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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63화 (1,16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63화>

“확실한 건 아니다!”

“그렇지! 아직 모르지!”

“그러니까 선은 넘지 말자. 오케이?”

“좋다. 선 안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자!”

국정원 최 팀장과 CIA 제임스는 겉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미친 듯이 머리를 굴렸다.

마혁진!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아무 정보도 없는 염동 대협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아직 마혁진이 염동 대협의 이름이라고 확정된 건 아니다!

청년이 염동 대협의 이름 말고 무엇을 더 알고 있는지도 아직 모른다!

당연히 선을 넘지 않는 게 맞았다.

단, 염동 대협이 상상을 초월하는 초능력자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염동 대협의 초능력은 전쟁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꾼다.

최 팀장과 제임스는 동시에 생각했다.

‘저 청년을 확보해야 한다!’

‘수십 번 선을 넘어서라도!’

타다다다닷-

두 사람은 순식간에 인파가 겹겹이 둘러싼 장소에 도착했다.

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청년의 위치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악, 아악, 으아악-

비명 소리가 노래하듯 멈추지 않고 들려왔으니까!

‘저곳에 청년이 있다!’

최 팀장은 인파를 향해 뛰어들며 위장 신분증을 번쩍 꺼내 흔들었다.

“경찰입니다! 비키세요! 당장 폭행 멈추세요!”

손에 들린 건 인터넷 기사 신분증!

그러나 고압적인 외침과 빠르게 흔들리는 신분증에 사람들은 확인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분분히 물러섰다!

단숨에 인파를 파고드는 몸!

‘제임스는?!’

최 팀장은 인파를 헤치고 달리며 힐끗 뒤로 시선을 보냈다.

연신 뒤로 물러서는 제임스!

인파를 뚫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됐다!’

머릿속에서 빠르게 계획이 세워졌다.

지금 있는 이곳 청담대교만 건너면 압구정이다.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는 소수만 아는 비밀 안가가 있다.

냉전 시대 한강을 건너는 북한군의 저지를 위해 만든 포대!

이대로 청년을 확보해 비밀 안가의 지원팀에 인계하는 즉시 영동대교로 이동해 염동 대협을 만나면 된다!

이때 등 뒤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돈이다! 어떤 미친놈이 돈을 뿌리고 있다!”

제임스 김의 목소리!

반사적으로 돌아간 시선에 보였다.

“돈?!”

“누가 돈을 뿌린다고!”

“어디서 돈을 뿌리는데?!”

……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

어느새 메고 있던 배낭에 손을 넣는 제임스 김!

“저 녀석, 설마?!”

깨닫는 동시에 비명 같은 외침이 튀어나왔다.

“야, 이 새꺄! 선 지키자며?! 그건 반칙이잖아!”

그러나 제임스는 멈추지 않았다.

배낭에서 튀어나온 손이 힘차게 뿌려졌다.

인파를 파고드는 최 팀장의 머리 위로!

촤아아아-

허공에 펼쳐져 펄럭이며 떨어지는 지폐!

“……!”

“……!”

“……!”

모두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볼 때.

최 팀장은 잽싸게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지폐를 낚아챘다.

벤자민 프랭클린, 100달러 지폐다!

촤아, 촤아, 촤아아-

제임스 김 이 미친놈이 자신을 향해 100달러 지폐를 던지고 있다!

무슨 계획인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경찰입니다! 당장 비키세요!”

반사적으로 외치며 몸을 날렸지만 이미 늦었다!

“돈이다!”

“100달러 지폐야!”

“뭐? 100달러?!”

먹잇감을 향해 몰려드는 피라냐처럼 지폐를 향해 몰려드는 사람들!

“경찰이라니까!”

“지나가면 주우라고!”

“공무집행 방해입니다!”

아무리 악을 써도 소용없었다.

“진짜 100달러 지폐잖아?!”

“100달러면 얼마야?”

“이 지폐 한 장이 10만 원이 넘어!”

“뭐?! 이게 만 원 10장이라고?!”

와아아아아-

눈이 홱 돌아간 사람의 파도, 인파가 밀려왔다!

하늘에서 지폐가 쏟아지는 장소 최 팀장을 향해서!

최 팀장은 태풍에 휩쓸린 나뭇잎처럼 앞으로 나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못하고 인파에 갇혔다.

제임스 김의 계획대로!

이때 사람들이 사라진 장소에 정신없이 쥐어박혀 널브러진 청년의 모습이 드러났다!

마혁진의 이름을 아는 청년!

“야, 너! 정신 차려! 빨리 일어나 도망쳐!”

다급히 외쳤으나 청년은 미동도 하지 않고.

제임스는 인파가 사라져 탁 트인 공간을 달렸다.

“보이냐! 쵸이! 이게 바로 진정한 미국의 힘! 달러 파워다! 하하, 하하하-”

“안 돼! 잠깐! 멈춰! 그만! 정지! 야, 무승부! 무승부로 하자! 공동 증인! 정보 공유하자!”

절절한 외침의 대답은 등 뒤로 치켜세운 중지였다.

“……!”

제임스 놈의 잔머리에 완전히 당했다!

외교 문제가 생기든 말든 기절시켰어야 했는데!

뒤늦은 후회가 밀려오는 순간 번쩍 정신이 들었다.

북한, 이란, 인도, 아프리카!

CIA와 수없이 얽혔지만,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21세기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 될지도 모르는 청년을 넘겨줄 수는 없다!

파파파팟-

최 팀장은 즉각 납작 엎드려 인파 아래를 기었다.

두두두두둗-

우박 떨어지듯 쏟아지는 발과 다리!

머리를 가린 손에서 등을 타고 발끝까지 전신이 발에 밟히고 다리에 채였다!

순식간에 셔츠와 바지가 걸레짝이 되고 피부가 찢어지고 근육에 피멍이 들었다!

“……!”

이를 악물고 미친 듯이 기어 간신히 빠져나오는 순간 보였다.

기절한 청년을 어깨로 둘러업고 있는 제임스 김이!

최 팀장은 즉시 몸을 일으켜 돌진했다.

경악으로 일그러지는 제임스의 눈!

“정식 무관! 외교 문제……!”

아아아아악-

괴성을 질러 외침을 지워 버리고 얼굴에 잽을 날렸다.

순간 둘러업은 청년을 집어던지는 제임스!

“미친!”

반사적으로 날아온 청년을 잡을 때 정강이에 느낌이 왔다.

퍽퍽퍽-

청년의 뒤에 바짝 붙어 날린 로우킥 3연타!

무게 중심을 뒤로 옮겨 넘어질 듯 피하는 순간!

콰득-

제임스의 발이 구두를 밟고 갈고리로 낚아채는 듯한 훅이 간에 박힌다!

커어억-

제대로 들어온 정타에 순간적으로 호흡이 끊기고 시야가 아득해졌다!

‘주도권이 넘어갔다!’

“이날만 기다리며 가문의 비기를 갈고닦았다! 마스터 쵸이! 승부다!”

제임스 김의 폭풍 같은 공격이 쏟아졌다.

잽잽, 잽잽잽-

얼굴과 상체에 정신없이 쏟아지는 잽!

막으면 시야의 사각에서 킥과 주먹이!

막지 않으면 임팩트 순간 힘을 실어 대미지를 누적시킨다!

귓가에 윙윙거리는 모기처럼!

더럽게 질척질척 달라붙는 뻘처럼!

주도권을 잡은 제임스 김은 치사하고 더럽게 싸웠다.

마치 자신처럼!

최 팀장은 벼락 치듯 깨달았다.

그렇다!

제임스는 자신처럼 싸우고 있다!

거울 속 자신을 상대하는 듯한 감각!

100달러 지폐를 뿌린 것도 아프가니스탄 작전 때 자신이 CIA를 엿 먹였던 방법이다!

제임스 김은 자신의 기술을 그대로 복제했다!

“야, 이 새꺄! 가문의 비기를 갈고닦았다며?! 너희 집안 그레이시 유술……!!”

“우리 가문의 진정한 비기는 이기는 게 정의다!”

제임스는 버럭 소리쳐 말을 끊고 번개같이 스탭을 밟고 전진했다.

타탓, 타타타탓-

폭풍 같은 잽잽잽, 페이크 로우킥 연격!

최 팀장의 다리가 휘청이는 순간.

제임스는 힘과 체중을 실은 훅을 옆구리에 박아 넣었다!

콰득-

갈비뼈가 나갔다!

주먹에 느낌이 오는 순간.

왈칵-

피를 토하며 안고 있던 청년과 함께 앞으로 넘어가는 최 팀장!

“마침내! 으아아아아-!”

제임스 김은 승리의 환호성을 터트렸다.

캠프 커리 13전 13패의 사슬을 마침내 끊었다!

이때 델타포스와 국정원 요원들의 개싸움 결과가 보였다.

양패구상!

양쪽 모두 정신줄을 놓고 널브러져 있다!

생각 이상의 성과다!

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맨손 격투!

상대는 2배가 넘는 머릿수에 마스터 쵸이의 부하들이었으니까!

“봤냐! 전투와 전쟁! 전술과 전략 모두 내가 이겼다! 완벽한 승리다! 하하하-”

제임스는 승리를 선언하고 쓰러진 청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 순간 제임스 김의 머릿속에선 장밋빛 환상이 펼쳐졌다.

이 청년을 이대로 대사관으로 보내고 그 정보를 토대로 염동 대협을 회유하면 된다!

염동 대협!

-수백 마리의 괴물을 말 그대로 갈아 버리는 폭력성!

-한 시간이 넘게 한겨울 물속에서 버티며 막힌 강을 뚫는 정신력!

-수백 톤의 철골 구조물을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옮기는 상상도 못 한 염동력!

-고립된 시민들을 위해 다리를 잇고 아무 대가도 원하지 않고 다시 다리를 잇기 위해 달려가는 영웅적인 모습!

염동 대협이야말로 아메리카에 어울리는 영웅이다!

21세기에도 미국의 세계 패권은 이어진다!

“그럼 안녕이다! 염동 대협 고맙다! 쵸이!”

제임스는 청년을 어깨에 둘러메고 몸을 돌렸다.

“최라고 새끼야…….”

“……!”

소스라치게 놀라 반사적으로 사커킥을 날리는 순간, 단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극통이 밀려왔다!

“으아아아악-”

청년을 놓치고 허리를 꺾는 순간 보였다.

피범벅이 된 입으로 웃고 있는 최 팀장!

고대에서 현대까지 모든 무술이 금지하는 기술!

“야 이 미친! 좀비냐 사람을 왜 물어?!”

으아아악-

순간 최 팀장은 오금을 잡고 힘과 체중으로 밀어붙였다.

하나로 뒤엉켜 데굴데굴 바닥을 구르는 몸!

‘멍청한 녀석! 그레이시 유술의 달인인 자신에게 그라운드를 건다고?!’

제임스는 구르면서 팔을 잡고 관절기를 넣었다.

“잡았……!”

와드드득-

관절에서 소리가 나는 동시에 터진 외침.

“근성!!”

최 팀장의 주먹에서 돌출된 중지가 어깻죽지를 때렸다!

팔에서 힘이 풀린 찰나 한 손으로 목깃을 낚아채 끌어당기며 그대로 박치기!

쾅-

이마에 떨어진 충격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러나 아직 관절기는 풀리지 않았다!

제임스는 팔에 힘을 줬다.

와드드드득-

팔 관절이 비틀리는 순간.

“근성! 근성!! 근성!!”

최 팀장은 목깃을 낚아채며 연속으로 박치기를 넣었다.

와드드득-

전동 드라이버처럼 팔을 비트는 제임스 김.

쾅쾅, 쾅쾅쾅-

못을 때려 박듯 쉴 새 없이 박치기하는 최 팀장.

‘이 새끼 어떻게 버티는 거야?!’

찢어진 이마에서 쏟아진 피가 시야를 붉게 물들이고 정신이 아득히 멀어질 때 제임스 김은 문득 떠올렸다.

캠프 커리의 격투기 교관이 했던 말.

‘쵸이! 이런 녀석이 실전에서 가장 무서운 적이다. 짐승 같은 투지! 이런 상대는 제압하려 하면 당한다!’

제임스 김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짐승 같은 놈……!’

팔에 관절기를 걸면 안 됐다!

제임스 김은 정신줄을 놓고 픽 기절했다.

으아아아아악-

최 팀장의 입에서 맹수의 울부짖음 같은 포효가 터져 나왔다.

“봤냐! 근성! 이게 바로 코리안 파워다! 제임스 새캬!”

최 팀장은 빠진 팔을 맞추고 기절한 청년을 둘러업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어느새 정신을 차린 청년의 겁먹은 눈동자와!

* * *

“……!”

염동 대협의 지인일지도 모르는 청년!

최고의 예우를 갖춰야 한다!

최 팀장은 재빨리 피범벅이 된 입가를 훔치고 친절한 미소와 목소리와 입을 열었다.

“정신을 차리셨군요! 안녕하십니까! 국정원 5팀 팀장 최원익입니다!”

국정원이라는 말에 의심과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청년.

“국정원이요? 안녕하세요. 마혁진…….”

마혁진!

다시 한번 청년의 입에서 나온 이름!

최 팀장은 바로 치고 들어갔다.

“마혁진! 염동 대협 마혁진 선생님과는 어떤 관계 십니까?! 혹시 형님…… 아, 염동 대협은 60대시니! 할아버지? 혹시 큰 아버지신가요?!”

“네?”

얼빠진 얼굴로 반문하는 청년.

“염동 대협의 가족분이 아니신가요? 그럼 제자거나 지인이십니까?”

“…….”

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망설이는 청년!

최 팀장은 채근하지 않고 미소 띤 얼굴로 대답을 기다렸다.

“…….”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 마침내 청년의 입이 열렸다.

“사실은…….”

마른침을 삼키며 모든 정신을 집중할 때 대답이 들려왔다.

“모르는 사람인데요?”

“네?”

“염동 대협 마혁진 때문에 직장에서 잘렸는데, 청담대교에 염동 대협이 있다고 해서 항의하러 온 건데요?”

“……네?”

최 팀장은 얼빠진 얼굴로 반문했다가 버럭 소리쳤다.

“잠깐! 염동 대협 때문에 직장에서 짤려?! 그게 무슨 말이야?!”

돌아간 팔과 피가 말라붙은 입에서 쏟아지는 외침!

청년 마혁진은 다급히 대답했다.

“이름이 같아서! 마혁진으로 이름이 같아서 잘렸습니다!”

“뭐?! 그런 병신 같은 소리가……!”

순간 눈앞에 다가오는 익숙한 플라스틱.

주민등록증!

마혁진 (800202-1…….)

“……진짜로 이름이 같은 거뿐이라고?! 잠깐 이름! 염동 대협이 마혁진이란 건 어떻게 알았는데?!”

“제가 직접 본건 아닌데…….”

“국가 안보가 걸렸어! 당장 말해!”

“네, 넷! 아무래도 우리 보, 사장님이 염동 대협에게 쥐어 터지면서 이름을 들은 것 같습니다!”

“……그럼 염동 대협 다른 정보 아는 건?!”

“이름밖에 모르는데요?”

“……!”

최 팀장은 멍하니 주위를 돌아봤다.

피범벅이 된 채 정신줄을 놓은 제임스 김.

뒤엉켜 쓰러진 델타포스와 국정원 직원 수십 명.

모든 것을 걸고 올인하고 승리해서 확보했다.

염동 대협 마혁진의 이름을 아는 청년을!

그러나 승리의 결과 확보한 청년이 아는 건 청년 자신과 염동 대협이 ‘마혁진’으로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것뿐이었다!

모든 것을 깨닫는 순간, 아찔한 현기증과 엄청난 피로감이 밀려왔다.

“이런 거지 같은!”

자신도 모르게 버럭 외쳤을 때 울화와 상실감, 황당함과 허탈함이 머리를 때렸다!

최 팀장은 정신줄을 놓고 픽 쓰러졌다.

최 팀장과 제임스 김.

국정원 직원과 CIA 델타포스.

모두가 격돌한 염동 대협 쟁탈전은 시작도 하기 전에, 청년 마혁진을 확보하려다 양패구상으로 끝났다.

아니 실제 상황은 양패구상보다 나빴다.

어린이 대공원으로 유인한 거대 괴수에 포격을 쏟아붓도록 정치권을 설득할 사람.

국정원 최원익 팀장이 정신줄을 놓았으니까!

천문석이 오성파 보스를 쥐어박아 굴린 스노우볼이 데굴데굴 굴러 직격했다.

-청년 마혁진.

-제임스 김과 델타포스.

-최 팀장과 국정원 직원.

스노우볼은 이들 모두를 집어삼켰다!

그러나 스노우볼은 멈추지 않고 여전히 구르고 있었다.

데굴데굴-

어린이 대공원으로 유인된 거대 괴수를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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