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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55화 (1,15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55화>

성수, 자양, 광장동!

광진구 한강 유역에 고립된 시민의 수는 수십만!

반면 다리가 끊긴 한강을 건널 수단은 유람선 몇 척과 조잡한 뗏목, 오리배 수십 척뿐이다!

한강에 모여든 시민의 1할을 옮기기도 전에 거대 괴수가 한강에 도착한다!

괴물을 막기 위한 저지선을 펼쳤지만, 거대 괴수 앞에선 종잇장이나 마찬가지.

한강에 거대 괴수가 도착하는 순간 대참사가 터진다.

국정원 최 팀장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중기관총, 수류탄, 전차 포탄으로 거대 괴수를 저지하는 건 실패.

야전 지휘관들의 포격 요청은 거대 괴수가 북한산을 빠져나오며 기회를 놓치고 정치권의 극렬한 반대로 무산된 상황.

공병대가 한강 다리를 복원하는 건 아무리 빨라도 2, 3일은 걸린다.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나마 피해가 적은 장소로 유인해 처음 계획대로 포격을 쏟아붓는 것!

머릿속에 지도가 펼쳐지고 바로 이름이 떠올랐다.

어린이 대공원!

“거대 괴수는 어린이 대공원으로 유인해 포격을 쏟아부어 처리한다. 유인 작전 준비한다.”

“팀장님! 서울 시내 포격은 절대 불가하다고……!”

“원장님은 내가 설득한다.”

즉시 전화기를 꺼내 단축키를 눌렀다.

띠리리리-

최 팀장은 송신음을 들으며 질문을 이어 갔다.

“초능력자들은? 몇 명이나 확보했나?”

“어제부터 오늘까지 확인한 초능력자들 자료입니다.”

바로 서류철이 넘어오고 설명이 이어졌다.

“손에 붉은빛을 담는 사람, 자동차를 끌고 달리는 남자, 전기 충격을 일으키는 여자…… 지금까지 총 23명이 목격됐고 그중 13명의 인적 사항을 파악했습니다! 특이 사항으로 거대 괴수 추적 중에 이상한 삼색 고양이를 봤다는 목격 정보를 확인했지만, 인력 부족으로 아직 확인하지…….”

13명 나쁘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건 머릿수가 아닌 가진 능력이다.

“염동 대협과 비슷한 수준의 능력자가 있었나?”

“염동 대협과 비슷한. 아니, 그 1할 정도의 능력을 보여 준 초능력자도 없었습니다. 회사와 상부에선 염동 대협의 회유를 최우선으로 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당연한 일이다!’

최 팀장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판이 날아간 영동대교를 확인하고 있을 때, 중랑천이 위험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중랑천이 무너졌다간, 그 순간 저지선, 군인, 경찰, 시민 모두 끝장이다!

그리고 즉시 이동한 중랑천에서 생각지도 못한 광경을 봤다.

바위 괴물 수십 개체와 자동차, 가로수, 시멘트 덩어리 같은 온갖 잡동사니로 막힌 중랑천 물길!

중장비를 동원하고 폭약을 사용해도 며칠은 걸렸을 그 난장판을 홀로 뚫고 있는 초능력자가 있었다.

염동 대협.

수십 톤의 바윗덩어리를 조약돌처럼 움직이는 엄청난 염동력과 찰나의 순간 수십 미터 공간을 뛰어넘는 순간이동 능력.

염동 대협은 염동력의 폭풍으로 수백의 괴물들을 갈아 버리고 범람 직전이던 중랑천 물길마저 뚫어 냈다.

지금까지 확인한 초능력을 장난처럼 보이게 만드는 엄청난 능력에 보상과 명예를 약속했는데도 이름을 밝히지 않던 인성까지.

염동 대협은 능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초능력자였다.

거기에 더해 대화 중에 툭툭 튀어나온 정보들!

괴물들을 마수와 몬스터로 바위 괴물을 바위 트롤이라 부르고, 게이트가 있는 광화문 방향을 확인하며 하던 혼잣말!

‘마력 폭풍은 아직인가?’

오랜 시간 동안 현장에서 구른 직감이 말했다.

염동 대협은 초유의 게이트 사태에 대해 무언가 정보를 가지고 있다!

반드시 회유해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회유하냐인데…….’

이때 흘려듣고 있던 부하 직원의 목소리가 귀에 박혀 들었다.

“……제임스 김이 움직이는 걸 확인했습니다. 현재 한강으로 이동 중…….”

제임스 김, CIA 한국지부 실세!

최 팀장은 손을 들어 말을 끊고 바로 확인했다.

“예산! 염동 대협을 회유하기 위한 예산은 얼마가 책정됐지?”

“회사에서는 1억 원의 예산을…….”

“멍청한 새끼들!”

최 팀장은 분통이 터졌다.

서울 한복판에 게이트가 열리고 괴물이 쏟아지는 순간 갑자기 초능력을 발현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지금의 난장판은 위기이자 기회였다.

반도에 갇힌 대한민국 중심부에 이세계로 이어지는 출입구가 나타난 것이다!

세계의 시선이 대한민국 서울에 쏠리고, 강대국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게이트가 열린 광화문 바로 앞에 있는 미국대사관은 철수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인력을 보강하고 게이트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제임스 김, CIA, 미국이라면 최강의 초능력자 염동 대협을 회유하기 위해 최소 1000만 달러의 포상금과 그 이상의 혜택을 약속할 거다!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최 팀장은 빠르게 명령을 쏟아 냈다.

“제임스가 움직였으면 1억 원으로는 회유 불가능하다!”

“상부에 추가 예산과 혜택을 요청하고, 제임스는 역정보를 흘려 뺑뺑이를 돌린다!”

“제임스와 염동 대협이 절대 만나게 해선 안 된다. 염동 대협은 반드시 우리가 확보한다!”

“네!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부하 직원이 전화기를 잡는 순간 송신음이 끊겼다.

[지금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최 팀장은 바로 다시 단축키를 누르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줄줄이 박살 난 창문과 뒤집힌 도로, 온갖 잡동사니가 널려 있는 시가지까지.

게이트가 열린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서울은 빠르게 폐허로 변해 가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피해는 크지 않았다.

인명 피해는 손에 꼽을 정도고, 물적 피해는 한 달이면 복구가 가능한 수준이다.

게다가 초기의 어리바리하던 모습과 달리 이곳 한강 변의 병사들은 이상할 정도로 잘 대처하고 있었다.

타타탕-

점사로 쏘아진 총성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보였다.

“클리어! 클리어!”

“전원 총구 아래로!”

“바리케이드부터 움직인다!”

그르르르륵-

자동차와 철판을 덧댄 카트를 움직여 괴물의 동선을 제한하고!

“사선 확인!”

“사선 확인!”

타타탕, 타타타탕-

빠르게 사선을 정렬하고 교차 사격으로 괴물들을 쓸어버린 후!

“접근 금지!”

“거리 유지!”

“확인 사살부터 한다!”

타탕, 타탕, 타탕-

거리를 두고 쓰러진 괴물을 확인 사살하고 사체를 치우고 있다!

마치 몇 년 동안 괴물들과 싸워 전투 교리를 확립한 듯 능숙한 움직임!

병사들은 여유마저 느껴지는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괴물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이 지역 지휘관은 확인했나?”

“잠시만, 아까 보고서에 관련 내용이 있습니다.”

보고서를 페이지를 펼치며 말을 잇는 직원.

“지휘관을 확인했는데 ‘대몬스터전 보병 전술’을 전파한 사람이 따로 있다는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대몬스터전 보병 전술?”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반문하자 바로 답이 돌아왔다.

“네. 갑자기 나타난 ‘이 선생’이라는 사람이 몬스터 습성과 차 벽과 바리케이드를 이용한 동선 제한. 사격 전 ‘사선 확인’ 외침과 사선 관리, 확인 사살 등 대몬스터전 전투 방법을 전파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선생! 혹시 초능력자인가?!”

“특이한 무기, 헬스장 철봉을 가지고 다니지만 특별한 능력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이 선생의 행방은?”

“인파가 몰린 뚝섬 유원지를 마지막으로 행적이 끊겼습니다. 그때 마침 염동 대협에게 인력을 집중하느라 우선순위에서 밀려…….”

‘어떻게 할까?’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전술 교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력과 시간 그리고 검증을 위한 실전이 필요하다.

이 선생이란 사람이 전해 준 실전에서 즉시 사용 가능한 전술 교리, ‘대몬스터전 보병 전술’은 엄청난 가치를 지녔다.

하지만 인력과 예산은 한정적이고 ‘대몬스터전 보병 전술’은 이미 손에 들어왔다.

게다가 이 선생의 존재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지금은 제임스가 눈독 들이는 염동 대협의 회유에 집중할 때다!

최 팀장은 바로 결정했다.

“우선 염동 대협에 집중한다. 이 선생의 존재는 극비로 하고, ‘대몬스터전 보병 전술’은 서울 다른 지역의 지휘관에게 전파한다.”

“네! 팀장님!”

부아아아아앙-

최 팀장과 국정원 5팀 직원들을 실은 SUV는 염동 대협을 쫓아 시가지를 질주했다.

* * *

청담 대교 아래.

장민은 손을 모아 공손히 앞을 가리켰다.

“이세기 님?”

“네. 이세기입니다!”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옆으로 움직이는 손.

“염동 대협 마혁진 님?”

“그냥 염동 대협으로 불러라.”

장철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순간 질문한 장민과 대답한 이세기, 장철 세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는데도 느껴졌다.

겸연쩍게 웃고 있는 이세기!

먼 산을 바라보며 힐끗힐끗 자신의 눈치를 보는 염동 대협!

장민은 직감했다.

이세기, 염동 대협 모두 가짜 이름이다!

순간 떠오른 의문!

‘왜?’

두 사람은 자신과 세린이를 도와주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아니, 이세기와 염동 대협은 상상을 초월하는 강자다!

무언가 원하는 게 있다면 이런 복잡한 방법을 사용할 것 없이 그냥 힘을 사용하는 게 더 빠르고 간단하다!

‘뭐지? 왜 갑자기 가명을 말하고 내 눈치를 보는 거지?!’

느껴졌다.

이세기와 염동 대협 두 사람 모두 자신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도 이름, 얼굴, 체형 모두 기억에 없었다!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머리가 터질 듯 복잡해질 때, 자동차에서 달려온 아이의 씩씩한 외침이 어색한 침묵을 깨뜨렸다.

“성은 장! 이름은 세린! 저는 장세린입니다! 내가 요플레 가져왔어!”

이름을 외치고 비닐봉지에서 꺼낸 요플레를 착착착- 이세기, 염동 대협, 장민의 손에 쥐여 주는 장세린.

“모두 요플레 먹어!”

“고맙다. 꼬맹이.”

“잘 먹을 게 세린아.”

기다렸다는 듯이 잽싸게 요플레를 받는 이세기와 염동 대협.

그리고 당당히 외치는 장세린.

“요플레는 뚜껑부터 핥아야 해!”

“오, 너 뭐 좀 아는데?”

“난 원래 잘 알아!”

“그렇지. 맞아, 맞아.”

이세기, 장세린, 염동 대협 세 사람은 일제히 요플레 뚜껑을 뜯더니 핥짝, 핥짝- 핥았다.

“…….”

장민은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깨달았다.

어느새 자신이 웃고 있음을!

그리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

지금 중요한 건 도와준 이유를 아는 게 아니라 오리배를 지켰고 세린이가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 주차장으로 달려간 장철이 오지 않았지만, 걱정할 건 없다.

세린이가 사라진 걸 확인하자마자 돌아올 테니까!

지금 자신이 할 일은 장철이 돌아왔을 때 바로 한강을 건널 수 있게 준비하는 거다.

“세린아! 요플레 먹고 있어! 고모는 짐 옮길게!”

“앗! 나도!”

“아냐! 금방 옮겨! 세린이는 아빠 언제 오나 보고 있어!”

“앗! 그렇지! 곰 아저씨!”

세린이가 손을 드는 순간 번쩍 몸을 들어 올려 목말을 태우는 염동 대협!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장민은 염동 대협과 이세기에게 다시 깊이 허리를 숙여 감사를 전하고, 자동차에 실린 짐을 하나로 모으기 시작했다.

활짝 펼친 담요에 놓이는 핫팩, 칼로리바, 보온병…….

‘뭔가 좀 이상한데?’

문득 고개를 갸웃할 때 깜짝 놀란 외침이 들려왔다.

“앗! 깜빡했어! 곰 아저씨 나 좀 내려 줘!”

장세린은 한달음에 자동차로 달려와 트렁크를 두들겼다.

“고모! 이 안에 선물 있어!”

“선물?”

장민은 고개를 갸웃하며 트렁크를 열었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트렁크 안에는 처음 보는 배낭이 놓여 있었다!

반사적으로 연 배낭에는 핫팩과 칼로리바, 간편식 그리고 구급낭, 방한 물품이 가득 들어 있었다!

“설마?!”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자동차 좌석을 확인하는 순간 깨달았다!

없다! 아니 전부 바뀌었다!

세린이가 기다리는 자동차 안에 놓아둔 이불과 핫팩, 음식이 전부 처음 보는 물건으로 변했다!

“세린아! 이 물건들……?!”

“앗! 이거 전부 다 철수 오빠가 선물로 주고 간 거야!”

철수 오빠!

생경한 이름을 듣는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

장민은 몇 번이나 심호흡해 심장을 진정시키고 부드럽게 물었다.

“세린아. 곰곰이랑 주차장에서 무슨 일 있었는지 말해 줄래?”

“알았어!”

장세린은 곰곰이를 번쩍 들고 이야기를 쏟아 냈다.

장철이 배를 찾아 한강으로 출발하고.

장민이 장철을 찾아 떠난 뒤 일어난 일.

곰곰이가 도와준 불쌍한 사람들.

갑자기 나타나 선물을 건네주고 약속한 철수 오빠.

계속해서 나타나는 사람들.

하지만 약속대로 문을 열지 않은 세린이.

차를 번쩍 들고 여기까지 달려온 곰 아저씨까지.

세린이는 자신 겪은 모험을 신나게 설명했다.

“아, 그랬구나! 와! 그랬던 거야?!”

장민은 놀란 얼굴로 탄성을 터트리며 세린이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 머릿속에선 폭풍이 몰아치고 등 뒤로 숨긴 손은 파르르 떨렸다.

곰곰이가 도와준 불쌍한 사람들!

이불, 핫팩, 음식, 연료까지 남겨 둔 물건을 모두 가지고 간 사람들!

세린이는 아무것도 없는 자동차 안에서 홀로 자신과 장철을 기다렸다.

철수 오빠와 곰 아저씨!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상상하기조차 두려운 일이 일어났다!

장민은 모든 걸 깨닫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곰 아저씨, 염동 대협!

둘은 어느새 멀리 떨어져 이세기와 대화 중이었다.

그러나 그 시선은 마치 나침반처럼 세린이에게 향하고 있었다.

너무나 익숙한 따뜻한 눈빛으로!

“……!”

순간 머릿속에 벼락이 떨어지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치솟았다.

얼굴에서 후두둑- 떨어진 물방울이 머릿속에 가득한 뿌연 안개를 단숨에 지워 버렸다.

장민은 논리와 이성이 아닌 감성과 직관으로 깨달았다.

다른 얼굴, 다른 체형, 다른 목소리…….

모든 게 달라졌지만 조금도 변하지 않은 따뜻한 시선!

저런 눈빛으로 세린이를 바라볼 사람, 세린이가 타고 있는 자동차를 자신이 기다리고 있는 청담대교까지 끌고 올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곰 아저씨, 염동 대협…….

“오…….”

이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세린아!”

시가지 방향!

모두의 시선이 움직이는 동시에 세린이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아빠!”

세린이는 두 손을 번쩍 들고 한달음에 뛰어갔다.

2000년 1월 2일, 청담대교.

장철과 장세린, 아빠와 딸은 마침내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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