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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33화 (1,13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133화>

“그걸 누구랑 약속했는데? 친구들이랑?”

“아니 나랑!”

“…….”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정신이 멍해졌다.

이름을 잊었는데도 기억하는 그리움.

꼬맹이는 그리워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지금 그리워했던 사람들을 만날 방법이 손에 들어왔다.

밤송이 빛이 붙은 돌멩이.

그럼에도 꼬맹이는 약속을 말하고 있었다.

타인과 맺은 약속도 아닌 스스로 결심한 약속을.

도시의 뒷골목, 산속 버려진 사당, 마도 18문, 무저갱의 마굴…….

세상 어디에건 그런 사람이 있다.

한마디 약속은 천금보다 무거우니 눈앞의 이익 앞에서 의(義)를 행한다.

이름을 잊어버린 꼬맹이의 모습에서 무저갱의 마굴 가장 깊은 곳에서 본 조각상이 떠올랐다.

맨발에 허름한 옷, 나뭇가지를 짚고 장난스레 웃는 아이 조각상.

영혼육백 존재의 본질을 태워 세계의 나무를 키워 내고.

‘모두가 웃게 하리라!’

아득한 서원에 따라 끝없이 삼천세계를 걷는 옛이야기…….

“돌멩이, 나 내려 주고 빨리 넘어가! 제사장이 언제 올지 몰라!”

꼬맹이가 외치는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서 참을 수 없는 희열이 끓어 올랐다.

언제나 그렇듯 진심에는 진심으로!

배낭 고리를 잡은 손을 놓는 순간 몸을 돌리며 외쳤다.

“달려라. 꼬맹이. 뒤돌아보지 말고 계속 달려!”

천문석은 하늘다람쥐와 허공도의 제사장이 건너간 호수를 향해 달렸다.

* * *

타다다다닷-

호수를 향해 달리는 길.

천문석은 허공도의 제사장과 스스로를 견주었다.

제사장은 적염성에서 만났을 때보다 더 강해졌다.

하지만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

일기일원공의 내력은 초절정의 벽 앞에 도달했고.

심복지환 천강흔 랜덤 박스는 2004년 부산을 거치며 단단히 봉인됐다.

지금이라면 6할 이상의 힘을…… 아니지! 그러다 봉인이 깨지고 랜덤 박스가 열리면 끝장이다!

안전하게 반, 5할의 힘을 최대치로 잡고 싸운다!

결심하는 순간 야영장이 가까워졌다.

우선은 전장 정리부터!

잽싸게 간이테이블과 의자, 삼발이, 식기와 배낭을 낚아채 오리배 악어에 던져 넣고 명령했다.

“미궁 악어! 내 뒤로 따라와라!”

그륵, 그르르륵-

네 다리와 꼬리를 움직여 호숫가 자갈밭을 기어가는 오리배 악어.

천문석은 오리배 악어를 이끌고 달리며 계획을 점검했다.

계획은 심플하다.

-쫓기는 하늘다람쥐를 빼낸다.

-꼬맹이와 동물 요괴들이 숨을 때까지 허공도의 제사장을 잡고 시간을 끈다.

-충분히 시간을 끈 후에 오리배 악어로 가려 둔 선을 넘어 재빨리 도망친다.

“야, 됐다. 멈춰!”

오리배 악어는 꼬맹이가 그은 선 앞에서 멈춰 섰다.

“……보이진 않겠지?”

“조금 옆으로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여기서 보여!”

“그래? 악어 2미터 왼쪽으로 이동…….”

흠칫 놀라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있으면 안 될 사람이 보였다.

망태기를 메고 있는 꼬맹이!

“야, 너 뭐야? 왜 돌아왔어?!”

순간 망태기가 번쩍 들렸다.

“망태기 안 가져갔잖아! 이렇게 중요한 걸 잊고 가면 어떡해! 여기에 내가 나무 열매, 약초, 민들레 앗! 민들레 아니…….”

“아…… 가 아니라! 야, 그냥 놓고 가면 되지! 이걸 왜 여기로 가져와!”

“망태기 누가 가져가면 어떻게?!”

“야, 누가 이 숲에서 가져간다…….”

말하는 순간 깨달았다.

허공도의 제사장은 하늘다람쥐를 쫓아 호수 너머로 사라진 상태!

지금은 논쟁할 때가 아니라 긍정 후 꼬맹이를 보내는 게 상책이다!

재빨리 망태기를 받아 오리배에 던져 넣고 말했다.

“됐지. 얼른 도망쳐!”

“알았어!”

꼬맹이는 빙글 몸을 돌리다 멈칫 고개를 돌렸다.

“넘어가는 거 보고 가야 하지 않을까? 혼자 가면 쓸쓸하잖아? 내가 손 흔들어 줄게!”

절대 안 될 말!

선을 넘어 돌아가는 건 허공도의 제사장과 싸운 후다!

그런데 자신과 허공도의 제사장이 싸우는 모습을 꼬맹이가 보면?!

이 예측 불가의 꼬맹이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역으로 허공도의 제사장이 꼬맹이를 찾아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변수는 최대한 배제해야 하는 법!

“야, 됐어. 네 동물 친구들 멀어졌잖아? 얼른 쫓아…….”

빙글 돌아 숲을 가리키는 꼬맹이.

숲의 경계, 수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물 요괴들이 있었다!

“……배낭! 그렇지! 배낭 메고 달리려면 느리잖아?! 당장 출발해야…… 너 배낭은 어디 갔냐?”

다시 빙글 돌아 곰을 가리키는 꼬맹이.

우우우웅-

곰의 양팔에는 크고 작은 배낭이 하나씩 끼워져 있었다.

“곰이 배낭 날라 주기로 했어! 나 이제 완전 빨라! 그러니까 손 흔들어 주고 갈게! 혼자 가면 외롭단 말이야!”

“……!”

순간 알 수 없는 직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뭐지?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될 것 같은 이 직감은?!’

흠칫 놀라 머리를 흔들어 생각을 흩어 버리고, 당장 쫓아 보내려는 순간 문득 깨달았다.

깜빡한 게 있다!

갑자기 울려 퍼진 풍경 소리와 뒤이어 나타난 허공도의 제사장에 완전히 잊고 있었다!

2000년 서초구에서 임수정에게 받은 4번 쪽지!

염동 대협 마혁진이 보낸 거로 추정되는 4번 쪽지에 적힌 꼬맹이와의 필연!

핫팩, 담요, 음식, 식기 등등이 가득 담긴 크고 작은 배낭을 건넸다. 그러나 빠트린 게 하나 있었다.

“칼로리바!”

천문석은 잽싸게 잡낭을 열어 칼로리바를 꺼냈다.

“이거 가져가. 곡물 칼로리바야, 도움이 될 거야! 아, 잠깐 포장지는 내가 써야 해!”

재빨리 포장지 3개를 벗겨 잡낭에 넣고 지퍼백을 꺼내 칼로리바를 담아 건네며 문득 든 생각에 말했다.

“칼로리바! 네 친구한테 꼭 필요한 거야! 얼른 달려가서 전해 줘!”

“칼로리바? 이게 내 친구한테 꼭 필요하다고?”

“맞아! 얼른 뛰어가서 전해 줘! 그게 임무야!”

“임무?! 알았어! 완전 빨리 달려갈게!”

빙글 몸을 돌려 타다닷- 달리다 멈칫 조심스레 고개를 돌리는 꼬맹이.

“진짜 손 안 흔들어 줘도 괜찮아? 아까 퐁퐁이랑 용용이는 흔들어 줬는데? 정말 외롭지 않을까?”

“괜찮다니까! 얼른 뛰어가!”

버럭 소리치는 순간 반사적으로 타다다닷-달려가는 꼬맹이. 그러나 곧 다시 멈춰 섰다.

“정말로 괜찮아? 손 흔드는 건 잠깐이면 끝나는 건데?! 나 하나도 안 힘들어!”

“진짜로! 정말로! 괜찮다니까! 야! 그만 돌아보고 앞으로 달려!”

절절한 진심을 담아 외치는 순간 문득 바람 소리에 실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휘이이이잉-

키킼. 키키키키킼-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넓은 호수 맞은편!

팟, 파파팟-

섬광과 함께 호수 위를 공간도 약하는 하늘다람쥐와!

촤차차차차찻-

그 뒤를 쫓아 파도를 일으키며 호수 위를 달려오는 하얀 종이옷을 입은 제사장이!

‘아니! 왜 벌써 돌아오는 거야?!’

“앗! 니케 으브븝븝!”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꼬맹이의 입을 막고 단숨에 오리배 악어에 뛰어올랐다.

“오리배 악어, 숲으로 달릴 거야. 적당한 위치에 도착하면 뛰어내려서 친구한테 가라.”

“으브, 으븝브븝!”

“야, 내가 너보다 빨라. 하늘다람쥐는 내가 빼내서 보내 줄 테니까 먼저가.”

꼬맹이의 어깨를 툭 치고 배낭과 망태기를 들고 훌쩍 뛰어내려며 외쳤다.

“오리배 악어, 최고 속력 전진.”

쓰스스스스슥-

오리배 악어가 숲을 향해 질주하고.

“앗! 돌멩이! 아앗! 돌멩이……!”

꼬맹이의 외침이 빠르게 멀어질 때.

“안녕이다. 꼬맹이.”

천문석은 크게 손을 흔들고 호수를 향해 달렸다.

순식간에 도착한 호숫가!

타다다다다다-

망태기를 욱여넣은 배낭을 메고 시계방향으로 호수를 따라 달렸다.

야영지가 있던 3시 방향에서.

하늘다람쥐가 나타난 9시 방향을 향해서!

단숨에 3, 4, 5, 6, 7시 방향을 지나 빠르게 가까워지는 하늘다람쥐!

파앙, 파아아아앙-

태풍이 밀려온 듯 휘몰아치는 바람과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

하늘다람쥐는 강풍에 휩쓸리고, 파도에 얻어맞으며 허공도의 제사장에게서 도망치고 있었다!

위태위태한 모습!

천문석은 바로 내력을 실어 외쳤다.

[하늘다람쥐! 여기다!]

천둥 같은 외침이 하늘을 뒤흔드는 순간.

킥, 키키키키킼-?!

하늘다람쥐의 시선이 천문석에게 닿았다.

파팟, 파파팟-

십여 번의 섬광과 함께 호수를 가로지르는 하늘다람쥐.

툭-

힘이 빠진 듯 어깨에 내려서는 순간 반사적으로 낚아채 기막으로 감싸 숲을 향해 던졌다.

파아아아아앙-

존재감이 사라진 하늘다람쥐는 단숨에 호수를 지나 숲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안 돼!]

순간 폭탄 같은 외침과 함께 하얀 바람이 날아왔다.

촤차차차차찻-

광풍과 파도를 휘감고 호수 위를 달려오는 하얀 태풍!

허공도의 제사장!

[잠깐! 우리 대화로……!]

내력을 실어 외치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네가 범인이구나!]

“범인? 갑자기 무슨 소리……?!”

번쩍-

한 줄기 섬광이 세상을 가르는 순간.

스르르렁-

섬뜩한 쇳소리와 함께 수직으로 떨어져 내리는 지팡이!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왼손의 일기공과 오른손의 일원공!

둘로 나뉜 일기일원공의 내력으로 원을 그려 냈다!

꼬리를 무는 음과 양이 태극을 그려내듯 둘로 나뉜 일기공과 일원공이 원을 그리는 순간.

꽈드드드드득-

거목을 부러트리고, 대지에 박힌 바위를 뽑아내는 거친 와류가 생겨났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지팡이와 와류가 충돌했다!

까까가가깡-

강철 충돌음이 끝없이 울려 퍼지고!

후두두두두둑-

새파란 불꽃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

엄청난 힘과 주술력! 정면으로 상대하면 꺾인다!

직감하는 순간 비틀어 흘려보냈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나무 지팡이가 와류를 타고 미끄러져 암반을 때렸다.

굉(轟)! 그 뜻 그대로 지팡이에 담긴 주술력과 지기가 충돌해 굉음이 울려 퍼졌다.

콰아아아아아앙-

암반과 북처럼 흔들리고 자갈이 콩 볶듯 튀어 올랐다!

내력과 주술력이 충돌해 거대한 힘의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중심이 흔들리는 순간 일 점으로 찔러 들어오는 지팡이!

스르르렁-

나무 지팡이 머리에 달린 강철 고리에서 흘러나온 파문이 내력을 흩어 버린다!

‘피할 수 없다!’

직감하는 순간 천문석은 오히려 앞으로 걸었다.

북처럼 진동하는 대지에 발을 딛는 찰나의 순간 수십 번 교차하는 생문과 사문, 좁디좁은 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생사팔문(生死八門)!

천문석은 주저하지 않고 생사의 간극으로 몸을 던졌다.

쿵쿵, 쿵쿵쿵-

내력이 실린 발이 요동치는 대지를 짓누르고.

빙글빙글빙글-

허공에 원을 그리는 왼손이 파문을 지워 냈다.

이 순간 나무 지팡이를 향해 쏘아지는 오른손 검지!

오른손 검지와 나무 지팡이가 충돌하는 순간 변화가 시작됐다.

밀고 당기고!

누르고 비틀어 내리긋는다!

끄르르르르르륵-

찰나의 순간 수십 번 충돌하며 강철 긁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힘과 힘, 내력과 주술력이 충돌해 물결치듯 힘의 파동이 밀려왔다.

이 순간 성큼 파동으로 파고 들어가 원을 그리는 왼손을 던졌다.

깡-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왼손과 충돌하는 손!

오른손과 나무 지팡이, 왼손과 왼손이 닿는 순간 천문석과 제사장은 동시에 내력과 주술력을 쏟아부었다.

손과 몸통으로 둘러싸인 불과 1미터 남짓한 공간에서 내력과 주술력이 충돌해 폭발했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충격파에 몸이 가랑잎처럼 날아가고.

촤아아아아-

충격의 여파에 치솟은 호숫물이 물기둥이 쏟아졌다.

기혈이 뒤틀려 왈칵- 치솟는 핏덩이를 삼키는 순간.

천문석과 허공도의 제사장은 동시에 생각했다.

‘만만치 않다!’

‘만만치 않다!’

‘이대로면 양패구상한다!!’

‘이대로면 양패구상한다!!’

두 사람 모두 수많은 실전을 겪은 강자!

양패구상을 직감하는 순간 오히려 기세를 끌어올려 외쳤다!

“와라!!”

“와라!!”

그리고 내력과 주술력을 압축하고 압축하며 서로의 공격을 기다렸다!

쏴아아아-

호숫가에 쏟아진 물기둥이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휘몰아치고!

파아아아아-

충돌한 내력과 주술력의 여파가 공기를 쥐어짜 태풍을 일으켰다!

“……!”

“……!”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아찔한 긴장이 고조될 때 천문석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적당히 시간을 끌려고 했는데 갑자기 생사결이 돼 버렸다!

‘생각해라! 생각해!’

순간 허공도의 제사장을 처음 만났을 때가 번쩍 떠올랐다!

천문석은 바로 입을 열었다.

“야, 범인이라니 무슨 말아야? 나 기억 안 나? 너 허공도의 제사장 맞지?!”

반사적으로 달려들던 허공도의 제사장은 멈칫했다.

“……!”

종이 가면에 그려진 소용돌이가 빙글빙글 회전하고 의혹 어린 시선이 느껴지는 순간, 재빨리 입을 털었다.

“뭐야 진짜 못 알아보는 거야? 네가 적염성에 불 지를 때 내가 요란하게 등장했잖아?! 징 소리 기억 안 나?!”

천문석은 허공도의 제사장을 처음 만났을 때의 상황을 재현했다.

[징, 징, 지이잉-]

“이렇게 징 소리가 울리고 외침이 울려 퍼졌잖아?!”

[까마득히 먼 곳에서!]

[별과 달의 그림자를 밟고 찾아와!]

[적염성을 이판사판 난장판으로 만든!]

[하늘과 땅의 가호를 받는!]

[천하제일 뱀술, 칠전팔기의 주인!]

[적염 성주님의 전권 대리인이 오셨다!]

제사장의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하누만 농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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