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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75화 (1,17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75화>

줄줄이 부러진 나무와 폭격이라도 맞은 듯 패인 도로와 땅!

전쟁터처럼 변한 어린이 대공원에 환호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 모든 환호성과 외침의 모이는 곳에 33개의 역장의 쐐기가 동시에 폭발해 너덜너덜해진 거대 랩터 사체가 있었다.

그리고 이 거대 랩터 사체 위에 막타를 때린 천문석이 서 있었다.

천문석은 힐끗 주위를 돌아봤다.

우와아아아-

건물 옥상에 자리한 국정원 직원들.

“드디어 끝났다! 마침내 집에 간다! 하하하하-.”

마침내 집에 돌아간다는 생각에 웃음을 터트리는 마혁진.

“믿었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어깨에 들어간 힘과 긴장을 풀고 어느새 웃고 있는 장철 헌터.

자신도 방금 전까진 이들과 같았다.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이 재수 없다는, 재앙의 화신이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바로잡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상황이 반전됐다.

자신의 심상이 누군가와 연결된 것이다!

반사적으로 연결된 경로를 되짚은 순간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하늘!

아득한 하늘에서 내려온 한 가닥 실이 심상과 연결됐다.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천의(天意)에서 튀어나온 실이다!

누군가 천의의 실을 뻗어 자신에게 연결했다!

‘아니, 이게 가능한 거야?!’

경악도 잠시 곧 하늘님의 명령처럼 마음속에서 울려 퍼진 외침!

[할 만하다! 할 수 있다!]

너무나 뜬금없고 황당하며 익숙한 외침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외침의 내용이 아닌 외침을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려 했다는 거다!

전생의 경지는 잃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대요마, 괴선, 마불, 마신의 강림체의 정신파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씹는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려 했다.

아득한 천의의 실을 뻗어 외침을 전하고 마음을 뒤흔드는 존재.

상대는 전생 천마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강자, 초월자였다!

거대 괴수를 처리하자마자 초월자가 튀어나온 상황!

겉으로는 허세를 떨며 어떻게든 연결을 끊으려 했으나 연결이 끊어지지 않았다.

마치 수없이 고난을 함께해 단단한 인과로 얽혀 있는 것처럼!

‘거대 괴수 처리하자마자 뭐가 이따위야! 하늘님! 이건 아니죠!’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마음속에선 절로 분통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겉으로는 여유 있는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당당하게 외치며 마음으로는 하늘님에게 부탁했다.

[하- 내가 지금 할 일이 엄청 많지만 앉았으면 넌 끝장이었다! 얼른 끊어! 나 엄청 바쁘다!]

‘하늘님. 제가 엄청 굴렀습니다. 그냥 연결 끊어 주시면 안 될까요?’

[야, 묻고 있잖아?! 너 누구야?! 마굴에서 기어 나온 마신, 허신이냐?]

‘하늘님! 진짜 이건 아니죠?! 저한테 이러시면 안 되죠!’

[이 녀석 뭐야?! 강제로 연결하고 왜 말이 없어?! 정체가 뭐냐니까?! 요마괴이? 마굴에서 도망친 허신, 괴선, 마불이냐?!]

‘아, 진짜! 이런 식으로 개연성 없이 막 사건이 터지면 안 된다니까요!’

……

사방에서 터지는 환호와 외침은 들리지도 않았다!

천문석은 최선을 다해 초월자에게는 허세를, 하늘님에게 간청했다.

초월자도 하늘님도 반응이 없었다!

‘이런 젠장……!’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돌연 심상에서 초월자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할 일이 있다!]

“……!”

촉이 왔다!

바로 지금이 결정적 순간! 초월자와 엮인 난장판에서 구를지 결정될 순간이다!

절대 엮이면 안 된다!

천문석은 혼심의 힘을 다해 외쳤다.

[갑자기 뭔 소리야! 할 일 있다고 말한다고 내가 ‘네, 알겠습니다’하고 할 리가 없잖아?! 얼른 연결이나 끊어…….]

[금 10톤! 대가는 금 10톤이다!]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고 머릿속에선 자동으로 계산이 이뤄졌다.

금 1kg의 가격은 대략 7,500만 원!

금 1,000kg, 1톤이면 750억!

금 10톤이면 7,500억이다!

7,500억!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다!

‘혹시 사기 아냐?!’

의심을 품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천의를 타고 전해지는 외침에는 한 점 거짓 없는 확신만이 담겨 있다!

이 초월자는 진짜 금 10톤을 줄 생각이다!

영생, 젊음, 힘과 권력 같은 게 아닌 ‘금’을 주겠다는 초월자!

전생 현생 통틀어 처음 만나는 합리적인 초월자였다!

“……!”

전율이 전신을 타고 흐르는 순간 생각하기도 전에 말이 튀어나왔다.

[대인! 제가 뭘 해야…… 아니, 어디 신가요?! 뭐든지 하겠습니다!]

반사적으로 외치는 순간 심상에 위치가 전해졌다.

거대한 도시와 맞닿은 광활한 산악지대!

익숙한 도시, 익숙한 산들!

어이없게도 자신이 가야 할 곳은 플랜 C.

뽀미가 있을 북한산 국립공원이었다!

이때 상념을 깨는 외침이 들려왔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이곳에서 철수해야 합니다!”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국정원 직원들.

“야, 빨리 내려와! 이제 돌아가야지!”

“하하하- 고생했다! 돌아가면 내가 한턱 크게 내겠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마혁진과 장철.

상대가 평범한 요마괴이라면 그냥 씹고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러나 상대는 천의의 실을 이용해 인과도 엮이지 않은 자신을 단숨에 찾아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감도 오지 않는 초월적인 능력이다!

이대로 2020년으로 튀었다간 어디까지 불똥이 튈지 알 수 없었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마혁진과 장철과 함께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가야 했다!

결국, 마혁진의 분통을 터트리며 했던 말대로 플랜ABC를 모두 하게 생겼다!

‘하,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문득 머리에 떠오른 가장 쉬운 방법.

‘그냥 담백하게 진실을 말할까?’

‘야, 우리 북한산 국립공원 가야 해. 방금 하늘에서 불렀다. 안 가면 무슨 일 터질지 몰라.’

장철 헌터님은 그냥 고개를 끄덕일 거다.

그러나 마혁진은 세상에서 제일 어이없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처럼 반문할 거다.

‘이 새끼가 또 구라치네? 됐고 얼른 집에 가자!’

마혁진은 믿지 않을 거다.

당연했다! 하늘의 부름이라니! 자신이 마혁진이라도 믿지 않았을 테니까!

‘시바, 시바! 그냥 혼자 가서 해결할까?!’

하지만 2020년으로 돌아갈 방법, 워커 실트의 회중시계는 하나뿐이다.

싫든 좋든 자신과 장철, 마혁진 셋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돌고 돌아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즉, 어떻게든 마혁진을 설득해서 북한산 국립공원에 같이 가야 한다.

“야, 뭐 하고 있어? 얼른 내려와. 이제 돌아가야지! 쟤들 오면 귀찮아져 그 전에 가자!”

마혁진이 국정원 직원들이 가득한 옥상을 가리키며 외쳤다.

“어, 그래. 그래야지…….”

천문석은 대답과 동시에 거대 괴수 사체에서 뛰어내렸다.

“하, 처음 의뢰받을 땐 이렇게 난장판에서 구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수고했다.”

한숨을 내쉬는 마혁진과 피식 웃는 장철이 다가오고 있었다.

천문석은 마음속으로 심호흡하고 입을 열었다.

“오해하지 말고…….”

부아아아앙-

거친 엔진음이 천문석의 말을 지워 버렸다.

반사적으로 돌아간 천문석, 장철, 마혁진 세 사람의 시선에 보였다.

빠르게 가까워지는 낯익은 자동차!

운전대를 잡은 임수정과 조수석에서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 외치는 김 대리!

“□□! □□□ □□□□!”

그러나 김 대리의 외침은 거친 엔진음에 지워졌다.

“쟤 뭐라는 거야?”

“안 와도 돼! 다 끝났다!”

마혁진과 장철이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김 대리의 외침을 읽혔다.

“변수. 변수가 있습니다?”

“……뭐?”

“갑자기 무슨……?”

불현듯 배달 오토바이를 탄 임수정과 김 대리를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삼거리 쌀집 배달 오토바이 뒷좌석에 탄 김 대리는 외쳤다.

‘지금 당장 포격 시작해야 합니다! 변수가 생겨서…….’

변수!

김 대리는 ‘변수’가 생겼다고 외쳤다.

일행과 국정원 모두가 아는 거대 랩터는 ‘변수’가 아니다!

“……!”

반사적으로 기감을 뻗는 순간.

쿠우우웅-

숲에서 튀어 오른 거대한 형체!

전신을 덮은 금속질 비늘!

기둥 같은 두 다리와 섬뜩한 갈고리발톱!

김 대리가 말한 변수!

또 다른 거대 랩터가 숲에서 도약해 자동차 위로 떨어져 내렸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달리는 순간 깨달았다.

‘이미 늦었다!’

콰아아아아앙-

거대 랩터의 엄청난 질량이 임수정과 김 대리가 탄 자동차를 직격했다!

국정원 직원들이 눈을 질끈 감고.

장철과 마혁진이 눈을 부릅뜨는 순간.

크아아, 크아아아앙-

거대 랩터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고통스러운 울음소리가!

“어?”

“……!”

생각지도 못한 울음소리에 고개를 돌린 모두는 봤다.

크아아아앙-

마치 레고를 밟은 사람처럼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거대 랩터를!

부아아아앙-

거대 랩터의 엄청난 질량에 직격당하고도 멀쩡히 달려오는 자동차를!

“……!”

“……!”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모두가 말을 잊은 이 순간.

천문석은 어느새 자동차 정면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쾅, 쿠르르르-

내력이 실린 강철봉을 땅에 내리찍어 달려오는 자동차를 세우는 즉시 외쳤다.

“야, 괜찮아?!”

“어, 어어어!”

“으아, 으아아아!”

완전히 혼이 나간 얼굴로 전신을 더듬는 차 안의 임수정과 김 대리!

두 사람은 작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자동차 외장에서 번쩍이는 마력 회로!

이 마력 회로가 거대 랩터의 질량 공격을 막아 내 두 사람을 구했다!

아니 막은 정도가 아니라 그 충격량을 되돌려 단숨에 반발장을 날려 버렸다!

국가 주요 시설과 장비, 성채 빌딩, 나이트 아머에나 설치되는 보안 마력 회로다!

당연히 게이트가 열린 직후인 지금은 이런 마력 회로가 존재할 리 없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갑자기 튀어나온 ‘변수’, 거대 랩터!

거대 괴수의 공격조차 되돌리는 자동차!

바로 앞에 넘어져 있는 삼거리 쌀집 오토바이!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다!’

천문석은 바로 앞 배달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우며 외쳤다.

“염동! 바로 따라와라!”

“뭐 하려는……!”

마혁진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배달 오토바이에 시동이 걸리고 튀어 나갔다.

부콰아아아아-

고통에 울부짖는 랩터를 향해 질주하는 배달 오토바이.

천문석은 강철봉을 창처럼 뽑아 거대 괴수를 겨눴다!

오토바이와 거대 괴수의 거리는 찰나에 좁혀들고 가슴이 끓어오르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하아아아아앗-]

이 순간 선명한 빛이 치솟은 강철봉과 거대 괴수가 충돌했다.

콰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엄청난 불꽃이 쏟아지고, 굉음이 터져 나왔다!

거대 랩터는 다진 고기처럼 발이 으스러진 채 쓰러질 듯 비틀거렸다.

“……!”

“……!”

“……!”

이 순간 장철과 마혁진부터 국정원 직원까지 모두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깨달았다.

‘전방 섬광!’

방금 전 거대 괴수와 똑같다!

이번에도 전방 섬광으로 괴수를 넘어트리고 역장의 쐐기를 박아 처리할 생각이다!

“자동차! 아까 섬광을 막았다!”

장철은 자동차를 향해 달렸고.

“어쩐지 쉽다 했어! 이 더러운 불운!”

마혁진은 분통을 터트리며 그 뒤를 따랐다.

“방금 전과 같다!”

“섬광 터진다!”

“모두 섬광과 굉음을 대비해라!”

국정원 직원들이 다급히 눈과 귀를 가리고 충격에 대비했다.

“……!”

“……!”

“…….”

1초, 2초, 10초!

그러나 섬광도 굉음도 느껴지지 않았다.

크아, 크아아앙-

거대 괴수의 고통스러운 울부짖음만 들려왔다.

‘……뭐지?’

마음속에 의문이 생겨난 순간 하늘을 울리는 엔진음과 쩌렁쩌렁한 외침이 들려왔다.

부콰아아아앙-

[나다! 바로 내가 네 발을 찍었다! 카캬캌-]

“…….”

“…….”

“…….”

하나둘 고개를 든 모두의 눈에 보였다.

부콰아아앙-

약 올리듯 거대 랩터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배달 오토바이.

크아, 크아아앙-

고통에 울부짖으며 점차 균형을 찾아가는 거대 랩터.

제대로 선빵을 갈긴 이세기는 주인공의 변신을 기다려 주는 악당처럼 거대 괴수가 회복하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

*   *   *

“야, 새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마혁진이 외치는 순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플랜 C! 내가 유인할게! 염동 따라와라! 바로 플랜 C로 넘어간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은 다급한 외침!

그러나 다급한 외침과 달리 배달 오토바이는 천천히 느긋하게 북쪽 도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

“…….”

“…….”

천천히 움직이는 배달 오토바이와 다급한 외침.

시각과 청각의 불일치에 모두가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볼 때.

장철은 말했다.

“플랜C? 저기 발이 아작 난 거대 괴수를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유인해서 처리한다고……? 아니 왜?!”

이 순간 마혁진은 자동차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외쳤다.

“야, 이 씹! 뭔 개삽질이야! 플랜 C가 여기서 왜 나와! 그냥 아까처럼 눈뽕 먹여서 쓰러트리고! 역장 쐐기 박아서 터트리면 되잖아!!”

천천히 나아가던 배달 오토바이가 멈추고 다시 한번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앗! 큰일이야!]

[힘이 다 떨어졌다!]

[어쩔 수 없이 플랜 C로 가야겠다!]

[염동! 힘을 아껴야 한다! 장철 헌터님이랑 그 자동차 타고 따라와라!]

[긴급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플랜 C다! 플랜 C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지?!]

부콰앙, 부콰앙-

마치 따라오라는 듯 울리는 엔진음과 천천히 북쪽으로 움직이는 배달 오토바이.

크아, 크아앙-

고통스러운 울부짖음과 함께 절뚝이며 그 뒤를 쫓는 거대 괴수.

“…….”

“…….”

외침을 듣고 눈앞의 광경을 본 모두는 깨달았다.

‘사기다!’

‘구라치고 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

그러나 사기라는 걸 알아도 움직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뭐, 재수가 좋아?! 대재앙의 화신 같은 새꺄! 너희 둘 얼른 내려!”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국정원 직원으로 의무가…….”

“서울 지리는 제가 나아요! 어디로 가야 하나요?!”

부아아아앙-

임수정이 운전대를 잡고 장철과 마혁진, 국정원 김 대리를 태운 자동차가 출발했다.

플랜 C.

이세기가 거대 괴수를 끌고 달리는 목적지, 북한산 국립공원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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