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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70화 (1,17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70화>

‘최 팀장이 여기서 왜 나와?!’

최 팀장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외침.

‘1억 2천! 시고르자브르 종 개도 1억 2천! 합이 무려 2억 4천입니다!’

1차 세기말 대한민국!

난장판이 된 광화문에서 들었던 외침이다!

CIA 제임스 김 요원이 1억 ‘달러’를 불렀는데.

그걸 듣고도 당당히 2억 4천만 ‘원’을 불렀던 국정원 최 팀장!

1차 세기말 대한민국에서 처음 만났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 2004년 부산에서 다시 만났던 최 팀장을 2000년에 또 나타났다!

거대 괴수 포격의 키를 가진 핵심 인물로!

‘아니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장세린, 젊은 장민과 장철을 만날 것은 이미 예상했다.

던전에 투영한 장철 헌터의 바람, 목적이 세린이를 만나는 거였으니까!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계속 튀어나오고 있다.

젊은 마혁진!

CIA 제임스 김!

국정원 최 팀장!

……

무슨 동창회도 아니고 아는 얼굴들이 줄줄이 튀어나오는 상황!

이 넓은 서울에서 이렇게 연속으로 계속 엮이는 게 말이 되는 건가?!

국정원 최 팀장이 간이침대에 있다는 것은 주위 사람들도 국정원 직원이라는 뜻!

국정원 직원들이 젊은 마혁진을 ‘신입’이라고 불렀다.

즉, 미래의 깡패 두목, 칠성파 보스 마혁진이 공무원 그것도 국정원 직원이 된 것이다!

싸했다. 느낌이 너무나 싸해서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이러다 특급 헌터랑 철수 형도 나타나는 거 아냐?”

말하는 순간 바로 고개가 가로저어졌다.

특급 헌터는 아직 태어나기도 전이다.

하지만 철수 형은 지금 5살에서 8살쯤 됐을 때니까 가능성이 있다.

만약 어린 철수형까지 나타나면 이건 100% 하늘님의 농간…….

‘어, 잠깐 뭔가 이상한데……?!’

문득 뇌리를 스치는 위화감!

특급 헌터와 철수형.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게 있었다!

‘뭐지? 지금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거지?!’

눈으론 최 팀장을 살피며 머릿속에 흩어진 단서에서 위화감의 원인을 찾을 때 소리가 들려왔다.

쿠콰아아아앙-

멀리서 가까워지는 엔진음과 의아해 하는 목소리가!

“……선생님?”

“혹시 힘들 것 같나요?”

“각성제를 썼는데도 전혀 정신을 못 차리던데…….”

“지금이라도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

국정원 직원들의 걱정스러운 얼굴들!

위화감의 정체를 찾을 때가 아니다!

지금은 핵심 인물 최 팀장을 깨우는 게 우선이다!

천문석은 재빨리 최 팀장의 전신을 살폈다.

갈가리 찢긴 옷과 검붉은 피멍이 든 전신!

소독약 냄새가 확 올라오고 목, 팔다리 곳곳에 부목이 대어져 있다!

몬스터, 상급 오크 전사랑 맨손으로 싸운 듯한 부상!

“아니, 뭘 하다가 이 꼴이 된 건가요?!”

국정원 직원들은 분분히 눈을 피했다.

“잠시만 확인부터 하겠습니다!”

천문석은 최 팀장의 손목을 잡고 내력을 흘려 넣는 순간 흠칫 놀랐다.

‘시바 이게 뭐야?!’

부러진 뼈!

파열된 근육과 늘어난 인대!

장기 곳곳이 남아 있는 충격들!

최 팀장은 겉모습뿐 아니라 속까지 아주 걸레짝이 됐다!

진짜 문제는 기혈!

정신을 받치는 기둥!

천주혈(天柱穴)이 꽉 막혀 있다!

전생 천마가 무림을 활보하며 수없이 만들어 냈던 것처럼!

천문석은 바로 확인했다.

“혹시 최 팀장님 화병 있습니까?”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런 장면 있잖아요? 어르신들이 갑자기 뒷목 잡고 쓰러지시는 상황. 최 팀장님 지금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천주혈을 꽉 막은 상태인데……!”

“울화요? 그럴 리가!”

“최 팀장이 울화에 쓰러질 사람이 아닌데?

“다른 사람을 넘어가게 하면 했지! 최 팀장이 그럴 리가 없는데?!”

……

동료들의 정신없는 외침 사이로 돌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으아앗-”

모두의 시선이 모인 곳에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청년, 젊은 마혁진이 있었다.

“그렇지! 신입이 같이 있었지?!”

“신입 너 뭐 아는 거 없냐?”

“빨리 말 좀 해 봐!”

“아니, 저 그게 그러니까…….”

……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과 파르르 떨리는 손!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청년 마혁진!

청년 마혁진은 무언가 알고 있다!

“야,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뭔가 있었지? 그렇지?!”

낌새를 눈치챈 국정원 직원들이 청년 마혁진에게 몰려들 때.

천문석은 최 팀장에게 집중했다.

무슨 일이 있었든 과거!

지금 중요한 건 정신줄을 놓은 최 팀장을 깨워 거대 괴수를 처리하는 거다!

천문석은 내력을 움직여 최 팀장의 몸 상태를 살피며 머리를 굴렸다.

전법륜인!

말로는 전할 수 없는 지고한 깨달음을 전하는 수인!

천문석은 이 전법륜인의 수인을 응용한 딱밤으로 수많은 일을 해냈다.

고통을 주고!

포텐을 터트리고!

기절한 사람을 깨웠다!

전법륜인 딱밤의 원리는 배터리가 방전된 자동차에 점프 스타터로 시동을 거는 것과 비슷했다.

점프 스타터가 순간적으로 고압 전류를 흘려보내 시동을 걸듯.

전법륜인 딱밤은 영육과 혼백 사이, 심상 공간 깊은 곳에 자리한 선천지기를 격발시켜 진아(眞我)를 깨운다.

격발된 선천지기가 지나가는 통로, 신경과 혈도가 바로 점프 스타터의 고압 전류가 흘러가는 전선이다!

몸이 걸레짝이 되고 천주혈이 막혔는데 전법륜인 딱밤을 갈겨 선천지기를 격발하면?!

꼬마전구용 전선에 고압 전류를 흘려보내는 꼴이다.

한계를 넘는 전류에 전선은 흔적도 없이 불타 사라진다!

최 팀장의 몸과 천주혈이 이 상태라면 전법륜인 딱밤은 안 된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천문석은 잡낭을 열고 손을 넣었다.

찾을 필요도 없이 손에 잡히는 매끄러운 감촉!

잡낭에서 손을 꺼내자 투명한 액체가 담긴 앰플이 보였다.

기적의 치료제 포션!

포션으로 최 팀장의 걸레짝이 된 몸을 치료하고, 전법륜인 딱밤을 갈기면 가능성이 있다!

깨어날 확률 50%!

충분히 도전 가능한 확률이다.

그러나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1. 포션 쇼크.

2. 최하급 포션.

3. 연이은 불운.

포션은 공짜가 아니다.

신체에 잠들어 있는 힘을 미리 끌어당겨 사용하는 거다.

하루 이틀 사흘!

잠을 자지 않고 체력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픽 쓰러지게 된다.

포션도 마찬가지다.

사용 후 24시간 안에 반드시 쇼크가 온다.

그리고 그 쇼크의 강도는 육체 상태와 운, 포션의 품질에 반비례한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튀어나오고, 사건, 사고가 이어지는 불운의 연속!

게다가 자신의 손에 들린 이 포션은 철수 형이 사무실을 차린 초기에 마련한 최하급 포션이다!

최 팀장의 걸레짝이 된 몸!

불운의 연속과 최하급 포션!

여기에 전법륜인 딱밤으로 선천지기를 격발시키면?!

말라 가는 샘에 파이프를 박고 지하수를 모조리 뽑아내는 것과 같다.

50%라는 확률을 뚫고 깨어나도. 포션 쇼크가 오는 순간 엄청난 부하가 영육과 혼백, 육체와 정신에 걸린다!

최소 6개월 이상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

자신이라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아니 전생 천마이자 현생 알바인 자신에겐 이 정도 부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피식 한 번 웃으며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최 팀장은 자신이 아니다.

아무리 국정원 직원이라도 각성자도 아닌 일반인에게, 위험을 감수하고 희생하라고 타인인 자신이 말할 수는 없었다!

플랜A.

포격으로 어린이 대공원의 거대 괴수를 갈아 버리는 건 시도하기도 전에 실패했다!

*   *   *

“좀 좋은 포션을 넣어 두는 건데…….”

깨달음의 순간 마음속에 후회가 밀려왔다.

어차피 잡낭에 넣어 두고 제대로 사용하지도 않은 포션이다.

하급 포션이 아닌 오래전 꼬맹이에게 선물 받았던 재금 제약 포션이 있었더라면?!

“아니, 중급 포션만 있었어도 가능성이 대폭 올라갔을 텐데!”

마음속 탄식이 그대로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순간 불쑥 끼어드는 중저음의 목소리.

“중급 포션? 뭐가 잘 안되고……? 어, 이 사람……?!”

어느새 나타난 장철 헌터는 흠칫 놀라 목소리를 죽였다.

“최 팀장! 헌터용 무술 개발한 국정원 최 팀장이잖아? 얘 왜 이래?!”

장철 헌터는 간이침대 위의 최 팀장을 한눈에 알아봤다.

“어떻게 아시는……?”

묻는 순간 깨달았다.

서로 아는 게 당연했다.

서울 수복 작전!

최 팀장은 작전을 위해 헌터들을 낚고 다녔고.

장철 헌터는 현장에서 게이트까지 길을 뚫은 1세대 헌터 강철해머니까!

“아무래도 몬스터랑 붙다가 이 꼴이 된 것 같습니다.”

“하긴 이 녀석 예전부터 무모했지. 이태성한테도 일대일로 붙어서 지면 입대하라고 했었으니까…… 그보다 방금 중급 포션은 무슨 이야기야?”

“깨울 방법을 찾았는데 가진 포션이 하급 포션밖에 없어서…….”

“이건 안 될까?”

장철은 해머가 줄줄이 걸린 공구 벨트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꺼내 펼쳤다.

커다란 손바닥 위에 놓인 새끼손가락 길이의 앰플 십여 개.

앰플 안에는 짙은 푸른색의 점성 있는 액체가 담겨 있었다.

“……!”

판매가 1억 원! 물량이 딸려 평균 경매가 3억 원!

돈이 있어도 인맥이 없으면 구할 수 있는 재금 제약의 헌터용 포션이다!

최상급 포션 11개가 장철 헌터의 손바닥에 놓여 있었다!

순간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계산기가 돌아갔다.

3억원 x 11개 = 33억원!

이것도 인맥이 있어 경매에 참가했을 때의 가격이다!

인맥이 없거나 대량으로 구매하려면 프리미엄이 붙어 한도 끝도 없이 가격이 올라간다!

지금 장철 헌터의 손에 놓인 최상급 포션의 가격은 거의 50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아니, 어떻게 구한 거야?!’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할 때 돌아오는 심각한 목소리.

“이걸로는 안 되는 거냐? 꼭 중급 포션이 필요한 거냐? 중급 포션은 없는데…… 혹시 이걸 같이 사용하면 어떻게 안 될까?”

장철은 힐끗 주위를 돌아보더니 공구 벨트에 걸린 해머를 들고 손잡이를 비틀었다.

파스스스-

빙글 돌아가는 손잡이 틈에서 만져질 듯 선명한 마력이 흘러나왔다.

‘설마, 설마?!’

곧 해머 손잡이가 완전히 분리되고 모습이 드러났다.

마력 회로와 기계장치 한 가운에 있는 육각 수정 기둥과 그 안에서 흔들리는 점성 있는 액체!

무공에 입문하기 전. 서울 사태가 터지고 학교에 고립된 류세연을 구하러 갔다 우연히 본 액화 정제 마석이다!

학교에서 본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고순도의 액화 정제 마석이다!

바로 머리에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설마 이거 나이트 아머……?”

장철은 해머 손잡이를 잠그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이트 아머 연료다.”

나이트 아머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정제 마석은 하나뿐이다.

재금 그룹의 기술로 정제한 초고순도 액화 정제 마석!

이건 포션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물건이다.

초고순도 액화 정제 마석은 나이트 아머와 마찬가지로 국가가 관리하는 전략 물자다!

나이트 아머가 돈이 있다고 살 수 있는 마도구가 아닌 것처럼.

초고순도 액화 정제 마석도 돈이 있다고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어떻게?!”

천문석은 묻는 순간 깨달았다.

장철 헌터는 장강 유통 장민 대표의 친오빠다!

“장강 유통?!”

“맞다.”

장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후두둑-

재금 제약의 최상급 포션 11개가 손바닥에 쏟아지고.

턱-

재금 그룹의 초고순도 액화 정제 마석이 박혀 있는 해머가 손에 쥐어졌다.

“……헌터님 이건?”

장철은 웃음기 하나 없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빌려주는 거 아니다. 주는 거다. 너라면 할 수 있다.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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