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50화 (1,15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50화>

영동대교가 가까워지자 인파가 빠르게 늘어나고 사방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유람선 오고 있다!”

“달리지 마세요! 위험합니다!”

“거기 차 빨리 앞으로 밀어! 차 벽을 세운다!”

……

정신없이 달리는 피난민과 이들을 통제 중인 경찰.

마수와 몬스터를 막아 낼 저지선을 세우는 군인까지!

모두가 뒤엉킨 거대한 난장판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천문석은 인파를 직선으로 뚫고 달리며 생각했다.

어쩐지 난장판이 된 뚝섬에서 두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2000년의 장철과 장민.

두 사람은 세린이와 함께 한강을 건널 배를 구하고 있을 거다.

그러나 배를 구해 주차장으로 돌아갔을 때 세린이는 없다.

자신과 함께 온 2020년의 장철이 이미 세린이를 데리고 주차장을 빠져나왔을 테니까.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위해서 20년 동안 헤맨 장철은 어떤 선택을 할까?

장세린과 함께 2020년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과거의 자신에게 데려다줄까?

세기말 대한민국의 난장판을 직접 겪은 자신도 장철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던 아이를 찾아 20년을 헤맨 아버지를 비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장민 오빠, 특급 헌터 삼촌, 세린이 아빠, 장철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짐작이 갔다.

어디나 그런 사람이 있었다.

겉과 속 모두 강철 같은 사람.

그들은 그 강철 같은 몸과 마음으로 언제나 선택하곤 했다.

천문석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 사고를 치고 도망친 한경석을 찾아 남중국 푸저우시에 왔을 때는 마혁진, 장철과 함께 다시 한번 2000년 1월 세기말 대한민국에 오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렇게 정신없이 달려가는 지금 어쩐지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2004년 부산에서 칠성파 보스 마혁진을 만나 크게 털어먹고 서울 수복 작전에 강제 참전시켰다.

2000년 3월 서초구에선 이세영 선생님에게 검은 폭풍의 리볼버를 전하고 각성시켰다.

어딘지 모를 깊은 숲에서 이름을 잊어버린 아이와 동물 요괴들을 만나 선물을 한 아름 안겨 줬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2000년 1월 2일 게이트가 열리고 난장판이 된 서울에 도착했다.

어째서일까?

자신이 겪은 이 모든 사건, 자신이 한 행동들이 중간이 비어 있는 도미노를 채우는 것 같았다.

흑전을 튕겨 올리며 하늘에 기원한 것 이상으로 아득한 하늘의 인과가 이어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혹시 정말 그런가요?”

문득 하늘을 바라보며 물었지만, 당연히 하늘은 대답하지 않았고. 그사이 영동대교 너머 뚝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파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

오리배 선착장.

장철은 어떤 선택을 했던지 세린이를 데리고 청담대교로 올 거다.

자신이 할 일은 한강을 건널 배를 찾아 청담대교로 가는 거다.

다시 난장판으로 들어갈 때다!

천문석은 상념을 끊고 인파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때 장철과 장세린은 천문석의 예상대로 청담대교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느렸다.

“도로 상태가 안 좋아! 크게 흔들릴 거야! 안전벨트 꼭 하고 있어!”

인간 렉카차가 되어 자동차를 끌고 달리는 장철.

“아앗! 한강 보이잖아! 안 돼! 고모가 한강 따라오면 화낸다고 했단 말이야! 우리 고모 엄청 무서워! 멈춰! 나 울 거야! 계속 가면 나 진짜로 엉엉 울 거야!”

자동차 안에 갇힌 채 창문을 두들기며 외치는 장세린.

“사선 확인!”

타타탕, 타타탕-

사선 확인의 외침과 총성이 한강 전체로 퍼져 나가고.

위이잉, 위이이잉-

[중랑천 제방이 위험합니다!]

[시민분들은 옥상으로 대피 부탁드립니다!]

사이렌 소리와 확성기 외침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시가지에서 나타나는 마수와 몬스터의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마혁진이 물길을 뚫고 있는 중랑천은 여전히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여기에 한강을 건너기 위해 모여드는 인파에 서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이동하는 거대 괴수까지!

천문석과 얽힌 사건이 언제나 그러했듯 세기말 대한민국 한강에 펼쳐진 난장판은 빠르게 규모를 키워 가고 있었다.

* * *

“유람선 오고 있다!”

“더 빨리 달려!”

가까워지는 유람선을 향해 환호하며 달리는 사람들!

“여기 세 사람 태워 주세요!”

“십만 원! 아니 백만 원 드릴게요!”

한강을 가로지르는 오리배 보트를 향해 목이 터져라 외치는 가족들!

난장판이 된 뚝섬 유람선 선착장 벤치.

수건으로 머리를 누르고 앉아 있는 젊은 남자, 장철이 있었다.

초점이 맞지 않는 흐릿한 시선과 아득히 멀리서 들려오는 외침들.

문득 수건을 때자 말라붙은 피가 보였다. 그리고 뒤통수로 손을 가져가자 피가 멈춘 게 느껴졌다.

이때 익숙한 외침이 들려왔다.

“……어디 있어?!”

외침에 반사적으로 일어나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구명조끼를 들고 달려오는 깊게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한 사람!

“장민!”

반사적으로 외치는 순간 눈이 마주치고 바로 달려오는 장민!

이때 사람들이 사방에서 손을 뻗었다.

“구명조끼!”

“10만 원에 살게!”

“하나만 주세요! 아이가 있어요!”

……

장대에 매달린 칼날이 허공을 가르고 깡- 섬뜩한 쇳소리를 내며 시멘트 바닥을 때렸다.

“뭐야? 부엌칼 창?!”

“미친! 위험하게!”

“구명조끼 하나만 넘겨주고 가라고!”

흠칫 놀라 물러섰다 악을 쓰며 달려드는 사람들!

이 순간 주저하지 않고 창이 찔러 들어왔다.

핏, 핏, 핏-

부엌칼 창이 팔다리를 스치듯 지나가는 순간 옷이 잘려 나가고 핏방울과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아악-

흐에엑-

허어억-

도망치는 사람과 밀고 들어오던 사람들이 뒤엉켜 멈춰 서는 순간, 석궁이 겨눠지고 서릿발 같은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꺼져!”

진짜 쏜다!

“……!”

“……!”

순간 정적이 내려앉고 기가 죽은 사람들이 다급히 물러나며 길이 트였다.

장민은 한달음에 열린 길을 달려 장철 앞에 도착했다.

“너 사람한테 창을……!”

“빨리 손들어!”

“어, 어!”

반사적으로 손을 들자 장민은 재빨리 구명조끼를 입히고 벨트를 단단히 조였다.

그리고 작은 구명조끼를 구명조끼 사이에 끼워 넣고 단단히 고정했다.

“이건 세린이 거야! 혹시 몰라서 준비했어. 절대 다른 사람 주거나 뺏기면 안 돼!”

세린이!

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장철은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신 차리고 내 뒤를 따라와야 해!”

“유람선 기다려야…….”

“이 속도면 해지기 전에 한강 못 넘어가!”

장민은 말을 끊고 유람선을 향해 몰려드는 인파를 가리켰다.

10번, 20번을 왕복해도 다 옮기지 못할 정도로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 찾았어.”

“뭐?!”

“오빠가 도와줘야 해. 빨리!”

장민이 앞장서 달리자.

장철은 바로 뒤를 따라 뛰었다.

비명과 고함, 울음과 탄식, 총성과 괴물들의 포효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경찰과 군인이 깔려 질서를 유지했지만, 한강에 밀려든 인파에 비하면 한 줌도 안 됐다.

처음 질서를 유지한 것 같던 뚝섬 유원지는 어느새 아비규환의 난장판이 된 상태!

지혈한 뒤통수에서 욱신욱신 통증이 올라올 때마다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한강으로 이동 중인 군인들의 도움으로 난장판이 된 서울 중심지를 빠르게 통과해 아파트에 도착했다.

아내는 사고로 장인이 있는 서울중앙병원에 입원했고, 아파트에는 딸 세린이와 동생 장민만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든 떠날 수 있게 옷을 입고, 배낭을 싸고 부엌칼을 막대기에 고정한 창과 석궁으로 무장하고!

그 즉시 동생의 말대로 딸을 데리고 멀리 가지 않은 군용 트럭의 뒤를 쫓아 한강으로 차를 몰았다.

그렇게 한강에 도착하자 뒤를 쫓아 달린 장교의 귀띔이 있었다.

‘언제 다리가 폭파될지 모릅니다.’

그 즉시 장민과 세린이를 차에 남겨 두고 바로 오리배 선착장으로 달렸다.

빠르게 준비하고 움직인 장민 덕분에 남들보다 빨리 아직 질서를 유지하던 오리배 선착장에 도착했다.

시간은 걸렸지만 어렵지 않게 오리배를 구해 선착장을 빠져나와 동생에게 연락하려 할 때, 애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발 부탁드려요! 아이만이라도 태워 주세요!”

어린 남매를 데리고 있는 젊은 부부.

‘내 딸이 강 건너에 기다리고 있어! 이 식량이랑 핫팩 나눠 줄 테니 제발!’

커다란 배낭을 내밀며 사정하는 중년의 남자.

‘연료! 자동차 연료 드릴게요! 우리 아들딸이 저만 기다려요!’

휘발유가 담긴 말통을 건네며 사정하는 아주머니.

‘저 페달 잘 돌릴 수 있어요! 같이 데려가 주세요!’

절박한 얼굴로 외치는 여학생.

갈등은 짧았다.

자신이 구한 오리배는 모두를 태우고도 충분히 한강을 건널 수 있을 만큼 컸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배를 지켜 준다면 자신이 직접 가서 동생과 딸을 데려올 수 있었다.

모두를 오리배에 태우고 동생을 데리고 올 테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주차장을 향해 달렸다.

삼십 미터쯤 달렸을까?

문득 떠오른 생각에 몸을 돌렸을 때 보였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오리배를!

정신없이 돌아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지만, 오리배가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다급히 선착장으로 달려갔지만, 질서를 유지하던 선착장은 이미 난장판이 된 상황.

남은 오리배는 십여 척뿐이었다.

‘이거라도 확보해야 한다!’

그렇게 난장판으로 뛰어들었다가 누군가 휘두른 무언가에 맞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선착장 밖 벤치였고 동생이 눈앞에 있었다.

‘뒤통수 우선 지혈했어. 아직 피가 멈추지 않았으니까 이 수건 꾹 누르고 있어. 지혈해야 해.’

장민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묻지도 않고 빠르게 말을 쏟아 내고 한달음에 선착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구명조끼를 찾아와 이렇게 같이 달리고 있었다.

‘멍청한 새끼!’

장철은 자괴감에 가슴이 타들어 가서 미칠 것만 같았다.

장민이 자신을 찾으러 오지 않았다면 그대로 인파에 밟혀 영영 눈을 뜨지 못했으리라!

가족과 딸을 태우고 한강을 건널 오리배를 무얼 믿고 남에게 맡겼을까?

자신의 오지랖으로 동생이 준비하고 빠르게 움직여 얻은 기회를 날려 버렸다!

‘병신 같은 새끼!’

마음속으로 외치는 순간 장민의 외침이 정신을 깨웠다.

“다 왔어! 저기 다리 아래 교각 보이지?!”

장민의 손가락을 따라 움직인 시선에 보였다.

상판이 뚝 끊겨 나간 다리를 지탱하는 교각!

한강에 우뚝 솟은 교각에 온갖 잡동사니가 뒤엉켜 걸려 있었다.

“잡동사니?”

“아니 두 번째 교각! 잡동사니 사이 잘 봐! 곧 나타날 거야!”

쿠르르르릉-

한강의 거친 물살에 잡동사니가 요동칠 때 콘크리트 교각 뒤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오리배!

잡동사니 한가운데 오리배 한 척이 당장이라도 떠내려갈 듯 위태롭게 떠 있었다!

* * *

‘저 오리배라면 한강을 건널 수 있다!’

그러나 한강 변에서 오리배까지는 거의 50미터 이상 떨어져 있다!

콰르르르릉-

굉음을 내며 흐르는 급류!

이 급류에 온갖 잡동사니가 실려 오고 있다!

급류에 휩쓸리면 순식간에 수십 미터를 떠내려간다.

아니 급류에 휩쓸리기 전에 잡동사니와 충돌해 뼈가 부러지고 살이 으깨진다!

“저걸 어떻게……?”

“내가 건너가서 오리배 묶을 테니까! 신호하면 당겨 줘!”

장민은 어느새 로프를 벤치에 묶고 풀어내고 있었다.

“뭐, 야, 안 돼! 수영으로 못 건너가! 저 급류 못 거슬러!”

장민은 풀어낸 로프를 팔에 감으며 교각에 걸린 잡동사니를 가리켰다.

“잡동사니 밟고 건너가면 돼! 할 수 있어!”

자동차, 대형 수조, 쪼개진 지붕, 플로팅 부두, 스티로폼…… 온갖 잡동사니가 뒤엉켜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내가…….”

“오빠 몸무게로는 안 돼. 그리고 머리 상처. 지금 균형감각 정상이 아냐. 반도 가기 전에 균형을 잃고 쓰러질 거야. 내가 해야 해!”

“석궁으로 맞추면…….”

“로프 무게 때문에 석궁으로는 안 돼.”

“너…….”

장철이 뭐라 말을 잇지 못할 때 장민은 웃었다.

“나, 이런 거 잘하잖아.”

그리고 바로 달렸다.

타다다다닷-

단숨에 가속해 잡동사니를 향해 뛰어오르는 장민!

처음은 반쯤 물에 잠긴 자동차였다.

쿵, 타탓-

자동차 차체를 밟는 즉시 도약!

물통, 부표, 쪼개진 지붕을 연속으로 밟고 뛰어 교각에 걸쳐진 가로등 위를 달렸다!

타타타탓-

그리고 다시 도약!

장민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거침없이 지그재그로 도약하고 달렸다.

차르르륵-

그 뒤로 로프가 빠르게 풀려 나오고 곧 교각에 걸린 오리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텅-!

플라스틱 선체에 발이 닿는 순간 장민은 반사적으로 로프를 풀어 오리배에 고정했다.

후하, 후아-

매듭을 묶는 순간 가쁜 숨이 터져 나오고 심장이 터질 듯이 요동쳤다.

전신에서 땀이 쏟아지고 손끝에서 발끝까지 파르르 떨려왔다.

며칠 밤을 샌 듯 머리가 핑 돌고 목이 타는 듯이 말랐다.

장민은 몸에 힘을 주고 오리배 밖으로 내밀어 손을 흔들었다.

“당겨!”

으아악-

장철은 악을 쓰며 벤치에 묶인 로프를 잡아당겼고.

장민은 창대를 거꾸로 잡고 오리배 앞의 잡동사니를 밀어냈다.

쿵쿵, 쿵쿵쿵-

뒤엉킨 잡동사니와 충돌하며 천천히 강변으로 나아가는 오리배.

‘됐다!’

‘됐다!’

쿠르르르릉-

내심 안도하는 순간 물속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게 있었다.

철근이 갈고리처럼 솟은 콘크리트 덩어리!

콘크리트 덩어리가 로프를 향해 떠내려왔다!

“……!”

“……!”

이대로면 팽팽하게 당겨진 로프에 철근이 걸린다!

톤 단위 철근 콘크리트 덩어리가 걸리는 순간 가벼운 오리배는 나뭇잎처럼 딸려 간다!

“장민!”

장철이 외치는 순간.

장민은 로프 끝을 잡고 교각으로 뛰어오르며 창을 휘둘렀다.

팽팽히 당겨진 로프가 끊어지고 장철이 끊긴 로프와 함께 나뒹구는 순간.

장민은 교각 중앙으로 달려 기둥에 박힌 철제 사다리에 로프를 걸었다.

콰드드드득-

매듭을 묶기도 전에 손에 걸리는 엄청난 부하!

촤아아아악-

로프가 미끄러지며 단숨에 장갑이 헤지고 불에 달군 철판을 잡은 듯한 열기가 쏟아졌다.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작열통!

으아악-

장민은 바닥을 발로 디디고 악을 쓰며 로프를 움켜잡았다.

곧 빠져나가던 로프가 멈추고 오리배는 천천히 급류와 잡동사니를 거슬러 끌려오기 시작했다.

텅-

오리배가 교각에 닿는 순간 반사적으로 교각에 박힌 철제 사다리에 매듭을 지어 로프를 묶었다.

찢어진 장갑과 그 사이로 피범벅이 된 손바닥이 보였다.

“……괜찮아?!”

장철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장민은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똑바로 세우고 손을 흔들었다.

“난 괜찮아! 바로 세린이부터 데려와!”

“너…….”

장민은 오빠의 말을 끊고 외쳤다.

“여기가 오히려 안전해! 난 괜찮으니까! 빨리 움직여! 세린이 혼자 둔 지 너무 오래됐어!”

“알았어! 금방 데려올게!”

장철은 바로 몸을 돌려주차장으로 달려갔다.

“…….”

장민은 꼿꼿하게 몸을 세우고 장철이 달려가는 모습을 바라봤다.

장철의 모습이 사라지는 순간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피범벅이 된 손과 덜덜 떨리는 전신!

심장이 쿵쿵- 크게 맥동할 때마다 통증이 전신으로 퍼져 나간다!

그러나 이대로 널브러져 있을 수는 없다.

오빠가 세린이를 데려왔을 때 오리배를 빼내려면 잡동사니를 치워 둬야 한다.

으득-

장민은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휘이잇-

이때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교각 위!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자 하부 교량에서 내려다보는 덩치 둘과 뱀처럼 번뜩이는 눈빛의 남자가 보였다.

“와! 너 뭐야? 그걸 버틴다고?! 근성이 완전 미쳤는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