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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76화 (1,17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76화>

어린이 대공원 북쪽 용마산과 접한 도로.

부아아아앙-

임수정이 운전대를 잡은 자동차는 거대 괴수를 우회해 골목길에서 튀어나와 배달 오토바이 뒤로 바짝 따라붙었다.

배달 오토바이 위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야, 어디 갔던……!”

순간 터져 나온 외침이 말을 끊었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갑자기 플랜 C는 뭔데?!”

조수석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외치는 마혁진.

천문석은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내가 힘이 다 떨어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날아오는 무언가!

깡-

반사적으로 손을 움직여 쳐 내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

마혁진의 번뜩이는 눈과!

‘아차! 낚시였구나!’

“새꺄! 어디서 개구라를! 염동 탄환을 보지도 않고 쳐 내면서!”

불신 어린 마혁진의 외침.

마혁진뿐만이 아니다.

“……너?”

“……!”

장철 헌터와 운전대를 잡은 임수정의 눈에도 불신이 서렸다.

마지막 한 명, 전화기를 잡은 김 대리도 힐끗 바라보더니 목소리를 확 죽였다.

“……네, 구라인거 같습니다. 타깃의 목적지는 북한산 국립공원입니다. 가능한 산에 맞닿은 도로, 인적이 적은 경로로 이동하겠습니다.”

모두의 불신 어린 눈빛이 쏟아지는 상황!

하지만 괜찮다.

아니, 오히려 이게 났다!

2020년으로 함께 돌아가기 위해서는 같이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상대는 자신조차 바닥을 확인하지 못한 초월자! 그런 초월자와 동료들이 얽히게 둘 수는 없다!

그렇기에 천문석은 외쳤다.

“우리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어차피 플랜 C 때문에 북한산 국립공원 가야 했어! 마력 폭풍 안 터지면 대참사……!”

“새캬! 뭘 긍정적으로 생각해! 마력 폭풍? 네가 마력 각성자도 아니고 마력 폭풍을 어떻게 터트릴 건데?!”

정곡을 찔러 오는 마혁진!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나한테 다 계획이 있다! 북한산 가기만 하면 해결된다!”

“뻥 치시네! 그 계획이 뭔데?!”

“나비……!”

수없이 써먹은 단어가 나오기도 끊고 들어오는 마혁진.

“할 거 다 해 놓고는 그놈의 나비 타령은! 됐고 북한산 어디로 가는데? 마력 폭풍이 북한산 국립공원 어디로 가면 해결할 수 있는데?!”

다시 한번 정곡을 찔러 오는 마혁진!

‘뭐야, 이 녀석 왜 이렇게 예리해!’

당연히 어디로 가야 해결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마력 폭풍은 핑계일 뿐 진짜는 초월자 때문이니까!

그러나 가뜩이나 불신이 심해지는데 그렇게 말할 수는 없는 법!

‘이건 금괴 10톤이 아닌, 모두의 안전과 대의를 위해서다!’

천문석은 마음속으로 외치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가 보면 안다!”

“야, 이……!”

마혁진의 외침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부콰아아앙-

천문석은 배달 오토바이를 가속하며 외쳤다.

“그러니까! 잘 피하면서 따라와라! 염동!”

“뭐?! 뭘 피해…….”

반문하는 순간 자동차 위에 드리워지는 그림자!

“……!”

반사적으로 고개를 드는 순간 하늘에서 떨어지는 트럭이 보였다.

“미친!”

깜빡 잊고 있던 존재!

뒤를 쫓는 거대 괴수가 더럽게 짜증 나는 적을 잡기 위해 던진 트럭이다!

“어어어엇!”

“충돌한다!”

다급한 비명이 터져 나오는 순간.

마혁진은 반사적으로 염동력장을 펼쳤다.

자동차 위로 퍼져 나가는 역장의 방패!

파지지지직-

날아오는 트럭에 담긴 반발장과 역장의 방패에 담긴 각성력이 충돌해 마력 불꽃이 비 오듯 쏟아졌다.

마혁진은 직감했다.

‘뚫린다!’

반사적으로 순간이동으로 빠져나가려는 순간 떠오른 세 사람.

운전자, 국정원, 장철!

“순간이동으로 빠져나간다!”

외침과 동시에 세 사람에게 손을 뻗는 순간.

콰지지직-

역장의 방패를 깨뜨린 트럭이 자동차 위에 떨어졌다.

텅-

생각지도 못한 소리와 함께 탱탱볼처럼 튕겨 나가는 트럭!

“……!”

“……!”

“……!”

생각지도 못한 광경을 보는 순간 모두의 머릿속을 스치는 장면이 있었다.

자동차를 밟고 고통스럽게 울부짖던 거대 괴수!

“아!”

탄성을 터트린 장철이 빠르게 설명했다.

“이 자동차는 안전하다! 누군가 최고등급 보안 마력 회로를 새겨놨어. 나도 못 뚫었다!”

‘강철 해머가 못 뚫었다고?’

마혁진의 시선이 정면을 향하는 순간 의기양양한 외침이 돌아왔다.

“봤냐?! 반발장마저 튕겨 내는 마력 회로가 깔린 자동차! 전부 다 내 계획대로…….”

“뭔 개구라를! 마력 각성자 아닌 거 뻔히 아는데! 또 사기를…… 아니, 잠깐 그러고 보니 처음부터 이상했어! 너 전부 다 얻어걸린 거지?!”

“……!”

벌써 3번째 찔린 정곡!

원래 해명은 의혹 제기보다 몇 배나 힘든 법이다!

그래서 천문석은 가장 간단한 해결책을 사용했다.

[하하, 하하하-]

“야, 야! 웃지 말고 대답하라고! 너 할 말 없으면 웃는 거 다 들통 났어! 대답하라고 새캬!”

마혁진은 미친 듯이 외쳤으나 그 외침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쾅, 쾅, 콰아앙-

거대 랩터가 던진 자동차와 트럭이 폭격하듯 쏟아지기 시작했으니까!

차체에 닿는 순간, 무게와 충격량이 사라진 듯 사방으로 튕겨 나가는 트럭들.

그러나 보안 마력 회로는 자동차 자체의 힘, 마력을 늘려 주는 건 아니었다.

쏟아지는 폭격을 모조리 튕겨 내도 도로가 막히는 순간 자동차는 고립된다!

그리고 예상했던 일이 일어났다.

텅, 콰아앙-

튕겨 나간 트럭과 연쇄 충돌해 도로 앞을 막는 표지판, 가로등, 자동차!

“앞! 앞이 막혔어요!”

“염동!”

임수정과 장철이 외치는 순간.

“시바, 시바! 으아악-.”

마혁진은 괴성을 터트리며 앞을 막은 장애물을 밀어냈다.

부아아앙-

자동차는 역장이 만든 통로를 통과해 질주했다.

순간 정면에서 들려오는 외침!

“몬스터 무리! 뚫는다!”

“뭐?! 잠…….”

말을 잇기도 전에 나타난 오크, 고블린, 랩터, 늑대가 뒤엉킨 몬스터 무리!

부콰아아아앙-

100단위 몬스터 무리 속으로 배달 오토바이가 가속했다!

임팩트 순간 뻗어 나가는 검은 선!

쐐애애애액-

천문석의 손에 들린 자동 줄자가 무성한 풀을 날려 버리는 예초기처럼 길을 뚫었다.

반으로 갈린 마수와 몬스터 무리는 뒤를 따르는 자동차를 향해 쏟아졌다!

“염동!”

“빌어먹을 이럴 줄 알았다! 으아아악-.”

마혁진은 악을 쓰며 자동차 전면에 역장의 방패를 만들어 냈다!

쿵쿵, 쾅쾅쾅-

정면에선 파도처럼 밀려오는 마수와 몬스터가!

파아아아아앙-

뒤에는 온갖 잡동사니를 집어던지는 거대 괴수가 따라붙은 상황!

끝없이 울려 퍼지는 굉음과 비명, 괴성과 포효에 실린 반발장이 멀리멀리 퍼져 나갔다.

자석에 끌리는 쇳가루처럼 굉음과 포효에 끌린 마수와 몬스터가 끝도 없이 몰려들었다.

천문석의 배달 오토바이와 마혁진의 자동차는 눈밭을 구르는 눈 뭉치처럼 시가지에 흩어진 마수와 몬스터를 끌어당겨 빠르게 덩치를 키웠다.

산으로 줄줄이 막힌 서울 동부에 흩어진 몬스터가 하나로 뭉쳐 인위적인 몬스터 웨이브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계획대로!

천문석은 주위를 확인했다.

뒤로 따라붙는 자동차와 거대 괴수!

인력에 끌리듯 사방에서 밀려오는 마수와 몬스터!

예상대로 거대 괴수의 반발장도 자동차에 새겨진 마력 회로를 뚫지 못했다.

당연히 자잘한 마수와 몬스터의 공격은 안 통한다!

단 하나의 문제는 도로가 막히는 것!

하지만 이것도 이미 해결됐다!

으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도로를 뚫는 인간 트랙터, 염동 대협 마혁진이 있었으니까!

이대로 거대 괴수, 몬스터 웨이브를 끌고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가는 거다!

순간 머릿속에 경로가 그려졌다.

가능한 인적이 적은 아차산, 용마산, 망우산, 불암산 경계를 타고 북쪽으로 이동!

노원구!

수락산 입구에서 1km 남짓 서쪽에 초월자가 말한 목적지, 북한산 국립공원이 있다!

북한산 국립공원을 거대 괴수와 몬스터 웨이브로 엉망진창 난장판으로 만들고 얼렁뚱땅 2020년으로 튀면 된다!

‘하아- 어떻게든 됐네.’

천문석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동료들이 초월자와 인과가 엮이지 않게 아무 설명 없이 데려오는 건 성공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북한산 국립공원을 개판으로 만들고 임무 자체를 흐지부지 만드는 거다!

금괴 10톤!

너무나, 너무나 아쉬웠다!

그러나 초월자는 천의의 실 자락을 통해 자신을 불렀다.

아무리 금괴 10톤이 탐나도 아무 임무나 할 수는 없다!

천강흔 랜덤 박스가 봉인돼 마음껏 내력을 뽑아 쓸 수 있는 지금은 더욱더!

그렇다!

천강흔 랜덤 박스가 봉인되어 세 명이 거대 괴수를 아작 냈다!

2020년으로 돌아가는 순간 김철수 헌터업 사무소는 한 차원 높은 곳으로 비상한다!

더럽게 비싼 마탄 없이도 셋으로 거대 괴수를 잡는 신기원을 이룩한 거다!

서울 건물주?

성채 빌딩도 꿈이 아니다!

상상하지도 못한 초대박이 터지는 거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는 한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정체불명의 초월자!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닥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라도 자신에겐 플랜 Z가 있었다.

워커 실트의 회중시계.

이곳이 2000년 서울이라는 것.

두 가지를 이용한 계획 플랜 Z.

워커 실트의 회중시계로 동료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20년 존버를 하는 거다!

이건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을 생각한 최후의 계획일 뿐!

엉망진창 난장판에서 튀는 건 자신의 특기다!

카캬카카카카캌-

천문석은 가슴이 뻥 뚫릴 듯한 웃음을 터트리며 마수와 몬스터의 눈 뭉치를 데굴데굴 굴리며 북한산을 향해 질주했다.

*   *   *

천문석이 스노우볼을 굴릴 때.

어린이 대공원 건물 옥상은 발칵 뒤집혔다.

새로운 시대를 열 초인!

이세기와 염동 대협, 헌터 세 사람이 거대 괴수를 끌고 북쪽으로 사라졌다!

녹화된 영상이 있지만, 그뿐!

세 사람의 신병 확보는커녕 인적 사항조차 제대로 알아내지 못했다!

어떻게든 세 사람의 정체를 파악해야 한다.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아무것도 남기면 안 된다!”

“분류할 시간 없어! 대충 집어넣어 던져!”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

“신입! 신입은 어디 간 거야?!”

“신입은 나중에 찾고 우선 서류부터 챙겨!”

정신없이 테이블에 놓인 컴퓨터와 전화기, 서류를 자루에 담아 지상으로 드리워진 밧줄에 달린 완강기에 연결해 던졌다.

“내려간다!”

그르르르륵-

지상에 도착한 자루를 낚아채 트럭과 승합차에 정신없이 던져 넣는 국정원 직원들.

“제임스 김, 델타포스는 다른 승합차에 실어라.”

“네, 부장님!”

김 부장은 지시와 동시에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최 팀장이 정상이 아닌 걸 권 의원이 알게 된 상황!

게이트가 열리고 괴물이 쏟아진 비상 상황이지만, 노회한 정치인이 목줄을 끊을 기회를 놓칠 리 없다!

감찰, 검사, 경찰!

어디를 움직일지 모른다.

권 의원을 막을 수 있는 곳은 한 곳뿐이다.

청와대.

청와대를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은 손에 넣었다.

거대 괴수를 순식간에 박살 낸 초인!

이세기, 염동 대협, 헌터!

세 사람의 전투를 기록한 영상이 손에 들어왔다.

이 영상을 청와대에 넘기면 권 의원의 움직임에는 바로 제동이 걸린다.

문제는 아직 세 사람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

어디서 정보가 새는지 모르는 지금 영상을 넘기면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

그 증거, 정신줄을 놓은 제임스 김과 델타포스가 들것에 실려 나가고 있었다.

이건 단순히 영상만 넘어가는 거로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시대를 열 초인, 대한민국의 미래도 같이 넘어가는 거다!

이세기, 염동 대협, 헌터!

세 초인이 모두 한국 사람이란 건 그야말로 천운!

반드시 세 사람의 신병을 최소한 신원이라도 파악해야 한다!

이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부장님 김 대리에게 연락 왔습니다! 이세기, 염동 대협, 헌터와 함께 용마산을 지나 북한산 국립 공원으로 이동 중입니다!”

안도의 한숨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거대 괴수가 수십만 시민이 모인 한강으로 전진하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연락 계속 유지한다! 가능하면 산에 바짝 붙어 이동하고 전해라! 5팀은 준비되는 대로 바로 뒤로 따라붙고. 다른 팀은 캠프를 옮기는 즉시 대응한다!”

“네!”

“알겠습니다!”

잠시 멈췄던 직원들은 다시 정신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막은 마지막에 걷어라!”

“하늘 보지 마라! 위성이 찍고 있다!”

장비와 테이블이 철거되는 동시에 독한 락스가 뿌려지고 걸레가 움직여 빠르게 흔적을 지웠다.

순식간에 텅텅 비어가는 옥상.

이 옥상 가장자리에 누구의 시선도 받지 않고 바위처럼 서 있는 청년이 있었다.

무아지경에 빠진 청년 마혁진이었다.

수십 명의 장비를 철거하고 걸레질을 하는데도 그 누구도 청년 마혁진의 모습을 인식하지 못했다.

“5팀! 빨리 움직여라! 바로 따라붙어야 한다! 신입! 야, 누구 5팀 신입 본 사람 없어?!”

이때 서류 상자를 들고 달리던 직원이 청년 마혁진과 부딪혔다.

와르르 서류가 쏟아지는 순간.

“……!”

청년 마혁진은 무아지경이 깨져 번쩍 눈을 뜨고.

서류를 들고 달리던 직원은 갑자기 나타난 사람에 깜짝 놀라 외쳤다.

“신입! 너, 뭐야? 언제부터 여기 있던 거야?!”

“네, 네? 저 계속 여기 있었는데……?”

청년 마혁진이 멍한 눈으로 주위를 돌아볼 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야, 신입! 어디 있던 거야! 빨리 와라! 우리 팀 이제 출발한다! 뛰어!”

“네, 넷!”

청년 마혁진은 반사적으로 옥상을 가로지르고 계단을 뛰어 내려가 건물 앞 승합차에 탔다.

“바로 출발한다! 목적지는 북한산 국립공원이다!”

부아아앙-

마혁진이 탄 5팀 승합차가 북쪽으로 출발하고 뒤이어 자루를 실은 트럭과 승합차들이 줄줄이 출발하기 시작했다.

무전기와 전화기, 컴퓨터 온갖 장비와 텐트가 쳐 있고 수십 명의 국정원 직원과 제임스 김, 부상자들이 줄줄이 누워 있던 옥상은 사람이 있었다는 흔적도 없이 텅 비었다.

모두가 떠난 옥상에 남겨진 건 바닥에서 올라오는 독한 락스 냄새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허공에 떠 있는 돌멩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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