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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54화 (1,15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54화>

격류가 소용돌이치는 중랑천 다리 위에서 확성기가 울려 퍼졌다.

[이제 곧 폭발합니다!]

중랑천을 틀어막은 잡동사니 제방 위!

마혁진은 크게 손을 흔들었다.

쿠우웅-

폭음과 함께 물기둥이 치솟고 뒤엉킨 가로수가 뚝 부러져 격류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으아아아아악-

이 순간 마혁진은 전력을 다해 염동력장을 펼쳤다.

귓속에서 피잉- 이명이 들리고, 코에서 뜨거운 핏물이 왈칵- 쏟아지는 순간.

가로수에 사지가 엉켜 있던 마지막 바위 트롤이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콰드드드득-

염동력장에 엄청난 부하가 걸리고.

“물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중랑천 제방에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어느 순간 역장에 걸리는 부하가 일순간 사라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과 확성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콰르르르릉-

[됐습니다! 뚫렸습니다!]

제방에 뚫린 작은 구멍에 제방이 통째로 무너지듯, 역류하던 엄청난 물이 잡동사니를 모조리 끌고 한강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위험합니다! 빨리 빠져나오세요!]

마혁진은 바위 트롤을 중랑천 제방 위에 떨어뜨리는 동시에 순간 이동했다.

핏, 피피피핏-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공간을 뛰어넘는 몸!

두 발이 단단한 다리를 딛는 순간 아찔한 현기증이 밀려왔다.

휘청거리다 몸을 일으키는 순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아-

“해냈다!”

“물길이 뚫렸다!”

“됐어! 중랑천은 범람하지 않는다!”

“선생님께서 수많은 사람을 구했습니다!”

……

마혁진은 난간을 잡고 일어서 주위를 돌아봤다.

다리, 제방, 건물!

아이, 어른, 가족, 경찰, 군인!

시야가 닿는 모든 곳에 자리한 모든 사람이 외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염동 대협!”

“훌륭하십니다! 염동 대협!”

“정말 감사합니다! 염동 대협!”

……

염동 대협이라는 이름을!

“…….”

순간 지난 몇 시간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꽉 막힌 중랑천 물길을 뚫기 위해 그야말로 개같이 굴렀다.

물길이 뚫릴 만하면 떠내려오는 바위 트롤과 가지를 뻗은 가로수에 몇 번이나 다시 물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5번째 물길을 뚫었을 때 깨달았다.

2004년 부산, 칠성파 빌딩.

2000년 3월 서초구 난장판.

2000년 1월 바로 이곳 중랑천까지.

‘이세기 새끼한테 또 낚였구나!’

마음속으로 수백 번 이를 갈며 안간힘을 써서 지금에서야 간신히 중랑천 물길을 열었다!

그 결과 낙엽, 비닐, 나뭇가지, 진흙. 격류에 떠내려온 온갖 잡동사니로 몸은 엉망이 되고.

한계까지 각성력을 끌어쓰느라 속이 뒤집히고 눈이 붉게 충혈되고 몇 번이나 코피가 터졌다.

겉과 안 모두, 만신창이가 된 상황!

그러나 어째서일까?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염동 대협이라는 외침을 듣고 있는 지금, 간질간질한 열기가 가슴속에서 피어오르고, 어이없게도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려 했다.

“내가 이제는 미쳐 가는구나…….”

피식 헛웃음이 새어 나올 때 다급히 달려오는 소리와 환희 어린 외침이 들려왔다.

“감사드립니다! 국정원 5팀 최 팀장입니다! 선생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정식으로 상부에 보고해! 선생님의 헌신에 대한 보상과 상훈을 추진하겠습니다!”

“마…….”

마혁진은 무심코 대답하다 흠칫 놀랐다.

이세기의 경고 나비효과!

순간 까맣게 잊고 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아는 형의 소개로 조직에 들어가 똘마니 생활을 시작했다.

너무나 오랜 시간이 지나 조직과 보스의 이름은 잊었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기억이 있었다.

그때가 1999년이라는 것!

그리고 혈맹 온라인 게임!

젊은 마혁진이 들어간 조직은 혈맹 온라인 작업장을 돌렸고.

젊은 마혁진이 모시는 보스는 혈맹 온라인 성주였다!

마혁진을 포함한 신입 조직원들은 3개월 무급 인턴으로 게임 캐릭터에 경험치를 먹이는 인간 오토 임무를 맡았다.

하루 평균 수면시간 4시간!

3개월 동안 김밥과 컵라면으로 버티며 미친 듯이 사냥하고 경험치를 먹였다!

그리고 1999년 12월 30일!

마침내 정식 조직원 합격 통보를 받았다.

2000년 1월 1일 새해부터는 99만 원의 기본급을 받는 정식 조직원이 된 것이다.

3개월 무급 인턴, 신입 조직원의 첫 임무가 게임 캐릭터 키우기였다.

이제 와 생각하면 말도 안 됐다.

하지만 젊은 마혁진은 사기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하고 ‘사원 마혁진’이란 명함에 감격했다.

그러나 그 감격은 오래가지 못했다.

다음 날 자정까지 이어지는 작업장 전체 회식 때 광화문 게이트가 열렸으니까!

작업장 전체 회식, 1999년 12월 31일 서울 중랑구.

지금 자신이 있는 곳, 2000년 1월 2일 서울 중랑천.

지금 서울에는 자신 말고 또 다른 마혁진이 있었다.

신입 조폭 마혁진.

즉, 여기서 마혁진이란 이름을 밝히면, 자신이 아닌 젊은 마혁진이 얽혀 들어가고 미래가 변한다!

그리고 나비효과가 일어난다!

-2020년, 거지가 된 도망자 마혁진.

-2004년, 칠성파 보스 마혁진.

-2000년, 신입 조폭 마혁진.

순간 머릿속에서 폭풍이 몰아쳤다.

‘어차피 2004년 부산에서 칠성파 보스 마혁진의 과거를 바꿨으니까 상관없는 거 아닐까?!’

‘아니다! 여기는 2004년의 과거, 2000년 서울이다!’

‘여기서 신입 조폭 마혁진의 미래가 변하면 칠성파 보스 마혁진이 되는 미래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한국최강의 초능력 각성자, 칠성파 보스 마혁진이 사라지게 된다면?!’

‘마혁진의 서울 수복 작전 참전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신입 조폭 마혁진의 미래가 변하는 순간,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될 수 있다!

즉, 마혁진이라는 이름은 밝혀서는 안 된다!

가명! 누구와도 얽히지 않을 가명을 사용해야 한다!

‘생각해라! 생각해!’

“선생님? 괜찮으신가요? 혹시 불편하시면 우선 병원으로 이동하셔서…….”

미친 듯이 머리를 굴릴 때, 자신을 국정원 최 팀장이라 밝힌 남자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

반사적으로 대답하려는 순간 불현듯 들려오는 외침이 있었다.

“염동 대협!”

“염동 대협!!”

“염동 대협!!”

……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환호성!

굳이 공들여 가명을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중랑천의 물길이 뚫린 이상 더는 군인과 경찰, 국정원의 도움은 필요 없다!

이제 자신은 이세기와 만나 2020년으로 돌아갈 테니까!

마혁진은 바로 각성력을 끌어올리며 대답했다.

“염동 대협.”

“하하- 네 알고 있습니다. 염동 대협이시죠. 하지만 정부에 정식으로 보고하고 막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려면 제대로 된 이름과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합니다! 우선 마스크를 벗고 이름을 말해 주시면…….”

“염동 대협!”

마혁진은 대답과 동시에 난간을 뛰어넘었다.

“잠시만……!”

국정원 최 팀장의 다급한 외침을 뒤로하고 연속으로 순간이동했다.

마혁진이 허공을 가로지르는 순간 거대한 환호성이 하늘을 울렸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염동 대협!”

“염동 대협!!”

……

이세기 녀석이 장난하듯 붙여 준 이름을 모두가 외치고 있었다.

염동 대협 마혁진은 피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염동 대협!!”

“염동 대협!!”

……

순간 2배는 커지는 외침!

“이걸 이태성, 그 게임 폐인 녀석이 봐야 했는데…….”

탄식하는 순간 중랑천과 제방, 도로가 지나가고 총성과 포효가 울리는 시가지가 보였다.

핏, 피피핏-

마혁진은 건물 사이로 순간 이동해 전투가 한창인 시가지 한곳으로 떨어졌다.

20여 마리의 랩터 무리 위로!

끼이잇-

끼에에엣-

포효와 함께 부풀어 오르는 다리 근육과 섬뜩한 예기를 뿜어내는 갈고리발톱!

하지만 랩터가 마혁진을 향해 도약하기 직전.

콰아아아앙-

염동력장에 끌려온 자동차와 시멘트 덩어리가 랩터 무리를 단숨에 으스러뜨렸다.

마혁진은 지상에 착지하는 순간 손을 우뚝 치켜들었다.

박살 난 랩터 사체와 시멘트 덩어리가 공중으로 떠올라 회전하고 사방에 널린 잡동사니가 딸려온다.

부아아아앙-

건물 사이 좁은 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역장의 폭풍!

새로운 감각이 생겨난 듯,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미세 컨트롤이 가능했다.

이유는 하나뿐이다.

이마에 생겨난 십자 상처!

마혁진은 역장의 폭풍을 휘감고 시가지를 가로질렀다.

콰카카카캉-

모여들던 마수와 몬스터가 갈려 나가고.

“염동 대협이 오셨다!”

군인들의 환호성이 빠르게 퍼져 나갔다.

마혁진은 시가지를 달리며 문득 생각했다.

지금 이 시대에는 신입 조폭 마혁진이 있었다.

과거의 자신, 젊은 마혁진이 조직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아니 게이트가 열린 지금이라도 조직에서 나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초능력 각성을 했을 때 조직에 있지 않았다면, 깡패가 아니었다면 과거의 마혁진의 미래는 어떻게 변했을까?

비슷한 시기에 각성한 1세대 헌터들과 동료가 되었을까?

하-

순간 자신도 모르게 실소가 터졌다.

1세대 헌터의 중심은 이태성 길드장과 같은 게임을 한 녀석들이다.

게임이라면 치를 떨던 과거의 자신이 게임 폐인인 이태성과 친구가 됐을 리 없다!

게다가 벌써 20년 전 일이다.

혈맹 온라인을 제외하면 보스와 조직의 이름도 위치도 기억나지 않았다.

과거의 자신, 젊은 마혁진을 난장판이 된 이 거대한 서울에서 찾는 건 불가능했다.

이때 문득 떠오른 이름이 있었다.

이세기!

불운과 재앙의 화신 이세기라면 과거의 자신 젊은 마혁진과도 얽히지 않았을까?

“하- 말도 안 되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세기와 헤어진 지 1시간이 조금 지났을 뿐이다.

아무리 이세기 녀석이 재앙의 화신이라도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그런 우연이 일어날 리 없다.

지금은 과거가 아닌 미래, 2020년 남일도로 돌아가는 걸 생각할 때다.

마혁진은 상념을 끊어 내고 역장의 폭풍과 함께 시가지를 가로질렀다.

이세기와 장철이 기다리고 있는 청담대교를 향해서!

* * *

염동 대협이 시가지로 떨어지는 순간.

국정원 최 팀장은 바로 무전기를 잡았다.

“타깃이 시가지로 들어갔다!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나타난 초능력자 중에 최고 등급이다!”

다리, 제방, 강변, 시가지!

사방에 흩어져 대기 중인 국정원 5팀 요원들이 움직이고 대기 중인 SUV가 달려왔다.

“팀장님!”

“바로 이동한다!”

부아아아앙-

최 팀장이 올라타는 즉시 차는 가속하고 대기 중이던 부하 직원이 서류철을 넘겼다.

“현재 상황 요약 보고입니다.”

최 팀장은 서류철을 빠르게 훑으며 질문을 던졌다.

“광화문 게이트는?”

“저지선 설치가 끝났습니다! 철조망, 바리케이드! 전차와 장갑차! 지뢰, 클레이모어로 3중 저지선을 설치했습니다!”

“소개 작업은?”

“일반인은 70%까지 완료됐습니다. 대사관은 자체 무장 후 사태를 관망하고 있습니다.”

“VIP는?”

“무사히 서울을 빠져나가 곧 계룡대에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한강 다리 폭파 명령은 어디서 내려왔는지 확인됐나?”

“…….”

순간 바로바로 돌아오던 대답이 끊기고, 좌우를 확인하더니 조심스레 하늘을 가리는 직원.

‘하아…….’

최 팀장은 표정 변화 없이 속으로 깊은 한숨을 삼켰다.

2000년 1월 1일 00시 00분.

밀레니엄 행사가 벌어지던 광화문, 경복궁 중심에 거대한 빛의 문, 게이트가 열렸다!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온 괴물들로 종로와 강북 지역은 난장판이 됐다.

그러나 빠르게 출동한 국군이 저지선을 만들고 경찰이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거대 괴수는 답이 없지만, 자잘한 괴물들은 어렵지 않게 막아 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강 다리를 끊으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한강에 놓인 다리를 끊는 순간, 게이트가 열린 강북 지역은 산과 한강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섬이 돼 버린다!

어떻게든 명령을 철회하도록 움직였지만, 다리는 이미 끊겼고, 수십만. 아니, 수백만 시민과 경찰, 군인들이 그대로 강북에 고립됐다.

그리고 지금 어디서 그 명령이 내려왔는지 알게 됐다.

바짝 긴장한 얼굴로 하늘을 가리킨 손가락!

일개 국정원 팀장은 입에도 올릴 수 없는 상부에서 내려왔다.

“다리 복원 가능할까?”

“……공병대를 불렀지만 2, 3일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 팀장과 직원의 시선이 동시에 창문 밖으로 움직였다.

시가지 북쪽.

북한산을 타고 북동쪽으로 이동하던 거대 괴수가 돌연 방향을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다.

2, 3일?

아니, 당장 2, 3시간 후면 거대 괴수가 도착한다.

다리가 끊겨 수십만 시민들이 고립된 한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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