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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79화 (1,18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79화>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이어지는 도로 위.

국정원 5팀 승합차는 몬스터를 꼬리처럼 매달고 질주하고 있었다.

“통신은? 김 대리는 아직도 연결되지 않았나?!”

5팀 팀장의 외침에 무전기가 설치된 조수석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네. 아까 백운대 주차장이라는 연락 이후로 통신이 완전히 맛이 갔습니다!”

치직치지직-

잡음만 흘러나오는 무전기와 먹통이 된 전화기를 들어 보이는 팀원.

“팀장님 어떻게 할까요?”

“마지막 연락 장소로 이동합니까?”

“지금이라도 빠지는 게 어떨까요?!”

콰아아아아-

순간 폭발하듯 터져 나온 포효!

자신도 모르게 돌아보는 시선에 보였다.

계곡을 달리는 격류처럼 도로와 건물 사이로 쏟아지는 괴물들이.

간발의 차이로 벗어났다!

“팀장님 이제 곧 교차로입니다! 빨리 결정해야 합니다!”

5팀 팀장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지금 선택지는 둘!

-김 대리와 타깃이 있는 북한산 백운대 주차장.

-어린이 대공원에서 철수해 새 캠프를 만든 국정원 안전가옥.

고민할 것도 없다.

5팀이 존재하는 목적은 위험을 감수하고 할 일을 하기 위해서니까!

팀장은 결정과 동시에 부하들을 봤다.

“백운대 주차장으로 이동한다. 혹시 빠질 사람 있나? 안전가옥으로 전령으로 보내 주겠다.”

빠지는 사람은 없었다.

결론이 난 이상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이세기, 염동 대협, 헌터. 세 사람의 신병 확보를 우선한다. 모두 무장한다!”

무장 상자가 열리고 전술 조끼가 나뉘고 소총과 탄창, 섬광탄과 수류탄이 빠르게 건네졌다.

5팀 팀원들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무장할 때 승합차는 뻥 뚫린 교차로를 백운대 주차장 방향으로 달렸다.

부아아아앙-

순간 머리털이 쭈뼛 곤두서고 뱃속 깊은 곳에서 원초적 공포가 밀려왔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좌우뒤 세 방향에서 괴물들이 쏟아져 하나로 합쳐졌다.

강줄기가 하나로 합쳐지듯 뒤엉켜 휘몰아치는 괴물들!

살의와 폭력성이 끓어오르고 포효와 괴성이 폭탄처럼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아앙-

보이지 않는 충격파가 승합차 안의 5팀 팀원들의 몸을 때렸다.

피가 터진 듯 코와 입안이 비릿해지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손발이 파르르 떨렸다.

수많은 작전을 뛴 5팀의 베테랑 팀원들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마른침을 연신 삼켰다.

“……!”

“……!”

팀장은 내심 혀를 찼다.

‘좋지 않다!’

소총과 섬광탄, 수류탄으로 무장한 5팀 전원은 실전을 겪은 베테랑 요원들이다.

그러나 상대는 서울 북동부의 모든 괴물이 하나로 합쳐진 거대한 해일이다.

적이 백 단위만 넘어가도 소총으로 막는 건 무리다.

거대한 해일처럼 몰아칠 정도라면 소총탄을 쏟아붓고 수류탄을 던져 봤자 한강에 돌멩이 하나 던지는 거나 마찬가지!

저 정도 규모면 전차, 장갑차를 동원해도 저지하는 게 쉽지 않다!

다행인 점은 저 거대한 괴물의 해일이 시가지가 아닌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이동한다는 것!

인적이 없는 북한산이라면 포격을 쏟아부어 말 그대로 갈아 버릴 수 있다!

이게 문제였다.

통신은 완전히 먹통이 된 상태!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괴물들이 모였다는 걸 군에서 인지하는 순간.

재래식 포병 화력으로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대한민국 육군의 엄청난 포격이 쏟아진다!

이세기, 염동 대협, 해머 헌터. 세 초인이 있는 북한산에!

포격이 시작되면 늦다.

최대한 빨리 세 명의 초인을 확보해 북한산 북동부, 의정부로 빠져나가야 한다!

의정부에는 서울로 밀고 들어올 군부대가 집결 중이다.

전시 사태에 준하는 상황의 군부대!

지금 상황에선 군부대 안은 검경조차 접근할 수 없는 가장 안전한 장소다!

5팀 팀장은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우며 군부대 인맥을 떠올렸다.

이때 좌석에 앉은 젊은 얼굴이 보였다.

멍한 얼굴로 손과 창밖을 번갈아 보는 신입.

몇 번이나 사선을 넘은 베테랑들도 바짝 긴장한 상태다.

20살이나 됐을까? 젊다기보다는 어린 얼굴. 얼떨결에 채용된 신입은 자신이 겪는 일이 현실로 느껴지지 않을 거다.

“신입. 긴장했냐?”

“네, 네? 아닙니다!”

바짝 긴장한 외침에 피식 웃으며 어깨를 툭 쳤다.

“걱정할 거 없다. 이 속도면 김 대리 만나서 빠져나갈 때까지 괴물들과 마주칠 일은 없다. 오늘이 지나기 전에 의정부로 빠져나갈 수 있을 거다. 의정부 도착하면 환영회 하자.”

“네! 알겠습니다!”

신입은 군기가 바짝 든 신병처럼 외쳤다.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질러?”

“신입, 신병 비슷하기는 하네?”

승합차 안에 피식거리는 웃음이 퍼져 나갔다.

“잠깐 그러고 보니 너 군대는 다녀왔냐?”

“아직…….”

“잘됐다. 우리 위장 업체가 방산업체다. 방산업체 월급 받으면서 병역 이행할 수 있을 거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 또 우리 팀장님 낚시질에 한 명 낚이네. 야, 그냥 입대해. 말이 방산업체지 특전사보다 더 빡세! 나도 팀장님 사탕발림에 넘어가서 그 방산업체에서 개 빡세게 굴렀다. 야, 방산업체 낚인 사람 손!”

승합차 안 반수가 넘는 인원이 일제히 손을 들었다.

“너도 낚였냐?”

“에휴- 월급 100만 원에 낚였다.”

“너도? 나도 월급에 낚였다.”

“100만 원? 구른 거 생각하면 3배는 받았어야 한다니까!”

“그러니까! 나도 그냥 입대하는 건데.”

“최 팀장 팀에 들어갔어야 한다니까! 김 대리 봐봐! 벌써 대리 달고 아파트도 샀잖아?”

“와, 이 배은망덕한 녀석들! 군대도 빼 줬더니!”

“아파트라니까요! 서울 아파트!”

“하긴. 서울 아파트는 나도 부럽다.”

순간 왁자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신입의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한 베테랑 팀원들 나름의 배려였다.

청년 마혁진은 과장된 웃음에 담긴 배려에 웃으며 생각했다.

옥상에서 정신을 차린 이후 무언가 달라진 것을 깨달았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팔다리.

그러나 문득문득 기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눈에 비닐을 씌운 듯 세계가 뿌옇고, 마치 날개가 돋은 것처럼 위화감이 느껴지는 몸!

처음 자전거를 타고, 수영을 배웠을 때처럼 한 번만 성공하면 이 날개를 움직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생각 날듯 말듯 간질간질한 뇌리와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무언가가 눈앞에 아른거려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선배들의 배려를 느끼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국가 공무원이 되어 첫인상을 남기는 중요한 순간이다!

상념에 빠져 나쁜 인상을 남겨선 안 된다!

청년 마혁진은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생각을 지워 버렸다.

이때 팀장님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신입 너 가족은…… 어, 잠깐? 그러고 보니 이름도 묻지 않았네. 너 이름이 뭐냐?”

“아! 그러네! 이름도 모르네?!”

“어떻게 이름도 확인을 안 했어?”

황당해하는 선배들의 시선.

청년 마혁진은 겸연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

순간 뇌리를 스치는 무언가!

반사적으로 창밖으로 돌아가는 시선에 보였다.

바위를 밟고 미친 듯이 산을 오르는 남자!

“이세기!”

“이름이 이세기라고?”

“이세기면 그 사람이잖아?!”

“어린이 대공원에서 거대 괴수를 끝장낸 초능력자?”

“너, 그 사람이랑 이름이 같은 거야?!”

깜짝 놀란 외침에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게 아니라! 저기 이세기가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

“……!”

모두의 시선이 신입의 손을 따라 창밖으로 움직였다.

바위 능선!

그러나 바위 능선 어디에서도 이세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저 바위를 타고 위로 올라갔습니다!”

“저기로 올라가면 백운대인데…… 아무것도 없는 백운대에는 왜 올라가?”

“그러게 잘못 본 거 아냐? 확실하냐?”

“분명 이세기입니다! 확실합니다!”

“혹시 염동 대협, 해머 헌터와 같이 움직였나?”

“아뇨. 이세기 혼자서 산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신입의 확신 어린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조수석으로 움직였다.

“무전. 아까 김 대리가 전원 주차장에 있다고 하지 않았냐?”

“네 맞습니다. 이세기, 염동 대협, 해머 헌터 세 사람과 외주 용역, 김 대리까지 다섯 사람 전원 주차장에 있다는 연락이 마지막이었습니다.”

“혹시 이세기 본 사람 또 없냐?”

팀장은 바로 확인했지만, 신입 외에 이세기의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다.

팀원 중 두 사람만 동시에 목격했어도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베테랑 팀원을 제치고 유일하게 신입만 단독행동 중인 이세기를 본 상황!

무전이 끊어진 이상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세 초인이 흩어져 움직일 이유가 있을까?

신입이 압박감에 잘못 봤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아니, 여기선 의심이 아니라 신입이 제대로 봤다고 생각하고 논리를 전개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5팀 팀장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세기, 염동 대협, 해머 헌터.

하늘에서 떨어진 듯 갑자기 튀어나온 세 명의 초인.

협상 전문가인 자신을 보낸 건 이들을 회유하기 위해서다.

만약 세 사람이 흩어졌다면 누구에게 집중해야 할까?

중랑천 제방, 청담·영동대교, 괴물을 갈아버린 염동력 폭풍.

처음에는 염동 대협이 리더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린이 대공원에서 거대 괴수와의 전투를 직접 본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변했다.

이세기가 계획을 세우고.

이세기가 선빵을 날기고.

이세기가 주도권을 잡고.

이세기가 막타를 때렸다.

염동 대협이 아닌, 이세기가 핵심이다!

머릿속에서 불꽃이 튀는 동시에 입이 열렸다.

“정지!”

끼이익-

승합차가 서는 즉시 팀장은 명령을 쏟아 냈다.

“인원을 나눈다! 나, 신입, 이 대리! 셋은 백운대를 오른 이세기를 쫓는다.”

“나머지 인원은 부팀장이 인솔해 백운대 주차장으로 이동해 김 대리와 합류해 탈출한다!”

“잊지 마라. 언제 포격이 쏟아질지 모른다! 최우선 목표는 이세기, 염동 대협, 해머 헌터의 안전과 신병 확보다!”

“신병을 확보하는 즉시 북한산 국립공원을 빠져나가 의정부로 이동한다!”

드르르륵-

외침과 동시에 문이 열리고 팀장과 신입, 이 대리 셋이 뛰어내렸다.

“탄창 받으세요!”

“여기 생존 배낭입니다!”

“신입! 이 전술 조끼 입어라! 소총은 어지간하면 사용하지 마라!”

휙휙 날아오는 탄창과 배낭!

세 사람이 전술 조끼 탄입대에 탄창을 쑤셔 넣고 생존 가방을 메고 장비를 확인하는 동안 목소리가 쏟아졌다.

“어떻게 된 게 팀장님은 작전만 나가면 산악 행군입니까?”

“이거 팀장님 징크스라니까.”

“팀장님 의정부에서 고기 사는 겁니다!”

“이 대리 혹시 뒤지면 네 매그넘은 네가 먹는다!”

“신입 조심해라. 혹시 뭔 일 생기면 이 대리 뒤에 숨고!”

“와, 어이없는 새끼들!”

하하하하하-

웃음이 터지고 주먹을 내미는 5팀 팀원들.

쿵쿵, 쿵쿵쿵-

팀장과 신입, 이 대리는 주먹이 맞부딪치고 바로 도로를 벗어나 산을 올랐고.

부아아아앙-

5팀 승합차는 백운대 주차장을 향해 가속했다.

“팀장님이랑 신입 괜찮겠지?”

“당연히 괜찮지. 우리 팀장님 최 팀장 동기잖아. 같이 나간 작전만 열 번이 넘을걸?”

승합차 안 곳곳에서 피식거리는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임무 성공률 99%의 최 팀장.

그러나 최 팀장은 임무 성공률이 아닌 다른 점에서 더 유명했다.

항상 이상하게 작전이 꼬여 같이 임무에 나간 팀원이 개고생을 한다는 것!

지금 가고 있는 백운대 주차장의 김 대리가 최 팀장 팀의 유일한 고정 팀원인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최 팀장의 실력만큼은 최고였다.

그런 최 팀장에게 단련된 5팀 팀장님이다.

걱정할 건 없다!

이때 조수석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운대 주차장 1km 앞입니다!”

‘이제 시작이다!’

모두가 마음을 다잡는 순간 거친 엔진음이 들려왔다.

부아아앙-

‘뒤! 한두대가 아니다!’

반사적으로 뒤로 보는 순간 도로를 달려오는 자동차와 승합차들이 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확성기 소리!

[중앙지검에서 나왔습니다! 앞에 달리는 승합차 멈추세요!]

“……!”

“……!”

무언의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승합차는 멈추지 않고 가속했다.

“모두 안전벨트 매고 꽉 잡아!”

부아아아앙-

가속하는 국정원 5팀 승합차 뒤로 검찰 수사관과 경찰이 탄 차량 십여 대가 줄줄이 따라붙었다.

이 순간 수백, 수천 단위로 쪼개진 마수와 몬스터의 해일이 도로와 능선을 타고 차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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