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51화>
휘이잇-
남자는 감탄한 듯 휘파람을 불며 툭 질문을 던졌다.
“그렇지 않냐?”
순간 덩치 둘이 바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형님!”
“형님 말씀대로 근성이 완전 미쳤습니다!”
“그렇다니까! 중삐리? 고삐리? 조폭이란 것들이 괴물에 겁먹고 달리기도 제대로 못 하는데! 저 고삐리 봐라! 와! 미친! 철교도 아니고 소용돌이치는 부유물을 밟고 50미터를 뛰어서 오리배를 낚아채네! 너희도 봤지? 장난 아니지?!”
“네 형님!”
“맞습니다! 형님!”
장민은 빠르게 교각 위를 훑었다.
잔뜩 긴장한 몸으로 연신 고개를 조아리는 덩치 둘!
섬뜩한 눈빛과 건들거리는 몸짓, 능청스런 말투의 30대 남자!
남자가 보스, 덩치가 부하!
셋 모두 깡패다!
어떻게 교각에 나타났는지도 바로 알 수 있었다.
괴물들이 나타나 전투가 벌어진 저지선 너머로 연결되는 다리!
그 다리 아래 철교를 달려 자신이 있는 교각까지 이동했다.
이렇게 움직인 이유도 바로 나왔다.
“미친 군인 놈들이 다리를 날려 버려서 식겁했는데 잘됐네. 미친 근성의 고삐리. 저 오리배 좀 잠깐 빌리자.”
“빌려줄 생각 없으니까. 꺼져라.”
단호히 끊는 순간 남자는 웃었다.
“걱정할 거 없어. 잘 쓰고 돌려줄게. 야 뭐 해? 얼른 내려가서 오리배 챙겨야지?”
“네 형님!”
“바로 챙기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교각에 박힌 사다리를 잡고 내려오는 덩치 둘!
장민은 부엌칼 창을 짧게 잡고 로프에 가져다 댔다.
“한발만 더 와라. 그냥 끊어 버린다.”
깜짝 놀라 움츠러드는 덩치들.
“하, 새끼들. 여기서 움츠러들면 어떡하냐? 그럼 우리가 오리배 뺏으려는 나쁜 놈 같잖아?”
능글능글하게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나쁜 놈 맞지만 말이야. 크크큭-“
“…….”
“야, 근성 쩌는 고삐리. 그 오리배는 우리가 먼저 찜한 거야. 그러니까 놓고 꺼지라고 하면……?”
로프에 닿은 부엌칼에 시선을 보내며 피식 웃는 남자.
“당연히 안 되겠지? 좋아! 그럼 우리랑 같이 한강 건너자. 강 넘어가면 바로 오리배 넘겨줄 테니까 그때 가져가면 되잖아? 딜?”
남자는 웃으며 교각 위에서 손을 뻗었다.
장민은 미동도 하지 않고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합리적인 제안이다.
오빠가 세린이를 데려오려면 어차피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덩치 둘과 남자까지 셋을 강 건너에 태워다 주고 돌아오면 된다.
단 상대가 약속을 지킨다는 보장이 있을 때만!
광화문에 게이트가 열리고 괴물들이 쏟아졌다.
서울 중심부가 초토화되고 도로를 타고 서울 전체로 괴물들이 퍼졌다.
오빠, 세린이와 함께 한발 빨리 움직여 한강에 도착했지만, 군인은 괴물들을 저지하느라 정신이 없고, 경찰들은 시민들을 대피시키느라 과부하가 걸렸다.
여기에 한강 다리까지 끊겨 뚝섬에 모인 엄청난 인파가 고립된 상황이다.
지금 급류가 휘몰아치는 한강을 건널 방법은 유람선과 오리배, 뗏목뿐이다!
하루, 이틀, 일주일, 보름……!
이대로라면 한강을 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짐작도 안 된다!
일주일, 보름?
게다가 일주일은커녕 오늘 하루도 장담하지 못한다!
점점 간격이 짧아지는 총성!
엄청난 물을 쏟아붓는 중랑천!
무시무시한 격류가 흐르는 한강!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포효를 터트린 괴수까지 한강으로 접근하고 있다!
당연히 뚝섬 전체가 아비규환의 난장판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타인의 말과 약속만 믿고 호의를 보여 줄 수는 없다.
호의는 강자만의 권리다.
약자의 어설픈 호의는 자신과 가족의 등을 찌르는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
그리고 느껴졌다.
간질간질거리는 뇌리!
교각 위에서 능청스레 말을 거는 깡패 두목에게는 다른 꿍꿍이가 있다!
“야, 뭐 해. 어른이 양보하면 얼른 받아야지? 딜?”
능청스런 목소리와 눈짓!
멈춰있던 덩치 둘이 다시 계단을 잡고 내려온다.
장민은 살기를 담아 외쳤다.
“한 걸음만 더 움직이면 로프 끊어 버린다!”
사다리에 매달린 덩치가 굳는 순간 바로 돌아온 목소리.
“워, 워! 진정해! 근성 쩌는 고삐리.”
양손을 장난스럽게 흔들며 농담하듯 말을 이었다.
“그 로프 끊어 버리면 ‘세린이’ 왔을 때 어쩌려고?”
“……!”
뱀처럼 번뜩이는 눈과 마주치는 순간 깨달았다.
‘이 녀석 전부 들었다!’
“와, 이 녀석 눈치도 빠르네? 멍청한 우리 애들이랑은 다르게 말이야? 하하하-”
남자는 돌연 웃음을 터트리다 버럭 외쳤다.
“멍청한 새끼들아! 지금 움직였어야지!”
“네, 네?!”
“……움직이면 밧줄 끊는다고……?”
“와, 이 답답한 새끼들! 같이 들었잖아?! 오리배 타고 바로 빠져나가면 되는데 왜 저기서 저렇게 버티고 있겠냐? 세린이! 기다리는 거잖아! 저 고삐리 절대 로프 못 끊어! 잡아 새끼들아!”
“……!”
“……!”
눈에 살기를 담고 반사적으로 사다리를 내려오는 덩치!
“멈춰! 계속 움직이면…….”
“어린 게 겁도 없이! 움직이면 뭐?! 확-!”
덩치가 위협하듯 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
장민은 창대를 놓고 등 뒤로 손을 움직였다.
손이 스치는 동시에 철컥- 잠금장치가 풀리고 불쑥 튀어나와 겨눠졌다.
“……!”
“……!”
사다리에 매달린 덩치 둘이 얼어붙는 순간 터져 나온 다급한 외침.
“미친! 너 그 석궁 쏘면……!”
장민은 주저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핑-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리는 것과 동시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악-
5미터 남짓한 높이!
하나로 뒤엉켜 잡동사니가 널린 교각 바닥에 떨어진 덩치 둘!
“내 다리! 내 다리! 아아악-”
“으악, 으아악-”
남은 건 교각 위 보스!
장민은 즉시 볼트를 채워 넣고 크랭크를 돌렸다.
그륵-
손바닥에서 치솟는 통증에 움찔하는 순간 섬뜩한 감각이 느껴졌다.
“……!”
반사적으로 땅을 박차고 바닥을 굴렀다.
깡-
날아온 칼이 바닥에서 튕기고!
우드득-
잡동사니가 전신을 찔러 온다!
장민은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키는 동시에 몸을 비틀었다.
횡으로 이동하는 석궁 사선!
잡동사니를 박차고 돌진하는 남자!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번쩍이는 광채가 찔러 들어왔다.
‘늦었다!’
파앙-
깡통을 차올리며 거리를 벌리는 순간.
타, 타탓-
가볍게 상체를 비틀어 피하고 거리를 좁히는 남자!
“잡았다!”
섬뜩한 예기를 품은 칼이 찔러 들어오고.
핑-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석궁 볼트가 발사됐다.
2미터 남짓!
어깨를 겨누고 쏜 석궁!
‘맞았다!’
확신하는 순간 깡- 쇳소리와 함께 볼트가 튕겨 나갔다.
칼로 볼트를 쳐 냈다고?!
“말도 안 돼!”
“하하- 괴물들이 쏟아지고 힘이 넘친다! 고삐리, 지금이라도 항복…….”
장민은 창을 차올려 그대로 찔러 들어갔다.
깡-
점으로 찔러 들어가는 부엌칼 창과 긁어내듯 움직이는 사시미칼이 충돌했다!
까가가가가가깡-
찰나의 순간 수십 번 금속성이 울리고 불꽃이 우수수 쏟아졌다.
1.5미터 남짓한 창의 거리!
팡트(fente)!
일 점으로 찔러 들어가는 펜싱의 찌르기를 넣고 있다!
일반인이라면 어떻게 당했는지 모르는 공격이다!
상대가 아무리 싸움에 익숙한 깡패여도 30cm 남짓한 사시미칼로 버티는 건 말도 안 된다!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고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이 사람 이상하다?!’
장민이 직감하는 순간.
휘이잇-
남자는 휘파람과 함께 과장된 탄성을 터트렸다.
“미친! 고삐리가 이런 칼질을 한다고?! 와, 미친 이 새끼 재능 봐!”
‘농락하고 있다!’
장민은 표정 변화 없이 바닥에 널브러진 잡동사니를 연속으로 차올렸다.
팡, 팡, 파앙-
흙탕물과 나무토막, 잡동사니 뒤로 창을 찔러 넣었다.
남자는 피하지 않고 맨손을 내밀고 앞으로 도약했다!
‘여기서 잡는다!’
팡테!
속도와 무게, 전신의 힘을 담아 바닥을 짓밟고 섬전 같은 일점 찌르기를 넣는다!
이 순간 앞으로 내민 남자의 맨손이 나무토막과 잡동사니를 쳐 내고 부엌칼을 잡아 왔다!
“……!”
흠칫 놀라 반사적으로 창날을 내렸지만, 한발 늦었다.
콰드득-
맨손이 부엌칼을 잡았다!
창대를 타고 돌아온 진동에 찢어진 손바닥에서 피가 쏟아지고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이 올라왔다.
“……!”
장민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창대에 힘을 실었다.
부르르-
부러질 듯 진동하는 창대!
꽈드드득-
맨손에 잡힌 칼날은 미동도 하지 않고 오히려 우그러지고 있다!
아니 맨손이 아니다!
남자의 손에선 만져질 듯 선명한 붉은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놀랐냐? 고삐리?!”
남자가 피식 웃는 순간 수직으로 떨어지는 붉은빛이 담긴 사시미칼!
사시미칼은 소리도 없이 손에 잡힌 부엌칼을 반으로 잘랐다!
장민은 창대를 잡고 뒤로 몸을 뺐다.
이때 등 뒤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형님! 제가 잡았……!”
뒤엉켜 바닥을 구르던 덩치!
체격과 몸무게, 힘까지!
이대로 잡히면 끝장이다!
장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창대를 비틀었다.
겨드랑이 아래를 지나 등 뒤로 치솟는 창대!
달려들던 덩치는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었다.
시야의 사각!
바닥에서 솟구친 창대가 목울대를 찔렀다.
꺼어억-
덩치가 숨이 막혀 허리를 꺾는 순간, 등에 느껴지는 감각!
장민은 그대로 옷깃을 낚아채 정면으로 내리꽂았다.
온갖 잡동사니가 널린 시멘트 교각 위에 그린 듯한 업어치기가 떨어졌다.
콰아아앙-
자신의 몸무게가 철퇴가 되어 잡동사니와 시멘트 바닥을 때리고 육체로 돌아왔다.
단 1초도 버티지 못했다.
울대를 맞고 업어치기까지 당한 덩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사지를 파르르 떨다, 그대로 정신줄을 놨다.
장민은 피가 철철 흐르는 손으로 창날이 부러진 창대를 잡고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창날이 잘리고 10초 남짓한 시간 동안 일어난 일.
“…….”
남자는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봤다.
서울 한복판에 빛의 문이 열리고 괴물이 쏟아져 나와 개판이 되더니, 갑자기 손에서 붉은빛이 나오고 힘과 민첩성, 순발력 모든 게 상승했다.
더는 놀랄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상도 하지 못한 어린 녀석이 나타났다!
호리호리한 고삐리 녀석에게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이 부하 둘이 단숨에 제압됐다!
실력보다 놀라운 건 근성과 과감성!
아악, 아아악-
한 놈은 종아리에 석궁이 박혀 아직도 비명을 지르고 있고, 다른 한 놈은 뒤에서 기습했다가 완전히 정신줄을 놨다!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야, 너 내 밑에서……!”
이 순간 깊게 눌러쓴 모자 아래 섬뜩한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보였다.
어느새 창이 사라지고 두 손에 들려 자신을 겨눈 석궁이!
“……!”
섬뜩한 전율이 느껴지는 순간 뒤로 몸을 날렸다!
핑-
바닥으로 쏘아진 은빛 광채!
깡-
석궁 볼트가 바닥과 충돌해 튕겨 나왔다.
피하지 않았으면 다리에 석궁이 박혔다!
갑자기 생겨난 이상한 빛으로 보호되지 않는 다리에!
“이 새끼가 미친……!”
버럭 외치는 순간 간담이 서늘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이상한 빛. 너, 손만 강화할 수 있구나?”
“……뭔 헛소리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한 타이밍 늦게 대답하는 순간.
핑-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다리로 날아오는 볼트!
반사적으로 교각 뒤로 몸을 날리고 볼트가 튕겨 나갈 때 발소리가 들려왔다!
타다다닥-
석궁을 들고 교각을 돌아 따라오고 있다!
“야, 잠깐! 잠깐만 멈춰봐!”
다급히 달리며 외쳤지만 멈추지 않는다!
그륵, 핑, 깡-
그륵, 핑, 깡-
숨 돌림 틈도 없이 날아오는 볼트!
다리, 발, 종아리, 발!
집요하게 손이 닿지 않는 하체 끝을 노리고 있다!
반격하려는 순간 교각에 몸을 숨기고 거리를 벌린다!
‘이대로면 당한다!’
직감하는 순간 외침과 동시에 칼을 날렸다.
“네가 선택한 거다!”
빛이 담긴 사시미칼은 허공을 지나 오리배 보트를 묶은 로프를 잘라 버렸다!
“……!”
장민은 생각하기 전에 몸을 던져 끊어진 로프를 낚아챘다.
* * *
낚아채는 동시에 팔 위로 로프를 휘감고 끌어당긴다!
와드드득-
양손에 걸리는 엄청난 부하!
찢어진 장갑 사이로 왈칵 피가 터지고 지지는 듯한 고통이 쏟아졌다.
장민은 이를 악물었다.
이 작은 오리배가 없으면 세린이와 오빠가 새언니가 있는 한강 너머로 건너가지 못한다.
자신도 어렸으면서 아빠처럼 자신을 지켜 준 오빠.
빙그레 웃는 얼굴, 엄마처럼 때로 짓궂은 언니 같던 새언니.
언제나 밝고 씩씩한 아이, 고모를 외치며 달려와 비밀을 가르쳐 주던 세린이.
우리 가족.
세린이가 태어나는 날 맹세했다.
오빠와 새언니, 세린이. 가족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으아아악-
장민은 악을 쓰며 로프를 움켜잡았다.
쓰으으윽-
팔에 휘감은 로프가 끌려 나가며 옷이 걸레짝이 되고 피부가 찢어졌다.
로프에 박아 넣은 손톱이 모조리 뒤집혀 부러져 떨어졌다.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통증이 쏟아졌다.
그러나 장민은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않고 버텼다.
콰드드드득-
그리고 마침내 로프가 멈추는 순간, 이를 악물고 끌어당겼다.
쿵쿵, 쿵쿵쿵-
오리배가 급류를 거슬러 잡동사니와 충돌하며 가까워질 때 휘파람이 들려왔다.
“뭐야? 이걸 끌어당긴다고? 와, 너 진짜 아까운데 정말 내 밑에 들어올 생각 없냐?”
능글능글 웃으며 다가오는 남자.
남자의 손에서는 어느새 로프를 끊어 버린 사시미칼이 빙글빙글 회전하고 있었다.
“…….”
다시 석궁을 잡으면 로프를 놓친다!
장민이 할 수 있는 건 두 눈으로 보는 것밖에는 없었다.
“대답이 없네? 그럼 거절로 알아들을게. 오리배는 잘 쓸게. 고맙다.”
남자는 씩 웃으며 장민을 지나쳐 오리배로 걸어가다 몸을 돌렸다.
“아, 그러고 보니 마무리는 하고 가야지.”
성큼성큼 다가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장민 앞에 서는 남자.
“그전에 얼굴부터 볼까?”
깊숙이 눌러쓴 야구 모자를 칼끝으로 툭 쳐 내고 마스크 줄을 끊는 순간 머리카락이 쏟아지고 얼굴이 드러났다.
섬뜩하게 빛나는 두 눈과 굳게 다문 입술.
얼음장 같은 냉기를 담은 차가운 표정.
그럼에도 숨길 수 없는 외모!
“……너? 여자였어?!”
깜짝 놀라 외치는 동시에 반사적으로 물러섰다.
따딱-
얼굴이 있던 허공에서 울려 퍼지는 이빨 부딪치는 소리.
“와!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과장되게 웃으며 칼을 들어 로프에 올렸다.
“그럼 포기하게 해 줘야지. 쓱, 쓱-”
로프 위에서 장난스레 칼을 움직이는 순간 장민은 사색이 됐다.
“그만, 멈춰!”
즉시 칼이 멈추고 웃음기가 사라진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 제의다. 너도 나처럼 이상한 힘을 얻은 거 같은데…… 아까 말한 대로 우리랑 같이 넘어갔다가 오리배 가지고 돌아와라. 겸사겸사 내 밑에서 1년만 일하고. 어때?”
처음부터 뒤통수를 칠 생각을 하고 있던 깡패 두목.
그런 녀석이 약속을 지킨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지금 자신에겐 다른 방법이 없다.
이 남자의 믿을 수 없는 약속이 지금으로선 유일한 해결책이다.
“…….”
“좋아! 그 표정 보니 결심했나 보네.”
남자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 버럭 소리 질렀다.
“새끼들아! 아직도 정신줄 놨냐?! 빨리 일어나서 로프 잡아당겨! 멍청한 새끼들! 고삐리 여자애보다 못해!”
그리고 사근사근하게 물었다.
“너 이름이 뭐냐?”
장민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었다.
“……장.”
이 순간 돌연 튀어나온 목소리가 장민의 대답을 끊었다.
“이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