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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34화 (1,13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34화>

하누만 농악대!

허공도의 제사장 입에서 튀어나온 외침.

‘지금이다!’

천문석은 재빨리 입을 털었다.

“그래! 하누만 농악대! 걔들 앞세워서 나타났잖아! 이제 알아보겠지?! 범인? 뭔 소리인 줄 모르겠는데 나 범인 아냐!”

“…….”

그러나 소용돌이 가면에서 날아오는 시선에 담긴 의심은 그대로다!

“야, 뭐야? 아직도 기억 안 나?! 네가 나한테 외쳤잖아? 흠, 흠!”

[맹약의 대가를 치른다고? 넌 누구냐!?]

목을 가다듬고 외치는 순간 돌아온 반응.

“맹약의 대가? 내가 그랬다고?!”

“……!”

계획에는 없던, 생각하지도 못한 반응!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가 반사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와, 황당한 녀석! 그 난장판을 만들고 어떻게 그걸 까먹어?!”

“…….”

그러나 허공도의 제사장에게선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기억을 되짚는 것처럼 종이 가면에 그려진 소용돌이만 빙글빙글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야, 나 이세기잖아! 이세기란 이름은 기억나지?!”

“이세기라고……?”

처음 듣는 이름인 것처럼 고개를 갸웃하는 제사장!

그 난장판에서 같이 굴렀는데 이세기란 이름을 잊었다고?!

“야, 어떻게 이름까지 잊어?! 이세기! 이세기 새끼! 이 새끼! 새끼야! 하나도 기억 안 나?!”

외침이 이어질수록 종이 가면에 그려진 소용돌이는 더 빠르게 회전하고 시선에 담긴 의혹은 짙어졌다!

이건 진짜 모르는 거다!

‘그 난장판을 만들고! 개싸움을 벌였는데! 까맣게 잊었다고?!’

버럭 소리치려는 순간 벼락 치듯 떠올랐다.

아차!

허공도의 제사장은 이세기를 모르는 게 당연했다.

사건·사고에 휩쓸리면 언제나 팔아먹던 이름 이세기!

그러나 적염성에서 허공도의 제사장과 얽혔을 때는 ‘이세기’를 팔아먹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맹약의 대가, ‘경계석’을 내놓으라 외치며 푸른 화염의 비로 수백 척의 배와 적염성을 불태울 기세던 제사장!

허공도의 제사장을 멈추기 위해서 ‘가짜 경계석 반지’로 사기를 치려고 했으니까!

머릿속에서 스파크가 튀고 그 순간의 기억이 촤르륵- 떠올랐다.

제사장을 보는 순간 알아봤다.

물, 불, 바람, 바위, 산천초목! 세계와 소통하는 극에 달한 주술사다!

극에 이른 주술사는 이름에 담긴 언령(言靈)을 꿰뚫어 본다!

‘이세기’란 가짜 이름을 대는 순간, 가짜 경계석 반지를 넘기기도 전에 걸린다!

그래서 진짜 이름을 외쳤다!

“야, 잠깐 깜빡했다! 이세기는 내 별호다! 그땐 다른 이름 말했어!”

천문석은 번쩍 고개를 들고 내력을 실어 외쳤다.

[천마(天魔).]

[마도 18문의 지존.]

[하늘에 물을 자격을 갖춘 자.]

[……천마 천문석이 바로 나다!]

“기억나지? 그때 이렇게 말했잖아?!”

“……천문석이라고?”

그러나 허공도의 제사장은 여전히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이 녀석 기억 상실이야?!

황당함에 반사적으로 외쳤다.

“아니 뭘 다 잊어먹었어?! 앗! 그렇지! 그때 나도 가면 쓰고 있었어! 이러면 기억나지?!”

“…….”

가면을 쓴 것처럼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려도 돌아오지 않는 대답!

“와, 황당한 녀석! 너 뭐야! 완전히 다 까먹은 거야?! 아니, 이걸 어떻게 다 잊어버려!!”

자신도 모르게 분통을 터트릴 때 깨달았다.

‘어, 잠깐? 이것도 나쁘지 않잖아!’

어차피 처음부터 시간을 끄는 게 목적이다!

쫓기던 하늘다람쥐를 구했고, 꼬맹이를 태운 오리배 악어와 동물 요괴들은 무한의 숲으로 숨어들었다!

제사장과의 격전도 어느새 흐지부지된 상황!

조금만 더 시간을 끌다가 잽싸게 선을 넘어 튀면 계획은 성공이다!

천문석은 즉시 사근사근한 어조로 부드럽게 말했다.

“왜 기억이 안 날까? 이상하네……? 뭐, 사람이 잊을 수도 있는 거니까. 천천히 생각해 봐.”

“…….”

“난 그럼, 여기 앉아서 기다릴게. 생각나면 말해라.”

느긋하게 바위에 앉아 팔다리를 쭉 뻗는 순간 질문이 날아왔다.

“맹약의 대가가 무엇이었지?”

“어, 별거 아냐. 그냥 경계석 반지라고 돌 반지…….”

“경계석!”

비명 같은 외침이 터져 나오는 순간, 허공도의 제사장의 정신을 나누는 경계가 무너졌다.

해 와 달, 낮과 밤.

칭지드 봉우리와 허공도.

아마르와 허공도의 제사장!

머릿속에 뿌옇게 낀 안개가 사라지고 오랜 꿈처럼 흐릿했던 기억이 선명해졌다!

난장판이 된 적염성!

적염 성주와 맺은 맹약의 대가!

맹약의 대가로 날아오는 경계석 반지!

경계석 반지를 받기 직전 터진 섬광!

섬광에서 불쑥 튀어나온 여우 일족의 어린아이가 경계석 반지를 낚아채 도망쳤다!

“경계석 반지! 여우 일족!”

번쩍 고개를 들자 바위에서 일어서는 인간!

야영의 흔적, 이름을 찾은 니케를 보고 그분을 데려간 범인이라고 생각한 인간이 새삼스레 보였다!

“기억났나 보네? 만나서 반갑다. 하, 하하-.”

전혀 반갑지 않은 얼굴과 목소리로 머리를 긁적이는 저 모습!

얼굴을 가렸던 가면은 사라졌지만,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자신을 농락하듯 상대한……!

허공도의 제사장이 경악하는 순간.

천문석은 당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렁뚱땅 넘어가면 좋았겠지만, 이 또한 나쁘지 않다!

그리고 동시에 외침이 터져 나왔다.

“마도 18문의 지존……!”

“일기일원문의 개파조사?!”

“……!”

“…….”

“……뭐? 일기일원문의 개파조사?! 아니, 일기일원공 아는 사람이라고는 나 밖에…… 아, 이원이랑 여량위가 있었…….”

이때 제사장이 다급히 말을 끊었다.

“왜 납치를……?!”

“납치? 무슨 소리야? 아까는 범인이라더니. 내가 누굴 납치…….”

말하는 도중 불현듯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허공도의 제사장이 납치했다고 말할 만한 사람. 아니 애초에 이 숲에서 만난 인간은 한 사람뿐이다.

이름을 잊은 꼬맹이!

“……!”

천문석의 얼굴에 깨달음의 빛이 스치는 순간.

빙글빙글 회전하던 소용돌이 가면이 멈추고 허공도의 제사장의 입이 열렸다.

“혹시 하늘다람쥐에게 이름을 준 사람이……?”

니케를 말하는 거다!

뭐지, 뭐가 어떻게 역인 거지?!

천문석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의아한 얼굴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

“……!”

그건 제사장도 마찬가지!

제사장과 천문석이 미친 듯이 머리를 굴릴 때!

촤아아아아-

하얀 거품을 내며 호숫물이 흘러내리는 자갈 위에 납작 엎드려 기어 오는 새하얀 다람쥐가 있었다.

…… -!

머리가 나빠 뭐든지 깜빡깜빡 잊지만, 원한만은 절대 잊지 않는 하늘다람쥐, 니케!

니케는 새하얀 몸으로 하얀 거품, 하얀 자갈에 납작 엎드려 기고 또 기었다!

하얀 털이 흠뻑 젖고 몇 번이나 물을 먹었지만,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갑자기 자신을 쫓아오며 바람과 물기둥으로 수없이 쥐어박은 종이옷을 입은 인간!

‘킥, 킼킼키킼-!!’

펄쩍-

공중으로 뛰어올라!

파파팟-

번개같이 종이 옷을 타고 올라갔다!

“야, 위험!”

천문석이 다급히 외치고.

“……!”

허공도의 제사장이 반사적으로 지팡이를 휘둘렀지만 이미 늦었다.

니케는 제사장의 목덜미를 물었다!

꽈드득-

* * *

“……!”

허공도의 제사장을 물고, 펄쩍 뛰어 분노한 외침을 터트리는 하늘다람쥐!

킼키, 키키키킼킼-!

니케에 물리는 순간 제압당한 수많은 존재!

‘끝장이다!’

“……!”

그러나 허공도의 제사장은 비명을 지르지도, 쓰러지지도 않았다!

“너, 괜찮은 거야?!”

천문석이 자신도 모르게 묻는 순간.

허공도의 제사장은 얼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왜 멀쩡하지? 분명 이름을 찾았는데?!”

순간 천문석과 제사장의 시선이 하늘을 활강하는 하늘다람쥐를 쫓아 움직였다.

“잘했어!”

이때 숲에서 꼬맹이의 외침이 들려왔다.

“……!”

“……!”

두 사람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숲으로 돌아갈 때, 호수에서 폭음이 터졌다.

파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날아오는 물기둥!

스르르렁-

수직으로 떨어지는 나무 지팡이가 물기둥을 반으로 갈랐다!

이 순간 모두는 경악했다.

반으로 갈라진 물기둥에서 오리배와 주둥이가 구부러진 악어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이 천문석이 남일도에서 겪었던 일이 재현됐다!

커억-!

주둥이에 들이박히는 순간 촛불이 꺼지듯 주술력이 꺼지고.

꽈드득-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듯 몸 전체가 구부러진 입에 꽉 물렸다.

콰르르르르릉-

허공도의 제사장은 구부러진 악어 입에 물린 채로 호숫물이 흐르는 자갈밭을 미끄러졌다.

미끄러지던 악어는 멈추는 순간 네다리로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파아앙- 물고 있던 허공도의 제사장을 호수를 향해 발사했다!

촤, 촤, 촤아아-

물수제비뜨는 돌멩이처럼 수면을 튕기며 빠르게 날아가는 허공도의 제사장!

“됐어! 성공이야! 돌멩이 우리가 해냈어!”

환호성과 함께 숲에서 꼬맹이가 달려왔다!

“너 무슨 짓을……?!”

“우리 계획대로야! 친구들! 계획대로 움직여!”

꼬맹이는 호수를 향해 외치는 순간.

파아앙-

호수 수면이 볼록 솟구치며 물기둥과 함께 튀어나오는 게 있었다.

우으으응-

곰!

우오오오-

늑대!

깨애애애-

사슴!

호수에서 솟구치는 동물 요괴와 충돌해 하늘로 떠오르는 허공도의 제사장!

파파팟-

이 순간 전신이 빛으로 이글거리는 여우가 제사장이 향하는 허공을 긋고 지나갔다.

그 궤적을 따라 허공에 균열이 생겨났다!

“……님!!”

허공도의 제사장은 외마디 외침과 함께 균열로 빨려 들어갔다!

“…….”

하늘다람쥐가 펄쩍 뛰어 허공도의 제사장을 물고!

균열에 빨려들어 사라질 때까지 걸린 시간은 1분 남짓!

그야말로 순식간에 허공도의 제사장은 퇴장했다!

생각지도 못한 허무한 결말이었다.

이 결말을 만든 꼬맹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크게 외쳤다.

“휴- 다행이야! 아차 했으면 우리 잡혀갈 뻔했어! 모두 아주아주 잘했어! 특히 니케! 제사장 언니를 깜짝 놀라게 하다니 아주 훌륭해! 이번 계획의 공적 1등은 니케야! 훌륭한 다람쥐 니케에게는 내가 선물과 함께 부상으로 특별히 요플레 뚜껑을 한번 핥게 해 주겠어!”

킥, 키키키키킼-!!

빙글빙글 허공을 활강하며 자랑스레 우는 하늘다람쥐.

“…….”

천문석은 멍하니 이 모습을 보다가 문득 질문했다.

“제사장 언니? 혹시 방금 허공도의 제사장, 너 아는 사람이냐?”

“당연히 아는 사람이지! 나 맨날 재우려는 사람이잖아!”

고개를 끄덕이는 꼬맹이.

“……그럼 아까 식혜랑 파전 준다는 거. 낚으려는 게 아니라 진짜로 해 준다는 거였어?”

“뭐?! 당연히 거짓말이지! 잘 때는 뭐 먹으면 안 된다고! 잠에서 깨면 준다고 하는데! 맨날맨날 더 자야 한다고 한 번도 안 줬다니까!”

천문석은 진실을 깨달았다.

범인, 납치했다고 외친 제사장!

제사장은 야영의 흔적을 보고 자신이 이 꼬맹이를 납치했다고 생각한 거다!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게 오해였다!

의문이 풀리는 순간, 바로 다른 의문이 떠올랐다.

“너, 왜 도망친 거야? 혹시 식혜 안 줘서?”

“그냥 식혜가 아냐!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달콤한 식혜라고! 먹는 순간 흐어어- 시원하다! 막 소리가 나온다니까! 제사장 언니 식혜 만드는 달인이야!”

“한 번도 음식 안 줬다며? 식혜 맛은 어떻게 아는 거야?”

“아, 아앗! 그렇잖아?! 나 식혜 맛 어떻게 알지?!”

혼란스러운 표정이 된 꼬맹이.

“야,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그래서 살얼음 동동 달콤한 식혜 안 줘서 가출한 거야?”

“당연히 아니지! 제사장이 이렇게, 이렇게! 손으로 배랑 팔다리 쓱쓱 문지르면 잠이 솔솔 온단 말이야! 너무 오래 자서 이름도 까먹었는데 더 자면 완전 바보 될 거 같아서 도망친 거야! 구, 구 팔십일! 봤지? 구구단도 까먹을 뻔했다니까!”

“아니, 얼마나 잤길래?”

질문하는 순간 불현듯 떠올랐다.

‘너무 오래 자서 이름 까먹었어!’

‘나 아주 오래 자서 바보 됐나 봐!’

‘설마?!’

흠칫 놀라 고개를 드는 순간, 활짝 펼친 아이의 열 손가락이 세 번 오므렸다 펴졌다.

“30일?”

“아니. 열 손가락을 세 번 곱하면 돼!”

“1,000일?!”

아득한 시간에 현기증마저 느껴질 때 말이 이어졌다.

“아니, 몽글몽글한 봄이 세 번 곱한 만큼 지나갔어.”

“천 번의 봄?!”

“거기서 하나 빼야 해!”

999번의 봄이라니!

자신이 건물주. 아니 서울 땅을 전부 다 사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이 녀석, 꿈꿨구나!’

너무나 황당한 이야기에 신뢰도가 확 깎여 나갔다.

“어, 그래 오래 잤네. 수고했어.”

피식 웃으며 말하는 순간 깜짝 놀란 외침이 돌아왔다.

“앗! 해 뜨려고 해! 돌멩이! 이제 진짜 금 넘어가야 해! 모두 올라와! 출발!”

꼬맹이 말대로 어느새 여명이 밝아 오고 있었다!

“빨리빨리 올라타!”

호수에서 빠져나온 동물 요괴들이 오리배 악어에 올라타고 바로 전진했다.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네.’

천문석은 웃으며 오리배 악어를 앞질러 걸었다.

“돌멩이! 오리배 악어에 올라와! 얘 데리고 가야지!”

미궁 악어 7호의 등 위에 고정된 오리배에는 꼬맹이와 동물 요괴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마치 소풍 가는 유치원생들처럼!

“오리배 악어는 어떻게 움직인 거야?”

“이름 부르면서 부탁하니까 움직이던데?”

미궁 악어 7호는 겉모습은 악어지만 속은 워커 실트가 만든 로봇이다.

“부탁한다고 로봇이 움직여?”

“로봇?”

“아냐, 별거 아냐. 오리배 악어도 너 줄게 친구들이랑 타고 돌아가라. 잘 어울리네.”

“멋진 오리배! 멋진 악어!”

“멋진 x 멋진 오리배 악어!!”

“이걸 나한테 준다고?!”

“진짜로?! 정말로?! 괜찮아?!”

“김밥, 요플레, 칼로리바!”

“핫팩이랑 음식이랑 다 줬잖아?”

“나한테 이렇게 다 줘도 괜찮아?!”

“돌멩이 거지 되는 거 아냐?!”

꼬맹이가 외침을 쏟아 내는 순간.

천문석은 배낭을 툭 쳤다.

“당연히 거지 아니지! 이 배낭에 네가 준 망태기 있잖아?”

“앗! 그렇지! 망태기에 땅속에 사는 친구가 보내 준 돌멩이도 넣어 놨어! 그거 인간이 엄청 좋아하는 돌이야!”

“고마워, 잘 쓸게.”

천문석은 웃으며 걸음을 멈췄다.

어느새 꼬맹이가 그은 선 10미터 앞.

“그럼 이제 갈 시간이네. 고마웠다. 이름 찾고 꼭 친구들 만나길 기원할게.”

“돌멩이 잘 가! 우리 나중에 또 만나! 악어 고마워! 완전 멋져! 앗! 그렇지! 이 악어 위에 숲 옮겨야겠어! 이제 이 숲은 악어 숲이 되는 거야! 우히히히힛-“

꼬맹이는 아이다운 상상을 담은 외침과 함께 손을 흔들었고 동물 요괴들의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우으으응-

우오오오-

깨개개객-

킥, 키키킼-

……

천문석은 이름을 잊어버린 꼬맹이와 동물 요괴들의 배웅을 받으며 선을 향해 성큼성큼 걸었다.

이 숲과 꼬맹이, 동물 요괴들은 환몽 속에 존재했다.

그러나 꼬맹이와 동물 요괴들은 허상이 아니다.

허공도의 제사장과 천문석 자신이 허상이 아닌 것처럼.

그렇기에 선을 넘기 직전 이 이상한 환몽에서 만난, 더 이상한 꼬맹이와 동물 요괴들에게 진심을 담아 작별 인사를 했다.

“꼬맹이, 동물들! 모두 진짜 이름 찾아서 집으로 잘 돌아가라!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

“돌멩이 잘 가! 점프! 점프해야 해!!”

천문석은 머리 위로 크게 손을 흔들고 선 너머를 향해 점프하며 진짜 이름을 말했다.

“돌멩이.”

새하얀 섬광이 번쩍 시야를 물들일 때, 첨벙 물속으로 다이빙하는 감각과 함께 아찔한 부유감이 밀려왔다.

이 순간 아득히 멀리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녕안녕안녕……!”

‘꼬맹이 녀석 인사까지 특급 헌터랑 닮았네. 진짜 남매 아냐…….’

피식 웃는 순간 잠에 빠져드는 것처럼 픽- 의식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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