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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35화 (1,13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35화>

“안녕안녕안녕…… 돌멩이 잘 가! 다음에 꼭 다시 만나!”

크게 손을 흔들며 마지막 인사를 하자 하얀 선은 빛이 되어 흩어졌다.

꼬맹이는 빙글 몸을 돌려 친구들에게 외쳤다.

“오늘 밤은 엄청 재밌었어! 그렇지?!”

…… -?

…… -?

…… -?

……

동물들은 황당해하는 눈으로 꼬맹이를 봤다.

“아앗! 뭐야? 재미없었어?! 오늘 밤……! 앗 지난 밤이라고 안 말해서구나?! 지난밤 재밌었지? 그렇지?!”

우으으-

왕, 왕-

깨애-

동물 요괴들이 힘겹게 대답할 때 씩씩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키킼, 키키키키킼-

새하얀 털 뭉치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꼬맹이 어깨에 착 착륙했다.

“니케! 훌륭해! 이제 친구한테 갈 때야! 미궁 악어 출동!”

외침과 동시에 오리배 악어는 숲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르르르륵-

거대한 악어가 자갈밭을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가는 순간.

두두두두두두-

숲이 북을 치듯 진동하고 서서히 여명이 밝아 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숲의 어둠과 자욱한 안개가 빠르게 사라지고 하늘에 닿을 듯 우뚝 솟은 봉우리가 줄줄이 나타났다.

봉우리 표면에는 빙글빙글 암반을 깎아 만든 계단이 정상까지 이어지고, 정상에는 거미줄 같은 구름다리가 봉우리 사이를 연결하고 있었다.

한껏 고개를 치켜들어야 볼 수 있는 봉우리와 구름다리 아래에는 안개의 바다가 흐르고 있었다.

“앗! 저거 뭐야?!”

꼬맹이가 깜짝 놀라 외치는 순간 안개의 바다가 울렁울렁 요동치고.

구으으으으으응-

천지를 떨어 울리는 거대한 뿔피리 소리와 함께 안개가 파도처럼 솟구쳤다.

솟구친 안개의 파도 속에서 산 같은 거대한 고래가 튀어나와 부드럽게 지느러미를 움직이며 허공을 유영했다.

“앗! 하늘 고래! 여기야! 여기!”

꼬맹이는 번개같이 오리배 밖, 악어 머리에 올라 손을 흔들었다.

구으으으으응-

“하늘 고래, 오랜만! 괜찮아! 제사장 언니 멀리멀리 보냈거든. 나 지난밤에 새끼 하늘 고래 봤는데…… 아앗! 그렇지! 안개! 나 있는 곳에 안개 좀 많이 뿌려 줘!”

거대한 하늘 고래는 허공을 유영해 단숨에 숲으로 날아왔다.

구으으으응-

숲 위에서 거대한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질 때.

파스스스스-

한껏 빨아들인 공기에 염(念)을 담아 뿜어냈다.

푸르스름한 염의 안개가 비 오듯 숲에 쏟아졌다.

꽃이 피고, 풀이 무성해지고, 나무가 쑥쑥 자라났다.

오리배와 미궁 악어가 반짝이고 점점 빨라졌다.

“잘했어! 아주 훌륭해!”

꼬맹이가 하늘을 향해 외치자 안개의 바다 곳곳이 울렁울렁 요동치고 하늘 고래가 날아올랐다.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거대한 하늘 고래가 줄줄이 하늘로 날아올라 무한의 숲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춤을 췄다.

구으으응-

구으으으응-

구으으으으응-

……

새벽을 알리는 하늘 고래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염의 안개가 쏟아졌다.

아득한 기원을 담은 염의 안개는 강과 호수, 산과 평지, 숲과 봉우리 모든 곳에 내렸다.

“모두 일어나! 아침이야!”

꼬맹이는 입가에 양손을 대고 빙글빙글 회전하며 쏟아지는 염의 안개를 맞았다.

달빛 아래 빛나던 허공도는 태양 아래 잠들고.

반대로 달빛 아래 잠들었던 칭지드 봉우리가 태양 아래 깨어나고 있었다.

새벽바람을 타고 느껴졌다.

물고기가 첨벙- 강을 헤엄치고 새가 휘잉- 바람을 타고 비상한다.

수풀에선 바스락- 동물들의 기척이 느껴지고 봉우리에서 딱, 딱-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딱딱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든 것을 풍요롭게 하는 염의 안개에 담겨 전해졌다.

-푸른 싹이 돋은 논을 걷는 황새.

-무성히 자란 옥수수밭을 기는 늑대.

-바람을 타고 하늘로 비상하는 독수리.

-집채만 한 술통을 굴리는 붉은 털의 원숭이.

-도시와도 같은 거대한 나무 위를 달리는 하누만.

-산처럼 짐이 쌓인 지게를 짊어지고 계단을 오르는 칭지드 족.

……

무한의 숲.

끝없는 안개의 바다.

거대한 안개 강이 관통하는 천 개의 봉우리와 만 개의 산.

빛나는 태양 아래 칭지드 봉우리의 모두가 깨어나고 있었다.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그려지고, 가슴속에서 가득 차오른 웃음이 흘러넘쳤다.

우히히히히힛-

꼬맹이가 웃는 순간, 마치 대답하듯 소리가 들려왔다.

구으으응-

구으으으응-

구으으으으응-

천지를 깨우는 하늘 고래의 울음소리에 인간, 동물, 곤충, 산, 강, 나무, 요마괴이의 웃음소리가 실려 왔다.

꼬맹이는 번쩍 손을 들고 잠에서 깨어난 세계를 향해 인사했다.

“모두 오늘도 안녕! 난 지난밤에 재밌는 꿈 꿨어!”

퐁퐁이, 용용이, 그리고 돌멩이!

친구 3명이 진짜 이름을 찾아 집으로 떠나갔다!

제사장에게 들켰지만 괜찮다!

이 완전 멋진 오리배 악어를 얻었으니까!

제사장이 돌아오기 전에 재빨리 친구들을 원래 세계로 보내 주고 오리배 악어에 숲을 싣고 도망치면 된다!

게다가 자신은 완전 부자다!

고개를 돌리자 오리배 좌석에 놓인 크고 작은 가방이 보였다.

‘돌멩이가 준 선물!’

맛있는 밥, 몽글몽글 담요, 따뜻한 핫팩이 가득 든 배낭!

김밥과 요플레, 칼로리바가 들어 있는 비닐봉지!

그리고 친구에게 줄 종이도 있다!

품에 있는 종이를 생각하자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이름을 잃어버린 친구의 새 이름!

“악어, 더 빨리 달려! 우리 오늘 할 일 많아!”

쓱쓱, 쓰스스슥-

오리배 악어는 염의 안개가 쏟아지는 나무 사이, 수풀 위를 미끄러지듯이 달렸다.

* * *

“훌륭해! 악어! 다 왔어! 여기서 멈추면 돼!”

오리배 악어가 멈춘 곳은 성긴 가지와 녹색의 나뭇잎 사이로 부드러운 햇살이 쏟아지고 휘잉-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거대한 나무가 가지를 뻗은 공터였다.

꼬맹이는 잽싸게 크고 작은 배낭을 앞뒤로 메고 오리배, 암석 갑각을 밟고 뛰어내렸다.

풀썩-

빽빽하게 난 풀이 부드럽게 몸을 받는 순간 거대한 나무를 향해 달려가며 외쳤다.

“친구 나 왔어! 대사건이야! 달이 떴을 때 완전완전 신기한 사람 만났어!”

한달음에 공터를 가로질러 펄쩍 뛰어 나무에 찰싹 달라붙고 빠르게 기어올랐다.

파파파팟-

단단한 껍질과 줄기를 밟고, 위로 위로 높이 기어올라 커다란 가지가 뻗는 곳에 있는 나뭇가지 벽을 열고 옹이구멍으로 쏙 들어갔다.

깨끗한 나무 바닥에 비스듬히 햇살이 스며드는 지름 5미터 남짓한 공간이 나왔다.

가장자리에 나무 열매가 담긴 갈대 바구니와 똑똑 떨어지는 수액을 받는 통이 놓인 집.

꼬맹이는 품에서 가장자리가 찢어진 종이를 꺼내 외쳤다.

“이름 잃어버린 친구! 내가 이름 받아왔어! 나쁜 놈이 가져간 이름 대신에 쓸 수 있어!!”

이 순간 허공에 스며드는 빛이 먼지처럼 흩어졌다 하나로 모여 빛으로 이뤄진 형상을 만들어 냈다.

팔다리, 얼굴이 생기고 흐릿한 이목구비가 만들어졌다.

당장이라도 꺼질 듯 깜빡이는 빛으로 만들어진 아이.

“앗! 더 흐려졌잖아!”

꼬맹이는 깜짝 놀라 달려와 꼭 끌어안고 쓱쓱- 등과 팔다리를 문질렀다.

숯에 바람을 불어넣듯 빛의 형상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

그러나 꺼져 가는 숯과 마찬가지로 오래 버틸 수는 없다.

“괜찮아! 내가 이름 받아왔으니까!”

종이를 번쩍 들고 외쳤다.

“특급 헌터! 친구 이름은 특급 헌터야!”

특급 헌터.

꼬맹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빛으로 이뤄진 투명한 아이는 변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던 빛이 멈추고 몸을 통과하던 바람이 피부를 간지럽혔다.

깨끗한 나무 바닥에 그림자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름은 그릇이다.

빗속에 놓아둔 그릇에 빗물이 차오르듯, 이름을 가지는 순간 천기과 용맥의 흐름에 담긴 천기와 지기가 담길 육체가 생겨나고, 정명한 업을 얻을 자격이 생긴다.

그러나 장작이 잔뜩 쌓여도 불씨 없이는 타오르지 않는 법!

장작에 불을 붙일 불씨, 이름을 세계에 새겨줄 명운이 필요했다!

“…….”

아이가 신기한 듯 손과 다리, 몸을 보고 만지는 순간 깜빡, 깜빡- 몸이 다시 깜빡이기 시작했다.

꼬맹이는 기다렸다는 듯 이름을 잃은 친구를 껴안았다.

“괜찮아! 내가 줄게 나한테 많이 있어! 난 이제 친구 만나서 놀러 갈 거라 필요 없거든!”

환하게 웃는 순간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흩날리듯, 꼬맹이의 몸에서 수천수만 개의 빛의 홀씨가 솟구쳤다.

구으으으응-

천지를 떨어 울리는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산천초목과 사람, 요마괴이마저 숨소리를 죽였다.

깜빡, 깜빡-

하늘과 땅이 명멸하는 순간 어둠을 열고 세상을 깨우는 여명 같은 외침이 울려 퍼졌다.

“내 친구 특급 헌터에게 줄게!”

수만 개의 빛의 홀씨가 아이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금 간 영이 메워지고.

흩어지는 혼이 모이고.

깨진 백이 다시 붙었다.

그리고 영혼육백 존재의 본질이자 그릇에 명운이 가득 차올랐다.

빛의 폭풍이 사라진 자리에는 짧은 팔다리, 부드러운 머리카락과 반짝이는 눈 5살 남짓 어린아이가 서 있었다.

“내 친구 특급 헌터!”

손을 번쩍 들어 환호하고 차곡차곡 개어 둔 옷을 입히고 손을 잡고 단숨에 옹이구멍에서 나와 뛰어내렸다.

“이제 가야 해! 앗! 배낭, 종이!”

앞으로 멘 작은 배낭을 풀어, 김밥과 요플레 칼로리바 반을 담아 친구의 어깨에 메어 주고 손에 이름이 적힌 종이를 꼭 쥐여 줬다.

“잠깐만 기다려! 가야 할 나뭇가지 찾을게!”

다다다닷-

빠르게 공터를 달리길 잠시 바로 환호성이 터졌다.

“앗! 여기구나! 엄청 가까워!”

쓰으으윽-

새하얀 돌멩이를 꺼내 바닥에 새하얀 선을 긋고.

다다다닷-

한달음에 달려와 친구의 손을 잡고 선을 향해 걸었다.

“이제 나뭇가지로 돌아갈 거야. 그러면 한참 동안 자야 해. 그러면 이곳에서 있던 일은 꿈처럼 잊게 될 거야.”

“…….”

“아니. 이름은 기억해.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이름 말고 나랑 친구들은 전부 잊을 거야. 원래 꿈은 그런 거거든. 하지만 괜찮아.”

“…….”

“기억을 잊어도 우리가 같이 놀았던 날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거든! 그리고 엄청 신나고 완전 재밌는 하루하루가 기다리고 있어!”

“…….”

“자 출발! 씩씩하게 걸어가서 이름 말하면서 저기 저 금을 점프로 넘어가면 돼! 꼭 점프로 넘어가야 해! 그래야 운이 좋아져! 알았지?”

“…….”

“친구들! 이름 잃어버린 친구, 이제 집에 갈 거야!”

어느새 오리배 악어에서 내린 곰, 늑대, 여우, 사슴…… 수십의 동물들이 나란히 서서 손을 흔들었다.

“잘 가! 친구!”

모두가 손을 흔드는 순간, 작은 배낭을 멘 아이는 새하얀 선을 향해 한발 내디뎠다.

“훌륭해! 모두 박수!”

짝짝, 짝짝짝-

퉁퉁, 퉁퉁퉁-

톡톡, 톡톡톡-

쿵쿵, 쿵쿵쿵-

작고 두툼한 손, 가볍고 무거운 발.

동물 친구들의 온갖 박수 소리가 뒤엉켜 울려 퍼지는 순간 힘찬 발걸음이 이어졌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는 장면을 빠르게 돌리는 것처럼 작은 배낭을 등에 짊어진 아이는 점점 빠르게 걸었다.

“훌륭해! 잘하고 있어!”

그러나 반쯤 걸었을 때 문득 멈춰 서더니 빙글 고개를 돌려 꼬맹이와 동물 친구들을 봤다.

“…….”

울상이 된 얼굴과 말 없는 시선에 담긴 감정.

“앗! 그렇지! 잠깐만 완전 맛있는 거 받아왔어! 제사장 얼음 동동 식혜보다 맛있어!”

꼬맹이는 한달음에 달려가 비닐봉지에서 요플레를 꺼내 뚜껑을 따서 아이에게 건넸다.

“요플레는 뚜껑이 제일 맛있어! 이렇게 먹는 거야!”

시범을 보이듯 핥짝 뚜껑을 핥는 순간.

핥짝-

아이는 따라서 요플레 뚜껑을 핥고 환하게 웃었다.

킥킼, 키키키킼-!

이 모습을 본 하늘다람쥐가 툭 떨어져 내려 외쳤다.

“앗! 약속했지! 뚜껑 줄게!”

꼬맹이, 니케, 아이는 나란히 앉아 요플레를 핥았다.

요플레를 다 먹은 순간 아이는 벌떡 일어났다.

이 순간 꼬맹이는 외쳤다.

“특급 헌터는 언제나 씩씩하고 고독하고 당당하게 걸어야 하는 거야! 힘을 내서 전진!”

“……!”

아이는 새하얀 선을 향해 뒤돌아보지 않고 씩씩하게 걸었다.

마침내 새하얀 선 앞에 도착해 망설이는 순간 등 뒤에서 들려오는 외침.

“괜찮아! 오래 자고 기억을 잊어도 우리는 언제나 친구야! 우리 꼭 다시 만나서 딱지치고, 구슬치고, 경주하자!”

작은 배낭은 멘 아이는 돌아보지 않고 손을 번쩍 들어 흔들고는,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특급 헌터!”

그리고 땅을 박차고 새하얀 선을 뛰어넘었다.

번쩍-

새하얀 섬광이 시야를 물들이고.

첨벙-

아찔한 부유감이 전신에 느껴졌다.

“……!”

깜짝 놀라 허우적허우적 팔다리를 움직이는 순간, 수없이 들었던 친구들의 목소리가 아득히 멀리서 들려왔다.

“안녕안녕안녕…… 특급 헌터 잘 가! 우리 다음에 꼭 다시 만나서 같이 놀자!”

우우우웅-

깨개개객-

까아아악-

킥, 키키킼-!

……

“안녕안녕안녕……!”

있는 힘껏 외치는 순간 픽- 의식이 꺼지고 손에 꽉 쥐고 있던 종이는 스르륵- 빠져나왔다.

구으으으으응-

하늘 고래의 울음소리와 친구들의 작별 인사가 울려 퍼지는 무한의 숲.

이름을 얻은 아이는 경계를 넘어 나아갔고, 종이는 하늘 높이 날아올라 천천히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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