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37화 (1,13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37화>

“돌멩이.”

“특급 헌터.”

“곰, 여우, 늑대, 사슴…….”

“니케.”

친구들이 모두 떠나간 숲속 공터.

이름을 잊은 아이는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고 빙글 몸을 돌려 주위를 살폈다.

쏴아아아아-

바람에 빗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성긴 나뭇가지 아래 오리배를 짊어진 커다란 악어가 홀로 놓여 있었다.

“어젯밤 정말 재밌었어. 그렇지?”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지만 괜찮았다.

“약속을 지켰으니까!”

구으으응-

크게 외치는 순간 마치 그렇다고 대답하는 듯한 울음소리가 하늘에서 들렸다.

수십 마리의 하늘 고래들이 빙글빙글 춤을 추며 쏟아 낸 푸르스름한 안개가 불어난 강물처럼 발가락을 간지럽히며 흘렀다.

“우히히히힛- 간지럽잖아!”

자신도 모르게 터진 웃음에 한참을 웃다 한껏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나 멀쩡해 걱정할 거 없어! 너희도 얼른 도망가! 곧 분노한 제사장이 올 거야!”

구으으으응-

“맞아. 걸렸어! 등잔 밑, 달의 그림자에 숨었는데 딱 걸려 버렸어!”

구으으으으응-

“아냐 괜찮아! 돌멩이가 완전 멋진 악어 줬거든! 이제 나도 출발할 수 있어!”

등잔 밑에 숨어 있다가 제사장에게 걸렸다.

멀리 경계 너머로 보냈지만, 지금쯤 엄청 화가 나서 파파팟- 달려오고 있을 거다!

제사장이 도착하기 전에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숲을 떠날 필요는 없었다.

하늘 고래가 안개를 잔뜩잔뜩 뿌려 줘서 준비가 끝났으니까!

푸른 안개가 흘러넘쳐 흐르는 친구들과 만든 숲!

안개를 한껏 머금어 푸르게 반짝이는 오리배 악어!

잊어버린 이름을 찾을 장소!

땅속 친구가 몰래 말해 준 곳으로 출발할 수 있게 됐다!

“안개 충분해. 이제 시작할게!”

꼬맹이는 하얀 돌멩이를 꺼내 오리배 악어 주위를 달리며 커다란 원을 그렸다.

쓱, 쓱, 쓰으으윽-

빙글빙글빙글 수십 개의 선이 뒤엉켜 있는 커다란 원을!

“왜 이렇게 꼬아 놓은 거야! 그리기 어렵잖아!”

버럭 외치며 뒤엉킨 원을 완성하고.

오리배 악어에서 시작해 뒤엉킨 원을 지나 공터 중앙의 나무까지 쓰으으으윽- 새하얀 선을 그었다.

뒤엉킨 원 안에 있는 오리배 악어와 자신.

뒤엉킨 원 밖에 있는 공터, 성긴 나무.

오리배 악어에서 성긴 나무까지 이어진 선.

“준비 끝났어!”

오리배 악어 머리에 올라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안녕안녕안녕! 하늘 고래! 다음에 만나면 멋진 피리 소리 들려줄게! 잘 있어!”

후, 하, 후, 하-

크게 심호흡하고 양손을 짝- 마주치며 기원을 담아 외쳤다.

“돌돌돌! 말려라!”

그 순간, 기원을 현실로 만드는 하늘 고래의 염(念)의 안개가 흐르는 나무, 풀, 바위, 강, 호수, 오솔길…… 무한의 숲의 모든 것이 투명하게 변했다.

그리고 기원을 담은 외침 대로 돌돌돌- 말리기 시작했다.

배경 화면이 바뀌듯 푸른 하늘과 우뚝 솟은 봉우리, 안개의 바다가 사라지고 공허가 나타났다.

수천수만의 별이 별 무리가 되어 뿌려졌고, 수없이 많은 빛의 선이 사방으로 뻗었다.

빛의 선이 모여드는 중심, 거대한 빛의 기둥이 공허를 가로질러 솟아 있었다.

꼬맹이가 탄 미궁 악어는 가느다란 빛의 선 위에 있었다.

이 가느다란 빛의 선은 수백 개의 선이 뒤엉켜 만들어진 원을 지나 거대한 빛의 기둥으로 뻗어 있었다.

하늘과 봉우리, 숲이 사라지고 이 모든 것이 나타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찰나!

꼬맹이는 당황하지도 놀라지도 않았다.

한껏 고개를 들어 아득한 빛의 기둥을 향해 크게 손을 흔들었다.

“나무. 오랜만. 안녕!”

이 순간 텅 빈 공허에 소리 없는 바람이 불어왔다.

공허의 바다를 헤엄치던 투명한 고래가 날아오고 꽃가루 같은 빛이 흩날렸다.

“안 돼. 나 바빠서 못 놀아!”

고개를 휙휙 젓자 흩날리는 빛이 멈추고 그 사이로 푸른 구슬이 떨어졌다.

“앗! 다 말렸구나!”

양손을 모아 푸른 구슬을 받고 빙글 몸을 돌려 미궁 악어의 등 위를 유심히 살폈다.

미궁 악어의 등 위에는 상어의 이빨 같은 뾰족한 돌기가 솟은 암석 갑각이 있었다.

“좋아! 이쪽으로 굴리면 되겠네!”

미궁 악어의 암석 갑각 위로 돌돌 말린 푸른 구슬을 굴렸다.

도르르르르-

푸른 구슬이 암석 갑각 위를 구르는 순간.

짝-

다시 한번 손이 마주치고 기원을 담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활짝! 펼쳐져라!”

이 순간 미궁 악어의 암석 갑각에 변화가 시작됐다.

송곳니처럼 날카로운 돌기는 언덕과 바위산이 되고 거친 바위 껍질은 암반으로 변했다.

그리고 이 위에 돌돌 말린 푸른 구술이 펼쳐졌다.

풀과 나무가 깔리고.

오솔길이 이어지더니.

강과 호수가 생겨났다.

휘이이잉-

그리고 물기 가득한 바람이 부는 순간 무한의 숲이 깨어났다.

무성한 풀과 나무가 흔들리고.

동물과 풀벌레 소리가 들려오더니.

강이 흐르고 호수에 물결이 일어났다.

오리배가 놓였던 미궁 악어 7호의 등 위에 날카로운 바위 언덕과 산과 거친 대지에 둘러싸인 무한의 숲이 펼쳐졌다!

“좋아! 멋지게 됐어!”

꼬맹이는 손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이제 땅속 친구가 몰래 말해 준 잊어버린 이름을 찾을 장소로 출발할 수 있다!

꼬맹이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빙글 몸을 돌려 빛의 기둥으로 이어진 가느다란 빛의 길을 가리켰다.

“악어 출동! 이 길을 따라서 뒤엉킨 나뭇가지를 지나, 저기 멀리 있는 나무줄기를 오르면 돼!”

쓱, 쓱, 쓰으으윽-

무한의 숲을 등에 짊어진 악어는 빛의 선 위를 기어가기 시작했다.

“안녕안녕안녕! 모두 나중에 다시 만나!”

꼬맹이는 빙글빙글 맴을 돌며 별 무리, 빛의 기둥, 흩날리던 빛 가루, 투명한 고래에게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했다.

그리고 양손을 들어 부딪혔다.

짝-

박수 소리와 함께 세상이 깜빡이고.

꼬맹이는 어느새 숲속 공터에 서 있었다.

커다란 나무가 성긴 나뭇가지를 드리운 공터는 두 가지를 제외한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악어가 없이 홀로 놓인 오리배.

태양이 사라지고 어두워진 하늘.

성긴 나뭇가지 사이로 투명한 고래가 헤엄치는 까만 하늘과 별 무리가 보였다.

낮이었던 하늘이 갑자기 밤이 됐다!

그러나 꼬맹이는 놀라지도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악어가 나무를 오르고 있었으니까!

이제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잘 부탁해, 악어!”

반짝이는 눈으로 외친 꼬맹이는 오리배 좌석에 앉아 배낭을 열고 비닐봉지를 꺼냈다.

“맛있는 요플레 먹으면서 기다려야지! 요플레가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개나 있잖아! 우와아아아-“

숲속 공터에서 꼬맹이의 환호성이 울려 퍼질 때.

그 숲을 등에 짊어진 미궁 악어는 수많은 선이 뒤엉켜 만들어진 커다란 원을 지나기 시작했다.

잊어버린 이름이 있는 곳.

모든 인과가 시작된 세계 최고봉을 향해서!

* * *

“왜 갑자기 밤이 된 거야?”

숲속 오솔길.

밤처럼 검은 로브를 걸친 어린아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기억을 잊은 채 돌과 철을 찾아 폐허가 된 서울을 헤매다 깜빡 잠들었다가 깨어나니 이곳 이상한 숲이었다.

게다가 기억까지 돌아온 상태!

숲을 살피고 있는데 갑자기 변화가 시작됐다.

짜아아아악-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지고 태양이 떠 있던 환한 하늘이, 찰나의 순간 별 무리가 펼쳐진 밤하늘로 변했다!

이상한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이상했다!

아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하늘과 나무, 수풀, 오솔길을 살폈다.

“이렇게 생명력이 흘러넘치는데…… 왜 마력이 느껴지지 않지?!”

주위에 널려 있는 수풀과 나무, 낙엽과 돌멩이 하나에서까지 생명력이 느껴졌다.

사라진 정령이 튀어나와 말을 걸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흘러넘치는 생명력!

이제는 한 명밖에 남지 않은 엘프 정령사가 가꾸고, 하늘 고래 2마리가 염의 안개를 뿌려도 이 정도로 생명력이 넘쳐 흐르지는 않는다!

“이 숲은 어디지? 분명 서울에서 잠들었는데…… 오래 사는 엘프. 그 사기꾼 녀석이 관련된 느낌이 오는데…… 설마, 엘프 뒷길! 꿈과 현실의 경계에 빨려들었나?!”

문득 드는 생각에 하늘을 살폈다.

엘프 뒷길에 들어왔다면 하늘에 떠 있어야 하는 게 있었으니까!

달!

그러나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 어디에도 달은 없었다.

보이는 건 무리 지어 흩뿌려진 환한 별 무리뿐!

“달이 뜨지 않았다면 엘프 뒷길은 아닌데…… 잠깐 저 별들 뭔가 좀 이상한데…….”

하늘을 바라보며 한 걸음 내딛는 순간, 바스락- 밟히는 무언가가 있었다.

“……!

이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오감이 경고를 보냈다!

엄청난 불운, 대재앙의 경고를!

반사적으로 압축 공기를 폭발시켰지만, 마법은 작동하지 않는다.

‘아차! 마력이 없지!’

깨닫는 것과 동시에 오솔길 옆 수풀이 무성한 숲으로 뛰어들어 달렸다.

타다다다닷-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미친 듯이 숲을 달리길 한참!

그러나 오감이 보내는 경고는 사라지지 않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등골을 타고 전율이 흘렀다!

연신 뒤를 돌아보고 주위를 살폈지만, 보이는 것은 없다!

‘뭐지? 뭐가 따라붙은 거지?!!’

이때 갑자기 숲이 끊기고 탁 트인 시야에 호수가 보였다.

‘숨을 장소가 없는 호수로 피한다!’

그륵, 그르륵-

반사적으로 자갈을 밟고 호수를 향해 달릴 때 느껴졌다.

신발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종이가!

‘이거구나!’

깨닫는 순간 우뚝 멈춰 조심스레 종이를 떼어 내 살폈다.

[@[email protected]]

[ˁ῁ˀ]

[ʕ•ᴥ•ʔ]

[ↂᴥↂ]

[◉ᴥ◉]

……

종이에는 이모티콘 십여 개가 그려져 있었다.

“웬 이모티콘이야?!”

생각지도 못한 그림에 무심결에 종이를 뒤집고 얼어붙었다.

이모티콘이 그려진 종이 뒷면에는 한글이 적혀 있었다.

[특급 헌터]

“특급 헌터?!”

휘이이이잉-

자신도 모르게 한글을 읽는 순간 갑자기 불어온 바람이 몸을 훑고 지나갔다.

“어떻게 한글이?! 설마 이 숲, 한국인 건가? 북한산?!”

갑자기 숲에서 깨어난 로브 입은 아이가 ‘특급 헌터’네 글자가 적힌 종이를 들고 혼란스러워할 때.

검은 로브 아이의 몸을 훑고 지나간 바람은 한달음에 숲을 달려 성긴 나뭇가지가 드리운 공터에 도착했다.

쏴아아아-

성긴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순간 부드러운 바람이 공터에 덩그러니 놓인 오리배로 불어 갔다.

“훌륭해! 역시 요플레는 뚜껑이 제일 맛있어!”

휘이, 휘이이-

부드러운 바람은 오리배 좌석 앉아 핥짝, 핥짝- 요플레 뚜껑을 핥는 꼬맹이의 귓가를 스쳐 지나가며 속삭였다.

“……!”

순간 요플레 뚜껑을 핥던 꼬맹이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뭐? 특급 헌터를 찾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설마? 방금 갔는데……?! 앗! 아니지, 누군지 확인부터 해야지! 그 사람 어디에 있어?!”

휘이-

“호수? 돌멩이가 밥해 준 그 호수?!”

휘이이-

“알았어! 악어 호수로 출동이야!”

크게 외쳤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미궁 악어! 출동이라니까…… 아앗!”

다시 한번 외치는 순간 번쩍 깨달았다.

악어는 출동할 수 없다!

숲을 짊어지고 금을 기어가고 있으니까!

“아앗, 아아앗-.”

공터에 있는 것은 푸르스름한 안개를 잔뜩 머금은 오리배뿐이었다!

* * *

“야, 그만 쫓아와! 나, 네가 말한 그 나쁜 놈 아니라니까!”

검은 로브 위에 배낭을 멘 아이가 정신없이 오솔길을 달리며 외쳤다.

촤아아아아-

순간 파도치는 소리와 함께 꼬맹이의 분노한 외침이 등 뒤 숲에서 돌아왔다.

“나쁜 놈 맞아! 내 코는 못 속여! 나뭇가지 빙글빙글 꼬아 놓은 나쁜 놈! 이름! 내 친구 이름도 뺏어 갔잖아!”

“뭔 헛소리야? 무슨 나뭇가지를 꼬아 놔?! 그리고 뭐? 내가 네 친구 이름을 뺏었다고?! 야, 나 지금 기억도 오락가락해! 내 이름도 기억이 안 나는 상태인데……!”

으아아악-

순간 비명 같은 기합이 말을 끊고 절절한 외침이 쏟아졌다.

“내 배낭!”

“내 친구 돌멩이가 준 배낭!”

“핫팩! 담요! 칼로리바!”

“그릇, 젓가락, 베개, 침낭, 수건……!”

“머리에서 팡팡팡 소리 나는 완전 맛있는 김밥이랑 카레!”

“얼음 동동 식혜보다 더더더 맛있는 요플레 뚜껑도 줬는데!!”

“그게 나쁜 놈이었다니! 으아아…….”

으아아악-

분노한 괴성이 터지는 순간 반사적으로 배낭을 벗어 흔들었다.

“야, 준 거 다 돌려준다니까! 배낭 던질 테니까! 그만 쫓아와!”

순간 깜짝 놀란 외침이 돌아왔다.

“안 돼! 절대 안 돼! 배낭 정말, 진짜, 꼭! 필요해 보여서 준 거란 말이야! 배낭 버리고 가면! 3배로 빨리 돌진해서! 엄청엄청 아프게 물어 줄 거야!”

딱, 따다다다닥-

버럭 고함 뒤로 섬뜩한 이빨 부딪치는 소리가 이어졌다.

‘뭐야, 이 미친 꼬맹이는?!’

속아서 배낭을 줬다고 화를 내더니, 돌려준다고 하니까 더 화를 내고 있다!

종잡을 수 없는 반응에 분노가 아닌, 갑갑함과 아찔한 현기증마저 밀려왔다!

당장이라도 뒤로 달려가 쥐어박고 싶었다!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치켜들고 뒤돌아보는 순간 보이고 들려왔다.

촤아아아아아-

거친 파도 소리와 함께 나무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S자 곡선을 그리는 목!

-섬뜩한 검은 눈을 지닌 머리!

-당장이라도 콕콕 쫄 듯한 노란 부리!

-뻥 뚫린 몸통 안에 좌석과 페달이 달린 오리배!

그렇다! 오리배가 나타났다!

강과 호수에 떠 있어야 할 오리배가 숲을 질주해 자신을 쫓고 있었다!

“나쁜 놈! 당장 거기서! 내 친구를 대신해서! 구, 구 팔십일! 팔십일 번 물어 줄 거야!”

미친 듯이 페달을 돌리는 정신 나간 꼬맹이를 태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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