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68화>
마력 파문을 일으키자 기다렸다는 듯이 수풀 속에서 나타난 삼색 새끼고양이!
보는 순간 이 새끼고양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난장판이 된 서울에 남은 모든 사람이 아는 국민대 안전지대를 만드는 뽀미다!
타이탄 강철을 찾는 자신 앞에 생각지도 못한 뽀미가 나타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을 계속 쫓아오고 있었다!
“너 부른 거 아니라니까! 왜 이렇게 자꾸 쫓아와! 워이, 워이! 저리 가라!”
김철수가 손을 휘젓는 순간.
냐아, 냐아아아-
뽀미는 암반에 분필로 그려놓은 마력 회로 위를 등으로 쓱쓱- 문질렀다.
“야, 하지 마! 그거 지워지면 안 된다니까! 멈춰!”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움직임을 멈추고 앞발로 허공을 긁으며 우는 뽀미!
냐아, 냐아아-!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을 보는 순간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실시간으로 번역되어 귀에 박혔다.
‘쓱쓱 해 줘! 아까 해 준 쓱쓱 또 해 줘!’
처음 만났을 때 등과 배를 쓱쓱 문질러 준 이후로 뽀미는 계속 자신을 쫓아 오고 있었다.
뽀미가 자신의 무엇에 끌리고 있는지 바로 감이 왔다.
힘과 기억을 잃은 김철수가 아닌 그 안의 본질, 마도 황제의 마력에 끌리고 있다!
“분명 아까 그게 마지막이라고 합의했잖아! 지금 마력 간당간당하다니까! 마력 다 주면 강철 못 찾고! 강철 못 찾으면 모두 끝장이야! 너도 꼴까닥이야! 꼴까닥 알지?!”
냐아아-
고개를 휙 돌려 시선을 피하더니.
쓰으으윽-
마력 회로 위에 작은 앞발을 가져가는 뽀미!
이 녀석 협박하고 있다!
새끼 고양이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다!
부들부들 손발이 떨리고 머리로 열기가 뻗어 올랐다.
당장이라도 이 황당한 새끼 고양이 머리에 딱밤을 날려 엉엉 울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뽀미는 저울에 올려진 추다!
게이트가 열리고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가 튀어나와 기울어진 저울!
이 저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반대쪽 쟁반에 거대한 흐름이 올려놓은 추!
뽀미는 각성 동물이 되어 국민대 안전지대를 만들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의 생명과 운명을 지켜 인과의 고리를 잇는다.
자신이 날린 딱밤 한 방에 뽀미가 인간에게 불신을 가진다면?!
대참사가 터진다!
그렇기에 김철수는 뽀미를 안아 들고 극소량의 마력을 담아 쓱쓱, 쓱쓱쓱- 배와 등을 긁었다.
23번째로!
“너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다. 계속 이렇게 찾아오면 안 돼. 사람이건 동물이건 신의가 있어야 하는 거야!”
냐아, 냐아아-
만족스럽게 울며 작은 몸을 바르르 떠는 뽀미.
김철수는 한 손으로 뽀미를 긁으며 다른 손으로 분필을 들고 마력 회로를 그렸다.
이때 새삼 느껴지는 게 있었다.
새끼 특유의 보드라운 털과 빵빵한 배.
그러나 각성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뽀미의 몸!
“어라 그러고 보니 너 왜 아직도 각성을 안 했냐? 오늘이 1월 2일이니까 마력 폭풍은 어제 터졌을 텐데?”
……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생떼 부리던 삼색 새끼 고양이는 어느새 축 늘어져 잠들어 있었다.
김철수는 마력 회로를 그리며 기억을 되짚었다.
이상한 숲에서 만난 이상한 꼬맹이 덕분에 몇 개월의 시간을 거슬러 1월 2일에 와 있었다.
원래 있던 시간대는 2000년 3월 무렵.
그때 서울은 완전히 난장판이 됐고 국군은 경기도까지 밀려난 후였다.
자신은 기억을 잃은 채 돌과 철을 찾아 폐허가 된 서울을 끝없이 배회하고 있었다.
뽀미라는 초능력 고양이의 등장과 활약은 들었지만, 언제 각성했는지 같은 구체적인 정보는 알지 못했다.
“이상하네. 뽀미가 원래 이렇게 늦게 각성했었나? 게이트에서 나온 무슨 괴물을 잡았다지 않았나? 지금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데……?”
김철수는 한참 동안 고심하다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날려 버렸다.
지금 중요한 건 뽀미가 언제 각성했냐가 아니라 강철을 찾는 거다!
그리고 지금 강철을 추적하기 위한 준비, 마력 회로가 완성됐다.
김철수는 어느새 잠든 뽀미를 살며시 내려놓으려다 짧은 한숨과 함께 로브 안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암반에 그려진 마력 회로에 손을 올리고 마력을 공명시켰다.
휘이이이잉-
마력 회로가 활성화되고 마력이 실린 바람이 능선을 타고 불어가는 순간.
느껴졌다!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진동과!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흐름을!
23개!
아침부터 지금까지 북한산을 훑으며 새겨 놓은 마력 회로가 총 23개다!
23개 마력 회로를 공명시켜 간접적으로 타이탄 강철의 흔적을 찾는 게 계획이었다.
계획대로 23개 마력 회로가 공명해 파문을 쏟아 내고!
이 파문이 잠수함의 음파탐지기처럼 북한산 일대로 퍼져 나가고 있다!
오감으로는 느낄 수 없는 파문!
지금 영안을 이 파문을 직접 확인하고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자신에게는 영안을 뜰 정도의 마력은 없다.
하지만 괜찮다!
진흙 속에 떨어져도 진주는 진주이듯, 기억을 잃고 세계의 나무와의 연결이 끊어졌어도 본질은 변하지 않으니까!
돌과 철의 황제인 자신이라면…….
“할 수 있다!”
김철수는 눈을 질끈 감고 파문을 향해 발을 뻗었다.
탓, 탓, 탓-
시작은 신중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그러나 발걸음 소리는 곧 변했다.
타타타타타탓-
마치 바람이 탁 트인 하늘을 질주하듯 거침없이 뻗어 나갔다!
김철수는 천지에 울려 퍼지는 진동과 흐름을 따라 주저하지 않고 달리며 생각했다.
마도 황제의 두 상징, 보석과 강철.
그중 강철은 자신과 노움 종족 최고의 장인이 함께 만든 최초의 타이탄이다.
무한의 바다를 항해하다 타 대륙에 불시착한 노움 종족.
평균적으로 제정신이 아닌 노움 중에서도 미친 노움, 단지 재미와 최초가 되기 위해서 자신과 함께 타이탄을 만든 노움이 워커 실트였다.
타이탄을 만들자고 처음 말했을 때 워커 실트의 반응이 생생히 기억났다.
‘그러니까 신과 초월자를 때려잡을 무기를 만들자고?! 그게 무슨 미친 생각이야! 카카카카컄-’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다 돌연 눈을 번쩍이던 워커 실트!
‘재밌겠다! 당장 해 보자!’
워커 실트의 공학 기술과 자신의 마도 지식을 융합해 최초의 타이탄, 강철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강철을 베이스로 타이탄을 양산했다.
강대한 마력을 뿜어내는 마도 엔진!
고대신의 개념 방어조차 꿰뚫는 강격!
허신의 사념파조차 막아 내는 파동 장갑!
시작은 마을 하나였다.
그러나 대의 아래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하며 작은 바람은 거대한 태풍, 대륙 전쟁으로 이어졌다.
타이탄과 타이탄 나이트로 이뤄진 군단으로 타대륙에 가득한 허신과 악신, 고대신과 고룡, 초월종을 모조리 갈아엎었다!
그리고 인간이 아닌 인류!
신이 아닌 사람의 제국을 세웠다!
마도 제국.
그 모든 것이 최초의 타이탄 강철이 있어 가능했다.
그러나 최초의 타이탄 강철은 시제기!
양산으로 만들어진 타이탄과 비교하면 오히려 기본 성능은 떨어졌다.
하지만 다른 타이탄과는 다른 장점이 하나 있었다.
정해진 한계가 없다는 것!
최초의 타이탄 강철의 마도 엔진은 탑승자의 눙력과 잠재력에 따라 그 한계가 정해진다.
무인이 타는 순간 내력을.
오러 나이트가 타는 순간 오러를.
마도사가 타는 순간 마력을 뿜어낸다.
출력을 증폭하지도 한계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도 없다.
그러나 탑승자의 의지가 꺾이지 않는 한 강철은 절대 부서지지도 멈추지도 않는다.
그런 타이탄 강철에 자신이 탄다면?!
모든 마법적 탐색이 먹히지 않는 마도 황제의 보석, 최초의 머릿돌이 어디에 있건 찾을 수 있다!
보석과 강철이 손에 들어온다면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을 수 있다.
마도의 기억은 곧 힘이다.
돌아온 자신의 힘이라면 서울, 아니 지구 전체의 난장판을 순식간에 정리할 수 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작은 물고기는 쉽게 개울과 강을 옮겨 다닐 수 있다.
하지만 고래는 큰물에서만 살 수 있는 법!
시공간을 뛰어넘은 자신의 존재 자체가 세계의 나무에 엄청난 부하를 준다.
이상한 숲에서 만난 이상한 꼬맹이가 무슨 방법을 사용했는지 몰라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지구로 돌아온 직후!
2000년 1월 2일 여기서 강철의 위치를 확인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기회는 없다!
휘이이이잉-
이때 문득 바람이 불고 감이 왔다!
23개 마력 회로가 일으킨 파문이 가리키는 장소가 바로 앞에 있다!
타타타타탓-
김철수는 한달음에 달려 번쩍 두 눈을 떴다.
“여기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새하얀 암반 위에 생각지도 못한 존재가 있었다.
전신 판금 갑주를 입고 롱소드를 하늘을 향해 치켜든 기사.
기사는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 미동도 하지 않고 멈춰 있었다.
그리고 이 기사가 하늘을 향해 들어 올린 롱소드 첨단에는 마찬가지로 멈춰 있는 불꽃이 있었다.
“불의 서약?!”
이 순간 깨달았다.
거대한 흐름이 준비한 추는 뽀미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각성자와 각성 동물이 나타난 이유!
마력 폭풍은 마도 황제의 불의 씨앗만으로 터진 게 아니다!
잠재력을 깨우는 힘, 불의 서약!
불의 씨앗과 불의 서약이 만나 마력 폭풍이 강화됐다.
“……!”
김철수는 반사적으로 로브 안에 잠든 삼색 새끼고양이를 봤다.
아직 각성하지 않은 뽀미!
자신 앞에 시간이 정지한 듯 멈춰 있는 불의 서약!
인과가 비틀렸다!
‘왜지?! 무엇 때문에 인과가 비틀렸지?!’
생각하는 순간 바로 답이 떠올랐다.
고래는 개울에 살지 못하는 법.
이상한 숲, 이상한 꼬맹이가 세기말 대한민국으로 자신을 보내면서 무언가 변했다!
그 결과 불의 씨앗과 불의 서약은 만나지 않았고, 1월 1일 어제 마력 폭풍은 터지지 않았다!
마력 폭풍이 터지지 않으면 뽀미도 각성자도 없다!
* * *
부아아아아앙-
천문석, 마혁진이 탄 오토바이와 장철 헌터가 운전하는 자동차가 어린이 대공원으로 들어갔다.
광활한 어린이 대공원에 목적지를 찾아 길을 헤맬 필요는 없었다.
부콰아아아앙-
하늘을 울리는 거친 엔진음이 들려왔으니까!
엔진음을 쫓아 달리기도 잠시 곧 승합차가 줄줄이 세워진 건물이 나타났다!
옥상에 보이는 차양과 난간에서 비쭉 솟은 총구!
“저 건물 옥상이다! 염동! 장철 헌터님이랑 옥상으로 와라!”
“알았다!”
마혁진이 자동차를 향해 공간을 뛰어넘고.
부아아아앙-
천문석은 건물 벽 바로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는 그대로 몸을 날렸다.
벽을 타고 달려 빗물관을 잡는 순간, 단숨에 옥상을 향해 기어 올라갔다.
끼이이익-
이때 자동차가 급정지하고 마혁진의 외침이 들려왔다.
“각성력 억제해라! 좌표 일그러진다!”
핏, 피피피핏-
마혁진과 장철 헌터가 옥상에 도착하는 동시에.
천문석은 옥상 난간을 잡고 몸을 위로 끌어당겼다.
차양 아래 깔린 장비와 자신을 보는 사람들!
반사적으로 겨눠진 총구.
이동식 화이트 보드 상황판.
테이블 위에 놓인 전화기와 무전기.
옥상 반대쪽에 줄줄이 놓인 간이침대.
……
전형적인 상황실의 모습이다!
제대로 찾아왔다!
이제 플랜A를 시작할 때다!
거대 괴수 포격 설득!
천문석은 플랜A의 시작을 알리는 외침을 터트렸다.
[염…….]
이 순간 천문석보다 한발 먼저 외치는 사람이 있었다.
“저 사람! 아니, 저분이 염동 대협입니다! 확실합니다! 제가 청담대교에서 쥐어 터지며 수집한 정보랑 똑같은 모습입니다!”
“……!”
반사적으로 돌아간 시선에 보였다.
푸른 멍이 가득한 얼굴.
쥐어뜯긴 듯 엉망인 머리카락.
찢어진 옷에 찍힌 수많은 발자국.
어디서 집단린치라도 당한 듯한 모습의 청년이 확신을 담아 가리켰다.
“저 사람이 염동 대협입니다!”
장철 헌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