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38화>
“으아아아악- 엄청난 힘이 솟는다!”
꼬맹이가 비명 같은 기합을 지르며 페달을 돌리는 순간 대지에서 푸른 안개가 치솟고 거친 파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촤아아아아-
오리배는 푸른 안개의 파도와 함께 수풀, 돌멩이, 바위가 가득한 숲을 강처럼 질주했다!
“나쁜 놈! 멈춰라!”
오리배를 타고 자신을 나쁜 놈이라 부르며 쫓아 오는 꼬맹이!
꼬맹이는 자신이 원수라도 되는 양 미친 듯이 페달을 돌리고 있었다!
‘황당한 꼬맹이 녀석!’
몇 주 만에 기억이 돌아온 상태.
당장이라도 몸을 돌려 쥐어박고 싶었다!
그러나 이 이상한 숲은 마력과 언령, 주술, 문장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다.
게다가 저 꼬맹이는 평범한 모습과 달리 이상한 힘을 사용했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로브 아래 팔뚝으로 시선이 움직였다.
팔뚝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이빨 자국!
문득 꼬맹이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신발에 붙은 한글과 이모티콘이 적힌 종이를 발견한 호수.
그 호수에서 격전의 흔적을 찾았다.
흔적을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군단장급의 강자가 격돌했다!
깜짝 놀라 전투의 흔적을 살피는 데 갑자기 파도 소리가 들려오더니 오리배가 튀어나왔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얼어붙는 순간 들려온 아이 목소리!
“앗! 진짜 사람이잖아?! 안녕안녕! 만나서 반가워!”
손을 크게 흔들며 인사하더니.
“손님이니까! 특별히 요플레 뚜껑 줄게! 이게 제일 맛있어!”
요플레 뚜껑을 내밀던 꼬맹이.
핥짝, 핥짝-
나란히 오리배 좌석에 앉아 요플레를 핥으며 대화를 시작했다.
기억을 잃고 돌과 철을 찾아 헤맨다는 자신의 말에.
깜짝 놀라 자기도 잊어버린 이름을 찾으러 가고 있다던 꼬맹이.
꼬맹이는 자신의 이야기기를 들으며 연신 고개를 갸웃하다 깜짝 놀라 외쳤다.
“으앗! 돌멩이가 준 배낭! 내가 아니었구나! 받아! 이 배낭 꼭 필요할 거야!”
몇 번을 사양했지만, 강제로 메어 준 배낭.
그 후로도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대화가 이어지던 어느 순간 갑자기 말이 끊겼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거야.”
집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에 말이 사라진 꼬맹이.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자 자신의 로브 자락을 잡고 킁, 킁- 냄새를 맡는 꼬맹이가 보였다.
“왜? 무슨 냄새 나?”
이 순간 천천히 고개를 든 꼬맹이의 경악한 얼굴!
“아, 아, 아아앗!”
“뭐야? 갑자기 왜 그래?”
“나쁜 놈이잖아! 으아아…….”
아아아악-
꼬맹이의 괴성이 터져 나오는 순간.
우르르르르-
하늘에 흩뿌려진 별무리가 흐려지고 대지에 펼쳐진 숲과 산이 요동쳤다!
“……!”
마력, 내력, 주술력, 자연력! 그 무엇도 아니다!
꼬맹이의 분노에 하늘과 땅, 숲과 산이 감응하고 있다!
“지금 이거 네가 한 거야?!”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벼락같이 뛰어오른 꼬맹이!
“내 친구 이름 훔쳐 간 나쁜 놈!”
그리고 반사적으로 피하려 할 때는 이미 팔에 달라붙어 물고 있었다!
“……!”
콰드-
이빨이 반쯤 박히는 순간.
피피핏-
로브에 새겨진 점멸 마법 회로가 작동해 몸이 빠져나왔다.
“야, 갑자기 무슨……?!”
외침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
엄청난 고통의 파도가 밀려와, 그대로 정신줄을 놓고 기절할 뻔했으니까!
차원 용병의 선천 능력, 물기?!
아니다!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 일족의 물기는 자신에겐 통하지 않는다!
꼬맹이의 물기는 그 이상의 무언가다!
마력 한 점 없는 이 이상한 숲에서는 상대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강적이다!
‘잡히는 순간 끝장이다!’
직감하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오솔길로 도망쳤다!
돌과 철을 찾아 서울 폐허를 달리며 단련된 몸!
게다가 마법 회로가 새겨진 로브까지 입었다!
순식간에 꼬맹이를 따돌렸다!
그때 거친 파도 소리와 함께 오리배가 나타나고 이 황당한 추격전이 시작됐다!
“야, 어디까지 쫓아 올거야?!”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처음 숲에서 깨어나 오솔길에서 종이를 밟았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엄청난 불운과 대재앙을 예감했다!
‘종이가 아니라 저 꼬맹이가 불운과 재앙을 몰고 왔구나!’
깨달음의 순간 촤아아아- 거친 파도 소리와 외침이 들려왔다.
“얼른 안 멈추면! 헉- 친구들! 헠- 부른다! 허엌- 나 친구 엄청 많아! 흐어엌-!”
미친 듯이 페달을 돌리던 꼬맹이는 어느새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외치고 있었다!
“……!”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바로 감이 왔다.
땀이 줄줄 흐르는 얼굴!
부들부들 떨리는 양팔과 두 다리!
확 작아진 대지에서 치솟는 푸른 안개의 파도!
숲을 질주하던 오리배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다!
꼬맹이 체력이 거의 다 소진됐다!
이대로 조금만 더 달리면 따돌릴 수 있다!
“야, 그만 쫓아와! 너 숨넘어가려고 하잖아!”
“허억- 나쁜 놈! 포기! 흐억- 나쁜 놈! 절대! 포기! 흐어엌-”
“나쁜 놈 쫓는 건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헉, 헉, 헠-
말없이 고개를 연신 끄덕이는 꼬맹이.
“나 나쁜 놈 아니라니까! 아니, 그보다 너 원하는 게 대체 뭐……!”
“정의!”
꼬맹이가 외치는 순간 공기가 무거워진 듯 몸이 짓눌리고, 하늘을 떨어 울리는 거대한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구우우우우우웅-
반사적으로 고개를 드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존재가 보였다.
별과 밤하늘이 그대로 비춰 보이는 투명한 고래!
한눈에 담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산조차 작아 보이게 만드는 거대한 고래가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저런 고래는 단 하나뿐이다!
하늘 고래!
그리고 하늘 고래가 있는 곳은 세상에서 단 한 곳뿐이다!
선조의 나무를 베었다가 황금 명판을 건네준 허공도!
“하늘 고래가 여기서 왜 나와?! ……허공도? 계단이 없는데?! 설마 내가 못 본 건가?!”
반사적으로 주위를 살필 때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아아헠-! 잘 왔어! 허엌- 앞에 도망치는 쟤! 헉- 쟤가 나쁜 놈이야! 잡아야 해! 흐어엌-”
‘꼬맹이가 하늘 고래를 불렀다고?!’
그럴 리 없다!
생각과 동시에 바로 고개가 저어졌다.
신성을 얻어 신위에 오른 초월자라 할지라도, 세계의 나무에 기원을 새긴 하늘 고래를 움직일 수는 없다!
‘당연히 우연이다!’
타다다다닷-
직감하는 순간 송곳니처럼 뾰족한 바위산이 줄줄이 솟은 방향으로 달렸다.
산에 도착하기 전에 하늘 고래가 지상에 충돌한다!
저 정도 규모의 충돌이면 그 여파만으로도 숲이 통째로 뒤집힌다!
괜찮다!
저 하늘 고래는 투명한 영체 상태다! 영체는 질량이 한없이 0에 가깝다!
저 상태로 대지와 충돌해 봤자 아무 피해도…….
파스스스슷-
빛이 모여들고 하늘 고래의 투명한 영체에 질감과 무게감이 생겨났다!
“지금 실체를 갖춘다고?!”
걱정할 것 없다!
세계에 새겨진 하늘 고래의 기원!
‘모든 것을 풍요롭게 하리라!’
하늘 고래가 세계에 새겨진 기원을 무시하고 생명체에 위협이 되는 행동을 할 리 없다!
“야, 꼬맹이! 그만 쫓아와!”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흐어억-”
“너 말고! 내가 포기한다니까! 너 바라는 게 도대체 뭐야?! 말을 해야 알지!!”
“정의!”
“야, 정의 말고! 제대로 대답……!”
가슴속 분노를 담아 소리치는 순간.
구으으으으응-
거대한 뿔피리 소리와 함께 하늘 고래가 움직이는 방향이 변했다!
“……!!”
송곳니 산을 향해 달리는 자신을 향해서!
“……미친! 하늘 고래가 사람을 공격한다고?! 야, 나 사람이야! 멈춰! 세계에 새겨진 기원, 맹약, 약속! 까먹었어? 모든 것을 풍요롭게…….”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하늘 고래의 거대한 가슴지느러미가 지상을 향해 휘둘러졌다.
마치 골프공을 때리는 골프채처럼!
부드럽게 허공을 유영하는 고래의 유려한 움직임!
그러나 그 유려한 움직임에는 산조차 반으로 쪼개 버릴 압도적인 폭력이 담겨 있다!
파아아아아앙-
대기를 반으로 쪼개는 태풍이 몰려온다!
으아아악-
마법 회로를 작동시키려는 순간.
촤아아아-
거센 파도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
본능적으로 돌아간 시선에 보였다.
가슴지느러미가 날아오는 경로로 질주하는 오리배!
오리배 좌석에 앉아 미친 듯이 페달을 돌리는 꼬맹이!
하늘 고래의 실체화된 지느러미에 담긴 엄청난 물리력에 맞는 순간 흔적도 없이 증발한다!
“야, 안 돼! 멈춰! 아니 빠져! 당장 옆으로 빠져!”
외침과 동시에 점멸 마법 회로를 발동했다.
핏, 피핏-
찰나의 순간 풍경이 변하고 거리가 확 줄어들었다!
“……!”
한껏 손을 뻗어 보지만, 이미 늦었다.
‘지느러미가 먼저 닿는다!’
자신도 모르게 질끈 눈을 감는 순간.
파아아아앙-
거목을 단숨에 꺾어 버릴 강풍이 불어오고.
으아아아악-
비명 같은 기합과 함께 외침이 터져 나왔다.
“고마워!”
“……뭐?!”
번쩍 눈을 뜨자 보이는 광경!
하늘 고래의 지느러미가 부드럽게 오리배를 밀어냈다.
파아아아앙-
골프채에 맞은 골프공처럼 엄청난 속도로 쏘아진 오리배!
이 순간 셋이 일직선에 놓였다.
점멸로 공간을 뛰어넘은 자신.
지느러미에 맞고 쏘아진 오리배.
오리배 좌석에서 벌떡 일어난 이상한 꼬맹이!
자신 - 오리배 - 꼬맹이!
‘지금이다!’
피핏-
공간을 뛰어넘어오리배 좌석의 꼬맹이를 잡는 즉시 마법 회로를 최대한으로 발동했다!
연속 점멸!
피핏, 피피피피핏-
찰나의 순간 수십 번 풍경이 변하고 마력이 사라진 몸에 아찔한 현기증이 밀려왔다!
파아아아앙-
강풍이 거목을 갈대처럼 흔들고 지나가고.
촤아아아아-
허공으로 쏘아진 오리배는 파도 소리와 함께 숲으로 사라졌다.
이 순간 데굴데굴 수풀을 굴러 벌떡 일어나 외쳤다.
“괜찮아?!”
“잡았다!!”
“……잡았다?”
생각지도 외침에 문득 시선을 내리자 분노로 번뜩이는 눈동자가 보였다.
“내 친구 이름을 뺏고! 나뭇가지를 빙빙빙 꼬아 놓은 나쁜 놈! 정의는 살아 있다! 구, 칠……!”
“야, 잠깐! 내가 너 구해준……!”
다급히 외치는 순간 보였다.
구으으으응-
거대한 가슴지느러미를 손처럼 사용해 숲으로 사라진 오리배를 번쩍 들고 날아와 살며시 내려놓는 하늘 고래의 모습이!
“……!”
순간 섬광처럼 뇌리를 스치는 생각.
“설마? 저 하늘 고래도 한패였냐?!”
“……구, 구 팔십일! 팔십일 번 물어 주겠어!”
꽈득, 꽈득, 꽈드득-!
이 순간 꼬맹이의 작은 입이 로브 위를 물었다.
“……!”
거대한 고통의 해일이 밀려오고 전원을 내린 것처럼 세상이 암전됐다.
* * *
흐어어어억-
비명과 함께 번쩍 눈을 뜨자 보였다.
잡동사니가 널브러진 원룸!
옷가지가 널린 침대 위!
벌떡 일어선 자신!
잠들기 전과 같은 모습이다.
“……숲? 하늘 고래?! 이상한 꼬맹이는?!”
방 안에는 아무도 없다!
“……!”
반사적으로 창문으로 달려가 암막 커튼 사이로 밖을 확인했다.
창문이 깨지고 간판이 떨어진 건물.
가로수가 부러지고 보도블록이 깨진 인도.
자동차, 버스, 트럭이 엉망으로 뒤엉킨 도로.
환한 달빛 아래 몬스터가 쓸고 지나가 엉망이 된 거리가 보였다!
“……서울 시가지! 어, 잠깐 뭔가 변한 거 같은데……?!”
자신도 모르게 눈을 비비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건물 사이, 도로 너머, 뒤엉킨 자동차 시야가 닿는 모든 곳을 샅샅이 살폈다.
아무리 살펴도 보이지 않았다.
수풀과 나무가 무성한 숲은 흔적도 없고!
대지를 질주하던 오리배와 이상한 꼬맹이도 사라졌다!
자신이 겪은 모든 것이 마치 꿈인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게 전부 다 꿈이었다고?”
멍하니 창밖을 볼 때 돌연 창문을 뒤흔드는 거대한 울림이 들려왔다.
구으으-
“하늘 고래?!”
반사적으로 창문을 여는 순간 욱씬- 팔에서 시작해 전신으로 달리는 통증!
“설마?!”
재빨리 로브를 걷어 낸 팔뚝과 배, 상체 전체에 가지런한 작은 이빨 자국 수십 개가 있었다!
아이가 수십 번 문 것 같은 자국이!
“……!!”
순간 머리를 스치는 기억!
마지막 순간 꼬맹이는 외쳤다.
‘정의는 살아 있다! 구, 구 팔십일! 팔십일 번 물어 주겠어!’
“그게 진짜였다고?!”
정신이 아득해질 때 다시 한번 진동이 느껴졌다.
구으-
아득히 멀어지는 울음소리가!
“……!”
재빨리 창문으로 몸을 내밀 때 툭- 창틀에 걸리는 게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어깨로 손이 움직이고 만져졌다.
배낭끈이!
“……!”
반사적으로 배낭끈을 풀자 자신이 멘 기억이 없는 배낭이 나왔다.
그럼에도 너무나 눈에 익은 모습!
방금 깬 꿈속에서 만난 이상한 꼬맹이가 꼭 필요해 보인다고 강제로 메 준 배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