들을 으깨는 강철의 폭풍이 보였다.

강철의 폭풍에 닿는 순간 피가 폭발하고 뼈와 근육이 으스러졌다.

마치 개미를 밟아 죽이듯이 무인지경으로 괴물을 박살 내는 남자!

그렇다.

단 한 사람이 수백의 괴물을 압도하고 있었다!

국정원 최 팀장을 구속하러 나선 검사와 그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움직인 권 의원과 보좌관, 경호원들은 상상도 하지 못한 광경에 넋을 놨다.

“……!”

“……!”

강철의 폭풍이 마침내 마지막 괴물을 짓뭉개는 순간.

이 전장에 발을 걸친 모두는 가슴이 터질 듯한 함성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악-

승리에 고양된 정신과 투지가 끓어오른 육체는 살이 에일듯한 추위도 부상도 느껴지지 않았다.

모두는 압도적 승리에 취해 목이 터져라 외치고 다시 외쳤다.

이때 함성을 지워 버리는 천둥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야, 이 새캬! 누가 총 그냥 쏘래! 사선 확인 몰라?! 이 또라이 새끼들!]

외침을 향해 반사적으로 돌아가는 고개.

-아아아아아…….

순간 터져 나오던 함성이 급격히 사그라졌다.

국정원, 검찰, 경찰, 국회.

이 자리에 모인 모두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고 몸이 얼어붙었다.

천둥 같은 외침은 하늘에서 들려왔다.

허공에 떠 있는 남자에게서!

*   *   *

“……!”

“……!”

“……!”

모두가 얼어붙은 순간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신분증을 들어 보이는 정장 남자.

“중앙지검에서 나온 현직 검사입니다! 여기 이분은 법사위 위원장이신 권 의원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픽 바닥에 쓰러지는 검사와 의원.

“의원님!”

“검사님?!”

보좌관과 수사관이 움직이는 순간 거대한 무언가가 도로 위에 자리한 모두의 전신을 짓눌렀다!

허공에 뜬 남자가 한 일이다!

“잠깐만……!”

“국정원! 김 대리!”

“경찰입니다!”

“합법적인 법 집행……!”

다급히 외치는 순간 도미노가 무너지듯 와르르- 쓰러지는 사람들.

권 의원과 검사, 보좌관, 경호원, 수사관, 경찰!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도로 위에 있던 모두! 수십 명의 사람이 바닥에 납작 쓰러졌다.

“……!”

“……!”

몸 위에는 분명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거대한 프레스기로 전신을 고정한 듯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가 없었다!

움직일 수 있는 건 눈동자뿐!

‘왜, 아니 누가?!’

의문을 품는 순간 모두의 눈동자가 하늘을 향했다.

하늘에서 천천히 떨어지는 검게 탄 피부에 해진 옷을 남자!

‘저 남자가 한 일이다!’

직감하는 순간 분노어린 외침이 들려왔다.

“야, 이 또라이 새끼들아!”

염동 대협 마혁진은 분노를 담아 외쳤다.

자동차 행렬이 광기에 물든 오크 무리에 삼켜지는 순간 구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달렸다.

이때 아무 전조 없이 날아온 총탄이 무언가에 튕겨 몸을 스쳤다!

마탄인 줄 알고 반사적으로 단검을 뽑아 살을 잘라 내려 할 때 공중으로 날아오는 수류탄!

오크의 반사 신경은 상상을 초월한다.

포물선을 그리며 천천히 떨어지는 수류탄을 무기로 쳐 내는 건 일도 아니다!

2020년 한국이라면 아무리 초짜 헌터라도 하지 않을 실수였다.

수없이 사선 관리법을 교육하고 세뇌하듯 ‘사선 확인’을 외치도록 명령하고 또 명령하니까!

그동안 1세대 헌터들이 유난을 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직접 겪은 지금, 왜 그렇게 ‘사선 확인’을 강조했는지 절절히 느꼈다.

눈먼 마탄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 법!

그렇기에 염동력장의 널빤지로 모두를 납작 내리누르며 깊은 빡침을 담아 외쳤다.

“국회의원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도 총을 쏠 때면 사선 확인부터 해야지! 새꺄! 검은 폭풍 아니면 누구라도 무조건! 어, 무조건! 사선 확인해야 해! ‘사선 확인’ 백 번씩 외쳐! 새끼들아!”

쿵쿵, 쿵쿵쿵-

마혁진의 빡침 외침을 따라 북을 치듯 요동치는 염동력장!

전신을 내리누르는 압박감에 도로에 깔린 모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때 김 대리와 장철 헌터의 외침이 들려왔다.

“염동 대협님! 제 동료들입니다! 전부 국가공무원들입니다!”

“염동, 적당히 해라. 그 정도면 잘 싸운 거다. 이제 가야지.”

이럴 때가 아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오크 무리와 개념 없는 전투에 정신이 팔렸다!

마혁진은 역장을 풀고 주차장을 향해 버럭 외쳤다.

“야, 이세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 사람들 자꾸 모이잖아! 이제 집에 가야지!”

“이세기 아직 안 나왔다.”

“뭐? 아직도 화장실이라고! 이 와중에 똥을 싸고 있다고?! 와, 이거 제대로 미친놈이네!”

마혁진은 한달음에 화장실로 달려가며 외쳤다.

“야, 새꺄! 대충하고 빨리 나와! 지금 밖에 개판 되고 있는데 언제까지 화장실……!”

화장실로 들어가며 뚝 끊어진 목소리.

그러나 잠시 후 절절한 외침이 들려왔다.

“없잖아! 이세기! 야, 이세기! 너 어디 간 거야?!”

“뭐? 누가 없다고?!”

깜짝 놀란 장철 헌터가 달려가는 순간.

콰드드드득-

화장실은 장난감 블록으로 만든 건물처럼 벽돌, 기둥, 지붕, 문과 창문, 세면대, 배관으로 산산이 분해됐다.

그러나 산산이 분해된 화장실 어디에도 이세기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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