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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78화 (1,17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78화>

파도는 어디로 밀려갈까?

지대가 낮은 곳 바람이 부는 곳으로 밀려간다,

그렇다면 몬스터 웨이브는?

당연히 몬스터의 갈망이 향하는 곳, 사람이 많은 곳으로 밀려가야 한다!

지금 눈앞의 광경은 상식을 깨뜨리고 있었다.

“사람도 없는 북한산으로 웨이브가 왜 밀려오는 건데?!”

김철수는 분통을 터트리는 동시에 깨달았다.

이건 현실이다.

화내 봐야 소용없다.

지금은 대책을 찾을 때다.

게다가 북한산 국립공원은 광활하다!

몬스터 웨이브가 밀려온다고 이곳 백운대까지 도착하려면 긴 시간이 걸린다!

그 안에 마력 폭풍을 터트리고 강철을 찾아 튀면 된다!

김철수는 재빨리 몸 상태와 준비를 확인했다.

남은 마력은 간당간당!

준비한 마력 회로는 긴급 탈출용 마력 회로!

“아, 시바 뭐가 이따위…….”

냐아-

순간 양손에서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

뽀미!

등급외 각성 동물 뽀미!

“그렇지! 뽀미, 네가 있었……!”

뽀미는 어느새 쿨쿨 잠들어 있었다!

아무 긴장감도 위기감도 없이 하루 20시간 자는 진짜 새끼 고양이처럼!

“야, 야! 뽀미 너 각성할 것 같은 느낌 막 오고 그러지 않아?! 염동력! 막 물건 움직일 수 있을 것 같고 그렇지 않아?!”

냐아-

귀찮다는 듯 앞발을 흔들고 로브 안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새끼 고양이!

“이거 나만 큰일 나는 거 아냐! 여기 휩쓸리면 너도 같이 망하는 거라고! 야, 각성하려는 노력이라도 좀 해 봐!”

뽀미를 설득할 때 불현듯 마음에서 들려오는 절절한 목소리가 있었다.

[하늘님! 거기 계시는 거 맞나요?!]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잊고 있던 천마 후보 1번!

‘그래 이 녀석이 있었다!’

진짜 천마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몬스터 웨이브만 처리하면 되니까!

김철수는 반색해서 외쳤다.

[야, 빨리 나와! 지금 급해!]

[하늘님! 계셨군요! 전 또 튀신 줄 알고……!]

[당연히 아니지! 설명은 나중에 하고 빨리 나와! 여기 긴박하다!]

[네? 제가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구멍밖에 못 뚫었다고…….]

[구멍, 무슨 구멍?]

반사적으로 돌아가는 시선에 균열에 뚫린 구멍이 보였다.

겨우 손가락 하나 겨우 빠져나올 듯한 구멍이!

“……!?!”

황당함에 말문이 막히기도 잠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야 뭐 하는 거야! 제대로 뚫고 얼른 나와! 여기 위험하다니까!]

[아니, 계속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천강의 불꽃에 훅 가는 찰나의 순간에 있다니까요! 차원압이 미친 듯이 강해서 이 구멍도 간신히 뚫었는데……!]

천마 후보 1번의 설명을 듣는 순간 다시금 깨달았다.

천강의 불꽃이 붙었는데도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인과율의 수호자 천마가 일으킨 천강의 불꽃은 신위에 닿은 존재마저 강제 전생시킬 수 있다!

천강의 불꽃을 버틸 수 있는 건 허공도의 샤,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 일족, 스카라베 총독급이나 가능하다.

그리고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존재의 본질을 태워 세계의 나무를 키워 낸 그에게 이름을 받았다는 것!

이름을 받은 존재들에겐 세계를 나누는 경계, 차원 방벽과 차원압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당연했다!

차원 방벽 자체가 세계의 나무가 만들어 낸 경계니까!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 일족이 차원 깡패, 차원 용병으로 불리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황금 다람쥐 일족은 의뢰를 받는다면 무한한 공허에 그어진 경계! 세계의 나무 어디든 찾아갈 수 있다!

천강의 불꽃을 견딘다는 것은 이런 존재와 동격이라는 뜻!

즉, 천강의 불꽃을 버티는 데 차원 방벽을 못 뚫는다는 말은, 재벌 3세가 자수성가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새빨간 구라다!

즉, 천마 후보 1번은 천마가 아닌 것에 더해 사기꾼이었다!

뽀미는 드러누워 잠들고!

천마 후보 1번은 사기꾼으로 밝혀진 상황!

하지만 괜찮다!

처음부터 자신이 믿은 건 천마 후보 2번이었으니까!

[2번! 너 어디에……?!]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돌아온 심상!

[거의 다 왔습니다! 정확히 어디로 가야 할까요?!]

2번 천마 후보는 어느새 차원 방벽을 뚫고 이 세계에 도착해 구체적인 위치를 묻고 있다!

뽀미, 가짜 천마와는 비교도 안 되는 이 믿음직한 모습을 보라!

김철수는 끓어오르는 희열을 담아 외쳤다.

[하늘에 위치를 띄우겠다!]

마력을 박박 긁어 수인을 짚고 마법 회로를 구성해 하늘로 뿌렸다.

팟-

드높은 창공에 마력 회로가 그려지고, 대륙전쟁에서 최고의 효용을 보여 준 마법이 펼쳐졌다!

다굴을 때릴 적을 지목하고.

뚫고 나갈 돌파 지점을 지정하고.

안전하게 도망칠 퇴각로를 지시하는 타깃팅 마법!

[▼]

[화살표 아래로 오면 된다!]

김철수가 마음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순간 즉각 반응이 돌아왔다!

크아아아앙-

하늘을 쩌렁쩌렁 울리는 거대 괴수의 포효가 울리고.

구우우우우-

하늘을 뒤흔드는 몬스터 웨이브의 기파가 변했다.

해일처럼 넓게 퍼져 북한산 전체로 밀려오던 몬스터 웨이브가 좁은 협곡을 흐르는 격류처럼 좁아지더니 방향성을 띄었다.

자신이 있는 북한산 백운대를 향해서!

*   *   *

“…….”

김철수는 한참 동안 멍하니 몬스터 웨이브를 보다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저게 왜 이리로 와?!”

순간 벼락 치듯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왜? 몬스터 웨이브는 ‘사람도 없는’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밀려왔을까?

왜? 몬스터 웨이브의 흐름이 ‘갑자기’ 백운대로 변했을까?

김철수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

몬스터 웨이브는 ‘사람도 없는’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온 것도, ‘갑자기’ 백운대로 흐름을 돌린 것도 아니다!

‘화살표 아래로 오면 된다!’

자신이 외치는 순간 화살표를 향해 움직였다.

그 앞에서 화살표를 향해 달리는 사람을 따라서!

그렇다. 몬스터 웨이브는 백운대도 자신도 아닌 화살표로 오라고 부른 ‘사람’을 따라오고 있었다.

천마 후보 2번을 따라서!

김철수는 즉시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몬스터 웨이브 너 따라오는 거냐?]

[……네? 몬스터 웨이브요? 그게 뭔데요?!]

천마 후보 1번.

허공의 균열에서 들려오는 대답.

[너 말고! 넌 빨리 차원 방벽에 구멍이나 넓혀!]

김철수는 버럭 외치고 밀려오는 몬스터 웨이브를 향해 메시지를 보냈다.

[몬스터 웨이브, 너냐?!]

[하하, 하하하-]

웃음에 담긴 난감함!

듣는 순간 바로 감이 왔다.

천마 후보 2번!

이 녀석이 몬스터 웨이브를 끌고 오고 있다!

마력 폭풍을 터트릴 열쇠, 불의 서약이 있는 백운대를 향해서!

[아니 왜? 도대체 왜?! 몬스터 웨이브는 끌고 오는 건데?!!]

[하하, 하하하- 어쩌다 보니 싸움이 붙어서…… 이대로면 제가 가면 몬스터 웨이브도 같이 갈 것 같은데. 전 그냥 빠질까요?]

천마 후보 2번에게 몬스터 웨이브라는 생각지도 못한 재앙이 붙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불의 씨앗을 움직여 마력 폭풍을 터트리지 못하면 어차피 끝장이니까!

그리고 자신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최대한 빨리 와라!]

김철수는 외침과 동시에 로브 주머니 속 비장의 무기를 봤다.

지금은 그냥 삼색 새끼 고양이지만, 마력 폭풍이 터지면 무시무시한 등급외 각성 동물로 진화할 존재!

“뽀미! 할 수 있지?!”

냐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다시 꾸벅꾸벅 조는 뽀미의 전혀 믿음직하지 않은 모습!

“진짜 뽀미 맞는 거야?! 야, 야! 대답 좀 해 봐, 너 뽀미 맞냐?! 혹시 그냥 비슷한 고양이 아냐?!”

당연히 뽀미는 대답하지 않았고 마음속에선 불안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이러다가 망하는 거 아냐?!’

직감은 당장이라도 튀라고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불의 서약이 있는 이 자리를 피할 수는 없다!

김철수는 나무를 향해 달려갔다.

파파파파팟-

번개같이 아름드리나무를 기어 올라가 갈라진 가지에 앉아 로브를 뒤집어썼다.

순간 로브에 새겨진 마법 회로가 반짝이고 기척이 사라지고 나무에 동화됐다.

‘이제 천마 후보 2번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김철수의 시선이 북한산 초입으로 움직였다.

십만에 달하는 마수와 몬스터!

그야말로 몬스터 웨이브, 거대한 해일이 밀려온다!

두두두두둥-

수십만의 무게가 대지를 흔들고!

고오오오오오-

하나로 뭉친 반발장이 하늘을 떨어 울렸다!

저 거대한 몬스터 웨이브의 선두에 자신이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불의 서약을 움직여 마력 폭풍을 터트릴 천마 후보 2번!

김철수는 간절한 기원을 담아 외쳤다.

‘빨리 와라!’

*   *   *

북한산 국립 공원 안으로 쑥 들어간 백운대 등산로 주차장.

천문석은 산 아래를 바라보며 진심으로 감탄했다.

대홍수가 일어난 듯 몬스터의 해일이 북한산에 쏟아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 정도로 규모를 키울 생각은 없었다.

수천 단위, 적당한 난장판을 만들 정도의 마수와 몬스터만 모아들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거대 괴수의 분노한 포효가 제대로 어그로를 끌었다.

거대 괴수의 포효는 마수와 몬스터를 부르고, 모여든 마수와 몬스터의 포효가 다시 동족을 불러들였다.

시가지에 흩어진 마수와 몬스터가 자석에 끌리는 철 가루처럼, 진공청소기에 빨려드는 먼지처럼 밀려왔다!

어린이 대공원에서 용마산, 망우산, 불암산, 수락산을 거쳐 북한산 국립공원에 가까워졌을 때는 더 이상 컨트롤이 불가능할 정도로 마수와 몬스터의 규모가 커졌다.

인위적인 몬스터 웨이브가 만들어졌다!

“와, 이걸 보고도 오라고 한다고?”

천문석이 탄성을 터트리는 순간.

부아아아앙-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자동차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새꺄! 저거 어쩔 거야?! 저 몬스터 웨이브, 어떻게 하려고?!”

염동 대협 마혁진.

“전부 다 계획대로다!”

천문석은 당당히 대답했다.

당연히 계획대로가 아니었다.

자신의 계획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었다!

끼이이익-

자동차가 멈춰 서고 얼굴이 하얗게 변한 김 대리가 달려왔다.

“저 괴물들! 십만이 넘는 괴물들!! 한자리에 모여! 모여서!!”

“몬스터 웨이브.”

“네! 몬스터 웨이브 저거 어쩌시려고요?!”

천문석은 손을 들어 주위를 가리켰다.

“여기 어디냐?”

“북한산 국립공원!”

“어, 그러고 보니……?!”

장철 헌터와 마혁진의 표정이 변하는 순간.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 북동부의 마수와 몬스터는 모조리 이곳 북한산 국립공원에 모였습니다.”

“지금 그 말은……?”

김 대리가 얼굴에 깨달음의 빛이 스치는 순간 운전석에서 내린 임수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울 북동부는 안전해졌구나!”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모조리 모였으니까!”

김 대리의 입에서 튀어나온 정답!

천문석은 씩 웃으며 김 대리의 어깨를 두들겼다.

“맞아. 그럼 국정원 김 대리. 어린이 대공원에서 못한 일 부탁한다.”

‘어린이 대공원에서 못한 일!’

김 대리의 가슴속에서 희열이 끓어 올랐다.

북한산 국립공원은 시가지 한복판에 박힌 어린이 대공원과 다르다.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는 건 얼어붙은 산과 대지뿐 사람, 주택, 건물, 빌딩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즉, 여기서는 아무 부담 없이 포격을 쏟아부을 수 있다!

“이세기 선생님!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어린이 대공원 도로부터 전부 다 계획……!”

정말 오랜만에 받아보는 경탄 어린 시선!

천문석은 오연하게 고개를 쳐들고 대답했다.

“그렇다!”

“역시! 계획이 있으셨군요!”

“하긴 미친놈이 아니면 괴물들을 이렇게 끌고 달릴 리 없죠!”

“이거 아무래도 얻어걸린 거…….”

천문석은 잽싸게 마혁진의 불신 어린 목소리를 끊었다.

“야, 집중! 이제 너희들이 할 일이 있다!”

“포격은 걱정 마십시오! 안전한 저 자동차 안에서 포격 좌표 따면 됩니다!”

“안 돼. 통신 이제 곧 맛 간다.”

“네? 통신이 안 된다고요? 방금까지 연락했는데?!”

“몬스터가 저 정도로 모여들면 통신 교란이 일어난다. 자세한 건 저기 염동한테 물어보고. 중요한 건 포격은 1시간 후에 시작해야 한다는 거다.”

“1시간이요? 그건 왜……?!”

천문석은 손을 들어 말을 끊고 동료들을 바라봤다.

장철 헌터.

국정원 김 대리.

벌써 3번이나 얽힌 임수정.

“뭐야? 너, 그 눈빛 뭔가 불안한데……?”

그리고 수없이 굴러 눈치가 전투 예지 수준에 오른 염동 대협 마혁진까지.

이들 모두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다.

이제 마무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다.

천문석은 마음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말했다.

“그건 잠깐 일 좀 보고 와서 말해 줄게.”

그리고 빙글 몸을 돌려 성큼성큼 걸어갔다.

“야, 너 어디에…….”

마혁진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손이 가리키는 건물.

화장실.

“뭐야, 너 화장실 가는 거였어? 무슨 화장실 가는데 그렇게 분위기를 잡아…….”

“시간 좀 걸릴 거다.”

천문석은 마혁진의 외침을 뒤로하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잽싸게 변기 칸 문을 잠그고 창문으로 빠져나와 기척을 죽이고 달렸다.

백운대!

이 긴 난장판의 마무리를 지을 곳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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