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74화>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천마와 인과가 엮이지도 않았는데 부르는 순간 단 한 번에 바로 연결됐다!
주소도 적지 않고 이름만 적어 보낸 편지가 제대로 도착하고.
이름을 외친 순간 찾는 사람이 ‘형, 여기요!’라며 튀어나온 거나 마찬가지 상황이다.
천운(天運)!
로또 당첨을 아득히 초월하는, 말 그대로 천운이 찾아왔다!
‘드디어 뭔가 좀 풀려 가는구나! 우선은 진짜 천마인지 확인부터!’
반색해서 확인하려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외침이 양쪽에서 울려 퍼졌다.
[봤냐? 봤냐?! 나 완전 재수 좋은 거 봤냐?! 카캬카카카캌-!]
멀리 시가지 방향으로 연결된 마법 회로에선 경쾌한 웃음이!
[……부잣집 아들!]
앞, 허공의 균열과 연결된 마법 회로에선 절절한 외침이!
동시에 걸려온 두 대의 전화기처럼 마력 회로를 타고 양쪽에서 전해지는 외침!
이 외침에는 언어를 뛰어넘어 듣는 순간 이해할 수 있는 뜻과 의지가 담겨 있었다!
경쾌한 웃음에 담긴 환희와 절절한 외침에 담긴 갈망!
환희와 갈망이 마음에 닿는 순간 알 수 있었다.
타 대륙의 마법과 심법과는 계통이 다른 힘, 원 대륙의 무공을 익힌 존재다!
그리고 천마의 힘은 무공에 근원을 두고 있다!
자신의 부름에 응답한 원 대륙의 무공을 익힌 존재!
두 존재 중에 천마가 있을 가능성이 확 올라갔다!
외침의 내용이 좀 이상하지만 상관없다.
불의 서약을 움직여 마력 폭풍만 터트리면 되니까!
김철수는 재빨리 마음을 가다듬고 마력을 담아 질문했다.
[천…….]
순간 허공의 균열에서 터져 나온 비명이 김철수의 말을 끊었다.
[끄어어억-]
그리고 폭풍같이 쏟아지는 외침!
[더럽게 아프잖아!]
[하, 시바. 괜히 등선한다고 말해서는…… 지금이라도 취소할까?]
[아니지, 화끈하게 등선해야 이놈들이 딴생각을 안 하지!]
[하, 뭔 놈의 불꽃이 이렇게 아픈 거야?! 제기랄 천마 신공, 빌어먹을 천강!]
[시바, 시바! 하늘님! 제가 진짜 천하의 평안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는데! 제 소원 꼭 들어줘야 합니다!]
[평소처럼 씹으면 안 됩니다! 절대 까먹으면 안 됩니다! ‘부잣집 아들’입니다!]
[하늘님! 다음에는 꼭 부잣집 아들로 부탁드립니다! ‘꼭’입니다! 꼭……!]
……
외침을 듣는 순간 감이 왔다.
‘인과율의 집행자, 천마?’
‘얘는 아니다!’
김철수는 바로 몸을 돌려 마력을 담아 외쳤다.
[천…….]
폭발하듯 터져 나온 웃음소리가 김철수의 말을 끊었다.
[카캬카카카캌-]
그리고 폭풍처럼 쏟아지는 외침!
[야, 염동 보이지?!]
[33개의 역장 쐐기에 골로 간 거대 괴수 보이지!!]
[내가 재앙의 화신?! 더럽게 재수 없다고?!]
[새캬! 앞으로는 행운의 화신, 더럽게 운 좋은 이세기 님이라고 불러라!]
[단 세 명이 거대 괴수 레이드에 성공했다!]
[이건 우리나라 헌터사, 아니 전 세계 헌터사에 길이 남을 엄청난 위업…….]
[……어? 검은 폭풍은 혼자서 거대 괴수를 잡았었다고?]
[아니 그게 말이 되는 거야? 거대 괴수를 어떻게 혼자서 잡아?!]
[염동 새꺄 구라지! 너 구라 치고 있는 거지?!]
……
이번에도 바로 감이 왔다.
‘역천을 바로잡는 역천, 천마?’
‘얘도 아니다!’
“…….”
김철수는 문득 앞과 뒤를 봤다.
눈앞 허공에 생겨난 균열과 등 뒤 아득한 하늘로 쭉 뻗은 선!
‘둘 다 아니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도대체 누구한테 연결된 거야?!”
첫 시도에 연결됐다고 천운이라고 생각했는데 둘 다 꽝이었다!
* * *
“빌어먹을 젠장 뭐가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진짜 타 대륙에 떨어졌을 때처럼 흑전이라도 붙어 있는 거 아냐?!”
김철수는 반사적으로 주머니를 뒤집고 로브와 신발을 샅샅이 털었다.
하지만 이곳은 지구다!
업을 삼키고 인과를 비틀어 갈망을 이뤄주는 마물, 흑전이 존재하는 타 대륙이 아니다!
당연히 주머니에선 흑전은커녕 동전 하나 튀어나오지 않았다.
주머니에서 튀어나온 건 반쯤 먹은 칼로리바와 요플레 뚜껑뿐이었다.
“아니, 흑전이 붙은 것도 아닌데 뭐가 이렇게 재수가 없어! 왜 하는 일마다 이 모양이야!”
으아아아악-
김철수는 괴성을 지르다 돌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
괜찮다! 이 정도로 자신은 꺾이지 않는다!
힘과 기억을 잊고, 돌과 철을 잃어버린 채 빈털터리가 됐지만 괜찮다!
빈털터리가 돼서 개같이 구르는 건 익숙하니까!
셀 수 없이 시간을 돌렸지만, 동료를 모두 잃고 결국 패배한 게이트 전쟁!
자신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우연히 가게 된 타 대륙!
총화기를 믿고 동료들과 혁명의 깃발을 들었다가 개같이 패배하고!
누군가 몰래 넣어 둔 흑전 때문에 북부 대산맥에서 판타나우 대습지까지 대륙 전체에서 굴렀다!
하루에도 수십 번 포기하고 싶은 고난과 시련을 계속, 계속 겪으면서 깨달았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기회는 온다!’
그 고난과 시련 끝에 최초의 머릿돌로 마탑을 세우고, 워커 실트와 함께 최초의 타이탄 강철을 만들었다.
마탑과 타이탄, 돌과 철의 이름으로 인류를 규합해 타 대륙에 가득한 악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인간만이 아닌 모든 지성체의 힘을 모아 타 대륙 전체를 갈아엎은 강철의 폭풍, 대륙 전쟁!
대륙 전쟁에서 마침내 승리했다!
인간, 수인, 엘프, 노움, 드워프, 아인종, 광기를 끊어 낸 마수!
모든 지성 있는 존재의 약속, 대협약의 맹약을 세계에 새겼다.
대협약의 맹약이 살아 있는 한 결코 무너지지 않을 인류의 제국, 마도 제국이 탄생했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이 포기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김철수는 마력을 담아 수천수만 번 외쳤던 문장을 다시금 외쳤다.
[할 만하다! 할 수 있다!]
[뭐야, 이거?! 어떤 놈……?!]
[이 목소리! 설마 하늘님……?]
마법 회로에서 전해지는 울림!
그러나 천마가 아닌 이상 볼일은 없다!
김철수는 마법 회로를 끊고 다시 한번 마력을 담아 외쳤다.
[천마! 나에게 와라!]
번쩍-
마법 회로에 마력광이 번뜩이는 순간 다시 연결됐다.
2번 연속 성공!
이제 마력이 간당간당하다.
더 시간을 끌면 진짜 명운을 깎아야 할 판이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안녕하세요? 혹시 천마신가요?]
김철수는 숨소리를 죽였고 대답은 바로 돌아왔다.
[앗! 뭐야? 아까 걔잖아?! 정신 방벽을 세웠는데?! 너 어떻게 연결한 거야!]
[이 거지 같은 타이밍! 하늘님! 하늘님 맞으시죠?! 드디어 대답이 돌아왔구나!]
첫 번째와 같은 존재와 다시 연결됐다!
그것도 두 명 다!
‘아니, 시파! 뭐가 이따위야?! 마법 회로를 대충 그려서 그런가?! 천마를 불렀는데 왜 자꾸 이상한 녀석들이 연결돼?!’
반사적으로 연결을 끊으려 할 때 다급한 외침이 돌아왔다.
[야, 묻고 있잖아?! 너 누구야?! 마굴에서 기어 나온 마신, 허신이냐?]
[제가 천마입니다! 하늘님! 마지막 순간이라고 드디어 제 소원을 들어주시려고 응답하신 거군요?!]
“……!”
김철수는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이 녀석 뭐야?! 강제로 연결하고 왜 말이 없어?! 정체가 뭐냐니까?! 요마괴이? 마굴에서 도망친 허신, 괴선, 마불이냐?!]
[아니, 잠깐만! 계속 씹다가 대성을 넘을 때 대답하면 어떡합니까! 하, 시바! 천강의 불꽃, 벌써 옮겨붙었는데! 저 훅 가기 직전, 찰나의 순간에 있습니다. 빨리 소원 접수해 주세요! 후생은 부잣집 아들입니다! 놀고먹을 수 있게 만석꾼, 전장, 객잔, 하여튼 부잣집 아들로 부탁합니다!]
전혀 다른 반응.
그러나 묘하게 비슷한 말투!
인과율의 집행자 천마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동네 PC방 죽돌이, 매주 로또를 사는 소시민 같은 말투였다!
그러나 너무나 의미심장한 단어가 말 곳곳에 박혀 있었다!
마굴!
천강의 불꽃!
대륙 전쟁에서 포획한 마신과 허신, 고대의 악과 초월자를 던져 넣은 허수 공간, 마굴!
마굴은 인과율이 만든 감옥이고.
천강의 불꽃은 역천을 바로잡는 천마의 상징이다!
진짜 천마다!
‘아니, 뭔 놈의 천마가 이래?!’
천마 후보가 둘이나 튀어나온 상황!
둘 중 하나는 가짜다!
하지만 진짜와 가짜를 가릴 필요는 없다.
자신의 목적은 진짜 천마를 찾는 게 아니라 불의 서약을 움직여 마력 폭풍을 일으키는 거니까!
즉, 진짜를 찾을 필요 없이 둘 다 움직이면 된다!
문제는 천마를 무엇으로 어떻게 움직이냐다!
[하- 내가 지금 할 일이 엄청 많지만 않았으면 넌 끝장이었다! 얼른 끊어! 나 엄청 바쁘다!]
[듣고 계시죠? 부잣집 아들입니다! 개같이 굴렀으니까 인간적으로 다음 생은 부잣집 아들입니다!]
이때 불현듯 떠오른 보상이 있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 어디서나 먹혔던 보상!
인과율의 집행자, 천마에게 먹힐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보상.
그러나 천마 후보 두 사람의 PC방 죽돌이, 소시민 같은 말투를 듣는 순간 감이 왔다.
‘이건 먹힌다!’
김철수는 마로 마력을 담아 외쳤다.
[할 일이 있다!]
[갑자기 뭔 소리야! 할 일 있다고 말한다고 내가 ‘네, 알겠습니다’하고 할 리가 없잖아?! 얼른 연결이나 끊어…….]
[저 지금 천강의 불꽃 붙었다니까요! 무아지경의 찰나에 있다고요! 이제 훅 가게 생겼는데 뭔 할 일……?!]
천마 후보 두 사람의 다른 듯 비슷한 대답이 들려오는 순간.
김철수는 말을 끊고 외쳤다.
[금 10톤! 대가는 금 10톤이다!]
금 1kg의 가격은 대략 5,000만 원!
금 1,000kg, 1톤이면 500억!
금 10톤이면 5,000억이다!
[…….]
[지금 천강의 불꽃 옮겨붙었다니까! 이제 훅 가게 생겼는데 뭔 놈의 금을…….]
[금 10톤! 반드시 후생으로 보내 주겠다!]
[…….]
[…….]
깊은 침묵 끝에 외침이 터져 나왔다.
[대인! 제가 뭘 해야…… 아니, 어디 신가요?! 뭐든지 하겠습니다!]
[하늘님! 감사합니다! 당장 가겠습니다!]
김철수는 즉시 시공간 좌표를 날려 보냈다.
천마라면 알아서 뚫고 찾아오리라!
그리고 예상대로 느껴졌다.
마력 회로와 연결된 아득한 곳에서 움직이는 두 사람의 존재감이!
좀 이상하지만, 천마가 오고 있다.
둘 중 한 명은 분명 진짜 천마일 거다!
천마가 온다면 불의 서약을 움직여 마력 폭풍을 터트리는 건 간단했다!
“됐다! 해결됐다!”
마력 폭풍 문제는 해결된 거나 마찬가지다.
이제 사소한 문제만 하나 남았다.
자신에게 금 10톤이 없다는 것!
“…….”
자신에게 있는 건 이것뿐이다.
김철수는 시선을 내려 손바닥을 봤다.
손바닥에 놓인 빈 칼로리바 포장지…….
“어? 왜 비어 있어?! 알맹이 어디 간 거야?!”
범인은 찾을 필요도 없었다.
냐얌, 냐아암-
범인은 바로 앞 암반 위에서 당당하게 훔친 칼로리바를 핥고 있었으니까!
“너 언제 나왔냐?”
냠, 냐암-!
경계하는 눈빛으로 칼로리바를 문 고개를 휙 돌리는 삼색 고양이 뽀미!
“안 뺏어 먹어!”
버럭 소리친 김철수는 생각했다.
대가로 줄 금 10톤이 없지만 괜찮다!
방금 뽀미가 직접 보여 준 것처럼 허락보다 우선 저지르고 용서받는 게 쉬운 법이니까!
자신은 절대 떼어먹으려는 게 아니다.
반드시 금 10톤을 줄 거다!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자신이 엄청난 부자가 되는 미래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미 대박 사업 아이템도 생각해 뒀다.
마력장에 영향을 받지 않고 발사되고 마력을 태우는 마탄!
게이트에 씌우는 마개이자 통제장치 게이트 안정화 장치!
이 두 가지 사업 아이템으로 대박을 터트려 나중에 금 10톤을 전해 주면 된다!
아니 아예 나중에 만들 회사의 주식을 미리 줘도 된다!
방금 대화한 천마는 생각과는 달리 말이 통하는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99.99% 초대박을 칠 회사의 주식을 절대 거절하지 않을 거다!
“아마도…….”
그래도 혹시 모르니 준비는 해야 했다.
쓱쓱, 쓰스스슥-
김철수는 잽싸게 분필을 쥐고 암반 위에 긴급 탈출용 마법 회로를 그리기 시작했다.
절대 먹튀를 하려는 게 아니다.
불의의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