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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71화 (1,17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71화>

최상급 포션과 초고순도 액화 정제 마석과 함께 건네진 담담한 말.

‘너라면 할 수 있다. 믿는다.’

담담한 말에 담긴 장철 헌터의 진심이 마음을 때렸다.

진심에는 진심으로!

천문석은 웃음기를 지우고 확신을 담아 대답했다.

“8할! 아니 전력을 다해 반드시 깨우겠습니다!”

“방법을 찾았다고?!”

순간 장철 헌터의 뒤에서 반색하는 목소리가 돌아왔다.

마혁진과 김 부장!

김 부장은 빠르게 간이침대로 다가와 말을 이었다.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 당장 깨워야 하는데 가능하겠나?”

“격전을 벌인 후에 엄청난 심적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저한테 깨울 방법이 있긴 한데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천문석은 최 팀장의 현재 상태와 깨울 방법, 위험 요소를 빠르게 설명했다.

“…….”

설명이 끝났을 때 김 부장의 손에는 천문석이 건네준 포션이 있었다.

김 부장은 포션이 담긴 앰플을 유심히 살피며 확인했다.

“이 약을 사용하고 방금 말한 그 방법을 쓰면 8할의 확률로 깨어난다고? 깨어나든 깨어나지 않든 24시간 안에 쇼크가 오고, 그 후에는 6개월은 입원해야 한다고?”

“최소가 6개월이고, 운이 없으면 1년 이상의 장기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천문석은 김 부장의 말을 바로 정정했다.

지금 사건이 일어나는 추세로 봐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했다.

“…….”

김 부장의 의심스러운 눈빛이 포션과 자신을 오갔다.

의심하는 게 당연했다.

설명에서 ‘포션, 재금 그룹, 각성력’ 같은 핵심 키워드를 모조리 빼고 설명했으니까!

당연히 자신의 이야기에는 구멍이 뻥뻥 뚫려 있었고.

국정원 부장쯤 되면 듣는 순간 말하지 않은 게 있다는 걸 알아챘을 거다.

이 구멍을 채우기 위해 더 설명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구멍을 믿음으로 채워 줄 사람이 앞에 있다.

염동 대협 마혁진!

천문석은 마혁진에게 눈빛으로 말했다.

‘야, 너 차례야! 얼른 나서라!’

‘하, 뭔가 불안한데…….’

마찬가지로 눈빛으로 대답하고 김 부장 앞에 나서는 마혁진.

“내가 보증한다.”

이때 다급한 외침이 줄줄이 이어졌다.

“거대 괴수가 돌아오고 있습니다!”

“바이크와의 간격이 줄고 있습니다!”

“용역 쪽에 나간 김 대리에게서 언제 이탈하냐는 연락이 왔습니다!”

“뺑뺑이 더는 힘듭니다. 이제 결정해야 합니다.”

“부장님! 정보위 통화 미루는 것 한계입니다! 뭔가 눈치챈 것 같습니다.”

……

부콰아아아아아-

점점 커지는 엔진음과 육감을 자극하는 살기!

더는 망설일 시간이 없다.

거대 괴수가 가까워지고 있다!

김 부장은 결정했다.

“해라. 내가 책임진다!”

“괜찮습니까?”

천문석은 다시 한번 확인했고.

김 부장은 확신을 담아 대답했다.

“최 팀장은 내가 잘 안다! 최 팀장이라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했을 거다!”

“알겠습니다!”

천문석은 대답과 동시에 움직였다.

재금 제약의 최상급 포션!

재금 그룹의 초고순도 정제 마석!

이 둘이라면 할 수 있다.

마의 극에 달했던 전생 천마!

전생 천마가 깨달은 극의를 담아 최대 출력 전법륜인 딱밤을 날린다!

*   *   *

와작-

최상급 포션을 깨뜨려 최 팀장의 입안에 흘려 넣고!

와드득-

왼손으로 해머 자루를 움켜잡고 오른손으로 전법륜인의 수인을 짚었다!

“최 팀장님 상처가……?”

“상처가 사라지잖아?!”

경악한 외침과 함께 변화가 시작됐다.

최 팀장의 전신에서 솟구치는 엄청난 생명력!

물로 씻어 내듯 피멍이 사라지고 부목으로 고정한 목, 팔다리에서 우드득-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시간을 빨리 돌리는 것처럼 순식간에 상처가 아물고 있다.

그야말로 기적의 치료제!

개당 3억이 넘는 재금 제약의 최상급 포션은 명불허전! 이름값, 돈값을 했다!

그러나 포션은 공짜가 아니다.

신체 내부에 잠들어 있는 생명력을 미리 당겨 쓰는 거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듯!

당겨쓴 생명력이 많을수록 포션 쇼크도 강하게 돌아온다!

빠르든 느리든 예외는 없다.

최대 24시간에서 최소 그 즉시!

포션 쇼크가 오는 순간 기적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전에 플랜A를 완성한다!’

해머를 잡은 왼손과 수인을 짚은 오른손.

양손에 심상을 집중하는 순간 변화가 시작했다.

두근, 두근-

해머를 잡은 왼손에서 시작된 맥동을 타고 초고순도 정제 마석의 마력이 흘러들어오고.

부르르르르-

맞닿은 엄지와 중지! 전법륜인의 수인을 짚은 오른손이 소리 없이 진동한다.

‘마력이 심상대로 움직일까?!’

고심한 게 무색하게 잡낭이 걸린 허리에 마력이 닿는 순간 쿵- 진동과 함께 심상에 따라 움직인다.

이 순간 원을 그린 오른손 손가락에서 생겨난 파문이 물결치듯 퍼져 나갔다.

시간, 청각, 촉각!

빛이 보이지도.

소리가 들려오지도.

진동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있는 모두.

장철, 마혁진, 김 부장, 국정원 직원들은 느꼈다!

의자, 테이블, 몸, 바닥, 건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훑고 지나가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흠칫 놀라 몸을 부르르 떨고 알 수 없는 전율에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돌아본다.

보통 사람은 여기까지였다.

그러나 장철, 마혁진, 청년 마혁진, 몇몇 국정원 직원들은 오감으로 전해지는 것 이상의 변화를 깨달았다.

‘느껴진다!’

몸이, 바닥이, 건물이 요동친다!

문득 난간 너머를 보는 순간 불현듯 알게 됐다.

대지가 요동치고, 하늘이 울고 있다.

그러나 오감으로는 빛, 소리, 진동, 냄새, 맛!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느낄 수 있었다.

장철과 마혁진은.

맹렬한 불꽃처럼 끓어오르는 각성력을!

몇몇 국정원 직원들은.

공명하는 소리굽쇠처럼 진동하는 몸을!

청년 마혁진은.

몸 안 깊은 곳에서 치솟는 생경한 힘을!

세상이 떨리고 있다.

그리고 이 떨림을 느끼는 건 오감이 아닌 마음이다.

이 순간 벼락 치듯 깨달았다.

떨리는 건 세상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나 자신이다!

깨달음의 순간 마음속에 작은 빛이 생겨나고 이 빛은 꼬리를 물고 원을 그려 냈다.

빛이 그려 내는 원을 바라보는 순간.

쾅-

존재의 본질을 관통하는 벼락이 떨어졌다.

허수아비처럼 줄줄이 쓰러지는 사람들.

그러나 장철, 마혁진, 청년 마혁진 세 사람은 쓰러지지 않았다.

전법륜인(轉法輪印).

대덕(大德)이 말로는 전할 수 없는 지고한 뜻을 전하는 수인.

전법륜인은 그 이름 그대로 전생 천마가 닿은 극의의 일단을 마음에서 마음으로 빛의 륜으로 전하고 있었다.

세 사람은 홀린 듯이 마음속에 생겨난 빛의 원, 천마의 극의가 담긴 지혜의 륜을 바라봤다.

당장이라도 잡힐 듯 선명하나 결코 손이 닿지 않는 하늘의 별처럼.

아득한, 너무나 아득한 빛이 지혜의 륜에서 쏟아졌다.

단 한 조각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전법륜인의 본질은 염화미소(拈華微笑)!

아이의 웃음을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마주 웃는 것처럼.

지혜의 륜에서 쏟아진 지고한 뜻이 영혼육백 존재의 본질을 적시고.

장철, 마혁진, 청년 마혁진은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천문석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무아지경에 빠져 단 하나만 생각하고 있었다.

역대급 전법륜인 딱밤을 때린다!

이 모습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김 부장과 국정원 직원들이 보고 있었다.

무너지듯 와르르 쓰러진 동료들!

혼이 나간 듯한 염동 대협과 그 동료. 그리고 신입!

당장이라도 움직여야 했지만 마음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김 부장과 국정원 직원 모두는 돌처럼 굳어 버린 채 같은 곳을 봤다.

최 팀장이 앞에 선 청년!

이 마법 같은 일을 일으킨 염동 대협의 동료 이세기를!

‘이건 된다!’

‘반드시 된다!’

‘이 엄청난 위용이라니!’

‘이건 성공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확신하는 순간 영원 같은 찰나의 순간이 지나가고 천둥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하늘을 잇는다!]

천지를 떨어 울리던 파문이 사라지고 거대한 종을 때리는 듯한 소리와 진동이 울려 퍼졌다.

따악, 따아악, 따아아악-

*   *   *

“…….”

“……!”

“……!?”

김 부장과 국정원 직원들은 눈으로 보면서도 지금 일어난 일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신비한 약으로 단숨에 상처를 치료하고 천지가 요동치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위용을 펼쳤다.

그런 위용을 펼친 이세기가 최 팀장을 깨우기 위해 한 것은…….

“딱밤……?”

“딱밤이라고?”

“지금 이마에 딱밤 때린 거야?!”

……

기절한 최 팀장 이마에 딱밤을 때리는 거였다!

모두가 황당함에 말을 잇지 못할 때 깊은 탄식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하늘은 어쩌자고 저런 놈한테…….”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염동 대협 마혁진.

“하, 하, 하하-”

허탈하게 웃는 장철 헌터.

어느새 무아지경에서 빠져나온 마혁진과 장철까지 말을 잇지 못할 때.

천문석은 고뇌하는 얼굴로 손가락과 이마가 불룩 부어오른 최 팀장을 봤다.

“약간 부족했나? 좋아! 한 번 더 간다!”

천문석이 다시 전법륜인 수인을 짚는 순간.

“……!”

죽은 듯이 누워 있던 최 팀장의 두 눈이 번쩍 떠졌다.

“최 팀장님!”

“정말 깨어났잖아!”

“정신 드십니까?! 여기 어딘지 기억나세요?!”

“뒤로! 빠지세요! 이제 저희가 맡겠습니다!”

굳어 있던 국정원 직원들이 반사적으로 달려들었다.

“잠깐만! 지금 가까이 가면……!”

천문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 팀장이 누워 있는 침대를 둘러싸는 직원들.

그리고 터져 나왔다.

끄어어어어억-

처절한 최 팀장의 비명이!

“빛이! 거대한 빛이 온 세상을 태운다! 끄어어억-!”

이성을 잃고 몸부림치는 최 팀장!

그러나 국정원 직원들은 일반인과 달랐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재빨리 사지를 붙잡고 늘어졌다.

“팔다리 잡아!”

“이마! 이마부터 고정해!”

“진통제 투여…….”

“안 돼! 다시 정신 잃으면 끝장이다!”

“팀장님! 정신 차리세요!”

“이곳 어린이 대공원입니다!”

“거대 괴수 포격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정보위 위원들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이때 김 부장이 간이침대에 얼굴이 들이밀며 다급히 외쳤다.

“당장 전화부터! 언제 쇼크가 올지 모른다!”

“여기! 전화……!”

김 부장은 전화기를 낚아채 간이침대에 제압된 최 팀장에게 내밀었다.

“길게 설명할 시간 없다. 작전 기억나지? 여기 어린이 대공원이다. 정보위 위원들이 말을 바꿨다! 네가 할 일…….”

“거대 괴수 포격!”

순간 최 팀장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할 수 있겠냐?”

최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전화기가 건네졌다.

반사적으로 팔다리, 이마를 잡은 손을 놓고 물러서는 직원들.

으드드드득-

최 팀장은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키고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 댔다.

“바로 연결해라!”

김 부장이 외치는 순간 바로 전화가 연결됐고.

최 팀장은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권 의원님. 최원익 팀장입니다. 걱정하셨다는 말씀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 멀쩡합니다. 당장…….”

*   *   *

최 팀장이 전화를 받았다!

하아아-

천문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잘 끝났네. 플랜A 성공. 이제 집에 돌아만 가면 된다. 하하하-”

“…….”

“…….”

장철과 마혁진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의문이 가득 담긴 기이한 시선이 날아왔다.

“뭐야, 염동 그 시선은? 헌터님까지?”

장철은 한참을 고심하다 입을 열었다.

“……너 방금 그거 뭐냐?”

“방금요? 아, 딱밤! 이 딱밤 장난 아니죠?! 포션이랑, 해머 속에 그거 덕분에 역대급 딱밤을 날릴 수 있었습니다! 한 방에 성공했습니다! 카캬캌-”

천문석이 당당히 외치는 순간.

장철은 허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딱밤…… 그게 딱밤이었구나…… 그렇지, 넌 특급 헌터 절친이었지……?”

“네? 특급 헌터 절친요? 그건 갑자기 왜?”

천문석이 반문하는 순간.

마혁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친 그 힘으로 딱밤이라고? 하늘도 무심하지. 이런 녀석에게 그런 힘을 주다니…….”

“뭐? 하늘이 줬다고?! 야, 이거 내가 피를 토하는 수련…… 은 아니었구나. 하여튼 내가 열심히 생각해서 만든 거야! 그리고 뭐 딱밤?! 이건 그냥 딱밤이 아니다! 딱밤계의 T.O.P. 전법륜인 딱밤이다! 영산회상거염화(靈山會上擧拈花)! 고승, 대덕이 말로는 전할 수 없는 깨달음을 전하기 위해 만든 수인으로…….”

이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최 팀장님?!”

순간 반사적으로 돌아가는 세 사람의 시선에 보였다.

전화기를 잡은 채 촛불이 바람에 꺼지듯 픽 쓰러지는 최 팀장의 모습이!

포션 쇼크!

“하필이면 지금!”

“어쩐지 불안하더라니!”

장철과 마혁진이 탄식할 때.

천문석은 이미 달리고 있었다.

“이 타이밍에 포션 쇼크라고?!”

“최 팀장님!”

“정신 차리세요!”

국정원 직원들이 다급히 외칠 때.

“잠시만 비켜 보세요!”

천문석은 간이침대에 기절한 마혁진에게 달라붙었고.

“모두 조용!”

김 부장은 떨어진 전화기를 낚아채 귀에 가져갔다.

“권 의원님. 김 부장입니다. 아뇨. 아무 문제 없습니다. 네, 최 팀장은 멀쩡합니다. 당연히 미국이랑 트러블은 헛소문입니다. 제임스 김이요? 글쎄요 제임스 김이라면 대사관에 있지 않겠습니까? 네, 네. 그럼 바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의원님.”

김 부장이 깊게 허리 숙이며 전화를 끊는 순간 숨죽이던 모두의 기대 어린 시선이 모였다.

“부장님?”

“…….”

짧은 침묵 후 김 부장의 고개가 가로저어졌다.

“텄다. 눈치챘어. 작전 실패다.”

옥상에 실망감이 퍼져 나갈 때.

천문석은 바로 옥상 난간을 향해 달렸다.

“플랜B! 염동, 헌터님! 바로 플랜B로 넘어갑니다!”

“알았다!”

“이럴 거 같더라니!”

장철 헌터, 마혁진은 대답과 동시에 움직였다.

“플랜B?!”

“뭐 하시려고?!”

“잠깐! 멈추세요!”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다급한 외침을 뒤로하고.

천문석은 단숨에 옥상을 달려 난간 너머로 몸을 날렸다.

쿠콰아아아-

거친 엔진음과 거대 괴수의 살기 어린 포효가 울려 퍼지고.

쿠우웅-

장철과 마혁진이 몸을 날리는 소리가 뒤이어 들려왔다.

천문석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괜찮다.

처음부터 플랜A가 실패할 때를 대비해서 플랜B, C를 준비했으니까!

그러니까 자신은 조금도 타격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시선이 하늘에 닿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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