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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43화 (1,14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43화>

자전거 3대가 성수대교를 질주했다.

버스, 자동차, 승합차 사람들이 줄줄이 쏟아지고, 군용 트럭과 장갑차, 군인들이 내려갈 때 역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자전거는 두 흐름 사이를 달려 곧 경찰 저지선을 만났다.

“멈추세요!”

“강북은 위험합니다!”

“……올라가시면 안 됩니다!”

엇갈려 세워진 차 벽과 바리케이드 사이, 경찰의 외침이 쏟아졌다.

그냥은 통과하지 못할 상황.

하지만 이곳에는 염동 대협 마혁진이 있었다.

“염동! 힘 조절! 공간!”

“헠, 허억, 으아악……!”

몰아쉬는 숨 사이로 터져 나온 비명 같은 외침과 동시에 역장의 파도가 펼쳐졌다.

그르르륵-

바리케이드와 차 벽을 세운 경찰차가 밀려나고.

“어, 어어?!”

달려들던 경찰들이 역장에 막혀 물에 빠진 듯 허우적댔다.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1초 남짓!

공간이 넓지도 않았다.

1, 2미터 남짓!

그러나 수많은 난장판에서 구른 세 사람에게는 충분한 시간과 공간이었다.

휭, 휭, 휘이잉-

천문석이 탄 자전거가 찰나의 순간 저지선을 뚫고, 장철과 마혁진이 그 뒤로 바짝 따라붙었다.

순식간에 경찰 저지선을 통과해 다리 위로 쭉 치고 올라가 한강으로 들어섰다.

자동차와 사람들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공간이 탁 트였다.

“직선으로 치고 나갑니다!”

휭휭, 휘이잉-

외침과 동시에 탁 트인 공간으로 질주하는 자전거!

공간이 열린 이유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다리 곳곳에 바리케이드와 진지를 설치하는 군인들이 보이고! 정신없이 걷고 달리는 피난민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정신 나간 새끼들!”

“빨리 빼내야지! 왜 다리는 막고 지랄이야!”

“얼른 움직여! 뒤로 따라붙는다!”

……

분통을 터트리는 사람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강으로 엄청난 물을 쏟아붓는 중랑천!

수위가 확 불어나 물이 넘실거리는 한강 변!

한강 변으로 쏟아지듯 밀려드는 엄청난 수의 인파!

동호, 성수, 영동, 청담!

네 개의 다리로 빠져나가야 할 사람들이 병목현상이라도 걸린 듯, 빠져나가지 못하고 강변에 넘쳐흐르고 있다!

아이를 안고 정신없이 달리는 여자.

스티로폼과 물통을 엮은 뗏목을 강에 띄우는 남자.

유람선이 다가오는 선착장을 향해 무작정 밀고 들어가는 가족.

……

수위가 확 불어난 한강 위를 유람선과 잡동사니 뗏목, 오리배가 필사적으로 왕복하기 시작할 때.

난장판으로 변해 가는 한강 변 위로 트럭에서 쏟아진 군인과 장갑차, 전차가 차 벽을 세우고 기관총 진지를 만들고 있다!

이 모습을 보는 순간 강렬한 위화감과 기시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장철 헌터를 만나 장민, 장세린과 함께 한강 남쪽으로 탈출 때 봤던 모습이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

“뭐가 다른 거지?!”

빠르게 머리를 굴릴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섬뜩한 전율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

왼쪽의 동호대교!

오른쪽의 영동, 청담대교!

아직 멀쩡한 다리에 차량과 피난민이 오르지 못하게 막고 있다!

이유는 하나뿐이다!

이제 곧 다리를 끊을 생각이니까!

“전력으로 통과합니다! 이제 곧 다리 끊깁니다!”

외침과 동시에 페달에 힘을 싣고 내력을 실은 손을 정면에 그었다.

쐐애애애액-

공기가 비명을 지르며 반으로 쪼개지고.

후우우우웅-

자전거는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듯 앞으로 끌려갔다.

위이이이이이잉-

미친 듯이 가속하는 자전거!

곧 다리 중앙, 트럭과 장갑차가 줄지어 멈추고 군인들이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멈추세요! 더 가면 위험합니다!”

“강북으로는 못 들어갑니다!”

“정지! 당장 멈추세요!”

“뚫고 지나간다! 염동!”

“흐엌- 시바 새끼! 으아아앜-”

괴성과 함께 역장의 파도가 몰아쳤다!

쾅, 쾅, 콰아앙-

굉음과 함께 장갑차가 밀려나고.

어엇. 으아앗-

군인들이 태풍에 날리는 낙엽처럼 데굴데굴 굴렀다.

자전거가 군인들을 통과하는 순간 폭음이 터졌다.

콰아아아앙-

왼쪽!

동호대교 상판이 한강으로 떨어지고 교각이 와르르 무너진다!

“야, 저거?!”

“괜찮아! 다음은 영동대교…….”

콰아아아앙-

오른쪽!

외침과 동시에 폭음이 터져 나오는 영동대교!

“헉, 허엌- 야, 이대로는 늦어!”

남은 거리는 100미터 남짓!

“할 수 있다! 마지막이 성수대교다! 이대로 넘어간다!”

무섭게 가속하는 자전거!

점점 줄어들던 차량과 인파가 뚝 끊기고 사색이 된 군인 몇 명이 나타났다.

“더 못 가요!”

“폭파 명령 떨어졌어요!”

“안 돼! 멈춰! 폭발합니다!”

두 팔을 휘저으며 막아서는 군인들!

가속한 자전거가 그대로 군인들과 장교 옆을 지나 치고 나갈 때 폭음이 터졌다!

청담대교가 아니라 바로 앞!

자전거가 달리는 성수대교에서!

콰카카카쾅-

두 줄기 섬광이 다리 상판을 가로질렀다.

기이이이익-

통째로 잘려 나간 상판이 뚝 떨어져 내리고, 뒤이어 교각이 와르르 무너진다.

찰나의 순간 다리가 끊기고 20미터가 훌쩍 넘어가는 텅 빈 허공이 나타났다.

멈추는 순간 추락한다!

“염동! 최대출력……!”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전신을 조여 오는 압력!

빠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자전거가 로켓처럼 쏘아졌다.

“……!”

“어, 어어?!”

“하늘을 날았어!”

뚝 끊겨 버린 다리에 넋을 놓은 군인과 망연자실한 피난민들의 시선이 허공을 나는 자전거에 꽂혔다.

단숨에 20여 미터 허공을 뛰어넘어 상판 위로 떨어지는 자전거 3대!

“피해! 충돌한다!”

“미친놈들!”

“으아아악-.”

휘이이이이잉-

흩어지는 인파 사이로 빠르게 자전거가 미끄러져 곧 다리의 끝과 난장판이 된 한강 변이 보였다!

“드디어!!”

“야, 이제 어디로 가야 해?!”

장철 헌터의 격동 어린 외침과 숨을 고른 마혁진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우선 계속 내려가자! 확인해야 해!”

이제 다음 목적지를 정해야 할 때!

천문석은 서울숲과 뚝섬 유원지 방향을 바라보며 빠르게 기억을 되짚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앙-

이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거대한 포효가 울려 퍼졌다!

소리가 형체를 지닌 듯 몸을 때리고 몸 안에서 쏟아진 전율이 피부를 타고 흘렀다.

전신의 솜털이 곤두서고 엄청난 위압감이 마음을 짓누른다!

살기와 반발장이 유형화된 피어!

최소 최상급 마수와 몬스터의 피어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픽픽 쓰러지는 피난민들!

비틀거리다 주저앉는 군인과 경찰들!

마수의 포효조차 들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피어가 제대로 직격했다!

건장한 사람들은 곧 회복한다!

문제는 아이와 노인!

“장철 헌터님!”

이심전심!

장철 헌터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자전거에서 뛰어내리는 동시에 쾅- 땅을 짓밟고 달리며 레이드 전투 함성을 터트렸다.

쿵쿵, 쿵쿵쿵쿵쿵-

성수대교가 북 치듯 진동하고.

하아아아아아아아앗-

각성력이 실린 전투 함성이 대기를 뒤흔들었다.

피가 끓고, 투지가 치솟는다!

두 눈에 핏발이 서고 근육에 절로 힘이 실렸다!

뱃속 깊은 곳에서 치솟은 열기가 가슴과 목을 거쳐 머리에 닿는 순간, 막힌 숨이 뻥 뚫리고 괴성이 터져 나왔다!

으악, 으아악, 흐아악-

인파 곳곳에서 터져 나온 괴성과 하나로 합쳐진 전투 함성이 대기를 떨어 울렸다.

강철 해머 장철!

수천의 몬스터를 뚫고 길을 여는 레이드 딜러 강철 해머의 전투 함성이 끝없이 이어졌다!

어느새 멈춰 선 천문석은 허공을 가리켰다.

“염동! 상쇄해라!”

“새끼야! 장철은 님이고, 난 왜 반말이야!”

마혁진은 분통을 터트리며 염동력장을 허공에 펼쳤다.

팟, 팟, 파파팟-

하늘 곳곳에서 피어와 염동력장이 충돌해 폭음이 터지고 불꽃이 쏟아졌다!

전투 함성과 염동력장에 단숨에 사그라드는 피어!

그러나 피어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크아아아, 크아아아앙-

메아리치듯 연속으로 터져 나왔다!

장철의 전투 함성과 마혁진의 염동력장이 더 크고 넓게 퍼져 나갔다.

두 번째, 세 번째 피어에 점점 버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쓰러졌던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와 노인, 심약한 이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근원을 끊어야 한다!’

천문석은 내력과 기감이 담긴 손을 하늘로 뻗고 갈대처럼 흔들었다.

흔들리는 손에서 실타래가 풀리듯 아득한 하늘로 풀려 나가는 내력과 기감!

느껴졌다!

바람, 소리, 진동, 마력장, 각성력, 염동력장!

그리고 나무처럼 어지럽게 가지를 뻗은 피어의 근원이!

“……!”

와득- 주먹을 움켜쥐는 순간 섬광이 하늘을 달렸다!

파파파파파팟-

수천 개의 불꽃이 쏟아지고 거미줄 같은 섬광이 하늘을 수놓았다.

휘이이이잉-

연속해서 터지던 피어는 어느새 계절에 맞지 않은 열풍으로 변해 휘몰아쳤다!

이 순간 뇌에 직접 때려 박히는 듯한 살기!

“……!”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숲과 건물, 빌딩이 줄줄이 이어지는 시가지 너머 아득히 먼 곳!

누군가 베어먹은 케이크처럼 첨단이 사라진 빌딩 옆에 튀어나온 머리가 있었다!

원근감이 뒤틀리는 거대한 머리!

거대 괴수!

방금 터진 피어는 거대 괴수가 터트린 피어였다!

*   *   *

‘거대 괴수가 여기서 왜 나와?!’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머릿속에 생각의 폭풍이 몰아쳤다.

세기말 대한민국에 거대 괴수가 나타난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거대 괴수는 이곳, 서울 동쪽 끝이 아닌 광화문 게이트에서 튀어나와 북한산으로 이동했다!

자신이 직접 겪었다!

부산 던전 7층, 공방 도시 지하 유적에서 날아간 세기말 대한민국.

장철 가족과 이동한 한강에는 거대 괴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곳 성수동 일대에 나타난 건 거대 괴수가 아니라 최초의 몬스터 웨이브였다!

절대 잘못 기억할 수 없다!

자신이 계획을 세우고 모두가 같이 실행했다.

건물을 무너트리고 그 잔해로 빌딩 사이 도로를 막아 둑을 쌓았다.

그리고 범람한 중랑천 제방을 무너트려 한 번에 몬스터 웨이브를 쓸어버렸다!

“설마?!”

순간 생각이 몰아치는 머릿속에서 섬광이 번뜩이고 위화감과 기시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주위에 나타난 몬스터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

몬스터가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다리를 폭파했다.

거대 괴수의 존재 때문이다!

그렇다! 몬스터 웨이브가 아닌 거대 괴수가 나타났다.

이곳은 자신이 갔던 세기말 대한민국이 아닌, 또 다른 세기말 대한민국이다!

자신이 세기말 대한민국에서 겪은 경험과 기억, 정보는 이곳에서 쓸모가 없다!

즉, 장철 헌터의 딸, 장세린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눈앞이 깜깜해질 때, 마혁진의 외침이 정신을 깨웠다.

“야, 새꺄! 정신줄 놓고 뭐 해?! 어디야? 우리 어디로 가야 해?!”

쩍 반으로 갈라지는 인파!

마혁진과 장철 헌터가 주위에 경찰, 군인, 피난민 모두의 경외 어린 시선을 받으며 달려오고 있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자신을 믿는 얼굴로!

‘하, 시바시바! 어떡하지?! 저 거대 괴수는 광화문 게이트나 때려 부수지! 왜 여기에 온 거야!’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번쩍 떠올랐다.

광화문 게이트!

광화문 난장판! 남중국, 푸젠성까지 오게 된 이유!

헌터 나라 사이트에 올린 대환단이 일으킨 스노우볼!

남중국 헌터, 국가 헌병대, 일반 헌터들 모두가 뒤엉킨 난장판이 광화문에 펼쳐졌다!

그리고 그 난장판에서 탈출하기 위해 태성 빌딩을 오를 때 국가 헌병대 김태희 대령과 얽혔다!

김태희 대령에게 굉천수의 눈뽕을 먹이고 이태성 길드장의 집이 있는 태성 길드 옥상으로 올라갈 때 찾아온 불운!

하늘을 향해 분통을 터트릴 때 보게 된 천의의 끝자락 ‘실마리’!

천의의 실마리를 잡고 아득한 하늘의 인과를 되짚었다!

사막, 빙하, 바위 산맥, 대수림, 십만대산, 검의 숲, 무너진 고성, 불타는 대지, 넓은 호수와 등을 밝힌 수많은 화선(花船)…….

제대로 살필 틈도 없이 휙휙 찰나의 순간에 전환되는 장면과 사람들!

스쳐 지나가는 풍경과 사물, 사람 모든 곳에서 아득한 인연이 느껴졌다.

기억에 없는 무수한 인과를 느끼는 순간 직감했다.

스승님의 구라가 아니었다!

천의의 실마리는 진짜였다!

전생, 현생, 후생!

인지로는 헤아릴 수 없는 삼생의 인과를 되짚었다.

그리고 보게 됐다.

자신이 갔었던 세기말 대한민국과는 비슷하지만 다른 세기말 대한민국을!

그때 알아챘다.

-자신과 동료들이 갔었던 세기말 대한민국.

-장철과 장민이 겪었던 세기말 대한민국.

마치 한 줄기에서 뻗어 나온 두 개의 가지처럼 비슷하지만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혹시 이 세계가?!”

“야, 너 뭐 하냐니까?!”

“이제 어디로 가야 하냐?”

마혁진과 장철 헌터가 외치는 순간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잠깐만! 확인할 게 있습니다!”

외침과 동시에 가로등으로 도약!

단숨에 가로등을 타고 올라 정상에서 서서 주위를 돌아봤다.

무섭게 물을 쏟아붓는 중랑천.

잎사귀를 떨군 휑한 겨울 숲.

점점 더 난장판으로 변하는 한강 수변 구역.

“어디지 어디?!”

탕, 타아앙-

산발적인 총성과 함께 바닥을 구르는 몬스터!

길게 이어지는 차 벽과 진지, 저지선!

그리고 보였다.

눈에 익은 고가도로와 그 아래 주차장이!

‘저기다!’

알아채는 순간 다른 풍경은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고 모든 신경이 주차장 한곳에 집중됐다.

‘ㄷ’자로 놓인 화물차와 승합차 한가운데 있는 자동차!

자동차를 보는 순간 과거의 기억이 눈앞의 장면에 덧씌워졌다.

귓가에 생생히 들려오는 숫자 세는 소리.

‘……구십칠, 구십칠. 구십칠? 구십구, 백!’

백을 외치는 순간 자동차 창문 위로 살금살금 모습을 드러내는 불에 그을린 곰 인형.

그리고 기대감이 가득 담긴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곰곰아 아빠 왔어?’

결코, 잊을 수 없는 아이 목소리를 들었던 장소!

태성 빌딩에서 천의의 실마리를 되짚다 보게 된 광경, 그 일이 일어난 주차장을 찾았다!

바로 저 주차장 구석에 놓인 자동차에 장철 헌터의 딸, 장세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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