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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69화 (1,17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69화>

“확실합니다! 저 사람! 아니 저분이 염동 대협이십니다!”

청년이 외치는 순간 옥상 전체에 경악이 퍼져 나갔다.

“괴물들을 염동력으로 갈아 버린 초능력자!”

“범람 직전인 중랑천 물길을 혼자서 뚫었다는!”

“끊어진 청담대교, 영동대교를 이었다는 그 염동 대협?!”

“신입! 확실하냐? 진짜 염동 대협이야?!”

“분명합니다! 제가 쥐어터지면서 분명히 들었습니다! 눈이 셋인 것처럼 번뜩이는 두 눈! 주먹 한 방에 괴물을 아작 내는 엄청난 힘!”

……

경악한 외침 뒤로 경외 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염동 대협 마혁진이 아닌 장철 헌터에게!

‘쟤는 또 뭐야?!’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을 때 느껴지는 시선!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천문석 자신을 바라보는 장철 헌터의 두 눈이!

“……!”

장철 헌터는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거 혹시 네 계획이냐?!’

당연히 계획일 리 없었다!

어디서 쥐어 터지고 온 것 같은 저 청년이 완전히 헛다리를 짚은 거다!

예상 밖의 변수지만 괜찮다!

이 자리에는 진짜 염동 대협이 있었으니까!

“염동, 빨리 해명……!”

고개를 돌리던 천문석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일그러진 눈썹과 부릅뜬 눈!

격동으로 파르르 떨리는 몸!

염동 대협 마혁진은 마치 귀신이라도 만난 것 같은 얼굴로 청년을 보고 있었다!

“……!”

머릿속에서 팟- 스파크가 튀고 영동대교의 기억이 떠올랐다.

시청 공고문 도난 사건의 범인이 자신인 것을 알았는데도 그냥 넘어가고!

삶에 지친 노인처럼 의욕 없는 눈빛으로 먼 곳을 보던 그 모습!

그때의 기억과 지금의 모습이 합쳐지는 순간 한 가지 가정이 뇌리를 스쳤다.

“……!”

천문석은 청년과 마혁진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

뜯긴 머리카락과 푸른 멍이 든 얼굴의 청년!

마스크 너머 까맣게 타고 거칠어진 얼굴의 마혁진!

30살은 차이 나 보이는 두 사람의 얼굴이 묘하게 닮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했던 말!

‘장철한테는 꼬박꼬박 존댓말인데 왜 나한테는 말을 까는데?! 내가 장철, 이태성 걔네들보다 나이도……!’

마혁진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오르는 동시에 벼락같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마혁진이 차마 하지 못하고 삼켰던 말!

‘나이도 엄청 많은데!!’

마혁진이 화를 낼 만했다!

장철, 이태성 길드장 보다 한두 살이 아닌 적어도 열 살 이상 많았으니까!

마혁진이 삶에 지친 노인처럼 의욕 없는 눈빛을 한 이유가 바로 앞에 있었다!

천문석은 외쳤다.

“저 청년, 네 아들이구나!”

* * *

저 청년이 염동 대협과 함께 나타난 남자의 아들이라고?!

“……!”

“……!”

“……!”

터질듯한 정적 속에서 모두의 시선이 청년과 마스크를 쓴 남자를 오갔다!

“신입이랑 비슷한가?!”

“얼굴은 완전히 다른 거 같은데?!”

“20대랑 50대? 나이대는 얼추 맞는 거 같은데?!”

“이거 진짜야? 염동 대협 동료가 신입 아버지였어?!”

사방에서 말이 쏟아지는 순간.

청년은 얼빠진 얼굴로 대답했다.

“아들이요? 염동 대협 옆에 저분이 제 아버지시라고요? 그럴 리가!”

“쟤, 아들이 있었던 거야?!”

장철 헌터마저 경악하는 순간.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 논리적 추론에 의하면 90% 이상 확실……!”

“미친 새꺄! 뭔 헛소리야! 내가 아들이 어디 있어?!”

마혁진의 외침이 말을 끊는 순간.

천문석은 깊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하아- 괜찮다. 우리는 전부 이해…….”

순간 다급히 소매를 잡아 오는 손길!

피핏-

바람 빠지는 소리, 섬광과 함께 공간을 뛰어넘어 떨어진 옥상 가장자리!

마혁진의 침통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쟤 나야.”

“……뭐?”

마혁진은 청년을 가리켰다.

“장철한테 염동 대협이라고 말한 저 청년이 20년 전 나라고.”

“…….”

천문석은 고개를 돌려 마혁진이 가리킨 청년을 다시 봤다.

뜯긴 머리카락.

푸른 멍이 든 얼굴.

찢긴 옷과 쥐어 터진 몸.

신동대문, 열사의 사막, 2004년 부산 그리고 지금 자신 앞.

칠성 길드 길드장, 사막의 도망자, 칠성파 보스, 염동 대협까지!

그동안 본 마혁진의 수많은 모습과 청년은 완전히 달랐다!

겉모습이 아니라 기질 자체가 달랐다!

깡패 두목과 어리바리 신입 알바 이상의 차이가 났다!

100번 양보해서 사람의 기질은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절대 변할 수 없는 게 있었다!

나이!

“염동 새꺄. 어디서 구라를! 너 분명 장철 헌터, 이태성 길드장보다 나이 엄청 많다고 했잖아!!”

흠칫 놀랐다가 황당한 얼굴로 반문하는 마혁진.

“갑자기 뜬금없이 그게 뭔 소리…….”

“쟤가 젊은 너라고? 저기 저 청년 얼굴 봐봐! 딱 봐도 갓 고등학교 졸업했을 나이, 많아야 대학교 신입생인데! 저런 얼굴로 장철 헌터, 이태성 길드장보다 나이가 많다고? 지금 그 말을 나더러 믿으라고?!”

“……!!”

마혁진은 그대로 얼어붙었고.

“너 혹시 자식을 버리고 모른 척…….”

천문석의 의심스러운 목소리가 이어질 때 깊은 탄식이 들려왔다.

“하아아- 어쩐지 예전부터 이상하다 했어…….”

어느새 다가온 장철 헌터의 탄식.

“네?”

천문석이 반문하는 순간.

장철 헌터는 마혁진에게 질문했다.

“너, 몇 살 올린 거냐?”

“…….”

마혁진이 침묵하는 순간.

천문석의 머릿속에 벼락이 떨어졌다.

마혁진의 침묵 속에 답이 있었다!

‘내가 장철, 이태성 걔네들보다 나이도……!’

마혁진이 삼켰던 뒷말은 ‘나이도 엄청 많은데!’가 아니었다!

“……!’

자신도 모르게 움직인 시선에 보였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 같은 청년!

이 청년 옆에 청담대교에서 만난 사람의 모습이 그려졌다.

세린이 아빠, 회사원 장철의 모습이!

10대 후반의 청년 마혁진!

2, 30대 회사원 세린이 아빠 장철!

한국 사람이 나이로 싸우면 민증부터 까는 이유가 눈앞에 있었다!

마침내 진실을 깨닫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와, 이 사기꾼 녀석! 너 도대체 몇 살을 올린 거야?!”

“…….”

염동 대협 마혁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장철 헌터의 어이없어 하는 한숨 소리만 울려 퍼졌다.

부콰아아아앙-

이때 멀리서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들려오고 번쩍 정신이 들었다.

이럴 때가 아니다!

지금은 젊은 마혁진이 중요한 게 아니라, 거대 괴수를 처리해야 한다!

“마혁진 조지는 건 나중에 하고 우선 거대 괴수부터 처리하죠!”

“알았다!”

장철 헌터의 대답과 함께 움직이는 순간.

마혁진이 다급히 끼어들었다.

“잠깐! 야, 잠깐만 기다려! 지금 상황이 이상해!”

“뭔데? 빨리 간단히 설명해! 사기꾼!”

“야, 이!”

한 대 칠 듯 파르르 떨다 말을 잇는 마혁진.

“저 청년, 과거의 내가 저 사람들이랑 같이 있으면 안 돼. 지금쯤이면 온라인 게임 작업장 신입직원으로 구르고 있을 때다.”

순간 천문석과 장철, 마혁진 세 사람의 시선이 얽히고 같은 단어가 머리에 떠올랐다.

나비효과!

“잠시만……!”

천문석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청년 마혁진의 운명이 변하면 무슨 문제가 생기지?’

서울 수복 작전!

2004년 부산에서의 미래가 변한다!

최 팀장과 함께 칠성파 보스 마혁진이 서울 수복 작전에 참전하게 만든 게 허사가 되는 거다!

‘시바! 이거 어떻게 하지?!’

고심하는 순간 바로 깨달았다.

자신이 지금 이곳에 있는 근본적인 이유!

1차 세기말 대한민국 때와 같다!

과거를 바꾼다고 반드시 미래가 변하는 건 아니다!

진인사대천명!

지금 해야 할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천문석은 빠르게 생각을 정리해 입을 열었다.

“플랜A 그대로 밀고 나갑니다. 변수를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두 분은 이름 노출하면 안 됩니다. 제가 주도적으로 움직이겠습니다. 명심해야 할 건…….”

천문석은 변경된 계획을 설명 후 바로 움직였다.

얼빠진 표정으로 일행을 보고 있는 사람들!

그 중앙에 있는 모두가 은연중 신경 쓰는 사람, 이 자리의 책임자를 향해서!

시작은 오해를 바로잡는 것!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천문석은 깊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말을 쏟아 냈다.

“방금은 죄송했습니다. 제가 오해를 한 것 같습니다!”

“저 청년이랑 이분이랑은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그리고 저 청년도 뭔가 오해를 한 것 같네요.”

“이쪽 곰같이 듬직하신 분이 아니라 이쪽의 카리스마 있으신 분이 염동 대협이십니다!”

마혁진이 앞으로 나서며 목소리를 착 내리깔았다.

“염동 대협이다.”

“…….”

“…….”

“…….”

그러나 돌아오는 건 불신 어린 싸한 시선이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최악의 첫인상! 막장 드라마급 헛다리를 짚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해결 방법을 준비했다.

“염동 대협!”

두두두두두둗-

지진이라도 난 듯 테이블, 컴퓨터, 전화기, 무전기…… 옥상의 모든 것이 요동쳤다.

그리고 다음 순간 소리도 없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함성도 외침도 없었다.

그러나 모두의 경악한 얼굴을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더 이상의 설득은 필요 없다!

천문석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당장 어린이 대공원의 거대 괴수에게 포격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

희끗희끗한 머리와 단단한 인상의 장년인!

긴 시간 책임자, 관리직에 앉아 있는 사람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이 날아온다!

만만치 않은 느낌!

천문석은 머릿속으로 설득하기 위해서 해야 할 말과 행동의 시뮬레이션을 미친 듯이 돌렸다.

“알아.”

마침내 책임자의 입이 열리는 순간.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거대 괴수가 인적이 없는 대공원에 있는 지금이 기회입니다! 당장 포격을 쏟아부어……!”

“그러려고 하고 있어.”

“……네?”

예상과 전혀 다른 반응에 한 박자 늦게 반응할 때.

책임자는 깊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우리도 저 거대 괴수한테 포격을 쏟아부으려 하는데 라인이 끊어졌어.”

“라인이 끊어져요?”

“자세한 건 기밀이라 말해 줄 수 없고, 저기 간이침대 보이지?”

책임자의 손이 멈춘 장소는 처음 옥상에 기어 올라왔을 때 봤던 옥상 가장자리에 줄줄이 놓인 간이침대였다.

그곳엔 너덧 명의 남녀가 침대에 달라붙어 다급한 얼굴로 무언가 하고 있었다.

“저 간이침대에 기절한 직원이 핵심 인물, 라인을 알고 있다. 걔가 정신을 차려야 포격을 할 수 있어.”

“혹시 군부대 사령관……?”

“그건 아니고, 그냥 쟤가 전화 몇 통화만 하면 포격 문제는 해결되는데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

정신줄을 놓은 사람을 깨우는 건 자신의 특기!

천문석은 자신 있게 말했다.

“제가 좀 볼 수 있을까요?”

“혹시 의사?!”

“의사는 아닌데. 제가 사람 깨우는 데는 일가견 있습니다!”

반색했던 책임자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저 녀석 얼굴 자체가 비밀인데…….”

힐끗 자신과 염동, 장철의 마스크를 보는 모습에 바로 감이 왔다.

신분을 밝히라는 뜻!

“전 이세기라고 합니다. 제 신분은 염동 대협이 보장할 겁니다! 염동 대협!”

“…….”

“염동 대협님?”

염동 대협 마혁진은 영동대교에서처럼 멍하니 한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과거의 자신!

선배들에게 한 소리 듣는 청년 마혁진을!

천문석은 잽싸게 달려가 옆구리를 찔렀다.

“야! 들키려고 작정했냐? 빨리 와서, 내 신원 보증한다고 말해!”

“어, 어. 그래…….”

마혁진은 여전히 청년을 힐끗거리며 걸어와 말했다.

“이세기는 믿을 만하다.”

“염동 대협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염동 대협께선 저와 잠시만 대화를 하시죠. 김 부장이라고 합니다. 여기 이세기 님, 부상자 있는 곳으로 안내해 드려라.”

김 부장이라 자신을 밝힌 책임자의 번뜩이는 눈빛이 염동 대협을 훑었다.

1차 세기말 대한민국 때 자신을 회유하려 했던 것처럼 염동 대협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2020년으로 돌아가야 하는 염동 대협이 회유될 리 없었다.

“이쪽으로 따라오시면 됩니다.”

천문석은 직원을 따라 간이침대로 걸어가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사람을 깨우는데 일가견이 있다는 건 거짓이 아니었다.

좀 아프긴 하지만 완전히 정신줄을 놓은 사람도 한방에 일어서게 만드는 비기가 자신에겐 있었다.

전법륜인 딱밤!

기절한 핵심 인물을 한방에 깨워 거대 괴수를 포격으로 날려 버리면 이 난장판도 끝난다.

플랜A 성공!

마침내 집으로 돌아가는 거다!

천문석은 엄지로 중지를 누르고 천천히 내력을 끌어올렸다.

“앞에 좀 비켜봐. 이분이 팀장님 깨울 거다!”

‘팀장님?’

왠지 익숙한 호칭에 고개를 갸웃할 때 간이침대를 둘러싼 사람들이 반색했다.

“혹시 의사……!”

“비슷한 겁니다!”

천문석은 대답과 동시에 잽싸게 사람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어떻게 깨우려고…….”

“암모니아는 벌써 사용…….”

천문석은 대답하지 않고 끌어올린 내력을 손가락에 담았다.

딱밤을 때려 기절한 사람을 깨운다고 말하면 미친놈 취급을 받을 거다.

설득보다 용서가 쉬운 법!

우선 저지르고 설명한다!

“보시면 압니다!”

대답과 동시에 딱밤을 날릴 때 얼굴이 보였다.

너무나 낯익은 얼굴이!

“……!”

2004년 게이트 전쟁이 한창이던 부산에서 만났던 사람!

같이 칠성파 보스 마혁진을 털어먹었던 국정원 최 팀장이다!

‘최 팀장이 여기 왜 있어?!’

자신도 모르게 눈을 비비는 순간 간이침대에 줄줄이 눕혀진 사람들이 보였다.

정장 차림의 한국인들.

군복 입은 외국인 특수부대원.

하나같이 상처를 입고 정신줄을 놓은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 사람이 보였다.

몸이 걸레짝이 됐지만 낯익은 외국인!

이 순간 벼락 치듯 깨달았다.

‘잘못 본 게 아니다!’

1차 세기말 대한민국 난장판.

광화문 게이트 앞에서 끈질기게 자신에게 따라붙던 두 사람이 간이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CIA 제임스 김!

국정원 최 팀장!

그렇다!

거대 괴수 포격의 열쇠를 가진 핵심 인물은 국정원 최 팀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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