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77화>
부아아아앙-
국정원 대응팀이 떠난 어린이 대공원에 십여 대의 자동차와 승합차가 나타났다.
십여 대의 차량은 직선으로 도로를 달려 국정원 대응팀 캠프가 있던 건물에 멈춰 섰다.
문이 열리는 즉시 검사와 완전무장한 수십 명의 사복 수사관, 경찰관들이 쏟아져 내렸다.
“이 건물입니다! 차마다 2명씩 남아서 빠져나가는 용의자가 없도록 대비하시고! 혹시 모르니 주위 건물도 주시하셔야 합니다!”
지시가 끝나는 순간 검사, 수사관, 경찰관 수십 명은 건물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러나 이들을 기다리는 건 락스 냄새가 짙게 남아 있는 텅 빈 옥상뿐이었다.
모두가 낭패한 표정을 지을 때 검사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검사는 잰걸음으로 옥상 가장자리로 이동해 전화를 받았다.
“네, 의원님. 아무래도 간발의 차이로 늦은 것 같습니다. 네. 남은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락스로 뒤처리까지 하고 빠져나갔습니다. 네, 네! 북한산 국립공원!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영장이 나온 이상 최 팀장을 잡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네, 확보하는 데로 연락…….”
한참 동안 통화하던 검사는 전화를 끊는 순간 바로 지시했다.
“용의자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바로 이동합니다!”
검사와 수십 명의 수사관과 경찰이 썰물 빠지듯 옥상을 빠져나가고, 곧 10여 대의 차량이 북쪽 도로로 출발했다.
원래라면 몬스터가 쫙 갈린 서울 도로를 차량 10여 대가 이렇게 달릴 수 없었다.
누군가 시가지에 깔린 마수와 몬스터를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인 것처럼 끌고 달려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천문석, 장철, 마혁진.
그리고 임수정과 김 대리.
다섯 사람은 거대 괴수와 몬스터로 스노우볼을 굴려, 시가지에 가득한 몬스터를 빨아들이며 서울 북동부를 질주했다.
국정원 5팀과 청년 마혁진은 승합차를 타고 세 초인의 뒤를 쫓고.
국정원 대응팀은 백업을 위해 서울을 가로질러 달리고 있었다.
여기에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타났다.
최 팀장을 노리는 검사와 수사관, 경찰이 탄 차량 10여 대가 꼬리처럼 따라붙었다.
천문석 일행.
국정원 5팀과 대응팀.
검사, 무장한 수사관과 경찰.
이들 모두는 서로 다른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향하는 목적지는 같았다.
북한산 국립공원.
그러나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건 초월자의 외침을 듣고 북한산 국립공원을 난장판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 천문석도 마찬가지였다.
보석과 강철의 황제.
북한산에는 타 대륙에 문명의 불꽃을 피워 올린 보석과 강철, 돌과 철, 마도 황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불의의 사고로 힘과 기억 대부분이 날아가고 명운마저 흩어진 돌철 황제는 7살 남짓 꼬맹이 모습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왜 이렇게 안 와. 얼른 마력 폭풍 터트리고 강철 찾아야 하는데. 이러다 튕겨 나가면 꽝인데. 에휴-”
순간 대답하듯 들려오는 울음소리!
냐암, 냐아암-
김철수의 발 앞에는 데굴데굴 구르며 칼로리바를 핥는 새끼 삼색 고양이 뽀미가 있었다.
“넌 좋겠다. 걱정도 없고. 하아-”
힘을 잃은 자신과 힘을 얻기 전인 각성 동물 뽀미.
그리고 한 존재가 더 있었다.
[으아아아악-]
허공에 생겨난 균열에서 악을 쓰는 소리와 외침이 울려 퍼졌다.
[빌어먹을 차원 방벽! 차원압은 왜 또 이렇게 강한 거야?! 하필이면 이런 차원에 임무라니! 하늘님! 임무 다른 곳으로 바꿔 주시면 안 될까요?! 하늘님! 하늘님?! 듣고 계시죠?! 그냥 금괴 필요 없으니까 부잣집 아들로 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동안 저 충분히 굴렀잖아요?! 지금 천강의 불꽃에 훅 가기 직전이라 더럽게 안 뚫린……!]
“…….”
암반에 쪼그려 앉은 김철수는 생각했다.
앵무새처럼 잊을 만하면 ‘부잣집 아들’을 외치는 천마 후보 1번은 어이없게도 차원 방벽도 뚫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이 녀석은 천마가 아니다!’
김철수는 절절한 외침이 들려오는 균열에는 신경을 끊고 칼로리바를 핥는 새끼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다.
“야, 뽀미! 너 그 칼로리바 내가 개고생을 해서 얻은 거야! 너 그거 준 대신에 마력 폭풍 터지고 각성하면 사람들 도와줘야 한다! 약속한 거야!”
손가락을 내밀자 귀찮다는 듯 데굴데굴 굴러 멀어지는 뽀미.
“와! 어이없는 녀석! 너 진짜 뽀미는 맞는 거야? 1번 후보도 그렇고, 뽀미도 그렇고, 어떻게 된 게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냐? 하아-”
김철수는 깊은 한숨과 함께 시가지 방향을 바라봤다.
천마 후보 1번이 꽝이고 등급외 각성 동물 뽀미는 진위가 의심되는 상황.
하지만 괜찮다!
자신에게는 천마 후보 2번이 있었으니까!
김철수는 다시금 확인했다.
암반 위 긴급 탈출용 마법 회로와 주머니에 넣어 둔 자필 계약서!
[회사 지분 10% 주겠음.]
준비는 끝났다!
“천마 후보 2번! 너만 믿는다! 얼른 와서 마력 폭풍을 터트려다오!”
김철수는 갈망을 담아 외쳤다.
그러나 천문석이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 것처럼.
돌철 황제 김철수도 무엇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천마 후보 2번, 천문석은 혼자 오고 있지 않았다.
콰카카카카앙-
뒤엉켜 하늘을 울리는 거대한 포효!
천문석은 시가지에 흩어진 거대 괴수, 마수와 몬스터를 모조리 끌어모아 만든 거대한 눈 뭉치를 데굴데굴- 굴려 질주하고 있었다!
“야, 야! 뽀미 너 약속하라니까! 약속 안 하면 칼로리바 뺏는다!”
새끼 삼색 고양이를 협박하는 돌철 황제!
[으아악- 더럽게 안 뚫리네!}
악을 쓰며 차원 방벽을 뚫고 있는 전생 천마!
두 사람을 향해서!
천문석이 만들어 낸 몬스터 웨이브가 밀려오고 있었다!
천마 후보 1번, 전생 천마.
천마 후보 2번, 현생 알바.
전 마도 황제, 현 꼬맹이 김철수.
단단히 얽힌 삼생의 인과가 하늘의 인과조차 비트는 세 강자를 한자리에 모으고 있었다!
이 순간 셋은 완전히 상황을 오판하고 있었다.
현생 알바 천문석은 천강흔 랜덤 박스가 봉인됐다는 생각에 내력을 펑펑 써서 몬스터 웨이브를 키우고 있었다.
그러나 천문석의 천강흔 랜덤 박스 봉인은 퐁퐁이와 용용이가 이미 핥아먹어 종잇장처럼 얇아진 상태였다.
천문석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천강흔 랜덤 박스 폭탄을 안고 몬스터 웨이브를 끌고 달려가고 있었다.
김철수는 몬스터 웨이브가 밀려오고 있는지도 모른 채 지분 증여 종이와 탈출용 마법 회로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
전생 천마는 하늘님의 부름이란 걸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차원 방벽을 뚫고 있었다.
천강의 불꽃에 타오르면서!
* * *
으아아악-
모든 힘을 끌어내 차원 방벽을 뚫는 지금.
마도 18문의 지존 천마 천문석의 정신은 상념에 빠져들고 있었다.
‘칠정을 태워 공(功)을 쌓으니 마공!’
마공의 핵심을 정의하는 한 줄의 문장.
사람의 마음에선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칠정이 끓어오른다.
그렇기에 칠정을 태우는 마공의 진보는 여타의 무공을 압도한다.
그러나 마공이 태우는 칠정.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욕심은 인간성 그 자체다.
처음에는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세상에 무한한 것은 없으니.
칠정을 태워 마공의 경지가 높아질수록 인간성은 사라지고 마업이 쌓여, 종래에는 사람이 아닌 마(魔) 그 자체인 마인이 된다.
천마 신공도 결국은 마공.
자신도 이 운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이 순간 평생을 참오한 화두가 불현듯 떠올랐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고아 소년, 버려진 사당의 주인, 꼬맹이들의 형오빠, 돌멩이, 천문사 지주, 마도 18문의 천마에 이르기까지의 기억이 터지듯이 밀려왔다.
수많은 우연과 불운으로 마도 18문에 입문하고.
마도 쟁투의 밤과 마굴을 거치며 마도 18문의 지존이 됐다.
그 순간 결심했다.
마도 18문은 이제 새롭게 태어나 새 시대로 나아간다!
마도 지존 천마가 아닌 상단주로!
마도 18문이 아닌 대륙 18상단으로!
그러나 마도 지존 천마가 됐어도 고난과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호시탐탐 허점을 노리는 마도의 17문파!
-뒤통수를 때릴 기회를 찾아 눈을 번뜩이는 사파의 하늘, 사자련.
-마인이라면 거품부터 무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주축이 된 무림맹!
-혜성처럼 나타나 전대 고수를 꺾고 천하십절의 시대를 연 검절, 천검까지!
끝없이 터지는 사건·사고 난장판을 헤쳐나오기 위해 천마 신공을 사용해야 했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천마 신공을 사용하며 알게 됐다.
자신은 마도 18문의 역대 천마 중 가장 무인에서 먼 천마였다.
무의 고정관념이 없었기에 찰나의 순간에 비상할 수 있었다!
마도 18문의 17 가문을 쥐어박아 제압하고.
뒤통수칠 기회만 노리던 얍삽한 사자련주 놈을 두들겨 패줬다.
오대 검파의 현판을 전부 회수하고, 소림방장을 화병에 드러눕게 만들고, 오대세가의 영역에 개방의 거지 떼를 풀었다.
이 과정에서 일류, 절정, 초절정! 수많은 정사마의 무인과 싸우며 알게 됐다!
정사마 어느 계통의 무공이든 보는 순간 알았고, 아는 순간 할 수 있다. 그리고 행하는 순간 그 본(本), 근원에 닿는다.
어이없게도 평생 단 한 번도 무인을 꿈꾸지 않았던 자신은 무공의 천재였다.
원래 사람은 잘하는 것을 하면 재밌고, 재밌으면 열심히 하는 법이다.
천마 천문석은 종횡무진 정신없이 강호를 휘저었다.
천마 신공의 경지가 대나무 자라듯 쑥쑥 오르는 동시에 마업 또한 빠르게 쌓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다.
욱일승천하는 마도 18문의 기세를 꺾을 유일한 희망.
천하십절의 검절, 무림 맹주 천검과의 결전의 날이.
그날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터벅터벅 걸어와 자신을 보는 순간 깜짝 놀라던 그 모습.
놀란 얼굴에 떠오른 반가움과 스스럼없이 손을 들어 올리며 부르던 목소리.
‘돌멩이?!’
그 순간 격전이 시작됐고 그 누구도 막지 못했던 마도지존 천마의 강호행은 멈췄다.
천검 이세기의 이름이 무림을 떨어 울릴 때.
자신은 천마신공의 마업을 벗기 위해 정사마의 무공과 유불선의 법도예(法道藝)를 참오하기 시작했다.
역근경, 칠상권, 자하신공…… 수많은 정파 무공의 극에 달하고 지혜의 륜으로 무명의 어둠을 밝혔다.
극과 극은 통하리라는 믿음에 천마신공의 극, 12성 대성 직전에 도달했다.
영육과 혼백, 존재의 본질과 천기와 용맥, 세계의 흐름을 관(觀)하여 무공을 창안했다.
결국, 천마신공의 마업을 벗는 데는 실패했지만 깨달았다.
간절히 바랄수록 멀어지고, 바라지 않기에 얻게 되는 지극한 이치에 닿았음을!
끝없이 버렸던 천마신공의 그릇이 어느새 가득 채워져 넘쳐흐르기까지 단 한 방울만 남아 있었다.
이 그릇이 넘쳐흐르는 순간 공전절후!
천마신공 12성 대성에 닿은 진정한 천마가 지상에 강림한다!
깨달음의 순간 마도 지존 천마 천문석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였다.
살아서 진정한 천마, 광인이 될 것인가?
화끈하게 훅 갈 것이냐?
이세기, 적예, 동생들…….
생각할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금분세수(金盆洗手), 무림 은퇴를 선언해 마도 18문의 가주와 무인을 한자리에 모았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버리기 위해 배운 정사마, 유불선의 모든 깨달음을 담아 천마신공을 펼쳤다.
이왕 갈 거라면 간지 나게!
한번 날아올라 구만리 장천을 뛰어넘는 대붕처럼!
존재의 본질을 태워 무명을 밝히는 등신불처럼!
천마신공의 12성 대성을 넘어 아득히 비상하여 한 줌 잿가루조차 남기지 않고 떠나리라!
모든 것은 뜻대로 됐다.
마지막 한 방울의 물방울, 공(功)이 떨어지는 순간 그릇은 넘쳐 흘렸다.
백척간두 진일보!
천마 신공의 극, 12성 대성을 이루고!
다시 그 극을 넘어 전인미답의 경지로 나아갔다!
하늘과 대지가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
정신은 아득한 천공으로 비상하고.
육체에는 천강(天罡)의 불꽃이 일어났다.
초절정의 경지에 닿은 마도 18문의 가주와 무인들은 깨달았다.
철권으로 마도 18문을 지배한 마도 지존 천마가 승천한다!
금분세수 하겠다는 말에도 반신반의하던 마도 18문의 모두가 경악할 때.
빛이 멈추고, 소리가 정지하는 무아지경.
영원 같은 찰나의 순간에 빠져들었다.
이 찰나의 순간이 끝나면 명(命)을 대지에 잡아 두는 육체는 천강의 불꽃에 잿가루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존재의 본질은 천기와 용맥의 흐름으로 돌아가 다시 태어나리라!
천마 천문석은 하늘을 향해 마지막 소망을 외쳤다.
[하늘님! 다음에는 꼭 부잣집 아들로 부탁드립니다! ‘꼭’입니다! 꼭……!]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수십 수백 번 말을 걸었지만, 하늘은 단 한 번도 대답하지 않았으니까.
이때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할 만하다! 할 수 있다!]
[안녕하세요? 혹시 천마신가요?]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
천마 천문석은 듣는 순간 직감했다.
이 거지 같은 타이밍!
내용은 좀 이상하지만 하늘님이 분명하다!
그 즉시 끝없이 갈망하던 소원을 외쳤다.
[부잣집 아들입니다! 놀고먹을 수 있게 만석꾼, 전장, 객잔, 하여튼 부잣집 아들로 부탁합니다!]
그리고 하늘님의 대답이 돌아왔다.
[금괴 2,666관.]
한가지 임무만 하면 2,666관이 넘는 엄청난 금괴를 후생에 전해 주겠다는 대답이!
천문석은 즉시 지정된 세계로 이어지는 차원 방벽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천마신공의 마업을 벗으려 수많은 세계를 걸었다.
평소라면 어렵지 않게 뚫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전신에서 천강의 불꽃이 치솟고, 하늘님의 외침이 지목한 세계는 차원압이 미친 수준이었다!
그러나 천문석은 포기하지 않았다.
모든 심상과 내력을 동원해 차원 방벽을 뚫고 뚫었다.
그리고 마침내 구멍을 뚫는 데 성공했다.
손가락 하나가 겨우 튀어나올 구멍!
이제 최선이었다.
천문석은 즉시 구멍을 통해 하늘님에게 마음을 전했다.
[구멍 뚫었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이 뭔가요?!]
[…….]
[하늘님?]
[…….]
[하늘님? 하늘님?! 하늘님!! 거기 계시나요?!]
[…….]
마도 지존 천문석이 아무리 마음으로 불러도 하늘님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당연했다.
지금 하늘님, 김철수는 말을 씹는 뽀미를 품에 안은 채 경악으로 굳어 있었으니까.
“……!”
눈으로 보이고, 귀로 들려왔다!
천마 후보 2번으로 연결된 시가지 방향!
□□□□□□□-!!
수천, 수만의 포효와 외침이 하나로 합쳐져 하늘을 뒤흔들고 있다!
몬스터 웨이브!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의 해일이 밀려오고 있었다.
자신이 있는 북한산을 향해서!
“몬스터 웨이브가 왜 산으로 밀려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